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다리사장으로 가는 다리
경영경영공업사 사장이 본 자동차 보험 생태계 · 29편 / 34편

회색·흑색 제안을 거절하는 대본

단골·렉카·담당자·직원이 꺼내는 요청에 어떻게 선을 긋는가

홍정현·2024.07.15
11분 읽기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이 글은 공업사 사장이 회색·흑색 제안을 받았을 때 "정중하게 거절"하는 실무 감각을 다룬다. 구체 사건 판단은 변호사와 함께.

저녁 여덟 시의 전화

금요일 저녁 여덟 시. 셔터를 내리기 직전, 10년을 거래한 단골에게 전화가 온다.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다. "사장님, 한 번만 봐달라. 지금 이 상황이 좀 그래서..." 문장이 거기서 끊긴다. 공업사 사장의 감이 먼저 움직인다. 단골이 말하지 못하고 삼키는 게 무엇인지, 10년 거래가 읽히게 한다.

이런 전화는 공업사 사장 누구에게나 몇 년에 한두 번은 걸려온다. 꼭 단골만이 아니다. 렉카 기사가 던지기도 하고, 보험사 담당자가 에둘러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같이 일하는 직원이 사장에게 꺼내기도 한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당장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불편해진다. 그래서 거절이 어렵다.

이 편은 수법을 설명하지 않는다. 공업사 사장이 실제로 그 전화를 받았을 때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을 정리한다. 같은 상황에 준비된 문장이 하나라도 있는 사장과 없는 사장의 차이가 어디서 갈리는지 본다.

왜 공업사 사장이 이 제안을 받는가

이유는 세 갈래로 얽힌다.

하나는 외부의 신뢰다. 공업사 사장은 고객의 차량을 맡는 사람이다. 차의 상태를, 그날의 사고를, 때로는 동승자의 상태까지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사장님은 말 밖으로 안 돌릴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쌓인다. 그 이미지가 쌓일수록 "한 번만"이라는 부탁이 오기 쉬워진다.

둘은 현금 압박이다. 공업사는 현금흐름이 늘 타이트하다. 부품값은 빨리 나가고 보험금은 느리게 들어온다. 대물 담당자와의 협의에서는 매번 단가가 깎인다. 그 와중에 한 건에 평소의 두세 배를 넘기겠다는 제안이 오면, 사장의 머리가 잠시 멈추는 순간이 생긴다.

셋은 관계 심리다. 거절은 감정적으로 비싼 일이다. 10년 단골, 오래 거래한 렉카 기사, 본사에서 내려보낸 담당자. 이들에게 "안 됩니다"를 꺼내는 게 사무적 판단으로는 쉬워 보여도 저녁의 실제 전화에서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순간이 바로 제안이 오는 시점이다. 거절하려면 이 세 가지를 풀어내는 말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다섯 가지 전형적 유형

업계에서 반복적으로 돌아다니는 제안의 유형은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어떤 수법인지는 쓰지 않는다. 유형의 이름과 배경만 두고 넘어간다.

  1. 음주·무면허 사고 은폐 요청 — 고객 본인이거나 지인. 가장 흔한 유형이고 가장 위험하다.
  2. 사고가 없었던 사고 만들기 — 완전한 보험사기 교사. 공업사가 중심에 서는 공모 구조.
  3. 부품·공임 과잉 청구 공모 — 고객 측에서 "본인부담금 좀 줄여달라"로 포장되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4. 보험사 담당자의 접대·금품 요구 — 직접 요구는 드물지만 에둘러 오는 신호가 있다. 청탁금지법·직무관련성 영역.
  5. 렉카·부품상·렌트카와의 담합 제안 — 송객·송객비 사슬 또는 가격 담합.

각 유형이 걸리면 어떤 법적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이 시리즈 다른 편들에서 이미 다뤘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허위·과장 청구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다룬다. 청탁금지법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금품·접대를 금액선에 따라 형사 또는 과태료로 처리한다. 이 편의 목적은 처벌의 설명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입에서 나올 말이다.

