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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자본
재무·자본 · 돈의 가격 · 6편 / 10편

재산은 금리보다 2~4%p 더 벌어야 실질로 는다

물가와 세금을 빼면 예금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런데 그 2~4%p는 반드시 어떤 리스크의 대가다

홍정현·2026.08.29
14분 읽기

이 글은 《돈의 가격》 시리즈 6편이다. 5편에서 자금을 3구간으로 나눴다. 이번 편은 장기 구간의 돈에 붙는 오래된 조언 하나를 검산한다. 재산은 금리보다 2~4%포인트 더 벌어야 한다는 말. 절반은 맞고, 절반은 위험한 말이다.

금리 더하기 2~4%포인트라는 통설

자산 관리 이야기가 나오면 어디선가 꼭 등장하는 숫자가 있다. 전체 재산은 무위험금리보다 2~4%포인트 더 벌어야 한다는 것. 은행 프라이빗뱅커도, 자산 관리 책도, 유튜브도 이 언저리의 숫자를 말한다. 2026년 8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기준금리 3.00% 위에 얹어 연 5~7%다.

글쓴이도 이 조언을 들었고, 듣고 나서 두 가지를 물었다. 첫째, 이 숫자의 근거가 무엇인가. 왜 하필 2~4%포인트인가. 둘째, 그 수익률을 어떤 위험 수준에서 요구하는 것인가. 낮은 위험으로 연 5~7%가 가능하다면 왜 세상의 돈이 전부 거기로 가 있지 않은가.

두 질문의 답을 미리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질문의 답은 실질 수익 계산에서 나온다. 물가와 세금을 빼고 나면 무위험 상품의 수익은 제자리걸음이라서, 재산이 실질 기준으로 늘려면 그 위에 뭔가를 얹어야 하는 것이 맞다. 통설의 절반은 이렇게 정당화된다. 둘째 질문의 답은 불편하다. 얹는 2~4%포인트는 공짜로 오지 않고, 반드시 어떤 위험의 대가로만 온다. "낮은 위험으로 +2~4%포인트"라는 주문 자체가 시장 구조상 무리한 요구이고, 그 무리한 요구를 정확히 겨냥한 상품들이 있다. 통설의 나머지 절반이 위험한 이유다.

이번 편은 이 두 답을 순서대로 계산한다. 숫자마다 계산식을 붙였으니 본인의 자산 규모로 바꿔 다시 계산해 볼 수 있다.

예금 이자에서 물가와 세금을 빼면 남는 것

무위험 상품의 수익은 물가와 세금을 빼고 나면 0% 언저리다. 2026년 8월의 실측값으로 직접 계산해 보면 이렇다.

저축은행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80%다(저축은행중앙회 집계, 2026-08-05). 이자소득에는 15.4%의 세금이 원천징수되므로 세후 수익률은 3.80% × (1 - 0.154) = 3.21%. 여기서 물가를 뺀다. 2026년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8%였다(통계청). 세후 수익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3.21% - 2.8% = 0.41%포인트. 이것이 실질 수익, 즉 구매력 기준으로 재산이 실제로 늘어난 속도다.

1억 원을 1년 굴린 결과로 쓰면 이렇게 된다. 통장에는 이자 380만 원이 찍히고, 세금 58만 5,000원이 빠져 321만 5,000원이 남는다. 그런데 같은 기간 물가가 2.8% 올랐으므로, 작년에 1억 원이던 물건 값이 1억 280만 원이 됐다. 재산은 1억 321만 원. 구매력으로는 41만 원 는 것이다. 명목으로 3.8%를 벌었지만 실질로는 0.4%를 벌었다.

이것도 물가가 2%대로 내려온 달의 계산이다. 물가가 3.2%였던 2026년 6월 기준으로 같은 계산을 하면 실질 수익은 0.01%포인트, 사실상 0이다. 시중은행 대표 정기예금(3%대 초반)으로 계산하면 마이너스로 내려간다. 계산식은 하나다. 실질 수익률 = 명목 금리 × (1 - 세율) - 물가상승률. 이 식에 어떤 해의 숫자를 넣어도 무위험 상품은 대체로 -1%에서 +1% 사이를 오간다. 무위험 금리는 애초에 돈의 시간 가격, 즉 구매력을 보존해 주는 값 언저리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1편에서 본 금리의 정의가 여기서 되돌아온다. 금리의 세 구성 요소 중 첫째와 둘째가 기다림의 값과 물가의 값이었다. 무위험 상품은 그 두 값만 지불한다. 위험의 값은 위험이 없으니 지불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산이 는다"의 정의를 명목에서 실질로 바꾸는 순간, 통설의 앞부분은 산수로 정당화된다. 무위험 상품만으로는 재산이 실질 기준 제자리이고, 실질로 늘리려면 무위험 위에 무언가를 얹어야 한다.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속도가 빠른 동안에는 이 문제가 안 보인다. 문제는 쌓인 자산이 커질수록 드러난다. 자산 10억 원의 실질 수익 0.4%는 연 400만 원이고, 그 돈이 사업 재투자도 소비도 아닌 채 잠들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통설의 맞는 절반이다. 이제 위험한 절반으로 간다. 얹어야 하는 그 2~4%포인트는 어디서 나오는가.

