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손해사정사 — 누구 편인가, 공업사는 언제 이들을 고려하는가
사고 건이 복잡해지는 순간 등장하는 두 직업군의 역할과 공업사 관점의 거리감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건·계약·분쟁 판단은 반드시 변호사·손해사정사와 함께 해야 한다. 이 글은 공업사 사장의 일상 관점에서 이 두 직업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의 대략적인 지도다. 사건의 유불리, 수임료의 적정성, 합의의 타당성은 이 글로 판단할 수 없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이 글은 《공업사 사장이 본 자동차 보험 생태계》 시리즈 21편이다. Part 4 "주변 이해관계자 지도"의 마지막 편. 실무 관찰 기반의 초고이며, 법·세무·보험 상담을 대체하지 않는다.
저녁 일곱 시, "이거 변호사를 써야 하나"
저녁 일곱 시. 다른 차들은 다 나가고 공업사 사무실에는 사장 혼자 남아 있다. 책상 위에 며칠째 같은 서류가 올라와 있다. 한 달 전에 입고된 SUV 건. 상대방 과실 100%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상대 보험사에서 "과실 비율을 재검토하겠다"는 연락이 오고, 이후 대물담당이 바뀌면서 협의가 꼬였다. 대인 쪽에서도 상대방이 장기 치료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사장은 한참 서류를 뒤적이다가 혼잣말을 한다. "이거 손해사정사 한 번 부를까. 아니면 변호사를 먼저 봐야 하나."
이 장면이 공업사 사장이 두 직업군을 떠올리는 전형적인 순간이다. 평상시에는 먼 존재지만, 어느 날 갑자기 가까워지는 자리. 그 거리감이 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의 출발점이다.
손해사정사 — 두 종류가 있다
손해사정사라는 직업은 한 이름 아래 두 갈래로 나뉜다. 같은 자격인데 서 있는 자리가 반대다.
보험사 소속·위임 손해사정사. 보험사의 용역을 받아서 사고의 손해액을 평가하는 쪽. 대부분의 사고에서 일상적으로 움직이는 손사가 여기에 속한다. 공업사 사장이 평소 만나는 대물담당자도 손해사정 업무를 한다. 이쪽의 위치는 "보험사가 얼마를 지급해야 적정한가"를 보험사 입장에서 계산하는 자리다. 악의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일이 그렇게 설계돼 있을 뿐이다.
독립 손해사정사(피해자 측). 피해자·차주가 직접 위임해서 손해액을 평가하게 하는 쪽. 보험사의 평가가 실제 손해보다 낮다고 판단될 때, 위임자 편에서 다시 한 번 사정서를 만들어 협의에 붙인다. 수임료는 위임자가 지급한다. 건에 따라 정액, 건에 따라 산정 손해액의 일정 비율이다. 구체 숫자는 사건과 계약마다 달라서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공통으로 짚어둘 것. 손해사정사는 법률 대리인이 아니다. 손해액을 평가하고 사정서를 작성할 뿐, 소송을 수행하거나 법적 합의를 법정에서 대리할 권한은 없다. 조정·협의 과정에서 의견을 제출하고 설득 자료를 만드는 자리까지가 손사의 영역이다. 이 선이 자주 혼동되는 지점이다.
현장에서 흔히 생기는 오해 하나. 독립 손사를 불렀다고 해서 보험사가 바로 더 큰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손사는 근거 자료를 만드는 자리일 뿐이고, 최종 지급 여부와 금액은 여전히 보험사·피해자·(필요하면) 법원 사이의 결정이다. 손사는 그 협상력을 높여주는 역할이다.
변호사 — 일이 법정 쪽으로 움직일 때
변호사는 손사와 다른 자리에 선다. 법률 대리와 법정 수행이 본업이다. 공업사 사장의 관찰 범위에서 변호사가 실제로 투입되는 장면은 몇 가지로 좁혀진다.
대인 중상해·사망 건. 상대방 또는 동승자가 중상을 입거나 사망한 경우. 위자료·휴업손해·향후 치료비 등 합의해야 할 금액이 큰 단위로 움직이고, 판례의 적용이 중요해진다. 이 경우 대부분 양쪽이 변호사를 선임한다.
