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자금 5억은 운용이 아니라 배치의 문제다
매출 10억, 영업이익 1억, 유동자산 5억인 회사로 1년치 배치를 세후 수익까지 계산한다
법인 여유자금 5억 원을 결제·대기·장기 3구간에 실제로 배치한다. 매출 10억, 영업이익 1억인 회사를 예시로 운영비 2개월치와 세금 유보에서 방어선 금액을 구하고, 2026년 8월 실측 금리로 세전 3.48%와 세후 3.13%를 계산한다. 영업이익이 2억을 넘으면 같은 배치가 실질 마이너스로 뒤집히는 이유까지. 법인 자금에 3구간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와 초과분 판정 순서까지. 《돈의 가격》 시리즈 완결편.
이 글은 《돈의 가격》 시리즈 10편, 완결편이다. 이 시리즈는 투자 자문이 아니라 한 사장이 자기 돈으로 하는 설계의 공개다. 수치는 2026년 8월 실측이고, 판단에는 확신도와 뒤집히는 조건을 달았다. 각자의 답은 각자의 조건에서 다시 계산해야 한다.
처음의 질문은 성립하지 않았다
이 시리즈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재산은 금리보다 2~4%포인트 더 벌어야 한다는데, 회사 통장에 쌓인 돈으로 낮은 위험에 그 수익을 내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는가. 조건을 정직하게 다 적으면 이렇다. 유동자금 규모는 수억 원대. 그중 일부는 1~2년 안에 설비나 시설로 나갈 수 있다. 운용 주체는 개인과 법인이 섞여 있다. 원하는 것은 낮은 위험, 중간 수익, 필요할 때의 인출.
아홉 편을 지나온 지금, 이 질문에 대한 정직한 답은 "그런 포트폴리오는 없다"이다. 낮은 위험과 무위험 +2~4%포인트와 1~2년 유동성이라는 세 조건은 한 상품 안에서 동시에 성립하지 않는다. 6편에서 원리로(초과수익은 반드시 위험의 품삯이다), 7~8편에서 실증으로(그 세 조건을 표방한 상품들이 2020년대에 어떻게 깨졌는지) 확인한 결론이다.
그런데 질문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답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질문을 다시 쓰면 답이 생긴다. "어떤 상품이 세 조건을 다 주는가"를 "세 조건을 자금의 구간마다 하나씩 포기하면 전체적으로 무엇을 얻는가"로 바꾸는 것이다. 결제 구간은 수익을 포기하고, 대기 구간은 유동성을 포기하고, 장기 구간은 낮은 변동성을 포기한다. 그렇게 배열하면 전체 가중평균은 세후 기준 무위험 +1~2%포인트가 되고, 장기 구간만 떼어 보면 +2~4%포인트가 된다. 처음의 목표는 자산 전체의 균일 목표로는 기각되고, 배열의 결과값으로는 달성된다.
이번 편은 그 재작성된 질문의 답안지다. 구간 설계(5편), 수익 목표(6편), 배제 목록(7~8편), 세금 축(9편)을 글쓴이의 실제 조건 위에 조립하고, 마지막에 이 설계가 뒤집히는 조건까지 명시한다. 빌리는 쪽의 설계는 공장 신축 자금 조달을 다룬 《자본의 구조》 9편에서 다뤘으므로, 이번 편은 그 반대편, 굴리는 돈의 설계도다.
이 설계를 무너뜨릴 반론부터 세운다
설계를 시작하기 전에 이 설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강한 반론부터 세운다. 결론을 먼저 정하고 근거를 나중에 모으는 것과, 반론을 먼저 세우고 그것을 견딘 것만 남기는 것은 다른 작업이다. 돈이 걸린 설계는 뒤쪽이어야 한다.
반대 논증은 세 겹이다. 첫째, 세 조건(저위험·중수익·단기 유동성)을 동시에 내건 상품은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드물게 한 번에 터지는 손실을 구조 안에 숨기고 있으며, 홍콩 ELS(손실 4조 6,000억 원), 라임·옵티머스(1조 원대 환매 중단), 독일 헤리티지, 브라질 국채, P2P 부동산 대출까지 2020년대의 실물 기록이 예외 없이 그걸 증명했다. 둘째, 그 실패는 불운이 아니라 판매 구조의 귀결이다. 표기 수익률은 안정적으로 보이게 설계되고, 실제로는 확률은 낮지만 터지면 큰 손실이 수수료와 함께 개인에게 넘어간다. 셋째, 이 사용자에게는 고유의 함정이 하나 더 있다. 1~2년 내 사업 투입 가능성이 있는 돈으로 위험 자산을 들면 돈이 필요한 순간과 자산이 싸진 순간이 겹칠 확률이 구조적으로 높다. 금융이 경기의 진폭을 키우는 이 성질을 경기순응성이라 부른다. 2024년 8월 5일의 코스피 -8.8%는 그 겹침이 며칠 만에 실현되는 속도를 보여줬다.