대본 1 — 음주·무면허 은폐

"사장님, 음주였어요. 접수하면 차 박살 나요. 한 번만 봐주세요."

이 말이 나오는 순간 공업사는 이미 도로교통법·보험사기의 공범 리스크 앞에 서 있다. 거절의 말은 짧고 분명해야 한다. 길게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여지가 열린다.

  • "사장님, 저희가 이 건은 받을 수 없습니다. 바로 정식 접수로 가시는 게 저도, 사장님도 안전합니다."
  • "안타깝지만 저희 공업사 방침이 그렇습니다. 이걸 넘어가는 순간 저희 공업사 전체가 걸립니다."
  • "제가 도와드리는 방법은 수리를 정상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거고, 그 전 단계는 변호사·보험사와 먼저 정리하시는 게 맞습니다. 제가 소개해드릴 수 있습니다."

세 개의 문장이 공통적으로 하는 일은 책임을 "개인 사장"이 아닌 방침·법·안전이라는 외부 프레임에 위임하는 것이다. "제가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이 공업사가 그런 구조가 아니라서"로 만든다. 관계를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문을 닫는다.

마지막 문장은 중요하다. 거절 뒤에 대안 경로를 제시한다. 변호사, 정식 접수, 보험사 상담창구. 고객은 거절당했다는 감각보다 "해결 방향은 있구나"라는 감각을 받는다. 이 차이가 10년 거래의 관계를 살린다.

대본 2 — 허위 사고 만들기

"사장님, 이 차 오래됐어요. 어차피 폐차할 건데, 사고 한 번 넣고 새 차 사게 좀 해주세요."

이 제안은 가장 위험하다. 공업사가 중심에 서는 공모 구조이고, 걸리면 사장 개인의 형사 책임이 가장 무겁게 떨어진다. 거절 문장은 이 무게를 반드시 담아야 한다.

  • "이거 한 번이 아니라 10년이 걸립니다. 저희 둘 다 걸립니다."
  • "이 구조는 저희가 한 번 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습니다. 이 말씀은 오늘로 접어주시는 게 좋습니다."
  • "제가 사장님 차는 정상 경로로 잘 마무리해드리겠습니다. 그 외의 건은 꺼내지 말아주세요."

두 번째 문장이 특히 중요하다. "이 말씀은 오늘로 접어주시는 게 좋습니다" — 이 한 줄이 이후 반복 제안을 차단한다. 한 번 거절이 약하면 상대는 다음 기회를 노린다. 말로 선을 그으면 거기서 멈춘다.

이 유형에서는 거절 후의 기록도 중요하다. 이런 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날짜와 함께 간단히 메모해두는 공업사들이 있다. 향후 유사 건이 들어왔을 때 교차 확인을 위해서다. 대화를 녹음하라는 뜻이 아니다. 사장 자신의 기록 목적이다.

대본 3 — 과잉 청구 공모

"사장님, 본인부담금 20만 원인데 좀 빼주시면 안 돼요? 견적에 살짝 끼워 넣으면 되잖아요."

이 유형은 가장 자주 들어온다. 고객 입장에서는 "큰 부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거절하기 가장 애매하다. 이 대본의 핵심은 공임·부품 구조의 원칙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짧게 잘라낸다.

  • "견적은 실작업 기준으로만 냅니다. 저희 공업사 원칙입니다."
  • "본인부담금은 수리비와 별개 건입니다. 저희가 납부 편의는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분할 납부나 카드 결제 쪽으로 상의하시죠."
  • "이 부분은 제가 한 번 풀면 계속 풀어줘야 하는 구조라, 처음부터 선을 지킵니다."

두 번째 문장이 대안 제시다. 본인부담금이 부담스러운 건 진짜 고객의 문제일 수 있다. 공임·부품 조작이 아닌 납부 방식으로 풀어주는 대안을 제시하면 고객도 받아들인다. 세 번째 문장은 "왜 당신한테만 안 해주는가"라는 서운함을 미리 차단한다. "원칙이라 누구에게도 안 한다"는 프레임이다.

