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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대중교통 밸류체인 · 1편 / 1편

무료 환승은 무료가 아니다

2004년 서울은 요금의 단위를 수단에서 이동으로 바꿨다. 그날 버스와 지하철과 교통카드가 한 몸이 됐다

홍정현·2026.08.21
12분 읽기

《대중교통 밸류체인》 시리즈의 1편이다. 요금은 정치가 정하고 원가는 시장이 정하는 산업에서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아홉 편에 걸쳐 추적한다.

버스를 타고 10분을 가서 지하철로 갈아탄다. 단말기에 카드를 대면 "환승입니다"라는 음성이 나오고 표시 금액은 0원이다. 내릴 때 거리에 따라 몇백 원이 더 붙는 게 전부다.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카드 기준 1,500원, 지하철은 1,550원이다. 두 수단을 각각 결제했다면 3,050원이 나갔을 이동이 1,600원 안팎에서 끝난다.

승객 입장에서 이 차액 1,400원가량은 그냥 사라진 돈처럼 보인다. 그러나 산업 쪽에서 보면 사라진 돈이란 없다. 버스회사와 지하철 운영기관은 어쨌든 승객 한 명을 실어 날랐고, 그 원가는 그대로 발생했다. 누군가는 이 차액을 메우고 있다. 이 시리즈는 그 "누군가"를 추적하는 작업이고, 이번 편은 그 출발점인 제도의 구조를 다룬다.

환승할인의 실체는 요금 단위의 교체다

수도권 환승할인은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가 아니라, 요금을 매기는 단위를 교통수단에서 이동 전체로 바꾼 제도다. 개편 전에는 버스 한 번, 지하철 한 번이 각각 하나의 거래였다. 개편 후에는 집에서 목적지까지의 이동 하나가 하나의 거래다. 몇 번을 갈아타든 요금은 이동한 총거리로 계산된다.

서울시 통합환승할인제도 안내에 따르면 규칙은 이렇다. 기본구간 10km(광역버스 30km) 안에서는 기본요금만 내고, 초과하면 5km마다 100원이 붙는다. 하차 후 30분 이내(밤 21시부터 새벽 7시까지는 60분 이내)에 다른 수단에 올라타면 환승으로 인정되고, 최대 4회까지 이어진다. 같은 노선을 다시 타는 것은 환승으로 치지 않는다.

조건이 하나 더 있다. 교통카드로 결제할 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현금 승객은 통합요금제 바깥에 있다. 이 조건은 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전제다. 이동 전체를 하나의 거래로 만들려면 승객이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려 무엇으로 갈아탔는지를 기록해야 하고, 그 기록 장치가 교통카드이기 때문이다. 요금 단위를 바꾸는 결정이 결제 수단과 데이터 인프라를 강제한 셈이다.

단위가 바뀌면 정산이 문제가 된다. 버스 한 번이 한 거래이던 시절에는 버스회사가 요금함의 돈을 그냥 가지면 됐다. 이동 하나가 한 거래가 되는 순간, 그 이동에 버스회사와 지하철 운영기관이 함께 올라타 있으므로 승객이 낸 돈을 누가 얼마나 가질지 나누는 규칙이 필요해진다. 무료 환승이라는 승객 쪽 경험의 뒷면은, 사업자 쪽의 거대한 정산 기계다.

2004년 7월 1일, 세 개의 제도가 한 날 태어났다

통합요금제는 단독으로 도입된 적이 없다. 2004년 7월 1일 서울시 대중교통 체계 개편에서 시내버스 준공영제, 통합거리비례요금제, 신교통카드 시스템이 한 묶음으로 시행됐다. 위키백과에 정리된 경과에 따르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2002년 8월 시청에 대중교통활성화추진단을 만들고 버스 준공영제, 중앙버스전용차로, 통합환승요금제, 공영차고지 조성을 하나의 개편안으로 추진했다. 도입 당시 요금 구조는 10km까지 기본요금, 이후 5km당 100원이었다.

