약 이후의 몸이 온다
위고비 중단 후의 반등, 지켜야 할 근육, 더 세지는 다음 약들. 시설이 약의 옆에 서는 법
이 글은 《사람 정비소》 9편이자 2부(기술)의 마지막이다. 1편이 약이 시장을 해체하는 구조였다면, 이번 편은 약을 쓰는 개인의 몸과 시간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그 수요가 시설과 어디서 만나는지를 다룬다. 시리즈 전체 보기 →
1편에서 위고비의 국내 매출 곡선을 봤다. 분기마다 계단처럼 오르는 그 곡선에는 잘 안 보이는 뒷면이 있다. 국내 출시 석 달 만에 주간 출고량이 반토막 났다는 보도가 나왔고, 약을 끊은 뒤의 요요를 상담하는 기사들이 뒤따랐다. 폭발하는 신규 수요와 조용히 쌓이는 중단자. 두 흐름이 동시에 자라는 것이 이 시장의 실제 모양이다.
약을 쓰는 개인의 시간축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다. 월 수십만 원의 비급여 지출은 언젠가 끝나고, 부작용이나 목표 달성이나 지갑 사정이 그 끝을 앞당긴다. 문제는 끝난 다음이다. 식욕을 눌러주던 화학이 빠져나간 몸은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약이 빼준 체중 안에 근육이 섞여 있었다면, 그 근육은 누가 돌려주는가.
이번 편은 그 질문들의 데이터를 모은다. 중단 후 반등의 임상 수치, 실사용 데이터의 지속률, 학회들이 약 사용자에게 내놓기 시작한 표준 권고, 그리고 더 세고 더 싼 다음 약들의 등판까지. 결론의 방향을 미리 적어두면 이렇다. 약이 강해질수록 약이 못 하는 일의 값이 올라간다. 2부의 마지막 편으로 이 역설을 확인하고, 시설이 약의 어느 옆자리에 서야 하는지를 정한다.
중단 1년, 감량분의 3분의 2가 돌아온다
반등의 수치는 제조사가 참여한 임상에서 나왔다.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성분)의 대표 임상인 STEP 1의 연장 연구에서, 68주 투약으로 평균 17.3%를 감량한 참가자들은 투약을 끊은 뒤 1년 동안 감량분의 약 3분의 2를 되찾았다. 120주 시점의 순감량은 5.6%. 약은 몸의 설정값을 바꿔주는 게 아니라 누르고 있는 것이라, 손을 떼면 상당 부분이 돌아온다는 것이 제조사 스스로의 데이터다. 국내 학술 보도도 같은 방향이다. 마운자로와 위고비를 완전히 중단한 경우 52주째 각각 9.1kg, 9.4kg이 돌아왔다는, 감량분의 약 60% 수준의 재증가가 인용된다.
그런데 실제 사용자들은 임상보다 훨씬 일찍 손을 뗀다. 미국의 처방 데이터 분석들을 보면, 2021년에 시작한 코호트의 1년 지속률은 33%였고 3년 지속률은 8%, 열두 명 중 한 명이었다. 17만 명 규모의 보험 데이터 분석에서는 절반 이상이 의미 있는 효과를 보기 전에 끊었고 12개월 시점 중단율이 80%에 달했다. 최근 코호트로 올수록 사정이 나아져 2024년 시작자의 1년 지속률은 62.7%까지 올라왔지만, 뒤집어 읽어도 1년 안에 열에 서넛은 여전히 약을 놓는다.
한국은 여기에 규제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출시 직후의 오남용 논란으로 2024년 12월부터 비만치료제의 비대면 처방이 전면 금지됐고, 이 규제는 지금도 유지 중이다. 처방의 문턱이 있고, 가격의 문턱이 있고, 부작용과 심리적 피로가 있다. 복용의 곡선은 개인마다 언젠가 꺾인다.
사업의 눈으로 이 데이터를 읽으면, 약의 시장이 커질수록 중단자의 시장이 그 뒤를 따라 커진다는 뜻이 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국내에서 분기 4,000억 원대의 공급액을 만드는 동안(1편), 그 뒤에는 약을 끊는 수만 명의 행렬이 같이 자라고 있다. 이들이 마주하는 과제는 감량이 아니다. 약 없이 유지하는 법, 즉 습관과 환경의 문제다.