이 세 겹을 전부 수용한다. 그래서 이 설계는 "+2~4%포인트를 주는 상품 찾기"를 포기하는 데서 출발한다. 수용하고 나면 반대 논증 자체가 설계 원칙으로 뒤집힌다.
| 반대 논증 | 수용 후의 설계 원칙 |
|---|---|
| 세 조건 동시 충족 상품은 없다 | 구간마다 한 조건씩 명시적으로 포기한다 |
| 중수익 표방 상품은 꼬리를 숨긴다 | 손익 구조를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상품은 배제한다 |
| 자금 수요와 폭락이 동행한다 | 1~2년 내 지출 가능액은 전액 원금 확정 자산에 격리한다 |
주목할 것은 세 번째 줄의 강도다. 반대 논증의 반증 조건, 즉 "그 자금이 완전히 분리된 확정 조달 경로를 가지면 이 위험은 무력화된다"는 조건이 지금은 충족되지 않는다. 투입 시점과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설계의 기본형은 대기 구간을 넉넉하게, 전체의 절반 안팎까지 잡는다.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그 불확실성 자체가 가장 큰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설비나 부지의 계약 일정이 확정되는 날, 이 비중은 다시 계산된다. 그것이 5편에서 세운 규율, 구간 재조정은 시장이 아니라 사업 달력을 따른다는 원칙의 적용이다.
설계도는 구간, 주체, 상품의 세 겹이다
설계도 전체를 한 장으로 그리면 이렇다.
구간별로 풀어 쓴다. 수치는 전부 2026년 8월 말 실측 기준이다.
1구간 결제, 전체의 10~20%
급여, 부품 대금, 세금 납부 등 6개월 내 지출과 예비비.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와 수시형 발행어음으로 연 3% 언저리를 받으면서 익일 인출을 유지한다. 이 구간의 성과 지표는 수익률이 아니라 "어느 날 아침에도 액면 그대로"다.
2구간 대기, 전체의 40~60%
1~2년 내 지출 가능액 전액과 2년 내 지출 가능성이 있는 돈. 이 구간이 이 설계의 무게중심이고, 상품은 세 가지로 채운다. 만기를 투입 예상 시점에 맞춘 정기예금(저축은행 평균 3.80%, 기관당 예금자보호 한도 1억 원에 맞춰 분산. 2025년 9월 1일 상향분 반영), 초대형 증권사 4곳의 약정형 발행어음(3.80~3.85%, 예금자보호는 없으나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발행사로 제한), 그리고 만기 2년 안쪽의 국고채·통화안정증권 직접 보유다. 채권은 매매차익 비과세가 실물 직접 보유에만 적용되므로 그 형태로 사되, 저쿠폰 종목을 고르면 이 구간에서도 세후 수익률이 올라간다. 기대수익은 세전 3.5~4.0%. 무위험 위에 얹는 것이 거의 없는 대신, 2절의 격리 원칙이 이 구간에서 실현된다.
3구간 장기, 전체의 25~40%
최악의 침체에 사업이 2년을 버텨도 건드리지 않을 돈만. 여기서만 +2~4%포인트를 추구하며, 내용물은 세 덩이다. 첫째 덩이는 만기 보유 전제의 채권으로, 개인 명의의 저쿠폰 장기 국고채(매매차익 비과세)와 우량 회사채·카드계 여전채(AA- 3년 4.3~4.5%)다. 회사채는 A급도 깨진다는 실증에 따라 부동산·건설 노출이 큰 발행사를 피하고 종목당 비중을 제한한다. 둘째 덩이는 해외 상장 글로벌 주식 ETF다. 다섯 가지 위험 프리미엄 중 가장 검증이 긴 주식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자리이고, 해외 상장으로 사서 양도차익을 22% 분리과세로 종결한다. 셋째 덩이는 금 5~10%로, 수익원이 아니라 앞의 두 덩이가 같이 빠지는 국면의 완충재다.