세 제도가 한 날 태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앞서 본 것처럼 요금 단위를 이동으로 바꾸면 수단별 사업자가 각자 요금을 걷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서울 시내버스의 운송수입금은 개별 회사가 아니라 공동 계정으로 들어가고, 회사들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돈을 배분받는다. 회사의 수입이 자기 노선의 승객 수와 분리되는 순간, 수입이 원가에 못 미치는 회사가 속출할 수 있으므로 시 재정이 부족분을 메우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준공영제다. 그리고 이 모든 계산의 원천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교통카드다.

거꾸로 말하면 이렇다. 무료 환승이라는 승객 경험 하나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는 버스회사의 수입 구조를 해체해 재조립했고, 정산 전문 회사를 세웠고, 시 예산을 상시 투입하는 구조를 받아들였다. 2004년의 개편은 노선 개편이 아니라 산업 구조 개편이었다. 이후 이 틀은 경기도(2007년), 인천(2009년), 코레일 광역전철(2009년 무렵)로 확장되며 수도권 전체의 표준이 됐다.

할인된 돈은 누가 내는가

환승 할인분은 지자체와 운송기관이 나눠 부담한다. 부담 비율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지자체 간 협약의 산물이고, 그래서 협상력에 따라 다르며, 협상이 깨지면 승객의 환승이 실제로 끊긴다.

수도권의 골격은 이렇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자기 지역 승객이 철도로 환승하며 발생시킨 할인 손실에 대해 철도 운영기관(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에 60%를 보전한다. 나머지 40%는 철도기관이 떠안는다. 반면 서울시는 서울 관내 환승 손실에 대해 철도기관에 별도 보전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다. 서울시의 부담은 다른 곳에 있다. 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시내버스의 수입 부족분 전체를 재정으로 메우는 방식이다. 즉 서울에서 환승 할인의 최종 청구서는 버스 쪽 재정지원금 안에 녹아 있다.

이 60%라는 숫자가 얼마나 예민한 협상 카드인지 보여주는 사건이 둘 있다. 2013년 경기도와 인천시가 보전 비율을 60%에서 50%로 내리려 하자 한국철도공사와 당시 서울메트로가 소송으로 맞섰다. 그보다 앞서 2011년 11월부터 2012년 2월까지는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경기 M버스·경기순환버스 사이의 환승 할인이 보조금 분담 협상 결렬로 아예 적용되지 않았다. 경기도가 2004년부터 논의된 통합요금제에 2007년에야 합류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버스회사 손실을 누가 보전할지 합의가 안 됐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무료 환승의 재원은 세 겹이다. 첫째, 승객이 낸 기본요금과 거리 추가금. 둘째, 지자체의 보전금과 재정지원금, 곧 세금. 셋째, 협약에서 보전받지 못한 몫을 떠안는 운송기관의 손실. 승객에게 0원으로 표시되는 그 순간에도 돈은 세 갈래에서 흘러 들어오고 있다.

공짜로 보이는 요금 뒤에는 반드시 청구서가 있다

가격이 0원으로 체감되는 산업은 청구서가 다른 곳으로 간 산업이다. 나는 정비공업사를 운영한다. 사고 수리에서 고객은 보험처리 한마디로 수리비를 거의 의식하지 않지만, 그 돈은 보험료라는 형태로 전체 가입자에게 청구된다. 사고 처리의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추적한 정비업 시리즈에서 다룬 구조다. 대중교통도 같다. 환승은 공짜로 체감되지만 청구서는 세금으로 간다.

청구서가 이동하면 산업의 인센티브도 이동한다. 요금을 승객에게 직접 받는 사업자는 승객을 놓고 경쟁하지만, 보전금과 지원금으로 수입을 받는 사업자는 보전 기준을 놓고 움직인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의 수입은 승객 수가 아니라 표준운송원가라는 기준표에서 나오고, 그 기준표가 어떻게 생겼는지가 이 산업의 손익을 결정한다. 정비업에서 보험 수가표가 공업사의 손익을 결정하는 것과 같은 자리다.

다음 편은 정산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승객이 낸 1,600원이 한국스마트카드의 서버를 지나 버스회사, 지하철 운영기관, 마을버스 회사로 쪼개지는 규칙, 그리고 그 규칙이 만드는 기묘한 결과를 다룬다.

이 시리즈는 격주로 이어진다. 새 글은 뉴스레터로 받아볼 수 있고, 정비·검사 물량이나 제휴 논의는 운산 모빌리티 쪽으로 연락하면 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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