약의 시대의 표준 처방은 근력이다
의학계는 이미 약의 빈자리를 명문화하기 시작했다. 2025년 미국의 생활습관의학회, 영양학회, 비만의학회, 비만학회 네 곳이 공동 권고를 냈다. 요지는 세 줄이다. GLP-1 계열 약을 쓰는 모든 사람에게 근력과 체성분의 기저 평가를 하라. 주 2~3회의 저항운동을 처방하라. 단백질을 하루 체중 kg당 1.2~1.6g 먹게 하라. 감량분의 대략 25~40%가 근육을 포함한 제지방이라는 임상 관찰(1편)이 학회 공동 권고라는 형태로 표준이 된 것이다.
이 권고문을 시설의 눈으로 읽으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기저 평가, 저항운동 처방, 단백질 설계. 이 세 가지는 정확히 6편에서 설계한 측정 스택과 8편에서 정한 프로그램 본체다. 학회가 약 사용자에게 권고하는 표준이 이 시설의 커리큘럼과 겹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약이 대체한 것은 의지의 대행업이었고, 약이 새로 만든 필요는 몸의 재구성이었다. 시설은 처음부터 그 필요 위에 설계됐다.
한국의 몸 상태 데이터는 이 필요가 약 사용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체성분 측정기 회사 인바디의 2018~2022년 데이터 분석에서 한국 20대 여성의 마른 비만 비율은 15.8%로 조사 대상국 중 1위였다. 체중은 정상인데 근육이 적고 지방이 많은 몸. 저울은 문제를 못 보고 체성분계가 봐야 하는 몸이 이 나라의 젊은 층에 가장 흔하다는 뜻이다. 3편에서 확인한 저속노화 수요의 신체적 실체가 이것이고, 체중이 아니라 근육량과 체지방률을 전후 지표로 세우는 이 시설의 측정 설계(6편)가 정확히 이 지점을 겨눈다.
권고는 나왔지만 권고를 수행할 곳은 아직 없다. 병원은 처방전을 줄 수 있지만 주 3회의 저항운동과 매끼의 단백질을 함께 살아주지는 못한다. 헬스장은 기구를 주지만 기저 평가와 식단과 수면을 묶어주지 않는다. 표준 권고와 일상 사이의 이 간극이, 4편에서 특정한 빈 사분면의 의학적 번역이다.
약은 더 세지고 더 흔해진다
약의 파이프라인을 보면 이 흐름이 초기가 아니라 서막임을 알 수 있다. 2025년 12월 미국 FDA가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즉 알약 위고비를 승인했다. 최초의 먹는 GLP-1 비만약이고, 미국 원격의료 할인가 기준 월 149달러로 출시됐다. 주사가 알약이 되고 가격이 내려가는 순간 접근성의 장벽이 한 겹 사라진다. 일라이 릴리의 경구 신약 오르포글리프론도 3상에서 최대 12.4% 감량을 확인하고 승인 절차에 들어갔다.
감량의 상한도 올라간다. 노보의 카그리세마는 3상에서 22.7% 감량을 보여 승인을 신청했고, 릴리의 삼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는 3상에서 평균 28.3%, 고도비만 연장 투여군에서 30.3%까지 나왔다. 수술 없이 체중의 3할을 지우는 약이 승인 대기열에 서 있는 것이다. 1편의 결론을 다시 쓰게 만드는 숫자들이다. 감량이라는 결과의 가격은 앞으로 더 떨어지고, 감량을 파는 사업의 자리는 더 좁아진다.
측정 쪽의 가격도 무너지는 중이다. 2편에서 본 혈액검사 구독 경쟁은 펑션 연 365달러 대 슈퍼파워 연 199달러의 소송전으로 번졌고, 웨어러블 후프는 연 1회 199달러부터 시작하는 채혈 검사 상품을 비회원에게까지 열었다. 다중암 조기검진까지 애드온으로 붙는다. 약은 세지고, 검사는 싸지고, 알약과 채혈 키트가 집으로 배달되는 방향으로 전부가 움직인다.
이 로드맵에서 값이 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화학이 못 하는 것들이다. 근육은 약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습관은 알약에 들어 있지 않다. 잠은 배달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다루는 유일한 형태가 생활 전체를 잠시 맡는 입소형 환경이라는 것이 1편부터 여기까지의 결론이다. 약의 로드맵이 화려해질수록 이 사업의 논거는 약해지는 게 아니라 강해진다.
시설은 약의 반대편이 아니라 옆에 선다
이 편의 사실들을 사업의 좌표로 옮기면 시설의 포지션이 정해진다. 약과 싸우는 자리가 아니다. 약이 만드는 세 개의 국면마다 시설이 설 자리가 하나씩 있다.