초과수익은 어디서 나오는가

무위험 위에 얹히는 수익에는 이름이 있다. 리스크 프리미엄. 투자자가 무위험 자산 대신 위험 자산을 들게 만들려고 시장이 지불하는 웃돈이라는 뜻이다. 정의 자체에 답이 들어 있다. 웃돈은 위험을 대신 져 주는 사람에게 주는 품삯이므로, 위험 없이 웃돈만 받는 조합은 정의상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면 왜 존재할 수 없는지가 보인다. 위험이 정말 낮은데 수익이 무위험보다 2~4%포인트 높은 자산이 시장에 있다면, 그걸 본 큰손들이 무위험 금리로 돈을 빌려 그 자산을 무한정 사들인다. 사는 손이 몰리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내려간다. 이 과정은 초과수익이 위험의 값과 같아질 때까지 계속된다. 시장에 남아 있는 초과수익은 전부 이 검증을 통과하고 살아남은 것, 즉 누군가는 지기 싫어하는 위험의 값이다.

그 위험의 목록은 사실상 다섯 개다. 장기 구간의 돈으로 무위험 +2~4%포인트를 추구한다는 것은, 이 다섯 중 무엇을 얼마나 질지 고르는 일이다.

프리미엄지는 위험대표 자산2026년 8월의 값
신용빌려간 쪽의 부도회사채, 여전채회사채 AA- 3년 4.48%, 국고 3년 대비 약 0.7%p (금융투자협회 계열 집계)
기간장기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출렁임장기 국채국고 10년 4.274% vs 3년 3.798%, 간격 약 0.5%p
주식(성장)기업 이익의 변동, 시장 급락주식, 주식형 상품장기 평균으로 무위험 +3~5%p 수준으로 추정되나 해에 따라 -30%~+30%
유동성팔고 싶을 때 못 파는 것사모 상품, 비상장, 부동산표기상 +2~5%p, 실제 값은 위기 때 판명
변동성 매도평시 소액 수익, 급락 시 큰 손실주가연계증권(ELS)류연 4~6% 쿠폰으로 표기

이 표에서 두 가지를 읽어야 한다.

첫째, 각 프리미엄은 성격이 다른 위험의 값이다. 신용 프리미엄은 부도가 안 나면 전액 수취되고, 기간 프리미엄은 만기까지 들고 가면 가격 출렁임이 사라지며, 주식 프리미엄은 시간이 아주 길어야 평균에 수렴한다. 반면 유동성 프리미엄과 변동성 매도 프리미엄은 위험이 평소에 안 보이다가 최악의 국면에 몰아서 청구되는 유형이다. 같은 +2%포인트라도 어떤 프리미엄에서 온 것인지에 따라 최악의 날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둘째, 표의 아래로 갈수록 "표기 수익률은 높고 위험은 안 보이는" 조합이 된다. 그리고 5편에서 확인한 사장의 조건, 즉 최악의 국면에 돈을 꺼내야 할 확률이 높다는 조건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 정확히 그 아래쪽 프리미엄들이다. 위기에 못 파는 자산과 위기에 손실이 몰리는 자산은, 위기에 돈이 필요한 사람이 절대 들면 안 되는 자산이다.

무위험 +2~4%포인트라는 목표 자체는 그래서 성립한다. 단, 그 문장의 정확한 번역은 "다섯 가지 위험 중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을 골라 그 품삯을 받겠다"이다. 문제는 시장에 이 번역을 생략한 채 "위험은 낮고 수익은 중간"이라고 말하는 상품이 많다는 것이고, 그 상품들이 어떤 프리미엄을 어떻게 숨기고 있는지가 7편의 주제다.

낮은 위험에 +2~4%p는 얼마나 높은 요구인가

투자 성과를 위험 대비로 재는 표준 잣대가 있다. 샤프비율, 즉 감수한 변동성 1단위당 무위험 초과수익이 얼마인가다. 이 잣대를 대면 "낮은 위험으로 +2~4%포인트"가 어느 수준의 요구인지 가늠할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 전체의 장기 샤프비율은 문헌에 따라 대략 0.2~0.4 수준으로 보고된다. 정밀한 값은 측정 기간에 따라 크게 달라서 여기서는 자릿수만 취한다. 대략 연 15~18%의 변동성을 감수하고 무위험 대비 3~5%포인트의 초과수익을 받아 온 것이 주식이라는 자산의 장기 성적표라는 뜻이다. 수십 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샤프비율을 기록했다고 알려진 운용사(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폐쇄형 펀드)가 2점대 중반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외부인이 돈을 맡길 수 없는 극단적 예외 사례다.

