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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사람 정비소 · 17편 / 22편

폐교는 사는 게 아니라 빌리는 것이다

미활용 폐교 411곳, 연 몇백만 원의 대부료, 수의계약의 조건. 가장 싼 파일럿 공간의 사용 설명서

홍정현·2026.08.20
13분 읽기

이 글은 《사람 정비소》 17편이다. 16편이 본 시설의 부동산(부실 리조트)이었다면, 이번 편은 그 전 단계인 파일럿의 공간이다. 사는 물건이 아니라 빌리는 물건이라 규율이 다르다. 시리즈 전체 보기 →

2026년 3월 기준 전국의 폐교는 누적 4,037곳이고, 그중 411곳이 팔리지도 빌려지지도 않은 채 비어 있다. 미활용 폐교는 2022년 351곳에서 해마다 늘어 4년 새 60곳이 쌓였다. 저출생의 속도를 생각하면 이 재고는 앞으로도 늘기만 한다. 교육청들이 활용자를 찾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입지다. 교통이 불편해 사업성이 안 나오는 물건이 남는다.

이 시리즈의 눈에는 이 재고가 다르게 보인다. 첫째, 폐교는 넓다. 교실 여러 개와 강당과 운동장이 있고, 그 구성은 낮 시간의 프로그램 공간(운동, 강의, 측정)으로 거의 그대로 쓸 수 있다. 둘째, 폐교는 싸다. 사는 게 아니라 빌리는 물건이고, 임대료가 연 수백만 원부터 시작한다. 셋째, 입지의 불리함이 이 사업에는 절반만 적용된다. 2편부터 반복해온 논리대로 입소형은 격리 자체가 상품의 일부라, 동네 상권이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서울에서 두 시간이라는 총 소요시간뿐이다(이 기준은 19편에서 다룬다).

다만 폐교에는 폐교의 함정이 있다. 숙박이 안 되는 건물이라는 것, 그리고 수의계약의 문이 아무에게나 열리지 않는다는 것. 이번 편은 그 두 가지를 중심으로 폐교라는 물건의 사용 설명서를 쓴다.

수의계약의 문과 대부료의 산수

폐교 거래의 규칙은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있다. 뼈대는 이렇다. 교육청은 폐교를 공개 입찰로 팔거나 빌려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해진 용도로 쓰겠다는 활용자에게는 수의계약으로 대부·매각할 수 있다. 그 용도가 교육용 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 지역 주민의 소득증대시설, 귀농어귀촌 지원시설이다. 대부 기간은 10년 이내에 갱신이 가능하고, 연간 대부료의 하한은 재산 평정가격의 1%다. 여기에 감액 조항이 붙는다. 교육·사회복지·문화·체육 용도는 대부료의 절반까지, 소득증대시설은 10분의 7까지 깎을 수 있어 실효 요율이 평정가격의 0.3~0.5% 수준까지 내려간다. 실제 시장에서 폐교 임대료가 연 200만 원에서 4,000만 원 사이에 형성되는 배경이 이 구조다.

주의할 것은 이 목록에 "상업 웰니스 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성인 대상 유료 회복 프로그램을 그대로 내걸면 수의계약 특례의 문이 아니라 공개 입찰의 문으로 가야 한다. 공개 입찰이 막힌 길은 아니지만(17억 5,000만 원에 낙찰된 시골 폐교 사례처럼 매각 물건은 공매로 돈다), 임대 파일럿의 경제성은 수의계약 쪽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실무 경로는 용도의 설계다. 폐교 활용 계획을 지역 주민 대상 건강 프로그램과 체육시설 운영으로 구성해 공공체육·소득증대의 틀에 맞추거나, 청소년수련시설(교육 계열)로 전환해 방학 캠프와 학기 중 성인 프로그램을 함께 돌리는 구성이 그것이다. 폐교의 청소년수련시설 전환은 민간·공공 모두 선례가 쌓여 있는 검증된 경로다. 어느 쪽이든 지자체·교육청과의 사전 협의가 계약의 절반이고,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일수록 시설을 살려 쓰겠다는 사업자를 반기는 협상 환경이라는 것이 이 물건의 특성이다.