주체 배분은 소득의 형태를 따른다
저쿠폰 채권과 해외 ETF처럼 매매차익형은 개인 명의로(비과세·분리과세 통로), 법인 여유자금은 인출 계획이 없는 한도에서 법인 명의의 이자형 자산으로(법인세 10~20%). 법인 돈을 개인 투자로 돌리지 않고, 꺼낼 계획이 있는 돈을 법인에 넣지 않는다.
가중평균 검산
이 배열의 기대값을 가중평균으로 검산한다. 1구간 15%가 3.0%, 2구간 50%가 3.8%, 3구간 35%가 6.5%(채권 4.4%와 주식 7~8%의 혼합 추정)를 낸다고 하면, 전체는 0.15×3.0 + 0.50×3.8 + 0.35×6.5 = 4.6%다. 무위험 3.0% 대비 +1.6%포인트. 지출 계획이 확정되어 2구간이 30%로 줄고 3구간이 55%로 늘면 같은 계산이 5.4%, +2.4%포인트가 된다. 계산식이 보여주는 것은 두 가지다. 지금 국면의 정직한 기대값은 +2%포인트 언저리라는 것, 그리고 수익률을 올리는 지렛대는 상품 교체가 아니라 사업 일정의 확정이라는 것.
매출 10억 회사의 5억을 실제로 배치하면
비율만으로는 실행이 안 되므로 숫자를 넣어 본다. 전제는 아래와 같고, 자기 회사 숫자로 바꿔 다시 계산하면 된다.
| 항목 | 값 | 이 값이 결정하는 것 |
|---|---|---|
| 연 매출 | 10억 원 | 운영비의 크기 |
| 연 영업이익 | 1억 원 | 매년 새로 들어오는 현금, 그리고 세율 구간 |
| 유동자산 | 5억 원 | 배치할 대상 |
| 매출 변동성 | 낮음 | 방어선의 두께 |
| 운용 기간 | 1년 | 만기 상한 |
운영비부터 구한다. 매출 10억에서 영업이익 1억을 빼면 연 9억, 월 7,500만 원이 나간다. 이 숫자가 모든 계산의 출발점이다.
1구간 결제, 2억 1,000만 원
두 덩이로 잡는다. 운영비 2개월치가 1억 5,000만 원이다. 매출 변동성이 낮은 회사이므로 3개월치까지 쌓을 이유가 없다. 여기에 세금 유보분을 더한다. 과세표준 1억 원 기준 법인세가 9% 구간에서 900만 원, 지방소득세 90만 원을 더해 약 1,000만 원이다. 부가가치세는 매입 비중에 따라 갈리는데 매입세액 공제 후 연 5,000만 원 안팎으로 잡으면 세금 유보가 약 6,000만 원이다.
합치면 2억 1,000만 원이다. 이 구간의 상품은 셋뿐이다.
| 상품 | 배치 | 메모 |
|---|---|---|
| 주거래 은행 법인 수시입출금 | 1억 3,000만 원 | 잔액 구간별 우대금리를 협상한다. 평잔이 남아 여신 조건에도 기여한다 |
|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 | 5,000만 원 |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고 익일 인출된다 |
| 발행어음 수시형 | 3,000만 원 | 예금자보호가 없는 대신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발행사로 제한된다 |
세 곳으로 나누는 이유는 수익률이 아니라 인출 경로를 복수로 두기 위해서다. 한 기관의 전산 장애가 급여일과 겹치는 경우를 막는다.
2구간 대기, 1억 5,000만 원
1년 안에 쓸 가능성이 있는 돈이다. 설비 교체와 수리에 매출의 5% 수준인 5,000만 원, 매출이 흔들릴 경우의 추가 방어에 운영비 1개월치 7,500만 원, 싸게 나온 물건을 잡을 여지로 3,000만 원을 잡으면 1억 5,500만 원이 나온다. 1억 5,000만 원으로 맞춘다.
만기를 계단으로 쌓는다. 3개월, 6개월, 9개월, 12개월에 3,750만 원씩 걸어 두면 분기마다 만기가 하나씩 돌아온다. 쓸 일이 생기면 그 만기를 쓰고, 없으면 다시 12개월로 굴린다. 중도해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 구간의 요령이다. 상품은 저축은행 정기예금(3.80%)과 발행어음 약정형(3.80~3.85%)이고, 기관당 1억 원 예금자보호 한도 안에서 나눈다.
