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전쟁 — 대면 설계사 vs 다이렉트, 공업사가 체감하는 차이
가입 경로가 바뀌면 공업사 카운터 풍경도 바뀐다
이 글은 《사고 처리 밸류체인》 시리즈 8편이다. 6~7편에서 대형 4사와 중견·중소 회사를 봤다면, 이 편은 한 층 옆으로 움직여 채널을 본다. 같은 회사라도 어떤 경로로 가입했느냐에 따라 현장에서의 풍경이 달라진다.
카운터에 앉은 두 사람
같은 공업사 카운터에, 같은 주 안에 이런 두 장면이 나란히 온다.
한 차주는 범퍼를 긁었다고 전화로 먼저 접수 상담을 받고 왔다. 앉자마자 아는 설계사 이름부터 꺼낸다. "○○보험 △△설계사님이 일단 입고 시켜두라고 하셨어요." 그 설계사가 사장과도 구면이라는 사실이 대화 중간에 드러난다. 말씨가 전반적으로 느긋하고, 수리 기간이나 비용을 먼저 캐묻지는 않는다. 세부 사항은 "설계사님이 알아서 봐주신다"는 말로 가볍게 넘어간다.
다른 차주는 앱에서 접수를 완료하고 왔다. 사고접수번호를 휴대폰 화면에 띄워 보여준다. 견적서와 수리 진행 상황을 스마트폰으로 직접 확인할 계획이다. 수리 기간·대차 일수·자기부담금을 하나씩 짚어 묻고, 답변 중 수치가 나오면 바로 메모 앱에 옮겨 적는다. 앱 알림을 받아본 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보험사 콜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 것이다.
두 차주는 같은 보험사의 같은 대물 상품에 가입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업사에 들어오는 풍경은 다르다. 한 쪽은 대면 설계사 채널을 통해 왔고, 다른 쪽은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왔다. 같은 보험사 같은 상품이라도, 공업사가 협의하고 응대하는 결이 다르다.
두 채널의 구조와 비중 변화
자동차보험의 판매 채널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대면(설계사·대리점)과 다이렉트(TM·CM).
| 대분류 | 세부 채널 | 가입 경로 | 보험료 | 특징 |
|---|---|---|---|---|
| 대면 | 전속 설계사 | 오프라인 상담 | 높음 | 한 회사 상품만 취급. 보험사·설계사·가입자 관계 지속성 큼 |
| 대리점(GA) | 오프라인 상담 | 높음 | 여러 보험사 상품 비교·취급. 가입 후 관리는 상대적으로 느슨 | |
| 다이렉트 | TM(텔레마케팅) | 콜센터 통화 | 낮음 | 상담원이 전화로 판매. 중장년 비중 상대적으로 큼 |
| CM(사이버마케팅) | 웹·앱 자가 가입 | 가장 낮음 | 가입자가 비교·결정 완결. 2030 중심 |
대면 채널. 크게 전속 설계사와 대리점(GA·법인대리점) 두 축으로 나뉜다. 공통점은 가입 과정에서 사람이 개입한다는 점이다. 설계사가 상품을 비교·설명하고, 가입자의 차종·운전 경력·특약을 맞춰 상품을 조립한다. 사업비가 더 들어가고, 보험료도 다이렉트 대비 높은 편이다.
대면 채널 안에서도 성격 차이가 있다. 전속 설계사는 한 보험사에 전속되어 그 회사 상품만 판다. 보험사와의 관계가 깊고, 가입자 관리의 연속성이 높다. 공업사 입장에서 전속 설계사 경유 건은 설계사와의 관계가 오래 이어진다. GA(법인대리점)은 여러 보험사 상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독립 채널이다. 가입자에게 다양한 비교 옵션을 주지만, 보험사와 설계사 사이의 전속 관계가 없어 가입 이후 관리가 전속 설계사보다 느슨해질 수 있다. 사고가 나면 설계사가 아니라 가입자가 직접 보험사 콜센터를 찾는 경우가 많다.