숙박의 벽은 정직하게 적어둔다. 폐교는 교육연구시설이라 그대로는 사람을 재울 수 없다. 5편에서 확인한 대로 유료 숙박은 신고 대상이고, 폐교를 숙박 가능한 시설로 바꾸는 길은 청소년수련시설 전환(숙박 기능이 법정 정의에 포함) 아니면 용도변경인데, 후자는 용도지역의 제약(계획관리지역 660㎡ 제한 등)에 걸리기 쉽다. 그래서 폐교 파일럿의 기본형은 두 가지다. 숙박 없는 낮 프로그램(당일 또는 통원형 2주 과정)으로 돌리거나, 숙박은 인근의 기존 펜션·민박과 제휴해 분리하는 것. 프로그램과 잠자리를 한 건물에 넣는 것은 본 시설(16편의 리조트)의 몫으로 남긴다.

파일럿 공간으로서의 폐교

폐교 임대를 파일럿에 쓰는 계산은 단순하다. 15편의 관문을 통과해 2주 파일럿을 열 때, 필요한 것은 프로그램 공간(운동, 측정, 강의, 식사)과 열흘 남짓의 운영이다. 이것을 위해 건물을 사는 것은 순서가 틀렸고, 도시의 상업 공간을 빌리는 것은 이 사업의 정체성(환경의 전환)과 어긋난다. 연 수백만 원짜리 폐교 임대는 실패해도 잃는 것이 월세 몇 달치인 실험 공간이다.

폐교가 파일럿에 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콘텐츠다. 먼지 쌓인 교실이 측정실과 운동장으로 바뀌는 과정은 12편에서 정한 만들기 기록의 가장 좋은 소재이고, 폐교라는 공간 자체가 가진 정서(모두가 다닌 학교, 비워진 지방)는 이 시리즈의 언어와 공명한다. 지역의 눈으로 봐도 버려진 학교에 사람이 다시 오가는 그림은 지자체가 보도자료를 쓰고 싶어지는 종류의 일이라, 18편에서 다룰 지자체 협력의 첫 단추가 되기도 한다.

물건 고르는 기준은 세 개면 된다. 첫째, 서울 기점 총 소요시간(19편의 필터를 폐교에도 동일 적용). 둘째, 골조와 지붕의 상태. 방치 연수가 길수록 개보수비가 임대의 경제성을 잠식하므로, 최근까지 다른 용도로 쓰이다 빈 물건이 상급이다. 셋째, 교육청의 태도. 같은 폐교라도 교육청·지자체가 활용 사업에 적극적인 지역과 방어적인 지역의 행정 속도는 다르다. 온비드의 대부 공고 이력과 지역 폐교 활용 사례를 보면 그 온도가 읽힌다.

이 편의 결론은 한 줄이다. 폐교는 본 시설의 대체재가 아니라 본 시설로 가는 가장 싼 다리다. 다리에서 검증된 수요만이 16편의 경매장으로 갈 자격을 만든다.

다음 편은 이 부동산들 위에 얹히는 돈의 설계, 세제와 융자다. 특구의 감면과 2%대 정책 자금이 어디까지 실재하는지 18편에서 조문으로 확인한다.

이 기록을 계속 보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하면 된다. 지방의 놀고 있는 숙박 시설이나 폐교를 가진 쪽, 기능의학과 검진 영역의 의료인, 투자자로 관심 있는 쪽은 연락이 빠를수록 서로 낫다.

출처

본문의 폐교 통계와 법령은 아래 근거를 따랐다. 대부료율과 감액은 조례로 정하는 사항이라 교육청별로 다를 수 있고, 개별 물건의 조건은 공고 원문이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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