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다리사장으로 가는 다리
재무·자본
재무·자본 · 돈의 가격 · 10편 / 10편

신공장 앞에서 사장의 재무를 설계한다

무위험 +2~4%p를 로우리스크로 달라는 주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성립하는 것은 구간과 주체의 배열이다

홍정현·2026.08.29
16분 읽기

이 글은 《돈의 가격》 시리즈 10편, 완결편이다. 이 시리즈는 투자 자문이 아니라 한 사장이 자기 돈으로 하는 설계의 공개다. 수치는 2026년 8월 실측이고, 판단에는 확신도와 뒤집히는 조건을 달았다. 각자의 답은 각자의 조건에서 다시 계산해야 한다.

처음의 질문은 성립하지 않았다

이 시리즈는 글쓴이의 실제 질문에서 시작됐다. 재산은 금리보다 2~4%포인트 더 벌어야 한다는데, 공장 이전을 앞둔 상황에서 낮은 위험으로 그 수익을 내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는가. 조건을 정직하게 다 적으면 이렇다. 유동자금 규모는 수억에서 십수억 원대. 그중 일부는 1~2년 안에 신공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운용 주체는 개인과 법인이 섞여 있고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원하는 것은 낮은 위험, 중간 수익, 필요할 때의 인출.

아홉 편을 지나온 지금, 이 질문에 대한 정직한 답은 "그런 포트폴리오는 없다"이다. 낮은 위험과 무위험 +2~4%포인트와 1~2년 유동성이라는 세 조건은 한 상품 안에서 동시에 성립하지 않는다. 6편에서 원리로(초과수익은 반드시 위험의 품삯이다), 7~8편에서 실증으로(그 세 조건을 표방한 상품들이 2020년대에 어떻게 깨졌는지) 확인한 결론이다.

그런데 질문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답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질문을 다시 쓰면 답이 생긴다. "어떤 상품이 세 조건을 다 주는가"를 "세 조건을 자금의 구간마다 하나씩 포기하면 전체적으로 무엇을 얻는가"로 바꾸는 것이다. 결제 구간은 수익을 포기하고, 대기 구간은 유동성을 포기하고, 장기 구간은 낮은 변동성을 포기한다. 그렇게 배열하면 전체 가중평균은 세후 기준 무위험 +1~2%포인트가 되고, 장기 구간만 떼어 보면 +2~4%포인트가 된다. 처음의 목표는 자산 전체의 균일 목표로는 기각되고, 배열의 결과값으로는 달성된다.

이번 편은 그 재작성된 질문의 답안지다. 구간 설계(5편), 수익 목표(6편), 배제 목록(7~8편), 세금 축(9편)을 글쓴이의 실제 조건 위에 조립하고, 마지막에 이 설계가 뒤집히는 조건까지 명시한다. 신공장 대출 쪽 설계는 별도 시리즈 《자본의 구조》에서 다뤘으므로, 이번 편은 그 반대편, 굴리는 돈의 설계도다.

반대편의 논증을 먼저 통과시킨다

설계로 들어가기 전에, 이 설계를 반대하는 가장 강한 논증을 정면으로 통과시켜 둔다. 결론을 정한 뒤 근거를 모으는 것과 반론을 이기고 남은 결론만 쓰는 것은 다른 작업이고, 돈이 걸린 설계는 후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 논증은 세 겹이다. 첫째, 세 조건(저위험·중수익·단기 유동성)을 동시에 표방한 상품은 구조적으로 꼬리 위험을 숨기고 있으며, 홍콩 ELS(손실 4조 6,000억 원), 라임·옵티머스(1조 원대 환매 중단), 독일 헤리티지, 브라질 국채, P2P 부동산 대출까지 2020년대의 실물 기록이 예외 없이 그걸 증명했다. 둘째, 그 실패는 불운이 아니라 판매 구조의 귀결이다. 표기 수익률은 안정적으로 보이게 설계되고, 실제로는 저확률·고손실 위험이 수수료와 함께 개인에게 이전된다. 셋째, 이 사용자에게는 고유의 함정이 하나 더 있다. 1~2년 내 사업 투입 가능성이 있는 돈으로 위험 자산을 들면, 경기순응성 때문에 돈이 필요한 순간과 자산이 싸진 순간이 겹칠 확률이 구조적으로 높다. 2024년 8월 5일의 코스피 -8.8%는 그 겹침이 며칠 만에 실현되는 속도를 보여줬다.

이 세 겹을 전부 수용한다. 그래서 이 설계는 "+2~4%포인트를 주는 상품 찾기"를 포기하는 데서 출발한다. 수용하고 나면 반대 논증 자체가 설계 원칙으로 뒤집힌다.

