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상: OEM·품질인증부품·재생·비정품의 4단과 어음의 종속
공업사 사장이 평생 부품상 사장과 밀고 당기는 두 가지 무대
부품은 공업사 수리원가의 절반 안팎을 차지한다. OEM·품질인증부품(KAPA)·재생·비정품의 4단이 만드는 단가 차이, 2024년 자동차관리법 개정과 2025년 8월 표준약관 개정 이후 바뀐 보험사 보상 기준, 그리고 공업사와 부품상 사이의 결제 구조가 만드는 종속 관계까지 해부한다. 부품상을 단순 거래처로 보는 시야에서 벗어나 이 관계 자체를 경영의 무대로 보는 법.
이 글은 《사고 처리 밸류체인》 시리즈 17편이다. 공업사 수익성을 결정하는 두 축 중 하나가 공임이고 다른 하나가 부품이다. 이 글은 부품 쪽 무대를 본다. 법률·회계 자문을 대체하지 않는다.
공업사 한 편에 쌓인 박스들
공업사 작업장 한 쪽에는 부품 박스가 쌓여 있다. 오전에 배송 온 박스 10여 개가 풀리지 않은 채로 받아놓은 상태. 아래쪽에는 어제 들어온 범퍼, 그 옆에 헤드램프, 구석에 재생 라디에이터. 박스 겉면에는 각기 다른 로고가 찍혀 있다. 제조사 로고, Tier-1 공급사 로고, 재생 센터 로고, 그리고 로고 없이 품번만 적힌 박스도 있다.
오후 두 시쯤 부품상 사장의 트럭이 도착한다. 공업사 사장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나가서 악수를 하고, 트럭 뒷문을 열어 부품을 같이 내린다. 그 사이 잠깐의 대화. 이번 주 재고 상황, 긴급 조달 요청한 부품의 도착 예정일, 다음 주 지급 예정 금액, 업계에 도는 소문. 이 10분짜리 대화가 일주일에 2~3회 반복된다. 이 반복이 공업사 사장이 평생 하는 일 중 하나다.
공업사 사장이 부품상 사장과 밀고 당기는 무대는 두 가지다. 단가를 놓고 싸우는 무대와 결제를 놓고 싸우는 무대. 이 두 무대의 구조를 푼다.
자동차 부품 등급은 어떻게 나뉘는가
부품은 국내 법·보험 체계에서 네 등급으로 나뉜다. 법적 구분과 거래 현실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1단: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완성차 제조사 브랜드로 나오는 정품이다. 박스에 제조사 로고가 찍혀 있고 품번 체계도 제조사 것이다. 현대·기아·르노·쉐보레·BMW·벤츠가 각자의 정품 유통망에서 공급한다. 국내 현대·기아 계열에서 최대 OEM 공급사는 현대모비스다. 가장 비싸고, 보험사 인정에서 기준점이 된다.
2단: 품질인증부품(대체부품). 2014년 자동차관리법 제30조의5 신설로 근거가 생긴 국내 법정 트랙이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가 서류심사·공장심사·성능시험을 거쳐 인증한다. 2024년 2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품질인증부품이 OEM과 법적으로 동등한 수리용 신부품으로 올라섰고, 2025년 8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으로 수리비 보상 기준이 OEM 가격에서 품질인증부품 가격으로 이동했다. 여기에 업계가 흔히 쓰는 **OES(Original Equipment Supplier)**라는 개념이 섞여 들어온다. Bosch·HL만도·한온시스템·덴소·발레오·콘티넨탈이 완성차에 납품하고 자기 브랜드를 붙여 독자 유통망으로 푸는 부품을 가리킨다. OES는 법적 등급이 아니라 OEM과 같은 공장·같은 품질이되 박스와 유통만 다른 물건이다. 청구 실무에서 OES가 품질인증 트랙에 들어오면 대체부품으로 잡히고, 그 밖에 나오면 별도 등급 없이 사례별 판정을 받는다.