다이렉트 채널. TM(Telemarketing, 텔레마케팅)과 CM(Cyber Marketing, 온라인·앱)으로 나뉜다. TM은 콜센터 상담원이 전화로 판매하고, CM은 가입자가 직접 웹·앱에서 가입을 완결한다. 최근에는 CM 비중이 꾸준히 커지는 흐름이다. 사업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보험료 자체가 대면 대비 낮다. 그 절감된 만큼이 가입자에게 할인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TM과 CM은 같은 다이렉트 채널이지만 가입자 프로필이 다르다. TM 가입자는 콜센터 상담원과 대화하며 가입을 결정한다. 온라인 비교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비중이 CM보다 높다. CM 가입자는 여러 사이트를 비교하고 직접 클릭해서 가입을 완결한다. 보험 스펙을 이해하고 가격 최적화에 능동적인 편이다. 공업사 카운터에서 앱 화면을 열어 사고접수번호를 보여주는 가입자는 대부분 CM 경유다. TM 가입자는 콜센터에서 안내받은 번호를 그대로 전화하거나 문자로 받은 접수번호를 갖고 오는 경우가 많다.
대면과 다이렉트의 비중은 최근 10년 사이 빠르게 움직였다. 2015년만 해도 대면이 70%대, CM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그러나 2023년 들어 다이렉트(CM+TM) 비중이 처음으로 대면을 추월했다. 그 뒤로 격차는 해마다 벌어져, 2024년 기준 대면 48% 안팎·CM 35% 안팎·TM 16% 안팎으로 자리를 잡았고, 2025년 상반기에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형 4사 안에서도 상품별로 다이렉트 비중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고, 특히 CM 시장은 삼성·현대·DB·KB 네 곳이 사실상 독점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면 채널 — 설계사 관계라는 자산
대면 채널이 공업사에 주는 가장 분명한 가치는 설계사와의 관계 자체다. 설계사와 가입자의 관계가 길고, 설계사와 공업사의 관계도 길면, 사고가 났을 때 설계사가 "어느 공업사에 입고하면 좋다"고 안내하는 한 마디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공업사 입장에서 이 관계는 자산이다. 몇 년을 쌓으면 일정한 입고 건수가 꾸준히 들어오고, 가입자가 바뀌어도 설계사가 그대로 있으면 관계는 유지된다.
또 하나의 축은 협의 중재 경로다. 견적 조율이 공업사-대물 담당자 사이에서 꼬일 때, 설계사가 대물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 가입자 민원을 대신 전달하거나 유연한 처리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보험사 공식 프로세스가 아니라 관계 기반 비공식 채널이다. 다이렉트 건에는 이 경로 자체가 없다. 공업사 입장에서는 대면 건일 때 "설계사에게 한 번 말씀 넣어 주시겠냐"는 선택지가 있다는 뜻이고, 다이렉트 건은 처음부터 서류·사진·표준 기준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단, 설계사 관계는 양날의 검이다. 설계사 중심 관계가 지나치게 강해지면, 견적 협의 과정에서 설계사가 공업사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게 된다. 특정 부품·특정 공임·특정 대차 조건 등. 그 요구가 선을 넘으면 보험사기 관련 리스크로 연결된다. 이 시리즈 뒷부분(특히 22~27편)에서 이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다룬다.
다이렉트 채널 — 공업사 협의에 가해지는 압력
이 채널 전환이 공업사 카운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이렉트 비중이 늘수록 공업사 견적 협의가 더 엄격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다이렉트 채널은 비교·전환 비용이 낮아서 가입자가 매년 보험료를 다시 고른다. 보험사들이 가격 경쟁에 돌입하면 원수 보험료 자체가 꾸준히 눌린다. 다이렉트 보험료가 대면보다 싼 것은 설계사 수수료·대리점 마진·광고비 같은 사업비가 빠진 자리만큼이고, 그 사업비는 이미 상당 수준까지 눌려 있는 상태다. 추가로 손익을 방어할 지렛대는 손해율 쪽밖에 남지 않는다. 손해율(= 보험금 지급액 ÷ 수입 보험료)의 핵심 변수가 곧 공업사 수리비 지급 규모다. 그러니 다이렉트 비중이 커질수록 대물 담당자는 견적 한 줄 한 줄을 더 엄격하게 볼 수밖에 없다.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에서 정하는 시간당 공임의 인상 폭을 둘러싼 협상은 해마다 빡빡하고, 경미손상 수리기준은 2016년 범퍼 긁힘 등을 교환 대신 복원수리로 제한하면서 도입된 뒤 2019·2023년 등 여러 차례 개정됐다. 이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손해율을 낮추려는 업계 과제, 그리고 그 과제를 가속한 다이렉트 중심 가격 경쟁이 깔려 있다.
