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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사람 정비소 · 16편 / 22편

감정가 17%에 리조트가 나온다

다섯 번 유찰된 워터파크, 담합으로 팔린 알펜시아, 부채와 함께 넘어간 파라스파라. 리조트 경매 시장의 구조

홍정현·2026.08.20
14분 읽기

이 글은 《사람 정비소》 16편이자 4부(부동산)의 시작이다. 3부의 관문을 넘었다는 가정 위에서, 지방의 버려진 숙박 자산이 왜 어떻게 헐값에 나오는지부터 확인한다. 시리즈 전체 보기 →

의정부에 아일랜드캐슬이라는 호텔·콘도·워터파크 복합 시설이 있었다. 법원 감정가 2,616억 원. 2015년 가을부터 경매에 나와 다섯 차례 유찰됐고, 2016년 여름 여섯 번째 기일에 441억 1,000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의 17%. 홍콩계 자본이 세운 특수목적법인이 가져갔다.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시설이 종잇값 수준으로 손바뀜된 이 사건은 특수한 예외가 아니라, 대형 숙박 자산 경매의 전형적인 곡선이다.

이 곡선이 이 시리즈의 4부가 서 있는 자리다. 1부에서 확인한 빈 사분면(중간 가격대 입소형)의 최대 원가는 부동산이고, 그 부동산을 신축의 몇 분의 일에 조달할 수 있는가가 4편에서 본 파라스파라식 실패와 이 사업을 가르는 분기점이다. 마침 시장은 인수자에게 기울어 있다. 2025년 한 해 상업·업무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7만 건을 넘겨 전년보다 43% 늘었고(이코노미스트, 2026년 4월), 2026년 들어서도 신규 경매 신청이 13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고금리와 소비 위축을 통과하며 지방의 숙박·레저 자산이 줄줄이 매물로 쌓이는 국면이다.

이번 편은 세 가지를 정리한다. 왜 이런 가격이 만들어지는지, 매물이 나오는 세 개의 문이 어디인지, 그리고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면 안 되는 이유까지.

왜 리조트는 헐값에 나오는가

가격의 첫 번째 동력은 제도다. 법원 경매에서 유찰이 나면 다음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이 깎이는데, 저감률은 법원별로 고정되어 있다. 서울의 법원들은 20%, 인천·경기는 30%다. 아일랜드캐슬이 걸려 있던 의정부지법은 30%짜리라, 다섯 번 유찰이면 0.7의 다섯제곱, 즉 감정가의 16.8%가 다음 최저가가 된다. 441억이라는 낙찰가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산수였던 셈이다.

두 번째 동력은 수요의 협소함이다. 아파트는 유찰 한두 번이면 실수요가 받아내지만, 수백억 원짜리 지방 리조트를 받을 수 있는 주체는 국내에 몇 없다. 살 사람이 적으니 유찰이 쌓이고, 유찰이 쌓이니 제도가 가격을 기계적으로 깎는다. 여기에 시기 요인이 얹혔다. 2025년 상업·업무시설 경매 7만 건이라는 공급 과잉 국면에서는 좋은 물건조차 입찰 경쟁 없이 흘러내린다.

세 번째 동력은 회원제 콘도라는 상품의 구조적 부실이다. 다음 섹션에서 모집단으로 다루겠지만, 원리는 여기서 적는다. 회원제 콘도는 분양 시점에 회원권 판매 대금으로 건설비를 당겨쓰고, 그 대가로 수십 년짜리 이용 채무를 진다. 시설은 늙고, 회원권 시세는 꺼지고, 운영사는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 업태의 기본 곡선이었다. 운영사가 무너지면 회원들의 권리 문제가 뒤엉키며 자산은 더 팔기 어려워지고, 가격은 더 내려간다.

인수자 관점에서 이 셋을 합치면 결론이 나온다. 지방 숙박 자산의 경매가는 시설의 가치가 아니라 전 소유자의 자본 구조가 만든 가격이다. 건물 자체는 멀쩡한데 그 위에 얹힌 금융이 무너진 물건을 고르는 것, 그것이 이 시장에서 싸게 사는 일의 실체다. 알펜시아가 그 극단의 사례였다. 1조 원대가 투입된 시설이 공개 매각 네 번과 수의계약 두 번이 모두 불발된 끝에 2021년 7,100억 원에 팔렸는데, 이 딜은 낙찰자 쪽 계열사들의 입찰 담합으로 공정위 과징금 510억 원까지 이어졌다. 헐값 매각의 국면에는 이런 종류의 플레이어들이 먼저 와 있다는 것도 이 시장의 사실이다.

매물은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가

매물의 문은 셋이다. 성격이 달라서 같은 물건이라도 어느 문으로 사느냐에 따라 얻는 것과 떠안는 것이 다르다.