3단: 재생부품. 국내에서는 다시 두 갈래다. **재제조부품(Remanufactured)**은 산업통상자원부·국가기술표준원 소관으로 「환경친화적 산업구조 전환촉진법」에 근거해 한국자원순환산업인증원이 평가한다. 엔진·변속기·얼터네이터·스타터 같은 기능 부품을 규격에 맞게 재정비한 것이다. **재사용부품(Reused)**은 환경부 소관으로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가 폐차에서 분해·세척·검사 후 재공급한다. 외판·램프 같은 품목이 여기 해당한다. 단가는 OEM의 절반 또는 그 이하.
4단: 비정품(애프터마켓). 중국·대만·국내 중소 업체가 만드는 제조사·Tier-1과 무관한 부품이다. 품질 편차가 크고 내구성도 들쭉날쭉하다. 단가는 가장 저렴하다. 보험사 인정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단가 차이를 단순화해서 말하면 이렇다. 금감원·KDI가 공식 인용하는 공개 수치는 "동일 손상 수리 시 품질인증부품이 OEM 대비 약 35% 절감" 한 건이다. 이를 앵커로 놓고 현장 감각을 더하면, OEM 100 기준으로 품질인증부품(OES 포함) 60~80, 재생 40~60, 비정품 20~40 정도의 상대 비율이 통용된다. 공식 통계가 아니라 현장에서 회자되는 대략의 감각이고, 부품 종류·브랜드·유통 경로에 따라 편차가 크다.
왜 이 피라미드가 공업사 경영에 중요한가
수리비 견적서를 단순화하면 공임 + 부품 + 소모품이다. 부품이 전체 수리비에서 절반 안팎을 차지한다는 것이 업계에서 흔히 말해지는 감각이다. 공식 통계로 집계된 비중 %는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지만, 보험연구원(KIRI) 2025년 보고서 기준 2024년 자동차보험 전체 수리비 7조 8,423억 원 가운데 범퍼 교환·수리만 1조 3,578억 원(17%)에 달한다. 즉 부품을 어느 등급으로 쓰느냐가 공업사 원가 구조의 절반 안팎을 움직인다.
보험사 인정 기준은 2024~2025년에 크게 이동했다. 2024년 2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품질인증부품이 OEM과 법적 동등 등급에 오르면서, 2025년 8월 16일 시행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서 수리비 보상 기준이 품질인증부품 가격으로 전환됐다. OEM으로 고집하는 소비자는 차액을 자비로 부담하되, 출고 5년 이내 신차는 OEM 사용 예외가 걸려 있고 소비자 인식·부품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무료 자동가입 특약을 통해 OEM 수리 선택권이 보장된다.
현재 기준의 인정 구조는 대략 이렇다.
- OEM 기본: 출고 5년 이내 신차, 고급차, 복합 손상 등 특정 조건. 신차 보증 기간 내 건은 제조사 보증수리 경로.
- 품질인증부품이 수리비 기준: 일반 건은 품질인증부품 가격으로 보상. OES가 품질인증 트랙에 들어오면 대체부품으로 잡혀 이 기준에 편입.
- 재생부품 인정 확대: 재제조부품(산업부·국표원 인증) 품목 확대와 재사용부품(환경부 소관) 유통 활성화에 따라 보험사 인정 범위가 넓어지는 중.
- 비정품 불인정 원칙: 고급차·고액 사고에서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경미 손상·단순 외판에서도 인정이 까다롭다.
공업사 사장은 각 보험사의 최신 인정 기준을 부품상과 공유하면서 맞춰 간다. 이 협업이 없으면 견적서에 올린 부품이 심사 단계에서 깎이거나 삭제된다.
보험사별 인정 비율의 흐름
재생부품에 대한 보험사별 태도는 2020년대 들어 확연히 움직였다. 대형 4사는 재생부품 인정 비율을 공시하고 있고, 이 비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손해율 관리의 핵심 지표 중 하나로 본다. 중견·중소 보험사는 대형사 뒤를 따라가는 구조다.
흐름을 요약하면:
- 소모성 부품(필터류, 소형 외장 부품): 재생 인정이 이미 안착됨
- 중대형 외장 부품(범퍼, 휀더, 도어): 인증 재생품 유통 확대로 인정 비율 상승 중
- 기능 부품(라디에이터, 에어컨 응축기, 머플러): 환경부 인증 확대에 따라 점차 인정
- 안전 관련 부품(에어백 관련, 제동계): 여전히 OEM 또는 OES가 기본
이 흐름을 놓치면 공업사는 구매 재고와 실제 인정 단가 사이에서 마찰이 생긴다. 부품상과 월 1회 이상은 최근 판정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 실무 감각이다.