과실 비율 다툼. 50:50 같이 팽팽하게 갈리는 사고에서, 어느 쪽 보험사가 본사 차원에서 과실 산정을 재검토하고 법적 판단을 받자는 쪽으로 가는 경우. 이 단계에 들어가면 공업사 수리비 결정도 같이 보류된다.
보상 거부 또는 축소 사례. 보험사가 면책 사유를 들거나 계약상 한도를 이유로 보상을 거부·대폭 축소하는 경우. 약관 해석의 다툼이 생기고, 이 해석은 변호사·법원의 영역이 된다.
보험사기 혐의. 사고의 고의성·허위성이 의심되는 경우. 이 영역은 형사 사건의 성격을 띠고, 수사·기소 절차가 별도로 돈다. 공업사가 이 라인에 엮이면 당연히 변호인 선임이 필요하다.
이 네 영역은 공업사 사장이 평상시에는 한 번도 맞닥뜨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10년 단위로 보면 한 번은 닿는 영역이다. 닿았을 때 "어느 쪽 전문가를 불러야 하나"를 한 호흡 안에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공업사 자리에서 이 두 직업군을 만나는 일상 경로
공업사 사장의 자리에서 변호사·손사가 떠오르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관찰된다. 각 경로의 성격이 다르다.
첫째, 공업사 내부 사고. 고객 차량을 작업하던 중 파손이 생기는 경우. 리프트 조작 실수, 도장 부스의 사고, 시운전 중 접촉. 이 경우 공업사가 가입한 영업배상책임보험이 먼저 움직이고, 보험사와 고객 사이의 협의가 시작된다. 협의가 순조로우면 변호사까지 갈 일이 없지만, 고객이 차량 가치 하락·정신적 손해 등을 주장하고 금액이 벌어지면 변호사 자문이 필요한 순간이 생긴다.
둘째, 공업사와 보험사의 분쟁. 수리비 협의가 평소의 범위를 넘어 분쟁으로 간 경우. 대물담당 선에서 합의가 안 되고, 본사 차원에서 "이 금액은 지급 못한다"는 입장이 고정되는 경우. 이 단계에 들어가면 먼저 독립 손사를 통해 손해액의 근거를 보강하는 쪽이 통상적 첫걸음이다. 손사 단계에서도 풀리지 않을 때 변호사 자문으로 넘어간다.
셋째, 차주와 공업사 간의 수리비 분쟁. 드물게 일어나는 경로다. 자차 처리가 아닌 자비 수리 건에서 수리비 금액이 계약과 달라졌다고 고객이 주장하거나, 추가 작업 동의 여부를 놓고 다툼이 생기는 경우. 이 경우에는 민사 소액사건의 성격을 띠고, 변호사 자문은 짧게 끝난다. 대부분 "계약서·입고확인서·수리동의서의 문서화가 얼마나 잘 돼 있었냐"로 결과가 갈린다.
이 세 경로 중 어느 하나도 빈번하지 않다. 그러나 어느 하나가 터지면 공업사 한 달 매출이 날아갈 수 있는 무게를 가진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수임료 감각 — 구체 숫자 대신 구조
수임료를 구체 금액으로 말하는 것은 이 글의 몫이 아니다. 변호사·손해사정사 시장은 사건의 난이도·규모·지역·수행 범위에 따라 가격이 넓게 퍼져 있고, 한 글에서 대표 숫자를 찍는 것이 오히려 오해를 만든다. 대신 구조만 본다.
변호사 수임료. 대개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나뉜다. 착수금은 사건을 맡는 순간 지급되고, 성공보수는 인용된 금액·합의된 금액에 일정 비율로 연동된다. 사건이 소송까지 가면 심급(1심·2심·3심)별로 다시 비용이 붙는다.
손해사정사 위임료. 건당 정액인 경우도 있고, 산정된 손해액의 일정 비율인 경우도 있다. 사전에 계약서로 명확히 해야 한다.
공통 원칙. 비용을 물어보는 것은 결례가 아니다. 첫 상담에서 "이 건 전체 비용 구조가 대략 어떻게 되겠느냐"를 묻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자세다. 답변을 꺼리는 전문가는 참고만 하고 다른 자문도 받는 쪽이 안전하다.