반대 논증수용 후의 설계 원칙
세 조건 동시 충족 상품은 없다구간마다 한 조건씩 명시적으로 포기한다
중수익 표방 상품은 꼬리를 숨긴다손익 구조를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상품은 배제한다
자금 수요와 폭락이 동행한다신공장 투입 가능액은 전액 원금 확정 자산에 격리한다

주목할 것은 세 번째 줄의 강도다. 반대 논증의 반증 조건, 즉 "신공장 자금이 완전히 분리된 확정 조달 경로를 가지면 이 위험은 무력화된다"는 조건이 지금은 충족되지 않는다. 투입 시점과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설계의 기본형은 대기 구간을 넉넉하게, 전체의 절반 안팎까지 잡는다.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그 불확실성 자체가 가장 큰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신공장의 계약 일정이 확정되는 날, 이 비중은 다시 계산된다. 그것이 5편에서 세운 규율, 구간 재조정은 시장이 아니라 사업 달력을 따른다는 원칙의 적용이다.

설계도는 구간, 주체, 상품의 세 겹이다

설계도 전체를 한 장으로 그리면 이렇다.

결제·대기·장기 3구간에 개인·법인 주체와 상품을 배열한 최종 설계도

구간별로 풀어 쓴다. 수치는 전부 2026년 8월 말 실측 기준이다.

1구간, 결제(전체의 10~20%). 급여, 부품 대금, 세금 납부 등 6개월 내 지출과 예비비.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와 수시형 발행어음으로 연 3% 언저리를 받으면서 익일 인출을 유지한다. 이 구간의 성과 지표는 수익률이 아니라 "어느 날 아침에도 액면 그대로"다.

2구간, 대기(전체의 40~60%). 신공장 투입 가능액 전액과 2년 내 지출 가능성이 있는 돈. 이 구간이 이 설계의 무게중심이고, 상품은 세 가지로 채운다. 만기를 투입 예상 시점에 맞춘 정기예금(저축은행 평균 3.80%, 기관당 예금자보호 한도 5,000만 원에 맞춰 분산), 초대형 증권사 4곳의 약정형 발행어음(3.80~3.85%, 예금자보호는 없으나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발행사로 제한), 그리고 만기 2년 안쪽의 국고채·통화안정증권 직접 보유다. 채권은 9편의 결론대로 실물 직접 보유로 사되, 저쿠폰 종목을 고르면 이 구간에서도 세후 수익률이 올라간다. 기대수익은 세전 3.5~4.0%. 무위험 위에 얹는 것이 거의 없는 대신, 2절의 격리 원칙이 이 구간에서 실현된다.

3구간, 장기(전체의 25~40%). 최악의 침체에 사업이 2년을 버텨도 건드리지 않을 돈만. 여기서만 +2~4%포인트를 추구하며, 내용물은 세 덩이다. 첫째 덩이는 만기 보유 전제의 채권으로, 개인 명의의 저쿠폰 장기 국고채(매매차익 비과세)와 우량 회사채·카드계 여전채(AA- 3년 4.3~4.5%)다. 회사채는 7편의 실증(A급도 깨진다)에 따라 부동산·건설 노출이 큰 발행사를 피하고 종목당 비중을 제한한다. 둘째 덩이는 해외 상장 글로벌 주식 ETF다. 6편의 다섯 프리미엄 중 가장 검증이 긴 주식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자리이고, 9편의 결론대로 해외 상장으로 사서 양도차익을 22%에서 종결한다. 셋째 덩이는 금 5~10%로, 수익원이 아니라 앞의 두 덩이가 같이 빠지는 국면의 완충재다.

주체 배분은 소득의 형태를 따른다. 저쿠폰 채권과 해외 ETF처럼 매매차익형은 개인 명의로(비과세·분리과세 통로), 법인 여유자금은 인출 계획이 없는 한도에서 법인 명의의 이자형 자산으로(법인세 10~20%). 법인 돈을 개인 투자로 돌리지 않고, 꺼낼 계획이 있는 돈을 법인에 넣지 않는다.

이 배열의 기대값을 가중평균으로 검산한다. 1구간 15%가 3.0%, 2구간 50%가 3.8%, 3구간 35%가 6.5%(채권 4.4%와 주식 7~8%의 혼합 추정)를 낸다고 하면, 전체는 0.15×3.0 + 0.50×3.8 + 0.35×6.5 = 4.6%다. 무위험 3.0% 대비 +1.6%포인트. 신공장 투입이 확정되어 2구간이 30%로 줄고 3구간이 55%로 늘면 같은 계산이 5.4%, +2.4%포인트가 된다. 계산식이 보여주는 것은 두 가지다. 지금 국면의 정직한 기대값은 +2%포인트 언저리라는 것, 그리고 수익률을 올리는 지렛대는 상품 교체가 아니라 사업 일정의 확정이라는 것.

안 하는 것의 목록이 설계의 절반이다

포트폴리오 설계에서 편입 목록만큼 중요한 것이 배제 목록이다. 편입은 바꿀 수 있지만 배제는 원칙이라, 제안서가 올 때마다 다시 고민하지 않게 해 준다. 이 설계의 배제 목록과 근거는 다음과 같다. 근거의 상세는 각 편에 있다.

