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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사고 처리 밸류체인 · 33편 / 34편

보험사의 딜레마: 수리비 폭등과 정비 가능 공업사의 희소성

전기차 손해율이 내연기관의 몇 배가 되는 구조, 그리고 보험사가 움직이는 방향

홍정현·2024.08.12
11분 읽기

이 글은 《사고 처리 밸류체인》 시리즈 33편이다. Part 7 "전기차 전환" 두 번째 글. 32편이 공업사 쪽 다섯 장벽을 정리했다면, 이번 편은 반대편 보험사 시점에서 같은 시장을 다시 본다. 보험사가 지금 어디서 고민하고 있으며, 그 고민이 공업사 시장에 어떤 압력과 기회를 만드는지 정리한다.

분기 손해율 보고서에 빨간 줄이 생긴다

대형 손보사의 분기 손해율 보고서에 언젠가부터 별도 블록이 하나 붙었다. 내연기관 차종별 손해율 위로, 전기차 전용 손해율이 따로 집계된다. 같은 차급 내연기관보다 눈에 띄게 높고, 분기마다 조금씩 올라간다. 전기차 비중이 커질수록 이 숫자가 회사 전체 손해율을 끌어올린다.

대응 선택지는 길지 않다. 보험료를 올리거나, 수리비를 잡거나, 둘을 조합하거나. 셋 다 쉽지 않다. 특히 수리비 쪽은 공업사 단에서 해결해야 하는 영역인데, 전기차 시장에서는 보험사의 손이 마음대로 뻗지 못한다. 이유 세 가지다.

왜 전기차 수리비가 더 비싼가

국내 금감원 집계로 전기차 1건당 평균 수리비는 245만 원, 비전기차는 188만 원이다. 약 30% 차이다. 미국 Mitchell의 2024년 1분기 보고서도 전기차 평균 6,066달러·내연기관 4,703달러로 29% 차이, 독일·영국 시장은 30~35% 안팎으로 나온다. 평균 차이는 이 정도지만, 배터리팩이 손상된 심각 사고에서는 격차가 두세 배까지 벌어진다. 이 차이는 몇 가지 구조적 원인에서 온다.

첫째, 배터리팩이라는 고가 부품. 배터리팩은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큰 단일 부품이다. 차종·연식에 따라 원가의 20~40%를 차지하고, 최근 수년간 팩 가격이 빠르게 내려왔지만 여전히 소형차 한 대 값에 가까운 교체 견적이 나오는 구조는 그대로다. 사고로 배터리가 손상되면 제조사 판단에 따라 팩 전체 교체로 가는 경우가 많다. 하체 쪽 접촉 사고가 내연기관에서는 범퍼·머플러 수준으로 끝나지만, 전기차에서는 배터리팩 진단·교체까지 갈 수 있다.

둘째, 인증 공업사의 가격 결정권. 32편에서 정리했듯 전기차 수리는 제조사 인증 공업사로 집중된다. 내연기관 시장에서 보험사는 수만 개 공업사 가운데 여러 곳을 비교해 협력업체로 넣고 단가를 조정할 수 있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대체재가 얕다. 인증 공업사가 지역에 한두 곳이라면 분산 협상이라는 카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제조사·인증 공업사가 단가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다.

셋째, 부품 조달 기간. 전기차 부품, 특히 배터리 모듈·센서 어셈블리·전용 외판은 제조사 공급망을 통해야 한다. 재고가 국내에 없으면 주문 후 공급까지 수 주에서 수개월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대차료가 계속 누적된다. 부품 조달이 2~3주 이상 걸리면 대차료·간접비가 견적에 추가로 쌓인다.

넷째, ADAS 재보정·정렬·소프트웨어 인증. 범퍼 하나를 교체해도 카메라·레이더 재보정이 들어가고, 배터리 모듈을 바꾸면 소프트웨어 인증 비용이 추가된다. 이 항목들이 내연기관 견적서에는 없던 줄이다.

다섯째, 알루미늄·접착 바디 수리 시간. 같은 크기의 펜더·도어를 복원할 때 강판보다 알루미늄이 시간과 공임이 더 든다. 판금 시간이 길어지고, 도장 공정도 한 단계 더 복잡해진다. 공임 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대차 기간도 늘어난다.

이 다섯 가지가 한 건의 견적에 함께 쌓인다. 동급 내연기관에서 범퍼·머플러 수준으로 끝날 사고가 전기차에서는 배터리 진단·센서 재보정·대차까지 붙으면서 평균선이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간다. 이 차이가 손해율에 누적된다.

보험사 현장에서 체감되는 3가지 변화

현장 담당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숫자 이상이다.

대물 1건의 평균 금액 상승. 같은 사고 심각도라도 대물 지급 평균이 올라간다. 담당자 1인당 월 처리 건수는 비슷한데 처리 금액 총액이 커진다. 성과 지표 기준선이 흔들린다.

