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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경영공업사 사장이 본 자동차 보험 생태계 · 10편 / 34편

보험사들이 향하는 곳 — 디지털 손해사정·AI 견적·재생부품·경미손상

대형 보험사들이 동시에 밀고 있는 5가지 방향과 그 방향이 공업사에 도달하는 속도

홍정현·2024.03.04
11분 읽기

이 글은 《공업사 사장이 본 자동차 보험 생태계》 시리즈 10편이며 Part 2(보험사별 해부) 마무리 편이다. 이어지는 Part 3은 공업사와 보험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청구·공임·대물 KPI의 실제 풍경으로 들어간다. 이 글에서 언급되는 제도 변화와 기술 도입 방향은 금융감독원·손해보험협회·환경부 등의 공개 자료에 근거하며, 각 회사의 내부 일정은 공개된 수준에서만 서술한다.

뉴스룸의 한 줄이 공업사에 닿기까지

지난봄 어느 새벽, TV 뉴스에서 한 줄이 지나갔다. "대형 손해보험사 A, AI 기반 손해사정 시스템 본격 도입." 사장은 리모컨을 내려놓고 다시 잠을 청한다. 같은 뉴스가 며칠 뒤 지역 신문의 경제면에 짧게 실리고, 주말 저녁에 동료 공업사 사장과의 통화에서 한 번 더 언급된다. "봤어? 그 AI 견적 말이야."

그러고도 이 뉴스는 공업사 현장에 곧바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사진 업로드 프로세스가 바뀌는 데 6개월이 걸리고, 담당자의 요청 포맷이 바뀌는 데 1년이 걸린다. 바뀔 때도 지점별로 속도가 다르다. 어느 지점은 내일부터 바뀌고, 어느 지점은 내년에 바뀌고, 어느 지점은 아예 바뀌지 않는다.

이 글은 지금 대형 4사가 공통으로 밀고 있는 방향 다섯 가지를 정리하고, 그 방향이 공업사에 닿는 속도와 닿았을 때 달라지는 풍경을 본다. Part 2 전체의 마무리이며, Part 3이 시작되기 전 지도 위의 화살표를 그려두는 글이다.

방향 1 — 디지털 손해사정

가장 먼저 움직이는 방향이다. 사고 접수 후 현장 출동 대신, 차주가 스마트폰으로 파손 부위를 촬영해 업로드하면 원격에서 담당자가 견적을 검토하는 경로다. 대형 4사 모두 유사한 앱·웹 기반 접수 체계를 확장해 왔고, 접수 자체는 이미 다수가 원격으로 처리된다.

설계 의도는 두 가지다. 출동 비용 절감처리 속도 단축. 경미한 사고는 담당자가 현장에 가지 않고도 처리가 가능하면 사건당 수십 분이 단축된다. 콜센터 연결에서 견적 확정까지의 시간이 짧을수록 소비자 만족도가 올라간다.

한계는 명확하다. 사진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파손이 있다. 범퍼 안쪽 충격흡수재의 변형, 도어 안쪽 뼈대의 눌림, 알루미늄 패널의 미세 변형. 현장 분해 후에야 드러나는 파손이 견적에 반영되지 않으면 재견적 요청이 반복되고, 공업사 입장에서는 초기 견적과 실제 작업 사이의 괴리가 커진다. 보험사 본사도 이 점을 알고 있으며, 디지털 손해사정은 "경미·단순 케이스 위주"로 한정해 운영하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공업사에 도달하는 속도: 이미 현장에 있다. 다만 지점별 운영 편차가 크다.

방향 2 — AI 견적

디지털 손해사정이 "사람이 원격으로 본다"라면, AI 견적은 "기계가 먼저 본다"이다. 컴퓨터 비전 모델이 사진에서 파손 부위를 식별하고, 교체·수리 여부를 제안하고, 부품 목록과 예상 공임을 1차로 생성한다.

국내외 스타트업과 일부 대형사가 독자 모델을 운영하거나, 외부 벤더의 엔진을 도입해 시범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는 Progressive, State Farm 같은 미국 대형사가 유사 기술을 수년 전부터 접수 앱에 얹어 왔고, 국내 도입은 그 흐름의 아시아 버전에 가깝다.

현재 정확도는 특정 조건에서만 쓸 만하다. 밝은 조명, 정면 각도, 외판 단일 파손. 조건이 벗어나면 오판이 잦다. 알루미늄·카본 소재, 야간 촬영, 복합 파손의 경우 모델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실무 도입은 "AI가 1차 제안을 하고 사람이 2차 확정"의 구조로 자리잡고 있다.