배제 대상근거상세
엔캐리성 포지션 전부 (엔화예금 포함)이름과 실체가 반대. 엔화예금은 캐리가 아니라 금리차를 지불하는 환율 베팅이고, 진짜 캐리(레버리지 엔 숏)는 저위험과 양립 불가8편
ELS·DLS 등 구조화 상품손익이 위로 막히고 아래로 열린 보험 인수 구조. 쿠폰은 보험료7편
사모사채·비상장 확정금리 상품"확정"이 사실이면 개인에게 올 이유가 없음. 옵티머스형 구조의 표적군이 정확히 이 자산 규모대7편
P2P·조각투자담보 순위와 플랫폼 존속 위험이 수익률 밑에 깔림. 카사·펀블 실증7편
커버드콜을 수익 상품으로분배율은 총수익이 아님. 인컴·변동성 완화 도구로 소량이면 별개7편
금리 인상 국면의 장기채 방향성 매수시장이 추가 인상을 가격에 넣은 국면의 장기 듀레이션은 저위험이 아님. TLT -40% 실증2편
신공장 투입 가능액의 위험자산 편입경기순응성. 필요한 순간과 싸진 순간이 겹침5편
채권형 ETF로 하는 절세매매차익 비과세는 실물 직접 보유만. ETF는 과세9편

목록을 관통하는 판별 기준은 세 개뿐이다. 손익 구조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가. 표기된 숫자가 총수익인가. 최악의 날에 팔 수 있는가. 셋 중 하나라도 답이 흐린 상품은, 기대수익이 얼마로 표기되어 있든 이 설계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 가지는 배제가 아니라 보류로 적어 둔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와 시니어론 상품은 초과수익의 실체가 있는 자산이지만, 환율 변수와 환헤지 비용(연 1%포인트 안팎)을 얹으면 국내 크레딧 대비 순초과수익이 애매해진다. 원화 크레딧으로 충분한 규모에서는 우선순위가 낮고, 자산이 더 커져 통화 분산 자체가 목적이 되는 단계에서 다시 계산할 항목이다.

이 설계가 뒤집히는 조건까지 적어야 설계다

설계도는 그리는 날이 아니라 운영되는 동안 값을 한다. 운영 규칙은 달력에 묶는다. 분기마다 한 번, 2구간 상품의 만기와 사업 일정의 어긋남을 점검하고 발행어음·예금 금리를 재확인한다. 결산이 확정되는 달에는 9편의 세금 축을 재계산하고 4편의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다. 그리고 신공장 계약이 확정되는 날, 이 설계 전체를 다시 그린다. 시장 뉴스는 이 달력의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1편부터 반복해 온 원칙이다. 금리는 사장의 결정 변수이지, 사장이 예측할 대상이 아니다.

판단에는 확신도를 달아 둔다. 구간 분리와 배제 목록, 세후 축의 방향은 확신도가 높다. 원리와 실증이 겹치는 결론들이다. 구체 수치들, 그러니까 발행어음 금리, 실효세율 계산, 가중평균 기대값은 확신도 중간이다. 국면과 가정에 묶인 숫자들이라 반년만 지나도 재계산 대상이다.

뒤집히는 조건도 명시한다. 세 가지다. 첫째, 채권 매매차익 과세가 재입법되면 9편의 개인 절세 축이 무너지고 개인·법인 배분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 제도는 2020년 입법과 2024년 폐지를 오간 이력이 있다. 둘째, 금리 국면이 인하로 전환되면 배제 목록의 장기채 항목이 편입 후보로 돌아오고, 2구간 만기 전략도 길어진다. 신호는 전망 기사가 아니라 1편에서 본 국채 금리 배열의 역전이다. 셋째, 신공장 자금이 대출로 전액 조달되는 것으로 확정되면 2구간의 격리 의무가 풀리고, 이 설계는 훨씬 공격적인 배열로 다시 그려진다.

시리즈를 닫으며 한 문단만 보탠다. 열 편을 관통한 것은 상품 정보가 아니라 순서였다. 금리라는 근본 원리를 먼저 잡고(1~2편), 빚과 여유를 같은 원리의 양면으로 놓고(3~5편), 수익의 원천을 위험의 이름으로 바꿔 부르고(6~8편), 세금과 주체까지 계산에 넣은 다음(9편), 마지막에 상품을 고른다(10편). 순서를 지키면 화려한 상품이 필요 없어지고, 순서를 건너뛰면 화려한 상품의 표적이 된다. 근본을 잡으면 국면이 바뀌어도 다시 계산할 수 있다. 이 시리즈가 남기려는 것은 그 계산 순서다.

이 시리즈의 대출 반대편, 사업이 자본을 조달해 커지는 구조는 《자본의 구조》 시리즈에서 다뤘다.


참고 자료

이어 읽기

사장다리는 로그인 회원에게 글 전체를 공개합니다.
카카오로 1초 로그인하고 이어 읽어 보세요.

카카오로 1초 로그인

가입 절차 없이 카카오 인증으로 바로 시작됩니다.

같은 축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