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다리사장으로 가는 다리
경영경영공업사 사장이 본 자동차 보험 생태계 · 27편 / 34편

회색·흑색이 재생산되는 구조적 이유

개인의 윤리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압력을 만드는 네 지점

홍정현·2024.07.01
11분 읽기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이 글은 "이런 관행이 왜 생기고 어떻게 적발되는가"의 구조를 다루지, 수법을 다루지 않는다. 구체적인 판단은 변호사와 함께.

5년째 저녁

공업사 사장이 처음 간판을 걸던 날,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다. 정공법으로만 간다. 시세를 기준으로 견적을 쓰고, 한 번도 사고 없는 사고를 만들지 않고, 음주·무면허 부탁을 받지 않고, 담당자에게 선을 넘는 성의를 쌓지 않는다. 이 약속이 업의 기둥이었다.

5년이 지난 저녁. 셔터를 내리고 사무실 의자에 앉았을 때, 사장의 머리에 잠깐 지나가는 생각이 있다. 옆 공업사는 같은 5년 동안 매출이 두 배가 됐다는 소문. 내 공업사는 비슷한 자리에서 마진이 조금씩 깎여 왔다. 공임표는 세 번 바뀌었는데 두 번은 실질 하락이었고, 한 번은 일부 항목이 올랐지만 전기차 작업은 산정 바깥이었다. 재생부품은 의무화가 될 듯 말 듯 5년째 같은 자리에 있다. 올해 대물 협의는 두 건 연속 졌다. 다음 분기에 네트워크 심사가 있는데, 재계약 조건이 작년보다 좋아질 것 같지 않다. 직원 두 명이 월급 얘기를 꺼낸다.

이 저녁에 사장의 정공법은 흔들린다. 약속이 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구조가 5년 동안 천천히 그 약속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이 편은 그 구조의 해부도다. 개인의 윤리 이야기가 아니라, 업이 왜 회색·흑색을 계속 만들어내는가의 시스템 분석이다.

구조 1: 공임 현실화의 지속적 실패

자동차 보험에서 공업사 매출의 뼈대는 공임이다. 표준작업시간(시간) × 시간당 공임(원)으로 구성된다. 이 두 변수가 실제 작업의 부담을 따라가 주면 공업사는 정공법만으로도 생존한다. 따라가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 보충해야 하는 압력이 생긴다.

한국 자동차 보험의 공임 체계는 세 가지 지점에서 지속적으로 뒤처져 왔다.

첫째, 표준작업시간의 경직성. 표준작업시간은 대체로 과거 정비 난도를 기준으로 설정됐다. 현대 차량은 센서·전자제어·모듈러 설계 때문에 같은 이름의 작업도 실제 소요 시간이 길어졌다. 범퍼 하나 교환이 과거에는 탈부착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센서 캘리브레이션, ADAS 재학습, 코딩 작업이 붙는다. 이 추가 시간이 표준작업시간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

둘째, 시간당 공임의 실질 하락. 명목 시간당 공임은 해마다 소폭 조정된다. 그러나 물가·최저임금·임차료·장비 감가의 속도가 그 조정을 넘어선다. 공업사의 실질 시간당 수익은 10년 단위로 보면 명확한 하락 추세다.

셋째, 신기술 공임의 산정 공백. 전기차 고전압 배터리 점검, 첨단 진단 스캐너 사용, 복합 소재 수리, 알루미늄 바디 작업이 표준 공임 체계에서 애매한 자리에 있다. 실제 작업은 하는데, 청구 근거가 되는 항목이 없다. 이 공백이 "어디서라도 보충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력의 일차 원천이다.

공임 현실화는 한국 자동차 보험 체계의 가장 오래된 갈등 영역이다. 정비업 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매년 테이블에 앉지만, 합의는 표준이 바뀔 정도로 크게 나오지 않는다. 공업사 사장 개인이 이 갈등을 뒤집을 수 없다는 무력감이, 5년이 지나면 다른 방향의 판단으로 새어 나갈 수 있다.

구조 2: 재생부품 제도의 공백

공임과 나란히 선 두 번째 기둥이 부품이다. 정품(OEM), 공식 대체품(OES), 재생부품(리빌트, 중고), 비정품(이른바 "빨리빨리" 부품)의 네 층이 공존한다.

