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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자본
재무·자본 · 돈의 가격 · 3편 / 10편

은행은 사장을 재무제표로만 본다

사업자 대출 심사의 실체. 신용평가 모형, 이자보상배율, 담보와 보증서, 그리고 연대보증의 반쪽 진실

홍정현·2026.08.29
14분 읽기

이 글은 《돈의 가격》 시리즈 3편이다. 1~2편에서 금리가 만들어지고 번지는 구조를 봤다. 이번 편부터 두 편은 그 금리를 빌리는 쪽에서 만나는 실무다. 먼저 은행이 사장을 어떻게 심사하는지부터. 기준을 알아야 조건을 다툴 수 있다.

창구 반대편에서는 무엇을 계산하고 있는가

시설자금 대출을 상담하러 은행에 가면, 사장은 사업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거래처가 얼마나 탄탄한지, 신공장이 들어서면 매출이 어떻게 늘지, 이 업을 몇 년 해 왔는지. 그런데 창구 반대편에서 진행되는 것은 이야기의 평가가 아니라 서류의 계산이다. 재무제표 2~3개 년치,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증명, 국세청 소득금액증명, 등기부등본. 사장이라는 사람은 그 서류들이 만들어 내는 등급 하나로 환원되고, 대출의 승인 여부와 한도와 금리가 그 등급 위에서 정해진다.

이것을 서운해할 일은 아니다. 2편에서 본 대로 대출금리의 절반은 가산금리이고, 가산금리의 핵심은 신용원가, 즉 이 차주가 못 갚을 확률에 매기는 값이다. 은행은 그 확률을 사람의 인상이 아니라 통계로 계산해야 하는 기관이고, 통계의 입력값이 재무제표다. 문제는 계산 방식이 차주에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장은 자기가 어떤 시험을 치르는지 모른 채 시험장에 들어가고, 결과만 통보받는다.

이번 편은 그 시험의 구조를 복원한다. 완전한 채점표는 은행 내규라 밖에서 확인할 수 없지만, 평가 모형의 뼈대, 핵심 재무비율, 담보와 보증서의 작동 방식, 연대보증 제도의 현재 상태까지는 공개 자료로 복원이 된다. 그 정도만 알아도 사장의 위치가 달라진다. 심사를 기다리는 쪽에서, 심사 기준에 맞춰 몇 분기 전부터 재무제표를 준비하는 쪽으로.

글쓴이도 공장 이전 자금을 준비하며 이 시험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이번 편의 정리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준비 중인 수험생의 요점 정리에 가깝다.

은행의 채점표는 두 장이다

은행의 기업 신용평가는 두 개의 모형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계량 모형이다. 재무제표의 숫자들을 과거 부도 통계에 대조해 통계적으로 점수를 내는 부분으로, 국내 신용평가 인프라를 제공하는 NICE평가정보의 공개 자료 기준으로 수익성, 안정성, 부채상환능력, 유동성, 활동성, 성장성의 여섯 축을 본다. 다른 하나는 비계량 모형이다. 업종의 전망, 경영자의 이력, 거래 안정성처럼 숫자로 잡히지 않는 항목을 심사역이 평가한다. 두 모형의 가중치는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다르며 정확한 비율은 공개되지 않는다.

평가 결과도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이다. 은행은 차주 자체의 부도 위험을 매기는 차주등급과, 개별 대출 건의 회수 위험을 매기는 여신등급을 분리해 운용한다. 같은 회사라도 담보가 붙은 대출과 신용 대출의 여신등급이 다르고, 그래서 금리도 다르다. 사장 입장에서 실무적 의미는 이렇다. 회사의 등급이 낮아도 담보나 보증서로 개별 건의 등급을 끌어올릴 수 있고, 반대로 회사 등급이 좋아도 대출 구조가 나쁘면 조건이 나빠진다. 다툴 수 있는 지점이 두 군데라는 뜻이다.

여섯 축 중에 자영업 규모의 회사에서 실제로 승부가 갈리는 비율 몇 개를 짚으면 이렇다.

