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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경영 · 돌봄의 값 · 5편 / 15편

10년을 일해도 시급이 같다

돌봄 공급이 10년 새 절반이 된 것은 법과 중개 구조가 경력을 값으로 바꾸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홍정현·2026.08.15
10분 읽기

돌봄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든 이유는 사람들이 이 일을 기피해서가 아니라, 10년을 해도 값이 오르지 않는 구조에 있다. 가사·육아도우미 취업자는 2014년 22만 6천 명에서 2023년 11만 5천 명으로 줄었다(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9년 만에 49%가 사라졌다.

전체 가사서비스 종사자는 2023년 말 기준 약 30만 명으로 추정된다(참여연대 월간복지동향 2025). 두 숫자가 어긋나는 것은 집계 정의가 달라서다. 취업자 통계는 이 일을 주된 직업이라고 답한 사람만 센다. 절반이 된 쪽은 돌봄을 직업으로 붙들고 있는 사람의 수다.

2026년 5월, 요양보호사와 아이돌봄사를 포함해 약 230만 명으로 추산되는 돌봄노동자가 처음으로 공동 요구안을 냈다. 명절 상여금과 밥값, 교통비를 달라는 요구와 함께 나온 문장이 이것이다. "10년을 일해도 임금은 그대로라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임금이 낮다는 말과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는 말은 다르다. 오르지 않는 임금은 값을 결정하는 회로 자체가 끊겨 있다는 뜻이다. 경력이 값으로 번역되지 않는 시장에서는 아무도 경력을 쌓지 않는다. 남는 인력은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고, 그 인력이 다시 이 직업 전체의 평판을 결정한다.

값이 왜 안 오르는지를 따라가면 끊긴 회로가 세 군데 나온다. 법, 중개, 그리고 소득 신고다.

법은 이 일을 노동으로 세지 않는다

가정이 직접 고용한 돌봄 인력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제11조가 가사사용인을 적용 제외로 두고 있고, 1953년 제정 이래 이 조항은 바뀌지 않았다. 최저임금법과 퇴직급여법, 고용보험법도 같은 방식으로 이 직역을 비워 둔다. 퇴직금 청구권이 없다는 것은 10년을 한 집에서 일해도 근속이 돈으로 정산되는 순간이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배제는 위헌 심판을 한 번 통과했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10월 27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조 단서의 "가구 내 고용활동" 제외 조항을 재판관 7대 2로 합헌 결정했다(2019헌바454). 다수의견의 근거는 가정 내부는 감독이 어렵고 개인 고용주에게 행정 부담을 지우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 결정으로 직접고용 시터의 근속을 돈으로 바꾸는 법적 통로는 닫혔다.

2022년 6월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은 이 사각지대를 우회하는 설계였다. 정부가 인증한 기관이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면 최저임금과 퇴직금, 4대보험, 연차가 적용된다. 문제는 규모다. 2024년 12월 기준 인증기관은 122곳, 소속 가사관리사는 3,607명이다. 종사자 추정치 30만 명에 대면 1~2% 수준이다. 인증 요건이 가사근로자 5인 이상 직접고용에 법인, 자본금 5천만 원이라 기존 업체 대부분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조차 근로자로 인정받는 데 시간이 걸렸다. 대법원은 2023년 8월 18일 광주 지역 아이돌보미 169명이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아이돌보미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처음 인정했다. 2016년 1월 제소부터 판결까지 7년 7개월이 걸렸다.

고용 경로노동법 적용규모
가정 직접고용 (가사사용인)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퇴직급여법 적용 제외공식 집계 없음
정부 인증기관 소속 가사관리사최저임금·퇴직금·4대보험·연차 적용122개 기관 3,607명 (2024.12)
정부 아이돌봄서비스2023년 대법원 판결로 근로자성 인정활동 인력 29,635명

세 줄 중 첫 줄이 시장의 대부분이다. 퇴직금도 실업급여도 산재보험도 없는 직업에 20대가 들어와 10년을 버틸 계획을 세우기는 어렵다. 아이돌보미 평균 연령 59.9세, 60세 이상 54.5%라는 첫 국가통계(2026년 8월 공표)는 이 배제가 인구 구조로 나타난 결과다.