공업사 사장의 일상 관점에서 기억할 원칙
이 영역에 대한 긴 설명은 변호사와 손사가 해야 할 일이다. 공업사 사장의 자리에서 기억할 원칙은 다섯 개로 좁혀진다.
사소한 문제에는 쓰지 않는다. 금액이 작고 사실관계가 명확한 분쟁에 전문가를 붙이면 비용이 효용을 넘어간다. 10만 원 때문에 착수금 수십만 원을 내는 구조는 설계가 맞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상 분쟁은 문서·사진·대화 기록으로 풀린다.
평소의 문서 기록이 협상 단계에서 승부를 가른다. 입고확인서, 수리동의서, 견적서와 그 수정 이력, 대물담당과의 통화·메시지 기록. 이 기록들이 빈틈없이 남아 있으면 분쟁 국면에서 변호사·손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진다. 기록이 없으면 이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든다. 이 원칙은 시리즈 28편(정공법 편)에서 다시 다룬다.
보험사가 법적 근거 없이 보상 거부할 때 독립 손사를 먼저 검토한다. 바로 변호사로 가는 것보다 손해사정 단계에서 근거를 보강하면 많은 건이 조정 수준에서 마무리된다. 소송까지 가지 않고 풀면 시간·비용·관계 손상이 모두 줄어든다.
형사·중대 민사로 갈 때는 변호사를 선임한다. 보험사기 혐의, 중상해·사망 관련 민·형사, 큰 금액의 민사 소송. 이런 건은 손사의 영역을 넘는다. 변호사 선임이 늦어질수록 불리해지는 성격의 영역이다.
정중하게, 반복해서. 이 글은 가이드이지 조언이 아니다. 여기까지 읽고 "내 건도 이런 경로로 가면 되겠다"고 혼자 판단하는 순간부터 위험해진다. 실제 사건·계약·분쟁은 이 글이 아니라 면전에서 전문가와 마주 앉아 풀어야 한다.
Part 4를 닫으며 — 주변 이해관계자 지도
이 편까지로 Part 4 "공업사 주변의 이해관계자 지도"가 일단 마무리된다. 지난 다섯 편을 관통하는 한 줄이 있다면 이런 것이다.
공업사는 혼자 서 있지 않다. 한쪽 옆에는 부품상이 있고, 다른 쪽 옆에는 렉카가 있고, 고객의 뒤에는 렌트카 업체가 붙고, 대인 쪽에서는 병원·한의원이 움직이고, 협의가 꼬이면 그 뒤에 손사·변호사가 떠오른다. 이 층을 전부 합쳐야 한 건의 사고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된다.
공업사 사장이 이 전체 지도를 쥐고 있으면, 하루의 일이 덜 어지럽다. 어느 쪽이 움직이면 어느 쪽이 따라 움직이는지 예측이 되고, 예측이 되면 먼저 손을 쓸 수 있다. 지도가 없으면 매 사건이 새로 터지는 사건처럼 느껴지고, 매번 뒤늦게 쫓아가게 된다.
이 편이 말하려는 한 문장
변호사와 손사는 평상시에는 멀리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가까워지는 자리다. 그 자리가 언제 가까워지는지 — 어느 신호가 떠오를 때 이들을 떠올려야 하는지 — 를 아는 것이 공업사 사장이 본인의 업을 10년 단위로 지킬 수 있는 조건의 하나다. 이 글은 그 신호를 구분해보기 위한 지도일 뿐, 그 지도 위의 구체적 사건을 결정할 자리가 아니다.
다음 편부터 Part 5 — 보험사 본사와 지역 조직의 구조 편으로 들어간다. 공업사 사장이 일상에서 만나는 대물담당자의 뒤에 어떤 조직이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 그 조직의 KPI가 현장에 어떻게 내려오는지. 지금까지가 "공업사 바깥을 둘러싼 사람들" 이야기였다면, 여기서부터는 "그 사람들 뒤에 있는 조직" 이야기다.
시리즈 예고 — 22편: "보험사 조직 해부 — 본사·지역본부·지점의 설계와 KPI가 현장에 내려오는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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