3구간, 이 회사에는 아직 없다
남은 1억 4,000만 원을 5년 이상 안 건드릴 돈으로 확정할 수 있는가. 여기서 답이 갈린다.
법인 자금에는 개인에게 열려 있는 통로가 없다. 채권 매매차익 비과세도, 해외 상장 상품의 22% 분리과세도 개인 명의에만 적용된다. 법인은 무엇을 벌든 전부 법인 소득에 합쳐진다. 게다가 법인 돈으로 원금 손실이 나면 대표의 선관주의가 나중에 설명해야 할 사안으로 남는다. 즉 법인 유동자산에서 3구간은 성립하기 어렵다. 위험을 지는 자리는 개인 명의로 옮긴 뒤에 생긴다.
그래서 이 1억 4,000만 원도 원금 확정으로 둔다. 1년 발행어음 약정형이다.
합쳐서 얼마인가
| 구간 | 금액 | 세전 수익률 | 연 수익 |
|---|---|---|---|
| 1구간 결제 | 2억 1,000만 원 | 3.00% | 630만 원 |
| 2구간 대기 | 1억 5,000만 원 | 3.80% | 570만 원 |
| 3구간 대기 연장 | 1억 4,000만 원 | 3.85% | 539만 원 |
| 합계 | 5억 원 | 3.48% | 1,739만 원 |
여기서 법인세를 뺀다. 영업이익 1억 원에 이자 1,739만 원을 더해도 과세표준이 1억 2,000만 원 안쪽이라 9% 구간을 벗어나지 않는다. 지방소득세를 더한 실효세율 9.9%를 적용하면 세금이 172만 원, 세후로 남는 것은 1,567만 원이다. 세후 수익률 3.13%.
물가를 뺀다. 2026년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8%를 적용하면 실질 수익은 0.33%포인트다. 5억 원을 1년 굴려 구매력이 165만 원 늘었다. 크지 않지만 마이너스는 아니다.
이익이 2억을 넘는 순간 같은 계산이 뒤집힌다
여기서 이 회사의 조건 하나를 바꿔 본다. 영업이익이 1억이 아니라 2억이면 어떻게 되는가. 자금도 5억으로 같고 상품도 똑같이 배치한다고 하자.
| 영업이익 1억 | 영업이익 2억 | |
|---|---|---|
| 세전 이자 | 1,739만 원 | 1,739만 원 |
| 이자에 붙는 세율 | 9.9% | 20.9% |
| 세후 이자 | 1,567만 원 | 1,376만 원 |
| 세후 수익률 | 3.13% | 2.75% |
| 물가 2.8% 뺀 실질 | +0.33%p | -0.05%p |
법인세는 과세표준 2억 원을 경계로 9%에서 19%로 올라간다. 영업이익이 이미 2억을 채운 회사는 그 위에 얹히는 이자소득이 전부 19% 구간에서 과세되므로, 같은 5억을 같은 상품에 넣고도 세후 결과가 마이너스로 내려간다.
상품은 하나도 안 바꿨는데 결과가 뒤집혔다. 여기서 얻을 것은 두 가지다. 하나, 남의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베끼면 안 되는 이유가 위험 성향이 아니라 세율 구간에 있다. 둘, 이익이 커질수록 돈을 법인에 쌓아 두는 값이 비싸진다. 그 회사에서는 배당 시점 설계가 상품 선택보다 먼저 온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계산이 알려주는 것은 상품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 이 구간의 상품을 아무리 최적화해도 세후 3% 언저리를 못 넘는다. 답은 다른 데 있다.
첫째, 방어선의 수익률은 목표가 아니다. 1구간과 2구간의 3억 6,000만 원은 수익을 내라고 둔 돈이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회사를 굴러가게 하라고 둔 돈이다. 보험료를 내는 자리에서 수익률을 따지는 것은 계산 착오다. 이 구간에서 할 일은 딱 하나,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5억 원을 이자 없는 계좌에 두는 것과 위 배치의 차이가 연 1,567만 원이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둘째, 방어선을 넘는 돈은 운용 대상이 아니라 배치 대상이다. 3구간으로 넣은 1억 4,000만 원은 사실 갈 곳을 못 정한 돈이다. 이 돈에는 질문 세 개를 순서대로 던져야 한다.