중개는 왜 경력을 값으로 옮기지 못하는가

중개가 경력을 값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수수료를 걷는 지점과 경력이 쌓이는 지점이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중개는 매칭의 순간에 돈을 받고, 경력은 매칭 이후에 쌓인다. 그 사이를 잇는 장치가 없으면 중개는 첫 만남만 팔고 빠진다.

유료직업소개 경로는 요금 상한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직업안정법 국내유료직업소개요금 고시에 따르면 구직자에게는 임금의 1%, 구인자에게는 고용기간 임금의 30%까지 받을 수 있다. 파출부와 간병인처럼 회원제로 운영하는 경우에는 노동자와 구인자 각각에게 월 환산임금의 4% 이내 회비를 받는다. 한국일보는 2022년 7월 이 구조에서 인건비의 최대 31%가 중간수수료로 빠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요율의 높낮이가 아니다. 이 요금표 어디에도 경력에 따른 항목이 없다는 점이다. 10년차를 소개하든 신규자를 소개하든 소개소가 받는 것은 임금의 같은 비율이다. 숙련을 검증하고 그 값을 올려 받을 유인이 요금 구조상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매칭이 자주 깨질수록 회비와 소개료가 반복해서 발생한다.

플랫폼은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지점에 걸린다. 돌봄은 한 번 맞으면 장기 고용으로 굳는 거래라 두 번째 달부터 플랫폼 밖으로 나간다. 건당 수수료 모델이 성립하지 않으니 국내 업체 대부분이 부모에게 기간제 이용권이나 열람권을 파는 방식으로 우회했다.

이 우회의 대가가 평판 데이터의 단절이다. 거래가 플랫폼을 떠나는 순간 후기도 평점도 더는 쌓이지 않는다. 시터가 한 가정에서 3년을 성실히 일해도 그 3년은 그 가정의 기억으로만 남는다. 다음 부모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레퍼런스 전화번호 하나다. 검증된 이력이 옮겨 다닐 수 있는 자산으로 축적되지 않으니 부모는 경력에 프리미엄을 붙일 근거를 못 찾고, 프리미엄이 없으니 시터는 교육에 투자하지 않는다.

배분이 경력을 눌러버리는 구조는 인접 직역에서 더 선명하다. 방문 학습지 교사의 수수료율 35~59%는 근무 연차가 아니라 영업실적으로 정해진다. 방과후학교 업체위탁에서는 강사료의 20~40%가 수수료로 빠지는데, 학생 150여 명을 가르치고 학생당 2만 원의 강의료를 책정받고도 40%를 떼여 월 180만 원을 받은 사례가 한국일보 2025년 2월 보도에 나온다.

신고하지 않는 쪽이 이익인 계산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관행은 부정직의 문제가 아니라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계산의 결과다. 고용하는 가정과 일하는 시터가 각자 다른 이유로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가정 쪽의 계산은 제도의 비대칭에서 나온다. 가구 내 고용활동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 제외 사업이다(근로복지공단 가입대상 안내). 시터가 일하다 다쳐도 산재로 처리할 길이 없고, 그만두어도 실업급여가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국세청 기준으로는 사업자등록이 없는 개인이라도 근로소득을 지급하면 원천징수의무자가 된다. 매월 간이세액표에 따라 세금을 떼고 지급명세서를 내야 한다. 보호 장치는 면제받는데 신고 의무만 남는 구조다. 안내도 없고 대행해 주는 곳도 없으니 대부분의 가정이 현금으로 처리하고 넘어간다.

시터 쪽의 계산은 더 직접적이다. 소득이 공식 기록으로 잡히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거나 기초연금이 깎일 수 있다. 이 시장 인력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셈은 단순해진다. 신고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클 수 있다. 현금 거래를 고집하는 것은 시터 쪽의 합리적 저항이기도 하다.