한국의 재생부품 제도는 10년 넘게 의무화 문턱에 걸려 있다. 환경부는 자원 순환 관점에서, 금감원은 보험료 안정 관점에서 재생부품 활성화에 관심이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정품 매출 영향을 이유로 신중하다. 공업사 현장은 재생부품의 품질 편차와 사후 책임 문제 때문에 전면 도입에 유보적이다. 이 다자 간 교착이 제도의 공백을 만들었다.

그 공백에서 두 가지 비틀림이 생긴다.

첫째, 보험사의 선택적 인정. 보험사는 원가 인하 목적에서 재생부품 인정 비율을 매년 조금씩 올리려 한다. 공업사는 정품 견적을 써서 들어갔다가 "재생으로 가능하지 않느냐"는 협의 요청을 받는 경우가 늘었다. 공업사 입장에서는 정품 공임과 재생 공임의 차이만큼 마진이 깎인다.

둘째, 정품 납품 공업사와 재생 공업사의 동일 전장.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정품만 쓰는 공업사와 재생을 섞어 쓰는 공업사가 나란히 평가된다. 청구 평균 금액에서 정품 공업사가 높게 찍히고, 그것이 이상치 지표의 입력값이 된다. 정공법을 쓰는 공업사가 AOS 이상치 리스트업에 역으로 잡히는 역설이 생긴다.

셋째, 소비자·차주의 알 권리 부족. 재생부품 사용 여부가 청구서에 명시되지만, 일반 차주가 그 의미를 해석하기 어렵다. 공업사가 재생부품으로 처리한 것을 정품 가격으로 청구하고 싶은 유혹, 반대로 정품으로 처리한 것을 공임만 재생 수준으로 받는 압력이 양방향으로 생긴다. 이 공백이 과잉 견적과 회색의 소재가 된다.

제도가 한쪽으로든 정리되면 이 비틀림은 줄어든다. 정비업 협회가 최근 몇 년 재생부품 품질 인증 강화를 공식 제안하고 있는 흐름이 이 때문이다. 인증 체계가 서면 공업사의 사후 책임 부담이 줄고, 재생부품 사용이 떳떳한 영역으로 들어온다. 이 방향이 이 기둥의 정공법 흐름이다.

구조 3: 손해사정 권한의 비대칭

셋째 기둥은 협의의 권한 구조다. 공업사가 견적을 올리고 보험사 대물 담당자가 검토한다. 협의가 된다. 이 협의에서 최종 결정권은 보험사에 있다.

물론 공업사도 이의제기·재협의 요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무에서 이 경로는 몇 가지 이유로 기능이 약하다.

첫째, 시간. 협의가 길어질수록 차가 공업사 마당에 선다. 차주가 전화를 걸어온다. 렌트카 비용이 쌓인다. 공업사는 협의를 빨리 닫는 쪽에 인센티브가 쌓인다.

둘째, 분쟁의 비용. 독립 손해사정사를 쓰거나 법률 자문을 받으려면 건당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든다. 건당 견적 몇십만 원이 걸려 있는 협의에서 이 비용을 투입할 수 없다. 공업사 쪽에 법적 대응의 규모의 경제가 거의 없다.

셋째, 관계의 지속성. 오늘 한 건을 강하게 싸워서 이겨도, 내일부터 같은 담당자와 일한다. 단기 승리의 비용이 장기 관계에 묻혀 돌아온다는 체감이 업계 전체에 공유되어 있다.

넷째, 제도의 비대칭. 소비자 쪽에는 금감원 민원·금융분쟁조정위원회·보험사 자체 민원 채널이 있다. 공업사 쪽에는 이에 상응하는 정식 창구가 약하다. 협회 차원의 민원 경로는 있지만, 개별 건의 구속력 있는 조정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

이 비대칭이 쌓이면 공업사는 "정공법으로 싸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감각을 체화한다. 그 감각이 회색·흑색으로의 미끄러짐의 전제 조건이 된다. 정공법의 비용이 회색의 비용보다 높게 느껴지는 구조가 실재하기 때문이다.