대차 기간 장기화. 부품 조달에서 시간이 잡히면 대차가 길어진다. 고객 민원도 같이 늘어난다. "왜 한 달이 걸립니까"라는 문의가 많아지고, 담당자는 "부품이 국내에 없어서요"를 반복 설명한다.

보험사 협상력 약화. 내연기관 공업사 시장에서 통했던 다공업사 분산 협상이 전기차에서는 작동하기 어렵다. 인증 공업사 수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대물담당자가 견적서를 받아도 깎을 항목이 거의 없다. 공임표·부품 단가가 제조사 표준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담당자 입장에서 "협상할 게 없는 견적"이 늘어난다.

이 세 변화가 누적되면서 본사 기획 부서가 받는 보고서의 그림이 달라진다. 전기차 비중이 일정 구간을 넘어서면 손해율이 어디까지 움직이는지 시뮬레이션이 매 분기 다시 돌아간다.

보험사의 대응 카드: 현재 관찰되는 움직임

보험사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공개된 상품·조직 변화에서 다섯 가지 방향이 읽힌다.

1. 전기차 전용 보험료 산출. 현대해상이 2016년 업계 최초로 전기차 전용 상품을 내놨고, DB손보가 뒤따랐다. 삼성화재·KB손보는 오랫동안 특약 형태였다가 최근 전용 요율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차량가액을 초과하는 수리비 보상, 배터리 방전 긴급충전 같은 특약이 전용 상품의 차별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는 전기차 안에서도 고위험·저위험 구분이 더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

2. 제조사와의 협약 네트워크. 현대차·기아의 블루핸즈·오토큐 네트워크와 보험사 협력 구조가 재조정되고 있다. 현대차는 2024년까지 블루핸즈 EV 정비 네트워크를 1,000개소 규모로 확장해 놓았다. 테슬라의 Approved Body Shop은 제조사 직영과는 별개의 승인 체계로, 보험사가 이 망에 맞춰 송객 구조를 짠다. 보험사가 인증 공업사 쪽에 수리 물량을 안정적으로 보내주고, 인증 공업사는 단가 일부를 조정해 주는 거래다.

3. 우선 협력 공업사 구조. 대형 보험사들은 제조사 인증망과 별개로, 자체 기준을 만족하는 공업사에 공임·송객 혜택을 주는 우선 협력 구조를 키우고 있다. 제조사 인증과 충돌하는 지점도 있어 "자체 인증 공업사 네트워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정비된 단계는 아니다. 관찰되는 움직임 수준이다.

4. 경미손상 기준의 전기차 버전 정비. 내연기관 범퍼에 적용되는 경미손상 기준을 전기차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전기차 범퍼 뒤에는 센서·카메라가 빽빽하게 붙어 있어 "경미한 긁힘"이 실제로는 센서 교체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2022년부터 전기차 충돌실험을 돌리며 별도 보상기준을 산출하고 있고, 2025년 보험금 심사 기준에 배터리 교체 관련 렌트비 산정 방식 등이 일부 반영됐다. 금감원·손보협회는 약관·표준 승인 축에서 맞물려 움직인다.

5. 배터리 진단·재사용 산업과의 연계. 사고 배터리를 무조건 폐기하는 대신, 상태 진단 후 재사용·2차 활용(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돌리는 산업이 커지고 있다. 한국환경공단·포스코·LG·현대차 계열이 폐배터리 ESS 재사용 실증을 돌리고 있다. 보험사가 이 흐름에 끼어들어 사고차 배터리 잔가를 회수하는 모델은 제도적으로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책임 소재(제조사·지자체·선별기관·보험사)가 먼저 교통정리되어야 한다.

해외 참고: 테슬라와 유럽

레퍼런스로 자주 인용되는 두 사례가 있다.

테슬라 Approved Body Shop과 테슬라 인슈어런스. 테슬라는 바디 수리 네트워크를 직영 + 승인 체계로 관리한다. 보험사는 이 네트워크에 맞춰 움직여야 하고, 단독으로 단가를 좌우하기 어렵다. 그런데 한 층 더 들어가면, 테슬라 본사가 2019년부터 직접 운영하는 테슬라 인슈어런스조차 손해율을 잡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손해율 114.7%, 2024년 1~9월에도 103.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보험 업계 평균은 66~75% 수준이다. 같은 구간 인수 손실은 4,200만 달러 안팎으로 공시됐다. 자기 데이터로 요율을 매기는 본사조차 이 정도면, 일반 보험사가 테슬라 차량의 손해율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신호로 읽힌다.

유럽의 EV 보험 할증. 영국·독일 등에서 전기차 전용 보험료가 동급 내연기관보다 평균 15~25% 높게 책정된다. 영국 2024년 집계로 전기차 평균 707파운드, 휘발유 558파운드였다. 독일도 모델별로 15~25% 구간이 일반이고, 일부 고가 전기 모델(BMW iX3 등)은 할증이 40%대를 넘긴다. 수리비 인플레이션이 주된 원인이다.