첫 번째 국면은 복용 중이다. 식욕이 꺼진 시기는 역설적으로 몸을 다시 만들기 가장 좋은 시기다. 체중이 빠지는 동안 근육을 지키는 근력 운동과 단백질 설계가 표준 권고가 되는 흐름은 이미 확인했다. 미국의 라이프타임과 에퀴녹스가 이 국면의 손님을 받는 상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2편에서 봤고, 한국에는 아직 이 국면을 정면으로 받는 프로그램이 없다. 복용자의 4주 입소는 감량 프로그램이 아니라 감량 중 신체 재구성 프로그램이 된다.
두 번째 국면은 중단 전후다. 반등의 데이터가 말해주듯, 약을 끊는 시점은 습관이 몸을 이어받아야 하는 시점이다. 약이 대신해주던 식욕 통제를 생활 구조가 넘겨받지 못하면 1년 안에 상당량이 돌아온다. 이 인수인계 기간이야말로 환경을 통째로 바꾸는 입소형의 적성에 정확히 맞는 구간이다. 퇴소 후의 유지 설계(측정 습관, 식단의 틀, 수면 리듬)까지 붙이면, 시설의 상품은 "빼주는 4주"가 아니라 "약 없이 사는 법을 몸에 넣는 4주"가 된다.
세 번째 국면은 약을 아예 안 쓰는 다수다. 국내 성인 대부분은 비만치료제의 대상이 아니거나 비용 때문에 쓰지 않는다. 3편에서 본 저속노화·회복 수요의 주류가 이쪽이고, 이들에게 시설은 예방과 컨디셔닝의 자리다. 세 국면 모두에서 시설이 파는 것은 같다. 측정으로 시작해 환경으로 바꾸고 데이터로 증명하는 4주. 달라지는 것은 프로그램의 강조점뿐이다.
주의할 선도 명확하다. 시설은 약의 처방과 중단에 관여하지 않는다. 복용과 중단은 의사와 환자의 일이고, 시설은 그 결정의 앞뒤에서 몸의 준비를 돕는 비의료 영역에 선다. 5편의 병렬 구조가 여기서도 반복된다. 제휴 의원이 약을 다루고, 시설은 약이 못 하는 것, 즉 근육과 습관과 환경을 다룬다. 약이 세질수록 약이 못 하는 것의 값은 올라간다는 것이 이 편의 결론이다.
2부를 닫으며, 다음은 사람을 모으는 일
2부의 네 편을 접는다. 측정은 바늘 없이 세 층으로(6편), 코칭은 프롬프트로 만든 직원에게(7편), 장비는 근거 등급순으로(8편), 그리고 포지션은 약의 옆자리에(9편). 시설의 안쪽 설계는 이것으로 섰다. 원가 구조가 과거의 리트릿들과 다른 이유도, 감량 캠프와 간판이 다른 이유도 전부 이 안에 있다.
그런데 1부와 2부를 통틀어 아직 손대지 않은 질문이 가장 무거운 질문이다. 손님은 어디서 오는가. 4편에서 본 대로 시설을 먼저 지은 쪽은 무너졌고, 커뮤니티를 먼저 가진 쪽만 살아남았다. 3부는 그래서 시설이 아니라 사람을 모으는 일에 대한 다섯 편이다. 커뮤니티가 시설보다 먼저여야 하는 구조적 이유(10편)부터, 내 몸을 첫 상품으로 내놓는 공개 실험(11편), 과정이 콘텐츠가 되는 쇼츠 설계(12편), AI로 돌리는 콘텐츠 공장(13편), 캠프보다 먼저 파는 만 원짜리 디지털 상품(14편), 그리고 대기명단이 사업계획서가 되는 구조(15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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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문의 임상 수치는 게재 논문과 제조사·학회 공식 발표 기준이고, 지속률은 미국 처방·보험 데이터 분석이라 국내 실태와 다를 수 있다. 승인·신청 상태는 이 글 작성 시점(2026년 8월) 기준이다.
출처 전체(15건) 펼치기
중단과 반등
- STEP 1 연장 연구, 중단 후 체중 재증가 — 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PMC) · 2022
- GLP-1 3년 지속률 분석 — Prime Therapeutics · 2024
- GLP-1 중단 실태 분석 — Blue Health Intelligence(PDF) · 2024
- 위고비 1년 지속률의 코호트별 개선 — JMCP · 2026
- 위고비 국내 출고량 감소 — 히트뉴스 · 2025
- 비만치료제 중단 후 재증가 학술 보도 — 메디칼업저버
- 비만치료제 비대면 처방 제한 — 보건복지부 · 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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