비율계산은행이 읽는 것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 ÷ 이자비용본업으로 이자를 몇 번 낼 수 있는가. 통상 2.5배 미만이면 경고 신호로 보고, 한국은행은 3년 연속 1배 미만인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부채비율부채 ÷ 자기자본자기 돈 대비 빌린 돈의 비중. 업종별 기준선은 은행 내규라 비공개
유동비율유동자산 ÷ 유동부채1년 안에 갚을 돈을 1년 안에 현금화할 자산으로 감당하는가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 ÷ 매출본업의 수익력. 성장성 축과 함께 미래 상환 능력의 근거

이 중 하나만 기억해야 한다면 이자보상배율이다. 분자가 영업이익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부동산 처분 이익이나 보험금 같은 영업외 수익은 분자에 없다. 은행은 사장이 본업으로 버는 돈만으로 이자를 감당하는지를 보고, 그 배수가 1 밑으로 내려간 상태가 3년 이어지면 통계상 회생이 어려운 회사로 분류된다. 거꾸로 말하면 금리 인상기는 분모(이자비용)가 저절로 커지는 시기다. 영업이익이 그대로여도 기준금리가 오르는 것만으로 이 배율은 나빠지고, 사장의 등급 산식은 사장이 아무것도 안 해도 불리해진다. 1편에서 계산한 "10억 변동금리 대출에 0.25%포인트 인상 = 연 250만 원"은 이 배율의 분모에 그대로 얹히는 숫자다.

개인사업자와 법인은 같은 시험을 다른 답안지로 치른다. 개인사업자는 사업의 재무제표와 함께 대표 개인의 신용점수(NICE·KCB)가 심사에 직접 들어간다. 사업과 개인의 신용이 한 몸이다. 법인은 법인의 재무제표와 기업신용등급이 중심이지만, 실무에서는 대표 개인의 신용도 참고자료로 함께 조회되는 경우가 많다. 법인으로 전환하면 개인 신용과 분리된다는 통념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이고, 나머지 절반이 다음 절의 연대보증 문제다.

담보가 부족하면 보증서가 담보를 대신한다

신용등급이 만든 조건을 끌어올리는 장치가 담보와 보증이다. 순서대로 보면 이렇다.

담보대출은 은행이 부동산 같은 자산에 근저당을 잡고 빌려주는 것이다. 공장 건물과 부지의 경우 감정가의 60~80% 수준을 담보 가치로 인정하는 것이 통상적 범위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담보인정비율은 은행마다, 물건마다 내규로 정해지고 공개되지 않는다. 여기서 사장이 흔히 놓치는 것은 감정가와 시세의 간격이다. 담보 한도의 출발점은 사장이 생각하는 시세가 아니라 은행이 의뢰한 감정평가액이고, 공장처럼 범용성이 낮은 물건은 감정가 자체가 보수적으로 나온다. 매입가 20억 원짜리 공장이라고 20억의 70%를 빌릴 수 있는 게 아니라, 감정가가 17억으로 나오면 그 60~80%가 출발선이다.

담보가 부족한 회사를 위한 장치가 보증기관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이 회사가 못 갚으면 우리가 대신 갚겠다"는 보증서를 발급하면, 은행 입장에서 그 대출의 위험은 회사의 위험이 아니라 보증기관의 위험이 된다. 여신등급이 뛰고 금리가 내려간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구조를 표로 정리하면 이렇다.

항목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주 대상담보력이 부족한 일반 중소기업·소상공인기술력 중심의 창업·벤처·연구개발 기업
보증비율일반 85% (특례 95~100%)85% 전후
보증료율연 0.5~2.0% (등급·업력별)연 0.5~3.0% (기술평가 등급별)
보증료 계산보증금액 × 요율 × 기간/365동일

보증비율 85%의 뜻도 정확히 읽어야 한다. 대출 전액이 아니라 85%까지만 보증기관이 책임지고, 나머지 15%는 은행이 위험을 진다. 그래서 보증서가 있어도 은행 심사가 생략되지 않고, 은행 가산금리도 붙는다. 사장이 내는 실질 금리는 "은행 금리 + 보증료율"이므로, 보증부 대출과 담보대출을 비교할 때는 보증료까지 합산해 세후가 아니라 총비용으로 비교해야 한다.