이 구조를 바꾸는 흐름이 최근 몇 년 일어나고 있다. 독립 손해사정사 제도의 활성화, 공업사 측 이의제기 절차의 표준화, 협회 차원의 집단 대응 같은 논의가 그 흐름이다. 한 건씩 실무로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구조 4: 계약·미래의 불안정성

넷째 기둥은 시간의 구조다.

공업사의 매출 예측 가능성은 네트워크 계약에 달려 있다. 우량·협력·제휴 등급이 1년 또는 2년 단위로 재계약된다. 재계약에서 등급이 내려가면 송객이 줄고, 올라가면 송객이 는다. 공업사는 매년 이 주사위를 던져야 한다.

그 주사위가 매출의 상당 비중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공업사 의사결정을 단기화한다.

  • 장비 투자에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2년 뒤에도 송객이 비슷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 직원 채용·교육에 장기 투자를 하기 어렵다. 숙련된 직원이 자라났을 때 그에 걸맞은 매출이 유지될지 모른다.
  • 승계 계획이 흐려진다. 아들·사위·조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안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 새 기술(전기차, 첨단 진단, AI 기반 견적)에 대한 투자 결정이 늦어진다. 투자 회수 기간을 설계할 수가 없다.

단기화된 의사결정은 단기 수익의 중요도를 자기 강화한다. "다음 분기만 넘기면" 같은 판단이 누적되면, 회색·흑색의 단기 수익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순간이 온다. 5년 전 정공법의 약속이 흔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구조는 네트워크 계약 체계의 장기화·투명화 없이는 바뀌지 않는다. 최소 3~5년 단위 계약, 계약 해지·등급 강등 요건의 사전 공표, 이의제기 절차의 명문화가 이 영역의 정공법 흐름이다. 보험사 쪽 이해와 공업사 쪽 이해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지점이라 속도가 느리다.

네 기둥이 결합할 때

이 네 기둥은 따로 서지 않는다. 서로 맞물려 공업사 사장의 일상에 압력을 만든다.

  • 공임이 부족한 상태에서 재생부품 인정이 확대되면 마진이 이중으로 깎인다.
  • 협의 권한이 비대칭인 상태에서 네트워크 재계약 압박이 붙으면 협의에서 양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 네트워크 단기성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전기차 장비 투자가 요구되면 투자 여력과 판단이 같이 흔들린다.

이 결합이 업계 공기를 만든다. 업계 공기라는 말은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현장에서는 구체적이다. 공업사 사장이 옆 공업사와 대화할 때, 협회 모임에서 이야기할 때, 부품상과 저녁을 먹을 때, 같은 한숨이 반복된다. "정공법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문장으로 오가지는 않지만, 말줄임표 뒤의 공감이 교차된다. 이 공기 안에서 개인의 약속은 닳는다.

이 글이 이 구조를 해부하는 이유는, 개인을 탓하지 않기 위해서다. 5년 뒤 흔들리는 사장은 약한 사람이 아니다. 4개 기둥 위에 얹혀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다음 문단의 원칙은 유지된다.

구조의 피해자여도 범법의 책임은 면하지 않는다

공임이 부족해도, 재생부품 제도가 공백이어도, 협의 권한이 비대칭이어도, 네트워크가 불안정해도, 허위·조작·담합·은폐에 들어간 공업사는 같은 법적 대가를 치른다. 이 글의 구조 분석이 "그러니 이해가 된다"는 변명의 재료로 읽히면 글이 망가진다.

법원은 양형 단계에서 산업 구조를 감안해 줄 수 있다. 양형 이유에 "공임 현실화의 한계"가 언급되는 판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유죄 자체를 지워주지 않는다. 징역·벌금·몰수·민사·행정·평판·블랙리스트는 같은 무게로 내려간다. 앞 편에서 본 그대로다.

구조의 분석은 개인을 풀어주는 근거가 아니라 문제의 자리를 정확히 가리키는 근거다. 문제가 시스템이라면, 해답도 시스템이어야 한다.

구조를 바꾸려는 현재의 움직임

다행히 네 기둥 각각에서 움직임이 시작됐다. 느리지만 실재한다.