공업사 입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는 두 가지다. 하나, 1차 견적의 기준선이 바뀐다. 예전에는 담당자가 공업사 견적을 기준으로 협의했다면, 이제 본사의 AI 견적이 먼저 있고 공업사 견적이 그 위에 얹힌다. 둘, 사진의 품질 요구가 높아진다. 조명·각도·메타데이터가 갖춰진 사진이어야 AI가 제대로 읽는다. 공업사의 촬영 시스템이 곧 평가 지표가 된다.

공업사에 도달하는 속도: 지금부터 2~3년 안이 주류 도입 시점으로 보인다.

방향 3 — 재생부품 확대

환경부와 금감원은 수년째 재생부품 활용 확대를 정책 목표로 밀어 왔다. 배경은 환경(폐차 부품의 재활용)과 비용(신품 대비 저렴한 부품의 공급)이 겹친다. 보험사 입장에서 재생부품은 단가 인하 도구이자 ESG 지표다.

재생부품의 구분은 대체로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재제조부품(엔진·변속기 등 기능 부품을 규격에 맞게 재정비한 것), 둘째 재사용부품(폐차에서 분해해 세척·검사 후 재공급한 외판·램프 등), 셋째 인증 대체부품(OEM과 기능·품질 동등성을 인증받은 비OEM 부품). 각 구분의 법적 정의와 인증 체계는 한국자동차부품재제조산업협회와 환경부의 공시에 정리되어 있다.

현장의 저항은 분명하다. **차주가 "새 부품을 원한다"**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공업사가 재생부품을 제안하면 불신이 돌아온다. 고가 외제차일수록 저항이 크다. 보험사는 약관상 재생부품 사용 가능성을 명시해 두었더라도, 실제 사용은 차주의 동의나 사건 유형에 따라 조정된다.

중장기 압력은 이어진다. 단가 인하 여지가 다른 곳에서 나오지 않으면 재생부품 쪽에서 찾는다. 공업사 입장에서는 재생부품 거래선(재제조 업체, 폐차장 네트워크)을 미리 확보해 두는 쪽이 유리하다. 일부 대형 공업사는 재생부품 전용 물류·검수 라인을 따로 꾸리기 시작했다.

공업사에 도달하는 속도: 이미 일부 사건 유형에서 진행 중이며, 향후 5년에 걸쳐 점진 확대.

방향 4 — 경미손상 기준 강화

경미손상은 충격으로 인한 외판의 미세 긁힘·눌림으로, 도장 수리로 복원이 가능한 수준의 손상이다. 제도상으로는 이 기준에 해당하면 교환이 아니라 수리(복원) 로 처리하도록 보험금 지급 기준이 규정되어 있고, 이 기준은 과거 여러 차례 개정되어 왔다.

방향은 분명하다. 교환 가능 범위가 줄고, 수리 권장 범위가 는다. 범퍼·펜더·도어처럼 교환 비용이 비싼 외판에 먼저 적용되고, 이후 다른 부위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보험사 쪽 의도는 지급 억제와 환경 영향 축소가 겹친다.

공업사 쪽 풍경 변화는 견적서 첫 줄에서 나타난다. 예전에는 "프런트 범퍼 교환"으로 시작했을 견적이 이제는 "프런트 범퍼 복원(경미)"으로 시작한다. 복원 작업은 교환보다 총액이 낮지만, 작업 시간은 길어지고 도장 품질의 요구가 높아진다. 경미손상 복원에 최적화된 작업 라인을 갖춘 공업사가 분기 총액에서 유리해진다.

소비자와의 분쟁 소지도 커졌다. 차주는 "새 범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고, 복원 결과의 품질을 두고 고객 설문 점수가 갈린다. 공업사의 복원 기술력이 평가 지표와 직결되는 흐름이다.

공업사에 도달하는 속도: 이미 일상에 들어와 있다. 기준 개정 때마다 견적 체계가 재정비된다.

방향 5 — 대인 통제

대인 쪽은 공업사와 거리는 있지만, 전체 생태계의 균형을 움직이는 축이라 짚고 간다. 한방 병원의 과잉진료 의심, 물리치료·물리요법의 장기 처방, 대인 합의금의 증액 관행은 수년간 보험금 지급 증가의 한 축으로 지목되어 왔다. 금감원·손해보험협회는 수가 기준 정비와 심사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관련 제도 개정이 반복되고 있다.