무엇특징
법원 경매담보권 실행으로 나온 물건유찰 저감으로 가격 하한이 깊음. 권리분석은 인수자 몫
공매 (온비드)캠코·지자체·공공기관의 압류·비업무 자산알펜시아가 이 경로. 폐교·연수원도 여기서 나옴
회생 M&A법정관리 기업의 자산·지분 매각파라스파라가 이 경로. 협상으로 조건 설계 가능

이 시설이 노리는 모집단의 지리는 이미 4부의 조사에서 나와 있다. 전국 관광숙박업은 2025년 말 기준 226,840실인데, 강원도의 29,176실 중 73.6%인 21,474실이 휴양콘도다(문화체육관광부). 서울 두 시간 권역의 산과 물가에, 늙어가는 회원제 콘도가 2만 실 넘게 깔려 있다는 뜻이다. 앞 섹션의 구조적 부실 곡선을 그리고 있는 이 콘도들이 향후 수년간 세 개의 문으로 계속 흘러나온다.

문마다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회원권 채무의 승계 여부다. 사업 양수도(세 번째 문)로 사면 관광진흥법상 사업자의 지위와 함께 회원에 대한 의무도 따라온다. 한화가 파라스파라를 300억 원에 인수하며 부채 3,900억 원을 함께 안은 것이 그 구조다. 반면 경매·공매로 취득한 경우, 대법원은 낙찰자가 기존 회원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2003년). 회원권이 휴지가 되는 이 판례는 회원들에게는 비극이지만, 인수자에게는 부채 없이 건물만 사는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후에도 승계를 둘러싼 분쟁과 판례는 계속 쌓이고 있어서, 개별 물건의 회원 현황과 권리관계 실사는 변호사와 함께 하는 것이 전제다.

작은 물건일수록 이 시설에 맞다는 점도 적어둔다. 아일랜드캐슬이나 알펜시아급은 이 사업의 그릇이 아니다. 20~40실짜리 소형 콘도나 펜션 단지, 문 닫은 소형 리조트가 과녁이고, 이 체급은 수십억 원 안쪽에서 세 개의 문 모두에 꾸준히 나온다. 대형 물건의 사례들을 앞세운 것은 가격 형성의 원리가 같기 때문이지, 체급을 따라가자는 뜻이 아니다.

싸다고 사는 게 아니라 맞아서 산다

감정가 대비 몇 퍼센트라는 숫자는 유혹적이지만, 이 시설의 실사 기준은 할인율이 아니라 적합성이다. 다섯 줄로 못박는다.

첫째, 인허가의 승계. 5편에서 정리한 대로 건물 용도가 숙박시설이고 숙박업 지위가 살아 있는 물건이 정공법이다. 영업 지위가 소멸된 물건이라면 재신고의 요건(용도, 시설 기준)을 인수 전에 관할 지자체에 질의해 확정한다. 싼 이유가 "용도를 못 살리는 건물"이어서인 물건이 이 시장에 흔하다.

둘째, 회원 권리관계. 앞 섹션의 실사 그대로다. 회원 수, 반환 채무, 진행 중인 소송을 문 종류와 함께 본다.

셋째, 방치의 깊이. 숙박 시설은 비워두는 순간부터 배관과 방수가 늙는다. 개보수비가 인수가를 넘는 물건은 싼 게 아니다. 8편에서 정한 대로 이 시설의 개보수 우선순위는 수면 환경(암막·방음·온도)이라 표준 리모델링보다 가볍지만, 그것도 골조와 설비가 살아 있을 때 이야기다.

넷째, 체급의 절제. 15편의 관문 숫자가 허용하는 규모까지만 산다. 파일럿 두 번 완판이 증명하는 수요는 수십 실이지 수백 실이 아니다. 남는 객실은 자산이 아니라 고정비라는 것을 파라스파라의 334실이 가르쳐줬다.

다섯째, 출구의 존재. 이 사업이 실패했을 때 그 부동산을 누가 사줄 것인가를 인수 전에 답한다. 숙박업 지위가 살아 있는 소형 물건은 최악의 경우에도 숙박업자에게 되팔리지만, 어중간한 대형 물건은 우리가 산 그 할인율로 다시 팔게 된다.

다음 편은 두 번째 문(공매)의 다른 매물, 폐교다. 사는 게 아니라 연 몇백만 원에 빌리는 물건이라 규율이 전혀 다르다. 17편에서 다룬다.

이 기록을 계속 보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하면 된다. 지방의 놀고 있는 숙박 시설이나 폐교를 가진 쪽, 기능의학과 검진 영역의 의료인, 투자자로 관심 있는 쪽은 연락이 빠를수록 서로 낫다.

출처

본문의 낙찰 사례와 통계는 보도·공시 기준이다. 회원권 승계 판례는 개별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실사 단계의 법률 검토를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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