자보정비요금 재산정 논의. 정비업 협회는 표준작업시간·시간당 공임의 현실화를 주기적으로 요구한다. 국토부·금감원·손보협회 간 협의가 매년 열린다. 전기차 공임 신설 요구가 가장 적극적인 영역이다.

재생부품 활성화 정책. 환경부는 자원 순환 관점의 인센티브를, 금감원은 보험료 안정 관점의 유인을 설계하려 한다. 품질 인증 체계가 서면 공업사 사후 책임이 정리된다. 정비업 협회는 이 인증 체계 구축에 참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손해사정사 제도 개편 논의. 독립 손해사정사의 활용을 쉽게 하는 제도적 논의, 공업사 측 이의제기 절차의 표준화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 영역은 금감원의 감독 방향과 맞물려 움직인다.

네트워크 계약 투명화. 공업사 측 요구 중 비교적 최근에 강해진 항목이다. 계약 기간 장기화, 등급 평가 기준 공개, 재계약 거부 사유의 사전 통지 같은 요구가 협회 공동 대응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 네 흐름이 어느 날 한꺼번에 완결되지는 않는다. 각자 제 속도로 몇 걸음씩 나아간다. 5년, 10년 단위로 보면 업계의 기본 배경이 달라져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변화가 누적된다.

공업사 사장이 구조에 기여하는 경로

한 명의 공업사 사장이 이 네 기둥을 뒤집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집단으로, 정공법으로, 기여하는 경로는 있다.

협회 참여. 지역 정비업 협회, 업종 협회에 시간을 내어 참여한다. 참여의 절대 다수는 식사·모임이지만, 그 사이에 실제 데이터·현장 증언이 협회 안건으로 올라가는 순간이 있다. 공업사의 집단 목소리가 강해질수록 국토부·금감원·손보협회의 테이블에서 무게가 커진다.

공동 데이터 공유. 공임 실태 조사, 재작업률 벤치마크, 전기차 작업 시간 기록 같은 현장 데이터를 익명화해 협회·학계·연구소에 제공한다. 제도 개선의 근거는 통계와 데이터다. 현장이 그 데이터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제도는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다.

공식 제도 개선 경로 활용.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 개선 건의, 금감원 민원, 관할 지자체·국토부 건의 경로는 공식적으로 열려 있다. 한 건의 건의가 바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같은 주제에 다수의 건의가 쌓이면 의제가 된다.

자기 공업사 안에서의 정공법 누적. 매일의 작업에서 허위 없는 청구, 명확한 사진, 깔끔한 장부, 내부 준법 존중의 운영을 10년 쌓는다. 이 누적이 지역 내 롤모델을 만든다. 다음 세대의 공업사 사장이 보고 배울 선례가 된다. 구조 개선의 가장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경로다.

블랙리스트를 자기 안에 갖는다. 반복적으로 회색·흑색을 제안해 오는 거래처(렉카·렌트카·병원·부품상·특정 차주)는 초기에 관계를 정리한다. 매출이 잠시 줄어도 길게 본다. 이 내부 블랙리스트가 구조의 압력을 자기 공업사 안에서 흡수하는 방어선이 된다.

이 편을 닫으며

회색·흑색은 개인의 약함의 산물이 아니다. 시스템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개인에게 넘긴 압력의 산물이다. 공임, 부품, 권한, 시간. 이 네 기둥이 각각 흔들릴 때마다 약속은 조금씩 닳는다.

그럼에도 범법의 선을 넘으면 그 대가는 개인이 진다. 이 두 문장을 함께 쥐고 가는 것이 Part 5 제휴와 영업의 진짜 풍경의 결론이다. 우리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책임자다. 둘 중 하나로만 자기를 정의하는 순간, 다음 5년이 흔들린다.

다음 Part 6부터는 이 압력 위에서 공업사가 실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지렛대를 하나씩 꺼낸다. 28편은 정공법으로 오래 버틴 공업사들이 공유하는 6가지 지렛대다. 구조 분석을 벗어나, 현장의 실전 이야기로 돌아간다.

시리즈 예고 — 28편: "정공법으로 버티는 6가지 지렛대 — 데이터·사진·전산·품질 인증·복수 거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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