이제 요구를 수치로 놓아 보자. "낮은 위험"을 변동성 연 3~5% 수준, 그러니까 원금이 최악에도 몇 퍼센트 안쪽으로만 출렁이는 상태라고 하고, 거기서 +2~4%포인트의 초과수익을 요구하면 샤프비율로 0.5~1.0 이상이 나온다. 시장 전체 평균의 두 배에서 다섯 배를, 그것도 개인이 리테일 창구에서 살 수 있는 상품으로 꾸준히 내 달라는 요구다. 이 계산은 어림값이고 확신도도 중간 정도로 잡는 것이 정직하지만, 자릿수의 결론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상품이 공개 시장에 존재한다면 기관 자금이 먼저 쓸어 갔고, 개인 창구까지 내려올 이유가 없다.

그래서 개인 창구에서 "위험은 낮고 수익은 중간"을 표방하는 상품을 만나면, 가능성은 논리적으로 둘뿐이다. 하나, 위 표의 다섯 프리미엄 중 눈에 안 보이는 유형(유동성, 변동성 매도, 신용의 꼬리)이 상품 구조 안에 접혀 들어가 있다. 둘, 표기된 수익률 자체가 총수익이 아니라 다른 숫자(분배율, 표면 쿠폰)다. 2020년대 한국에서 이 두 유형이 실제로 어떻게 터졌는지, 홍콩 지수 연계 상품부터 사모펀드까지의 목록이 다음 편에 있다.

이번 편의 결론을 요구 수준의 언어로 다시 쓰면 이렇다. 무위험 +2~4%포인트는 정당한 목표이되, 낮은 위험이라는 조건을 붙이는 순간 시장 평균을 몇 배 웃도는 성적을 요구하는 문장이 된다. 목표를 버릴 게 아니라 조건을 고쳐야 한다. 어떻게 고치는지가 마지막 절이다.

조건을 고치면 목표는 성립한다

고치는 방법은 목표를 자산 전체가 아니라 구간별로 다르게 거는 것이다. 5편의 3구간 위에 수익 목표를 얹으면 이렇게 된다.

구간수익 목표포기하는 것
1구간 결제무위험 그대로 (연 3% 언저리)초과수익 전부
2구간 대기무위험 +0~0.5%p유동성 일부 (만기까지 묶임)
3구간 장기무위험 +2~4%p낮은 변동성 (해에 따라 -20~30% 감수)

한 상품에 세 조건(낮은 위험, 중간 수익, 언제든 인출)을 동시에 요구하는 대신, 구간마다 한 조건씩을 명시적으로 포기하는 구조다. 1구간은 수익을 포기하고, 2구간은 유동성을 포기하고, 3구간은 낮은 변동성을 포기한다. 세 조건을 다 갖췄다고 말하는 상품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조건 하나씩을 버린 평범한 상품 세 줄을 배열하는 쪽이 구조적으로 안전하고, 실제 가중평균 수익도 대개 더 높다.

가중평균으로 검산해 보면 통설과의 관계가 정리된다. 자산을 1구간 20%, 2구간 40%, 3구간 40%로 나누고 각 구간이 3.0%, 3.8%, 7.0%를 낸다고 하면 전체는 0.2×3.0 + 0.4×3.8 + 0.4×7.0 = 4.9%다. 무위험 3.00% 대비 +1.9%포인트. 3구간 비중을 키울수록 통설의 +2~4%포인트 구간에 들어간다. 즉 통설의 숫자는 자산 전체에 균일하게 거는 목표가 아니라, 구간 배열의 가중평균으로 사후에 나오는 결과값으로 읽는 것이 맞다. 목표를 전체에 균일하게 걸면 결제 자금까지 위험 자산으로 밀려 나가고, 그 결말은 5편에서 본 강제 매도다.

남은 변수는 두 개다. 하나는 3구간 안에서 다섯 프리미엄 중 무엇을 고르느냐. 신용과 기간과 주식은 품삯이 투명한 편이고, 유동성과 변동성 매도는 품삯이 불투명하다.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2절의 계산에서 15.4%로 두었던 세율은 금융소득이 커지면 최고 49.5%까지 올라가고, 그 구간에서는 세전 수익률 순위와 세후 수익률 순위가 뒤바뀐다. 앞의 변수는 다음 편에서 반면교사의 목록으로, 뒤의 변수는 9편 세금 편에서 계산으로 다룬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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