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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돌봄의 값 · 2편 / 15편

대기 39.4일, 공공 돌봄의 병목은 가격이 아니다

신청은 4년 새 135% 늘었고 아이돌보미는 22% 늘었다. 늘지 않은 것은 보상 구조다

홍정현·2026.08.15
9분 읽기

정부 아이돌봄서비스는 신청부터 연계까지 2025년 기준 평균 39.4일이 걸린다. 성평등가족부가 2026년 8월 13일 발표한 2025년 아이돌봄서비스 실태조사 수치이고, 이 조사는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된 뒤 처음 나온 것이다.

보통의 시장이라면 40일짜리 대기줄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공급을 늘리거나 값을 올리거나, 둘 중 하나가 일어난다.

이 서비스는 반대로 움직였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아이돌봄 지원 사업 개선방안 자료에 실린 연도별 평균 대기일수는 2021년 19일, 2022년 27.8일, 2023년 33일, 2024년 32.8일, 2025년 39.4일이다. 4년 동안 한 해만 빼고 계속 늘었다. 서울의 신청이 몰리는 지역은 수개월을 기다린다고 한다.

가격 때문이라는 설명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용가구가 실제로 내는 돈은 월평균 35만 7천 원이다(2025년 실태조사). 민간 입주 육아도우미가 월 350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 서비스는 압도적으로 싸다. 싸서 줄이 긴 것이라면 값을 올릴 때 줄이 줄어야 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병목은 가격이 아니라 공급이다. 그리고 공급의 병목은 인력 부족이 아니라 그 인력에게 지급되는 보상의 구조다.

정부는 수요만 늘렸다

지난 4년 동안 정부는 이 서비스를 신청할 사람의 수를 정책으로 키웠고, 그 신청을 받아낼 사람의 수는 그만큼 키우지 않았다. 대기 39.4일은 이 두 증가율의 차이가 누적된 결과다.

항목2021년2025년
신청 가구78,118가구183,794가구 (+135.3%)
활동 아이돌보미자료 미제시31,718명 (4년간 +22.4%)
연계율91.9%86.9%
평균 대기일19일39.4일

출처는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와 성평등가족부 2025년 실태조사다. 신청이 2.35배가 되는 동안 인력은 1.22배가 됐다. 이 비율이면 대기가 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수요를 키운 정책은 명시적이다. 2026년 아이돌봄서비스의 정부지원 소득기준은 중위소득 250% 이하로 확대됐다. 4인 가구 기준 월 1,624만 원 언저리까지 지원 대상에 들어온다. 서비스 단가는 2026년 시간당 12,790원이고, 지원 구간에 따라 본인부담은 이보다 크게 낮아진다.

문제는 그 결정이 공급 측 결정과 짝을 이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원 기준을 넓히면 신청서는 그달부터 늘어난다. 돌봄 인력은 그렇게 늘지 않는다. 사람을 모집하고 교육하고 배치하는 시간이 걸리고, 애초에 그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야 모집이 성립한다.

연계율 하락이 그 결과다. 2021년에는 신청한 100가구 중 92가구가 연결됐고, 2025년에는 87가구가 연결됐다. 신청 가구의 약 12%는 끝내 서비스를 못 받았고 주된 이유는 아이돌보미 부족이었다.

만족도 조사가 이 구조를 정확히 드러낸다. 2025년 실태조사에서 전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9점인데, 연계 대기기간 만족도만 2.9점으로 최저였다. 이용 과정의 어려움 1위도 서비스 연계가 오래 걸린다는 응답으로 25.4%였다. 비용 부담은 12.5%로 그 절반에 못 미쳤다.

받아본 사람은 만족한다. 못 받는 사람이 문제다. 품질 개선으로도, 본인부담을 더 낮추는 방향으로도 풀리지 않는다. 본인부담을 낮추면 신청이 늘고 줄은 더 길어진다.

이 서비스를 떠받치는 사람은 누구인가

공공 돌봄 인력의 평균 연령은 59.9세이고 60세 이상이 54.5%다. 2025년 실태조사에서 아이돌봄사 3,000명을 조사한 결과다. 절반 이상이 통상적인 정년을 넘긴 나이에 남의 집 아이를 본다.

이들의 노동 조건은 이렇다.

항목수치
평균 연령59.9세
60세 이상 비중54.5%
월평균 근무118.8시간
월평균 실수령160만 5천 원
불만 1순위급여 외 처우, 교통비 등 (28.6%)
불만 2순위급여 수준 (25.3%)

월 118.8시간은 주 30시간이 안 된다. 전일제가 아니라 시간제로 쪼개진 일감을 받는 구조다. 160만 5천 원은 그 시간을 다 채웠을 때의 실수령이고, 일감이 덜 배정된 달에는 그보다 적다.

불만 1순위는 급여 자체가 아니라 급여 외 처우다. 교통비가 대표 항목이다. 아이돌봄은 가정을 방문해서 하는 일이라 이동이 노동의 일부인데, 그 이동은 근무시간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2026년 5월 나온 돌봄노동자 공동 요구안 보도에서도 집과 집 사이 이동시간이 무보수라는 점, 명절 상여금과 식비와 교통비가 없다는 점이 앞머리에 놓였다. 시급 자체보다 시급으로 안 잡히는 시간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 다른 응답이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가 91.1%다.