| 순서 | 질문 | 그렇다면 |
|---|---|---|
| 1 | 사업에 다시 넣을 자리가 있는가 | 재투자. 영업이익률 10%인 회사에서 설비 5,000만 원이 매출을 그만큼 늘리면 연 500만 원이다. 같은 돈 예금은 세후 157만 원이다 |
| 2 | 없다면, 개인으로 옮길 때가 됐는가 | 배당 설계. 개인 명의에서만 열리는 통로가 있고, 꺼내는 값은 시점을 나눠 낮춘다 |
| 3 | 둘 다 아닌가 | 법인에 두되 기대를 낮춘다. 실질 0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신 원금을 지킨다 |
1번의 배수가 이 표의 핵심이다. 같은 5,000만 원이 사업 안에서는 500만 원을 벌고 예금에서는 157만 원을 번다. 세 배가 넘는다. 다만 이 비교에는 단서가 붙는다. 영업이익률 10%는 지금까지 굴린 자산 전체의 평균이지 새로 넣는 돈의 수익률이 아니다. 설비를 하나 더 놓았을 때 실제로 매출이 그만큼 느는지는 회사마다 다르고, 늘지 않으면 재투자가 예금보다 나쁘다.
그래서 정확한 문장은 이렇게 된다. 자금 운용의 첫 질문은 어떤 상품이냐가 아니라 이 돈이 왜 여기 있느냐다. 사업에 넣을 자리가 있는데 예금에 묶어 두고 있다면 그것은 운용이 아니라 대기이고, 넣을 자리가 없어서 예금에 두고 있다면 그것은 정직한 판단이다. 둘은 통장 잔고로는 구별되지 않는다. 구별하는 것은 사장이 그 질문을 한 번이라도 던졌는가뿐이다.
1년 달력
계산을 실행으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 시기 | 할 일 |
|---|---|
| 지금 | 운영비 2개월치와 세금 유보를 계산해 방어선 금액을 확정한다 |
| 1개월 안 | 주거래 은행에 법인 수시입출금 잔액 구간별 우대금리를 요청한다. 서면으로 받는다 |
| 3개월 안 | 2구간 만기 사다리를 건다. 3·6·9·12개월로 나눈다 |
| 6개월 | 초과분의 재투자 자리를 검토한다. 없으면 다음 항목으로 |
| 결산 전 | 과세표준이 2억에 가까워졌는지 확인하고, 배당 시점과 규모를 설계한다 |
| 분기마다 | 만기 하나가 돌아올 때 금리를 다시 확인하고 방어선 금액을 재계산한다 |
시장 뉴스는 이 달력 어디에도 없다. 금리는 사장이 예측할 대상이 아니라 배치를 정하는 조건이다.
안 하는 것의 목록이 설계의 절반이다
포트폴리오 설계에서 편입 목록만큼 중요한 것이 배제 목록이다. 편입은 바꿀 수 있지만 배제는 원칙이라, 제안서가 올 때마다 다시 고민하지 않게 해 준다. 이 설계의 배제 목록과 근거는 다음과 같다. 근거의 상세는 각 편에 있다.
| 배제 대상 | 근거 | 상세 |
|---|---|---|
| 엔캐리성 포지션 전부 (엔화예금 포함) | 이름과 실체가 반대. 엔화예금은 캐리가 아니라 금리차를 지불하는 환율 베팅이고, 진짜 캐리(레버리지 엔 숏)는 저위험과 양립 불가 | 8편 |
| ELS·DLS 등 구조화 상품 | 손익이 위로 막히고 아래로 열린 보험 인수 구조. 쿠폰은 보험료 | 7편 |
| 사모사채·비상장 확정금리 상품 | "확정"이 사실이면 개인에게 올 이유가 없음. 옵티머스형 구조의 표적군이 정확히 이 자산 규모대 | 7편 |
| P2P·조각투자 | 담보 순위와 플랫폼 존속 위험이 수익률 밑에 깔림. 카사·펀블 실증 | 7편 |
| 커버드콜을 수익 상품으로 | 분배율은 총수익이 아님. 인컴·변동성 완화 도구로 소량이면 별개 | 7편 |
| 금리 인상 국면의 장기채 방향성 매수 | 시장이 추가 인상을 가격에 넣은 국면의 장기 듀레이션은 저위험이 아님. TLT -40% 실증 | 2편 |
| 1~2년 내 지출 가능액의 위험자산 편입 | 경기순응성. 필요한 순간과 싸진 순간이 겹침 | 5편 |
| 채권형 ETF로 하는 절세 | 매매차익 비과세는 실물 직접 보유만. ETF는 과세 | 9편 |
목록을 관통하는 판별 기준은 세 개뿐이다. 손익 구조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가. 표기된 숫자가 총수익인가. 최악의 날에 팔 수 있는가. 셋 중 하나라도 답이 흐린 상품은, 기대수익이 얼마로 표기되어 있든 이 설계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 가지는 배제가 아니라 보류로 적어 둔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와 시니어론 상품은 초과수익의 실체가 있는 자산이지만, 환율 변수와 환헤지 비용(연 1%포인트 안팎)을 얹으면 국내 크레딧 대비 순초과수익이 애매해진다. 원화 크레딧으로 충분한 규모에서는 우선순위가 낮고, 자산이 더 커져 통화 분산 자체가 목적이 되는 단계에서 다시 계산할 항목이다.