결제 구조: 현금에서 장기 외상까지
공업사와 부품상의 결제는 다섯 가지 형태가 섞여서 돌아간다.
1. 현금 결제. 드물다. 긴급 단가가 맞거나 신규 거래처 첫 몇 건에서만 현금으로 정산한다. 현금 결제에는 대체로 5~10% 할인이 붙는다.
2. 30일·60일·90일 어음. 전통적인 거래 형태. 월말 마감 후 익월 말, 또는 그 이후 일정에 맞춰 어음을 끊는다. 어음은 부품상이 자기 거래 은행에서 할인받아 현금화할 수 있지만, 할인율만큼 부품상이 손해를 본다. 이 할인 비용은 간접적으로 공업사 단가에 반영된다.
3. 외상(계좌 이체). 어음 없이 매월 정산 날짜에 계좌 이체로 갚는 형태. 신뢰 관계가 쌓인 장기 거래처와 주로 쓴다. 어음 발행·할인 비용이 빠지므로 실질 단가가 더 낮아진다.
4. 일부 선급 + 잔금 후지급. 특수 부품, 고가 부품, 수입 부품에서 쓰이는 형태. 부품상이 재고를 쥐기 부담스러운 품목을 공업사가 선주문할 때.
5. 장기 채권화. 공업사가 결제를 계속 미루면서 부품상에 외상 잔고가 누적되는 상태. 좋은 거래 형태가 아니다. 쌓이면 부품상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결국 공업사가 부품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거래 자체가 끊긴다.
공업사 사장이 가장 조심해야 할 구간이 4번과 5번 사이다. 잠깐 현금이 안 돌면 부품상에 잔고를 밀어두게 되는데, 한두 번이 구조로 굳어버리는 순간 관계의 주도권이 넘어간다.
어음이 만드는 종속
어음 구조는 공업사-부품상 관계를 미세하게 비대칭으로 만든다.
공업사가 현금 결제 또는 단기 이체로 깨끗하게 정산하는 거래처에는 부품상이 좋은 조건을 먼저 제시한다. 긴급 조달 시 우선순위를 받고, 신제품 재생부품·인증부품이 들어오면 먼저 안내받고, 단가 협상에서도 유리한 자리를 잡는다.
반대로 만성 외상 상태의 공업사에는 부품상이 조건을 좁혀간다. 단가는 기본 표에 가깝게 유지하고, 긴급 조달 시 다른 거래처를 먼저 챙기고, 신제품 안내는 뒤로 미룬다. 직접적인 거절이 아니라 조금씩 뒤로 밀리는 형태다. 공업사 사장이 그 밀림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서너 달이 지나 있다.
이 비대칭이 공업사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누적하면 크다. 연 단위로 보면 단가 차이, 긴급 조달 실패, 신제품 누락이 쌓여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단위의 차이를 만든다. 공업사가 자기 현금흐름을 지키는 것이 곧 부품 조달 능력의 원천이 된다.
부품상은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부품상의 수익은 기본 마진, 리베이트, 재생부품 중개, 장기 파트너십 인센티브 네 가지에서 나온다. 부품상이 어떤 수익을 갖는지 알면 관계가 투명해진다.
기본 마진. 제조사·공급사로부터 받은 가격과 공업사에 파는 가격의 차이. 품목에 따라 편차가 크다. OEM은 마진이 얇고, OES·재생은 상대적으로 넓다. 수입차 부품은 수입 유통사가 몇 단계를 거치므로 단계별 마진이 누적된다.
리베이트. 제조사·공급사에서 일정 매출 달성 시 분기·반기·연 단위로 환원되는 금액. 부품상의 실질 수익에서 비중이 크다. 리베이트 구조는 부품상이 특정 브랜드·특정 품목에 왜 더 적극적인지를 설명해준다.