부수 효과가 여기서 나온다. 소득이 기록되지 않으면 경력도 기록되지 않는다. 3년을 일해도 3년 일했다는 증빙이 없고, 다음 가정 앞에서 꺼낼 수 있는 것은 자기 진술뿐이다. 부모가 경력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경력에 값을 매길 수도 없다. 통계에서 사라진 인력과 시장에서 사라진 인력이 같지 않다는 것은, 이 산업의 공급 실태를 국가도 정확히 모른다는 뜻이다.

그래도 값이 오르는 자리는 있다

같은 아동 돌봄·교육 영역 안에도 값이 경력을 따라 오르는 자리가 있고, 그 자리들의 공통점은 자격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모자란다는 사실이다.

늘봄학교 강사가 첫 번째다. 경기도교육청은 2025년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의 시간당 강사료를 6만 원, 농어촌은 8만 원으로 책정했다. 2024년 시범운영 때는 4만 원이었다. 인상 사유로 제시된 것은 강사 모집이 어렵다는 사실 하나다(기호일보). 안성의 한 초등학교는 그래도 강사를 구하지 못해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수급 불균형이 단가에 그대로 전달된 사례다.

두 번째는 유아체육이다. 어린이 수영과 키즈짐 강사는 파트타임 시급 1만 8천 원에서 2만 5천 원 선에서 경력이 가산된다. 직원급은 기본급 230만~280만 원에 재등록률과 매출 인센티브를 합해 평균 월 319만 원 수준이다(2025~2026년 채용공고). 여기서는 경력이 재등록률이라는 측정 가능한 숫자로 바뀌고, 그 숫자가 곧 인센티브가 된다. 값으로 번역되는 회로가 살아 있다.

반대편을 같은 표에 놓으면 자격의 무게가 보인다.

직종보상요구 자격
방문 학습지 교사평균 시급 6,850원 (2023 서비스연맹 실태조사)없음, 수수료율은 영업실적으로 결정
어린이집 보조교사월 110만 원 (2025 정부 지원단가)보육교사 2급 이상
아이돌봄사기본 시급 11,120원 (2026)국가자격, 양성교육 120시간
늘봄학교 강사시간당 6만~8만 원 (2025 경기도교육청)분야별 전공·지도 경력
유아체육 강사시급 1만 8천~2만 5천 원 (2025~2026)생활스포츠지도사 등

위 세 줄이 자격을 요구하고 아래 두 줄은 덜 요구한다. 보상은 정확히 반대로 간다.

아이돌보미는 2026년 4월 국가자격 아이돌봄사로 전환됐다. 신규 양성교육 120시간에 교육비는 47만 원 내외이고, 전환 이후 기본 시급은 11,120원이다. 가산수당이 붙기는 한다. 질병감염아동 3,340원, 36개월 이하 영아 2,000원, 야간·휴일 50% 증액이다. 전부 업무의 종류와 시간대에 붙는 것이지 경력에 붙는 것이 아니다. 경력을 보는 항목은 명절상여금뿐인데 3년 미만 20만 원, 5년 이상 60만 원의 연 단위 금액이다.

재능교육 17년차 방문 학습지 교사가 밝힌 2024년 자신의 시급은 5,400원이다(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2025년 최저임금은 시급 10,030원이다. 특수고용 수수료제에서는 17년이 최저임금의 절반으로 환산될 수 있다. 민간 자격증의 시급 프리미엄이 10~20% 수준이라는 관찰이 구인 정보에 나오지만 통계로 확인된 수치는 아니고, 그 정도 폭으로는 교육비와 시간을 회수하기 어렵다.

시세를 결정하는 것은 자격 제도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격차, 그리고 중간에서 누가 얼마를 가져가느냐다. 늘봄 강사료는 사람이 없어서 올랐고 유아체육 시급은 성과가 숫자로 잡혀서 올랐다. 돌봄 시급이 오르지 않는 것은 사람이 남아서가 아니다. 부족한데도 오르지 않는다면 부족이 가격으로 전달되는 경로가 막혀 있다는 뜻이고, 그 경로를 막고 있는 것이 법의 배제와 중개의 배분, 기록되지 않는 소득이다.

지금 이 시장에서 사람을 구하면 경력 10년을 증명받을 방법이 없는 사람과 계약하게 된다. 그 사람의 10년이 값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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