대본 4 — 담당자 금품·접대 요구

이 유형은 직접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에둘러 온다. "다음 달에 자녀 결혼인데, 요새 많이 바쁘시죠", "이 지역 공업사들은 보통 어떻게 챙기시는지 궁금하네요" 같은 문장이다.

청탁금지법의 금액선, 직무관련성의 해석은 법의 영역이다. 공업사 사장이 할 일은 이 판단을 본인이 하지 않는 것이다. **"방침"**이라는 프레임에 맡긴다.

  • "이 부분은 저희 회사 방침상 안 됩니다. 필요한 자료는 공식 루트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과장님, 요새는 그런 쪽이 사실 저희도 신경 쓰는 부분이 돼서요. 공식 채널이 서로 편합니다."
  • "식사는 본사 회의 오실 때 구내식당에서 제가 모시는 거 외에는 어려워졌습니다."

세 문장 다 "제가 안 해드린다"가 아니라 **"구조가 그렇다"**는 형식이다. 담당자 개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선을 긋는다. 마지막 문장의 "구내식당" 같은 구체적 대안은 관계 자체를 끊는 게 아니라 합법적 접점으로 옮기는 장치다.

담당자가 이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래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공업사 사장의 선택은 분명하다. 그 거래를 감수한다. 그 담당자 교체는 시간이 해결한다. 그 사이의 단기 불이익이 장기 리스크보다 작다.

대본 5 — 담합 제안

"사장님, 우리 렉카가 이 지역 물량 쥐고 있잖아요. 여기로 들어오는 건 저희한테만 넘겨주시면, 저희도 사장님 쪽으로 다 몰아드릴게요."

이 유형은 공업사·렉카·부품상·렌트카 간의 사슬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개별적으로는 합법적 거래처럼 보이지만 공정거래법·보험업법 영역으로 떨어지면 송객비·리베이트·담합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 "저희는 각자 정상 거래 관계로 갑니다. 이 제안은 받기 어렵습니다."
  • "이쪽에서 들어오는 건은 원래대로 처리하고, 사장님이 넘겨주시는 건은 정상 견적으로 받겠습니다. 둘을 묶는 건 서로한테 안 좋아요."
  • "저희가 작은 공업사라 그런 구조에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깨끗하게 가야 합니다."

"작은 공업사라"의 표현은 의도된 약한 포지셔닝이다. 대등한 거래 제안을 거절할 때 "저희가 커서 안 합니다"보다 "저희가 작아서 못 합니다"가 관계를 덜 상하게 한다.

거절의 3원칙

다섯 개 대본을 관통하는 원칙이 세 개다.

첫째, 단호하되 정중하게. 관계는 유지한다, 요청은 거부한다. 사과하지 않는다 — 사과는 여지를 연다. "미안하지만 안 됩니다"가 아니라 "안 됩니다. 이쪽으로 가시죠"다.

둘째, 책임을 개인이 아니라 "방침·법·구조" 프레임으로 위임한다. 사장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공업사의 규정, 업계의 기준, 법의 영역으로 올린다. 상대가 "사장님 개인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에 부탁하는 것"이 되게 만든다.

셋째, 거절 뒤에 대안 경로를 제시한다. 정식 접수, 변호사 소개, 납부 방식 조정, 공식 보고 채널. 대안이 있으면 거절이 도움의 한 형태로 해석된다. 관계가 끊기지 않는다.

거절 후 관리

거절은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후 관리가 따라붙는다.

반복 제안자 기록. 같은 사람이 두 번째로 같은 제안을 하면 그때부터는 거래 비중을 줄이거나 거리두기를 시작한다. 기록이 있어야 이 판단이 정확해진다.