채널을 읽고 응대 결을 맞춘다
공업사가 접수 시점에 채널을 빨리 읽어두면 그 뒤 응대와 협의가 정돈된다. 신호는 단순하다.
| 구분 | 대면 신호 | 다이렉트 신호 |
|---|---|---|
| 접수 경로 | 설계사에게 먼저 전화, 접수번호도 설계사가 대신 알려줌 | 앱에서 직접 접수, 콜센터 번호 숙지 |
| 카운터 질문 | 수리 기간·비용은 거의 묻지 않음 | 자기부담금·대차 일수·견적 내역을 구체적으로 물음 |
| 진행 확인 | 설계사나 보험사에 위임 | 앱 알림·화면으로 실시간 확인 |
이 신호를 읽는 건 특정한 손님을 우대하거나 차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고객(또는 과정에 개입하는 설계사)이 정보를 받아보는 소통 방식의 결을 맞추기 위해서다.
다이렉트 건이든 설계사 경유 건이든 공업사가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의 본질(완벽한 수리, 투명한 견적, 신속한 출고 안내)은 100% 동일하다. 다만 설계사 경유 건은 사고 처리를 위임받은 설계사라는 '중간 채널'이 있으므로, 차량 입고나 출고 예정일 안내 등 주요 이슈가 있을 때 가입자보다 먼저 설계사에게 귀띔하여 설계사가 가입자 응대에 막힘이 없도록 정보 레이어를 맞춰 두는 것에 소통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가올 미래 — 공업사 생태계가 마주할 현실
앞으로 공업사에 들어오는 물량의 채널 비중이 어떻게 변하든, 자동차 수리 생태계가 마주한 명백한 현실은 대략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 대물 담당자와의 '인간적인 관계' 시대 종말. 다이렉트 중심의 가격 경쟁으로 수익이 눌린 보험사는 지급 보험금을 엄격하게 통제할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담당자의 재량에 기댄 유연한 협의나 사적인 친분으로 견적을 풀어보려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 어떤 채널이든 무조건 투명하고 깐깐한 표준 가이드가 철저히 적용되며, 공업사에게는 사진과 서류를 빈틈없이 입증해 내는 완벽한 전산 역량만이 유일하고 강력한 생존 무기가 된다.
둘, 채널을 불문한 응대 프로세스의 전면적인 매뉴얼화. 대면 설계사가 꽂아주는 이른바 '송객 건'이든 일반 다이렉트 고객이든 차별 없이 일관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과거처럼 '설계사 건은 VIP 대접을 하고 다이렉트 건은 적당히 쳐낸다'는 식의 낡은 사고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들어오는 채널과 무관하게 공업사 내부 견적 담당자들을 철저히 교육하고, 접수·협의·출고 전 과정의 응대를 수준 높은 매뉴얼로 묶어내는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
따라서 공업사 운영의 진짜 핵심은 채널의 종류와 무관하게 '빈틈없는 사진 및 서류 증빙'과 '매뉴얼화된 고객 응대'라는 거대한 뼈대를 먼저 굳건하게 세우는 것이다.
탄탄한 매뉴얼이라는 뼈대 위에, 다이렉트 고객에게는 앱 알림처럼 직관적이고 투명한 데이터를 전달하고, 대면 고객에게는 고객뿐 아니라 설계사의 체면까지 동시에 세워주는 맞춤형 보고 체계를 스킨처럼 씌워주면 그만이다. 철저하게 설계된 내부 매뉴얼과 담당자 교육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어떤 채널의 고객도 잡아둘 수 없으며, 반대로 이 뼈대만 정립되어 있다면 어느 고객이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파이프라인으로 만들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채널 논의를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간다. 보험사들이 공업사 제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식, 우량업체·협력업체·제휴업체라는 등급 구조, 그리고 그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는 비용과 나가는 비용. 채널이 수요 쪽의 지도라면, 정비 네트워크는 공급 쪽의 지도다.
출처
본문에 인용한 채널 비중·제도 변화 수치의 근거는 아래와 같다. 대면·다이렉트 가입자의 행동 프로파일과 공업사 카운터에서의 체감 기술은 공시 자료, 업계에서 오래 공유된 통념, 공업사 현장의 체감을 종합해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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