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전력·폐수 병목 지도 — 산단의 진짜 경쟁은 인프라다
반도체 팹 하루 수십만 톤 용수, 이차전지 공정의 폐수 부담. 들어가서야 알게 되는 인프라의 벽
이 글은 《산업단지의 지도》 시리즈의 가지치기 글이다. 본편 4편·6편에서 다룬 "인프라"를 업종별로 깊게 본다.
공장 건물보다 파이프가 먼저다
산단에 들어가려는 사장들이 가장 늦게 신경 쓰는 것이 인프라다. 건폐율·용적률·가격은 먼저 확인하지만, 용수가 몇 톤 나오는지·전력이 몇 kVA 공급되는지는 분양 계약 체결 직전에야 문서로 받는다. 그리고 공장 설계 단계에서 공급 가능량이 필요량보다 적다는 걸 알게 된다. 돌이키기 어렵다.
2년간 담당자들과 이야기하면서 굳어진 관찰 중 하나는 "산단의 진짜 경쟁은 건물이 아니라 인프라 한도" 라는 것이다.
용수 — 업종·단지 규모에 따라 격차가 크다
팹 1기 수치와 단지 전체 수치를 혼동하기 쉬우므로 계약서·공급계획을 확인할 때 단위(kg/hr, m³/day, 톤/일)와 범위(개별 부지 vs 단지 전체) 를 명확히 해야 한다. 아래 수치는 대략적 범위 참고용이다.
| 업종 | 용수 수요 (대략, 단지·공정 규모별) |
|---|---|
| 대형 반도체 팹 단지(여러 기 집합) | 하루 수십만 톤 규모 (용인 국가산단 팹 6기 기준 2035년 하루 약 76만 톤 추산) |
| 개별 반도체 팹 1기 | 하루 수만~10만 톤 수준 |
| 이차전지 공정 | 팹 대비 낮으나 공정 규모에 따라 편차 큼 |
| 일반 제조 | 하루 수백~수천 톤 |
| R&D 시설 | 하루 수백 톤 미만 |
용인·청주·새만금 같은 대형 반도체·이차전지 클러스터는 용수 확보가 국가 차원의 과제다. 용인 메가클러스터의 경우 한강수계에서 수십 km 떨어진 곳까지 용수로를 신설하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해부)
사장 관점 확인 포인트:
- 분양 부지당 용수 배분량 (계약서 별첨)
- 예비 공급 여유 (추후 증설 시 대응)
- 대체 수원 (지하수·재이용수 활용 가능성)
전력 — 특고압 수전 가능 여부가 관건
산업용 전력은 22.9kV 이상 특고압 수전이 일반적이다. 산단 조성 시 미리 변전소·송전선이 깔리지만, 개별 부지의 수전 용량은 계약서에 명시된 범위 안이다.
주요 확인 포인트:
- 해당 부지 수전 용량 (kVA)
- 추가 수전 시 증설 비용 (수억~수십억)
- 예비 전력 (정전 대응)
- 전력 피크 시간대 요금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한전과의 수전 계약은 사장이 별도로 맺는다. 산단 시행자가 대신해 주지 않는다.
폐수 — 들어가기 전 분류부터
산업폐수는 수질 기준에 따라 처리 방식이 갈린다. 단지 내 공공 처리장이 받아주는 폐수가 있고, 별도 자체 처리 후 배출해야 하는 폐수가 있다.
이차전지 공정, 반도체 공정, 도금·표면처리 공정 등은 특히 폐수 부담이 크다. 단지 공공 처리장이 받아주지 않으면 자체 폐수처리시설을 부지 내에 지어야 한다. 이 시설만으로 추가 투자 수억~수십억.
확인 순서:
- 내 공정이 배출하는 폐수 성상 분석 (미리 엔지니어링 업체에 의뢰)
- 단지 공공 폐수처리장 접수 조건 (농도·유량·수질 기준)
- 접수 가능하면 배관 연결 비용만, 불가능하면 자체 처리시설 투자
실전 체크리스트 — 분양 계약 전 질문
관리기관·시행자에게 반드시 받아야 할 답변들:
- 부지당 용수 배분 (일일 톤, 최대·평균)
- 수전 용량 (kVA)과 증설 가능 여부
- 폐수 접수 기준(성상·유량)과 단지 공공처리장 정보
- 폐기물 처리 계약업체
- 가스 공급 (LNG·LPG)
- 통신·광케이블 인입 가능 여부
문서로 받아두지 않으면 나중에 "계약 당시엔 그랬는데"로 빠진다.
병목이 기회가 되는 지점
인프라 병목은 사장에게 제약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회다.
- 용수 재이용 시스템·폐수 처리 서비스 — 반도체·이차전지 인근에서 수요 폭발
- 재생에너지·자가발전 — 전력 여유 없는 지역에서 보조 수익원
- IoT 기반 모니터링·효율화 서비스 — ESG·비용 절감 수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진입하는 것도 전략이지만, 인프라를 제공하는 쪽으로 사업을 튜닝하는 것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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