직원에게 공유. 사장이 거절한 제안은 그 다음에 직원에게 간다. "사장 안 되면 주임한테 한 번 해보자" 식이다. 그래서 사장은 받은 제안과 거절의 방식을 직원들에게 간단히 공유한다. 문서화할 필요는 없다. 조례나 점심 자리에서 "이런 전화가 왔는데 이렇게 끊었다"로 충분하다. 직원이 같은 제안을 받았을 때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고객 이탈의 수용. 거절한 고객이 다음 사고 때 다른 공업사로 가는 경우가 있다. 이 이탈은 받아들인다. 그 고객을 잃어도 10년 관계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다. 사고는 계속 난다. 한두 번 다른 곳에 가도 원래 돌아오는 고객이 더 많다. 돌아오지 않는 고객은 애초에 계속 이 제안을 해올 고객이다.

왜 한 번의 수용이 10년을 무너뜨리는가

회색·흑색 제안을 한 번 수용하면, 그 뒤에 네 가지가 따라붙는다.

첫째, 증거가 남는다. 견적서, 사진, 입출고 기록, 부품 수급 로그. 이 중 하나만 후일 확인되어도 해당 건이 다시 열린다. 공업사 내부 시스템이 정교할수록 오히려 증거가 많이 쌓인다.

둘째, 같은 사람이 다시 온다. 한 번 수용한 공업사는 그 사람의 머릿속에 "되는 곳"으로 분류된다. 다음 건, 그 다음 건이 계속 들어온다. 거절할 명분이 약해진다. 그 사이 건수가 쌓인다.

셋째,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 업계는 좁다. 한 건의 공모가 렉카 기사·부품상·담당자를 거쳐 소문으로 확산되는 데 몇 달이면 충분하다. 그 소문이 내부고발로 이어지는 경로는 여럿이다.

넷째, 내부고발의 가능성. 퇴직 직원, 해고된 직원, 불만 있는 거래처. 이들이 보험사나 금융감독원, 경찰에 자료와 함께 신고하면 그 공업사는 사슬 전체가 열린다. 한 건으로 10년의 사업이 멈춘다.

이 네 가지가 얽히는 시간은 공업사 사장이 통제할 수 없다. 수용 시점에서 5년 뒤, 10년 뒤에 터질 수도 있다. 한 번 수용한 공업사는 시한폭탄을 안고 영업하는 셈이 된다.

심리적 방어

이 시리즈의 다른 편들보다 이 편이 유독 긴 이유는, 거절이 심리적으로 가장 비싼 선택이기 때문이다. 외로운 저녁, 현금이 빠듯한 주간, 단골의 힘든 사정. 이 세 가지가 겹칠 때 거절은 흔들린다.

정공법으로 오래 버틴 공업사 사장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10년 관계가 한 건 매출보다 무겁다." 이 말을 평소에 스스로에게 반복한다. 거절의 순간에 꺼낼 문장으로 미리 준비해둔다. 즉흥적으로 대응하면 흔들리지만, 준비된 문장을 꺼내면 흔들리지 않는다.

거절 대본은 그래서 문서로 만들어두면 힘이 된다. 노트 한 권, 스마트폰 메모 한 페이지. 다섯 가지 유형별로 자신이 입에 붙을 말을 써둔다. 그 저녁 전화가 왔을 때, 이 메모가 있는 사장과 없는 사장의 반응이 다르다.

거절이 만드는 자리

이 편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거절 대본을 꾸준히 지킨 공업사는 그 업계 안에서 **"되는 곳 아닌 곳"**으로 분류된다. 단기에는 매출이 덜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에는 반대가 된다. 보험사 본사는 그 공업사를 "감사 리스크 낮은 곳"으로 분류한다. 제조사 인증 심사에서 유리해진다. 큰 법인 입찰에서 자리가 열린다. 직원들이 이직 후에 "그 공업사는 바르게 돌아갔다"고 말한다.

거절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 축적이다. 한 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공업사 사장이 여기까지 읽고 지도의 전체 윤곽이 잡혔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그래서 내 공업사는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다. 다음 편은 규모·입지·간판 조합에 따라 공업사가 가야 할 전략을 분기해서 본다.

다음 편 예고 — 30편: "규모·입지·간판별 전략 분기 — 내 공업사는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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