대인이 통제되면 대물·정비 쪽으로 밀려오는 압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 수 있다. 보험사 전체 손해율이 같은 목표라면, 한쪽이 줄어도 다른 쪽에서 그만큼의 관리 여유가 생기기보다는, 전체 타이트닝의 일환으로 함께 조여진다. 공업사가 이 방향을 무관하게 여길 수 없는 이유다.

공업사에 도달하는 속도: 간접적이고 느리지만, 상시. 대인 쪽의 숫자가 손해율 보고서에 어떻게 찍히는지를 공업사 사장이 익혀 둘 가치가 있다.

다섯 방향이 한꺼번에 들어올 때 — 불균등 압력

다섯 방향이 동시에 움직이면, 그 압력은 모든 공업사에 같은 크기로 닿지 않는다.

대형 간판 공업사는 완충이 있다. 전산·사진 체계가 이미 갖춰져 있고, AI 견적이 본격화해도 자체 견적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재생부품 거래선도 확보되어 있고, 복원 작업 라인이 있다. 다섯 방향 중 대부분이 "이미 하던 것의 확장"이다.

중간 규모의 무간판 공업사는 선택의 압력을 받는다. 전산·촬영 체계를 업그레이드할지, 기존 단가 협상 모드로 버틸지, 특정 보험사 네트워크에 새로 편입할지. 이 시기에 내리는 판단이 2~3년 뒤의 위치를 가른다.

영세 공업사는 직격을 받는다. AI 견적이 들어와 1차 기준선이 낮게 잡히면, 복원 작업 라인을 갖추지 못한 곳은 매번 재협의 반복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재생부품 거래선을 직접 만들 여력이 없고, 경미손상 복원 품질로 평가 점수를 올리기도 어렵다. 이 구간의 공업사 수가 점차 줄 것이라는 업계 관측은 수년째 같은 톤으로 돌고 있다.

공업사 사장이 지금 준비할 것 — 네 가지

분야별로 흩어진 방향들을 공업사 사장의 실무로 모으면 준비 항목은 넷이다.

  1. 사진 시스템의 표준화. 스마트폰·거치대·조명·각도 템플릿을 정리하고, 작업자 전원이 같은 방식으로 촬영하게 만든다. AI 견적 시대의 가장 기본 인프라다.
  2. 전산·청구 자동화. AOS 등 보험 청구 전산의 응답 속도와 정합성을 관리한다. 청구 지연의 대부분은 수기 단계에서 나온다.
  3. 복원 작업 라인 강화. 경미손상 복원에 특화된 작업자·장비 구획을 분리한다. 교환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복원 단가 체계를 공업사 운영의 중심으로 옮긴다.
  4. 품질 인증과 거래선 다변화. 재생부품 거래선을 최소 두 곳 이상 확보한다. 공업사 자체의 품질 인증(제조사 인증·보험사 네트워크 상위 등급)을 유지 관리한다.

이 네 가지는 내일 아침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큰 결의가 아니라 운영 루틴의 재정비다.

Part 2를 마치며 — 파도의 모양

Part 2는 대형 4사의 성격(#6), 중견·중소의 분화(#7), 채널(#8), 정비 네트워크 제도(#9), 그리고 지금의 방향(#10)으로 이어졌다. 이 다섯 글을 겹쳐 보면 한 장면이 떠오른다. 시장의 위에서부터 파도가 내려오는 장면이다.

파도는 한 방향으로만 오지 않는다. 디지털 손해사정이 한 줄기, AI 견적이 다른 줄기, 재생부품·경미손상·대인 통제가 그 옆으로 나란히 내려온다. 각 줄기의 속도와 세기는 다르다. 해변 쪽의 공업사마다 파도를 받는 방향이 다르고, 막아 주는 방파제의 모양도 다르다.

방파제를 각자의 공업사 안에 짜는 방법은 Part 3~5에서 이어간다. 가장 먼저 열 것은 Part 3. 공업사와 보험사 사이의 청구·공임·협의의 실제 흐름이다. 견적서 한 장이 보험사 내부에서 어떤 경로로 움직이고, 그 경로에서 어떤 지점들이 협의의 무대가 되는지. 현장 실무에서 가장 자주 발을 담그는 장면이다.

시리즈 예고 — 11편: "수리비 청구의 실제 흐름 — 견적서 한 장이 움직이는 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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