한국 시장은 전기차 신차 비중이 2024년 9% 안팎, 2025년 13% 수준으로 올라섰다. 전체 등록 차량 기준 친환경차 비중이 10%를 처음 넘긴 구간이다. 이 정도 비중부터는 회사 전체 손해율이 전기차 축에 눈에 띄게 끌려간다. 보험사 기획 부서가 유럽·미국 사례를 다시 꺼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업사 입장에서 이 딜레마가 만드는 기회와 위협

보험사의 딜레마는 공업사 시장에도 양방향의 압력을 만든다.

기회. 인증 공업사는 희소하다. 한번 인증망에 들어가면 당분간 경쟁이 많지 않다. 보험사 물량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고, 단가 협상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자동차 시장 전체가 전기차 쪽으로 옮겨가는 장기 추세를 타고 가면, 초기 투자 회수 이후의 운영은 내연기관 공업사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

위협. 내연기관에만 남아 있는 공업사는 입고량이 서서히 줄어든다. 사고 건수 자체가 점진적으로 전기차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신차 기준 전기차 비중이 10%대에 진입했고, 앞으로 수년 동안 이 비중이 계속 오른다는 게 완성차·정부 공통 전망이다. 축소된 내연기관 시장 안에서 공업사 수는 천천히 줄어들지만 속도가 맞지 않으면 한동안 치열한 경쟁이 이어진다.

이 기회·위협은 공업사 규모·위치·자본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어떤 선택이 누구에게 맞는지는 34편에서 정리한다.

향후 수년 보험사 네트워크 전략: 관찰 가능한 방향

지금 드러난 단서를 종합하면 보험사 네트워크 전략이 향하는 방향이 보인다.

  • 전기차 비중이 두 자릿수에 안착한 뒤의 과도기. 국내는 이제 신차 기준 10%대에 진입했다. 이 구간을 지나면서 전용 상품·전용 단가표·전용 네트워크가 더 본격적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그 과도기다.
  • 인증 공업사 투자 인센티브. 보험사가 인증 공업사 신규 진입을 유도하기 위해 단가 지원·송객 우선권·교육 비용 보조 같은 인센티브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자체 협력망을 빨리 두텁게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 보험사-제조사 협상의 재조정. 지금은 제조사가 우위다. 보험사가 여러 인증 공업사와의 분산 거래·우선 협력 네트워크 구축으로 레버리지를 만들어 가면, 몇 년 내 협상 구도가 조금 바뀔 수 있다.
  • 경미손상·대차·재사용 배터리 관련 규정 정비. 보험개발원·금감원·손보협회·환경부가 각자의 축에서 다루는 이슈들이 겹친다. 이 정비가 빨리 될지 늦게 될지가 공업사 실무에 그대로 반영된다.

공업사 사장이 읽을 3가지 신호

이 전체 흐름을 매일 쫓을 필요는 없다. 다만 세 가지 신호는 주기적으로 확인할 가치가 있다.

1. 보험사의 전기차 전용 단가표 발표. 대형 손보사가 전기차 전용 공임·부품 단가표를 별도로 공시하기 시작하면 그 시점이 임계점이다. 단가 구조가 분리되면 인증 공업사와 일반 공업사의 경제성 차이도 선명해진다.

2. 경미손상 전기차 버전 개정. 경미손상 기준이 전기차용으로 별도 개정되면, 전기차 범퍼·외판 교체가 내연기관처럼 축소되던 흐름이 달라진다. 공업사 쪽에 견적이 복구되는 방향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더 엄격하게 축소될 수도 있다. 방향을 봐야 한다.

3. 지역별 인증 네트워크 공시. 자동차365·보험개발원·제조사의 공식 자료에서 지역별 인증 공업사 수가 어떻게 늘어나는지 추적 가능하다. 우리 지역이 아직 공백이라면 기회, 이미 포화 상태라면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

이 세 신호가 공업사 사장의 의사결정 달력에 들어가 있으면 충분하다. 34편에서는 이 신호들을 놓고 공업사가 어떤 선택지 중 어디로 갈 수 있는지, 시리즈 전체를 덮는 마지막 분기를 정리한다.

출처

본문에 인용한 수리비·손해율·해외 할증·전용 상품·네트워크 수치의 근거는 아래와 같다. 국내 공시는 제한적이라 금감원·보험개발원의 공개 자료와 해외 리포트(Mitchell·Swiss Re·InsideEVs·MoneySuperMarket 등)를 교차로 썼다.

출처 전체(17건) 펼치기

국내 수리비·손해율·경미손상 기준

해외 수리비·손해율 리포트

전기차 전용 상품·네트워크·배터리 가격

폐배터리 재사용·등록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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