이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해석이 갈린다. 낙관적으로 읽으면 직업 애착이 높다. 비관적으로 읽으면 대안이 없다. 2026년 6월 보도된 조사에 따르면 경력단절 후 재취업한 여성의 임금은 평균 15% 낮고 50대에서는 격차가 21.2%로 최대였으며, 재취업은 보건·사회복지 등 저임금 서비스직에 집중됐다. 60세 근처의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폭을 감안하면, 91.1%는 애착과 대안 부재가 겹쳐서 나온 숫자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공급 측면에서 이 숫자가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지금 이 서비스를 떠받치는 인력은 자연 감소한다. 60세 이상이 절반을 넘는 집단은 5년 뒤 65세 이상이 절반을 넘는다. 그 자리를 채울 40대와 50대 초반이 이 일을 선택할 이유가 월 160만 원과 무보수 이동시간 안에는 없다. 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인력이 재생산되지 않는다.

왜 저녁 돌봄만 유독 안 잡히는가

부모가 가장 원하는 시간과 아이돌봄사가 가장 일하고 싶은 시간이 정면으로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실태조사는 이 엇박자를 국가통계로 처음 확인했다.

시간대부모 희망아이돌봄사 희망
평일 오전자료 미제시49.8%
평일 오후자료 미제시40.8%
평일 17~18시64.4%자료 미제시
평일 18~19시60.3%자료 미제시
평일 야간자료 미제시4.7%
주말60.1%약 1%

두 조사의 시간 구간이 달라 항목별 비교는 어렵다. 그래도 방향은 오해할 여지가 없다. 부모 수요가 몰린 곳은 하원 이후의 저녁과 주말이고, 공급이 몰린 곳은 평일 낮이다. 주말은 부모의 60.1%가 원하는데 공급자의 1%가 원한다.

여기서 가격 논리가 한 번 시험된다. 정부는 야간과 휴일에 50% 가산을 붙여 놓았다. 2026년부터는 22시 이후 야간 할증분에도 동일한 정부지원 비율이 적용돼, 이용자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공급자 보상만 올리는 설계가 됐다. 시급을 1.5배로 만들었는데도 주말 근무 희망은 1% 근처다.

가격을 올려도 공급이 안 움직이면 그 시장의 제약은 가격이 아니다. 60세를 넘긴 사람에게 저녁 6시부터 9시와 토요일 오후는 돈으로 사기 어려운 시간이다. 본인의 가족과 체력과 생활 리듬이 걸려 있다. 시급 1.5배는 20대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는 강력한 유인이지만, 평균 연령 59.9세 집단에서는 유인의 크기가 다르다.

일감의 모양도 문제다. 하원 이후의 돌봄은 대개 하루 1시간에서 3시간짜리다. 이 일감을 받으려면 왕복 이동을 해야 하고, 그 이동은 앞 절에서 본 대로 보수가 붙지 않는다. 1.5배 가산을 받아도 이동시간을 분모에 넣으면 실질 시급은 평일 낮의 긴 일감보다 낮아질 수 있다. 저녁 일감은 시급이 높은 것이 아니라, 시급으로 계산되지 않는 시간의 비중이 높은 일감이다.

부모 입장에서 이것은 나쁜 소식이다. 공공 돌봄으로 메우고 싶은 시간대가 정확히 공공 돌봄이 가장 못 메우는 시간대다. 매칭이 잘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매칭할 짝이 애초에 서로 다른 시간에 서 있다.

병목의 뿌리는 최저임금에 묶인 시급이다

공급이 안 늘어나는 근본 원인은 이 일의 기본 시급이 최저임금을 기준선으로 삼아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2026년 아이돌봄사의 기본 시급은 11,120원이고, 이용자가 내는 서비스 단가는 시간당 12,790원이다.

시급이 최저임금에 붙어 있으면 세 가지가 따라온다.

첫째, 경력이 보상되지 않는다. 최저임금은 해마다 오르지만 그것은 신규 진입자에게도 똑같이 오른다. 10년을 한 사람과 1년을 한 사람의 시급 차이를 만들 재원이 이 구조에는 없다. 2026년 5월 나온 돌봄노동자 공동 요구안에서 "10년을 일해도 임금은 그대로라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문장이 나온 이유다.

둘째, 인접 저임금 일자리와 경쟁이 붙는다. 같은 시급을 받는 다른 일에는 남의 집에 들어가는 부담도, 아이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담도, 무보수 이동시간도 없다. 그래서 신규 유입은 그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따로 있는 사람, 즉 노동시장의 다른 문이 대체로 닫힌 연령대로 좁혀진다. 평균 59.9세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셋째, 자격 요건을 강화할수록 순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2026년 4월 아이돌봄지원법 개정으로 명칭이 아이돌봄사로 바뀌고 국가자격이 신설됐다. 양성교육 이수와 적성·인성검사, 범죄경력 조회를 거치는 체계다.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는 반가운 변화다. 다만 진입 절차를 올리면서 보상을 그대로 두면, 들어오는 사람은 줄고 나가는 사람은 그대로다. 교육에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시급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자격제는 문턱으로만 작동한다.

대기 39.4일은 예산이 모자라서 생긴 줄이 아니다. 예산은 수요 쪽에 들어갔다. 소득기준을 중위 250%까지 넓히는 데도, 야간 할증분까지 지원 비율을 맞추는 데도 예산이 들어갔다. 공급 쪽에 들어간 예산은 시급을 최저임금 근처에 유지하는 만큼이다. 수요 보조금은 늘리고 공급 단가는 최저임금에 고정한 설계에서 대기줄은 자동으로 길어진다.

수요자 쪽에서 도출되는 결론은 두 가지다. 신청은 출산 전에 넣는다. 39.4일은 평균이고 그 평균은 계속 길어지는 추세다. 그리고 평일 저녁과 주말은 이 서비스로 안 메워진다고 전제하고 다른 경로를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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