재생부품 중개. 재생부품 유통이 확대되면서 부품상이 재생 센터와 공업사 사이 중개자 역할을 한다. 이 중개 마진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커지는 중.
장기 파트너십 인센티브. 공업사와 5년·10년 거래가 이어지면 부품상 쪽에도 안정적 거래처라는 자산이 쌓인다. 이 자산은 부품상이 은행 여신을 받을 때, 제조사와 재계약할 때 점수가 된다. 그래서 부품상은 장기 거래처에 가격 외의 배려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부품상 고르는 다섯 가지 기준
공업사 사장이 부품상을 처음 선택할 때 보는 기준. 업계에서 5년 이상 거래해본 사장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지표.
첫째, 5년 이상 한 자리에서 영업해왔는가. 몇 번 상호를 바꾼 부품상, 이전을 잦게 한 부품상은 그 자체로 신호다.
둘째, 재고 회전이 빠른가. 창고에 쌓인 박스 먼지 쌓인 상태를 보면 안다. 회전이 느린 부품상은 특정 품목에서 수급이 불안정하다.
셋째, AS 대응이 되는가. 부품 불량이 확인되면 교체를 해주는가, 환불을 해주는가, 아니면 "너네가 잘못 끼웠다"부터 시작하는가. 첫 3건의 불량에서 이 성향이 나온다.
넷째, 긴급 조달 네트워크가 있는가. 자체 재고에 없는 부품을 다른 부품상에서 끌어와 당일·익일 조달할 수 있는가. 이 네트워크의 깊이가 부품상의 실력이다.
다섯째, 재생부품·인증부품에 대한 이해가 있는가. 재생 시장의 흐름을 읽고 있는가, 단순히 "전통적인 OEM 위주"만 고수하는가. 앞으로 5년은 재생부품의 비중이 커진다. 이 흐름을 안 따라가는 부품상과만 거래하는 공업사는 경쟁력을 잃는다.
공업사 관점의 실무 팁
마지막으로, 부품 조달의 수익성을 지키는 실무 팁 몇 가지.
현금 결제 할인을 적극 활용한다. 월말 일정 금액을 의도적으로 현금으로 결제해서 부품상과의 관계를 위쪽으로 끌어올린다. 이 비용은 단기로는 현금이 나가지만 장기로는 단가와 조달 우선순위에서 돌려받는다.
부품상은 2~3곳 병행한다. 단일 부품상 의존은 위험하다. 2~3곳과 거래하되 주거래는 한 곳으로 두어 관계의 깊이를 유지한다. 긴급 시 나머지 1~2곳이 백업 역할을 한다.
월말 정산은 반드시 약속대로. 한 번이라도 약속을 어기면 관계의 톤이 바뀐다. 자금이 부족하면 미리 부품상에 전화해 협의한다. 말 없이 넘기지 않는다.
분기 1회는 부품상 사무실을 직접 방문한다. 전화·메신저로만 주고받지 말고 얼굴을 본다. 창고 상태, 재고 회전, 직원 분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정보가 부품상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재생부품 흐름을 학습한다. 환경부 재생부품 인증, 보험사별 인정 비율, 시장 유통가를 분기별로 체크한다. 부품상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공업사 사장이 직접 파악해서 부품상과 같은 수준의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 관계의 주도권을 지키는 방법이다.
부품 피라미드와 결제 구조는 공업사 경영의 절반이다. 공임이 보험사와의 싸움이라면, 부품은 부품상과의 싸움이다. 두 무대에서 동시에 진 공업사는 수익이 안 나오고, 두 무대를 모두 관리하는 공업사가 오래 버틴다.
출처
본문에 인용한 법·제도·수치의 근거는 아래와 같다. 부품 등급 4단과 보험사 인정 기준은 2014년 이후 여러 차례 법 개정을 거쳐 왔고, 특히 2024년 2월 자동차관리법 개정과 2025년 8월 표준약관 개정이 현행 기준의 골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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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근거
- 자동차관리법 제30조의5(대체부품의 성능·품질 인증)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체부품 성능·품질 인증 —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
- 재제조제품 품질인증 — 국가기술표준원
- 재제조제품 인증절차 — 한국자원순환산업인증원(KOCI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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