이 구조 위에 연대보증 문제가 있다. 2018년 4월 2일부터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공공 정책금융기관의 신규 대출·보증에서 법인 대표자 연대보증이 폐지됐다(금융위원회). 법인이 무너졌을 때 평균 4억 7,000만 원의 법인 채무가 대표 개인에게 넘어와 재기를 막는 구조를 끊겠다는 취지였고, 보증부 대출의 은행 부담분 15%까지 포함해 폐지됐다.

그런데 이 폐지는 반쪽이다. 폐지의 적용 범위가 공공기관 경로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정책 보증 없이 자체 심사로 취급하는 순수 신용대출이나 일부 시설자금에서는 대표자 연대입보를 요구하는 관행이 여전히 보고된다. 은행별, 상품별로 다르고 공개된 전수 통계는 없다. 그러니 사장의 실무 수칙은 이렇게 된다. "연대보증은 폐지됐다"는 문장을 믿고 계약서를 안 읽으면 안 된다. 정책금융 경로(신보·기보·중진공)를 타면 연대보증 없이 조달할 가능성이 크고, 은행 자체 상품을 탈 때는 연대보증 조항의 유무 자체가 상품 선택의 비교 항목이다. 2018년 이전에 쓴 기존 연대보증 계약은 폐지 정책과 무관하게 계속 유효하다는 점도 같이 기억할 것.

심사받기 전에 내 답안지를 채점해 본다

시험의 구조를 알았으니 준비로 번역한다. 대출 신청 몇 분기 전에 사장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채점은 네 가지다.

첫째, 이자보상배율을 직접 계산한다. 최근 결산서의 영업이익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다. 여기에 신규 대출의 예상 이자까지 분모에 더해 "대출 실행 후 배율"을 미리 구해 본다. 신공장 자금 10억 원을 연 5%에 빌리면 분모에 5,000만 원이 얹힌다. 그 상태로도 배율이 2.5를 넘는지가 은행이 던질 첫 질문이고, 사장이 먼저 답을 갖고 있어야 하는 질문이다. 못 넘는다면 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거치 기간이 긴 정책자금 트랙을 먼저 알아보는 쪽이 순서다.

둘째, 결산 시점의 재무제표 관리다. 은행은 최근 2~3개 년치 결산서를 본다. 대출 신청 직전에 급조할 수 있는 서류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표 가지급금이 쌓여 있거나, 실질은 흑자인데 절세 목적의 비용 처리로 장부상 영업이익이 눌려 있으면, 세금은 아꼈지만 신용등급에서 그 몇 배를 이자로 되돌려 준다. 절세와 신용은 같은 재무제표를 반대 방향으로 당기는 힘이고, 큰 대출을 앞둔 해에는 신용 쪽에 무게를 두는 결산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 판단은 세무사와 대출 일정을 공유해야 가능하다.

셋째, 개인 신용의 정리다. 개인사업자는 물론이고 법인 대표도 개인 신용점수가 조회되는 경우가 많다. 신용점수 산정사별로 보는 축이 조금 달라서, 한쪽(KCB)은 대출 건수와 제2금융권 이용 이력의 비중이 크고 다른 쪽(NICE)은 연체 이력의 비중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실무 결론은 단순하다. 소액이라도 연체를 만들지 않고, 큰 대출 신청을 앞둔 시기에는 카드론·현금서비스류의 이용 기록을 만들지 않는 것.

넷째, 서류의 사전 완비다. 재무제표, 부가세 과세표준증명, 소득금액증명, 사업장 등기부등본, 시설자금이면 매매계약서 또는 견적서와 사업계획까지. 서류가 완비된 신청과 은행이 하나씩 요청해서 채워지는 신청은 심사역의 비계량 평가에서 다른 인상을 만든다. 비계량 모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심사역에게 "관리되는 회사"라는 신호를 주는 일이 점수라는 뜻이다.

이 네 가지는 전부 금리가 정해지기 전의 이야기다. 그런데 대출은 실행되는 순간 끝나는 계약이 아니라, 금리 국면과 회사 사정이 바뀔 때마다 다시 계산해야 하는 계약이다. 실행된 대출의 조건을 낮추는 도구들, 금리인하요구권과 정책자금과 대환의 산수가 다음 편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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