이 설계가 뒤집히는 조건까지 적어야 설계다
설계도는 그리는 날이 아니라 운영되는 동안 값을 한다. 운영 규칙은 달력에 묶는다. 분기마다 한 번, 2구간 상품의 만기와 사업 일정의 어긋남을 점검하고 발행어음·예금 금리를 재확인한다. 결산이 확정되는 달에는 9편의 세금 축을 재계산하고 4편의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다. 그리고 큰 지출의 계약이 확정되는 날, 이 설계 전체를 다시 그린다. 시장 뉴스는 이 달력의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1편부터 반복해 온 원칙이다. 금리는 사장의 결정 변수이지, 사장이 예측할 대상이 아니다.
판단에는 확신도를 달아 둔다. 구간 분리와 배제 목록, 세후 축의 방향은 확신도가 높다. 원리와 실증이 겹치는 결론들이다. 구체 수치들, 그러니까 발행어음 금리, 실효세율 계산, 가중평균 기대값은 확신도 중간이다. 국면과 가정에 묶인 숫자들이라 반년만 지나도 재계산 대상이다.
뒤집히는 조건도 명시한다. 세 가지다. 첫째, 채권 매매차익 과세가 재입법되면 9편의 개인 절세 축이 무너지고 개인·법인 배분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 제도는 2020년 입법과 2024년 폐지를 오간 이력이 있다. 둘째, 금리 국면이 인하로 전환되면 배제 목록의 장기채 항목이 편입 후보로 돌아오고, 2구간 만기 전략도 길어진다. 신호는 전망 기사가 아니라 국채 금리 배열의 역전이다. 셋째, 그 지출이 대출로 전액 조달되는 것으로 확정되면 2구간의 격리 의무가 풀리고, 이 설계는 훨씬 공격적인 배열로 다시 그려진다.
시리즈를 닫으며 한 문단만 보탠다. 열 편을 관통한 것은 상품 정보가 아니라 순서였다. 금리라는 근본 원리를 먼저 잡고(1~2편), 빚과 여유를 같은 원리의 양면으로 놓고(3~5편), 수익의 원천을 위험의 이름으로 바꿔 부르고(6~8편), 세금과 주체까지 계산에 넣은 다음(9편), 마지막에 상품을 고른다(10편). 순서를 지키면 화려한 상품이 필요 없어지고, 순서를 건너뛰면 화려한 상품의 표적이 된다. 근본을 잡으면 국면이 바뀌어도 다시 계산할 수 있다. 이 시리즈가 남기려는 것은 그 계산 순서다.
이 시리즈의 반대편, 사업이 자본을 조달해 커지는 구조는 《자본의 구조》 시리즈에서 다뤘다.
참고 자료
- 한국은행 기준금리 3.00% (2026-08-27) https://www.bok.or.kr/portal/singl/baseRate/list.do?dataSeCd=01&menuNo=200643
- 국고채·회사채 금리 (2026-08-28) https://www.investing.com/rates-bonds/south-korea-3-year-bond-yield-historical-data / https://kred.dev/ko/series/KRCORPAA
- 발행어음 1년물 3.80~3.85% https://www.consumer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0351
-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3.80% (2026-08-05) https://www.e-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2680
- 홍콩 ELS 손실 4조 6,000억 원 — 한국경제
- 경기순응성 개념 https://dic.hankyung.com/economy/view/?seq=9706
- 채권 매매차익 비과세 구조 https://www.kcie.or.kr/mobile/guide/23/30/web_view?series_idx=&content_idx=1248
- 국내·해외 상장 ETF 과세 비교 https://kbthink.com/etf/etf-ta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