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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경영 · 돌봄의 값 · 7편 / 15편

0원인 연장보육을 두고 도우미를 쓴다

맞벌이 돌봄의 결정 변수는 가격이 아니라 아이의 정서와 유연성이고, 진짜 난이도는 하루가 아니라 달력에 있다

홍정현·2026.08.15
10분 읽기

어린이집 연장보육은 오후 4시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아이를 맡아준다. 부모가 내는 돈은 0원이다. 정부가 시간당 보육료를 추가로 지원하기 때문에 자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2026년 3월부터는 야간연장보육의 월 60시간 지원 한도까지 폐지돼서, 제도상 커버 시간은 자정까지 무료로 늘었다(보건복지부, 2025년 12월 발표).

그런데 2024년 보육실태조사(교육부, 2025년 5월 발표)에서 연장보육을 쓰는 집은 10명 중 3명이다. 나머지 부모 중 상당수는 하원 시간에 사람을 부른다. 등하원 도우미 시급은 2025년에서 2026년 사이 구인 공고 기준 1만5천원에서 2만2천원 사이에 형성돼 있고, 월로 환산하면 40만원에서 100만원이다.

가격이 0원인 선택지가 있는데 월 수십만원을 쓴다. 수요곡선이 이렇게 움직이면 보통은 가격 말고 다른 것을 측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렇다. 부모가 사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겪은 사람들의 기록과 국가통계를 나란히 놓으면 세 가지가 정리된다. 연장보육을 막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아이가 혼자 남는 시간이다. 부모가 유료 도우미에게 지불하는 값의 실체는 노동시간이 아니라 유연성이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하루 두 시간의 공백이 아니라, 3월과 방학이라는 달력의 공백이다.

무료인 연장보육을 10명 중 3명만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연장보육 이용을 막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오후 5시 30분 이후 아이가 반에 혼자 남는다는 사실이다. 2024년 보육실태조사(교육부)에서 연장보육 이용 사유의 78.8%가 "돌볼 사람이 없어서"였고, "연장보육이 가장 안심돼서"는 18.3%였다. 무료인 서비스를 쓰면서 5분의 1 미만만 그 선택을 적극적으로 고른 것이다. 나머지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남겨둔다.

어린이집 교사가 스레드에 쓴 글이 30만 조회를 넘긴 적이 있다. 오후 4시 30분부터 아이들이 하나둘 하원하고, 5시 30분쯤이면 한 아이가 혼자 남는다는 내용이었다. 그 시간에 현관 벨이 울릴 때마다 아이들이 "우리 엄마인가" 하고 달려간다고 썼다.

이 장면이 연장보육의 실제 가격이다. 부모의 회계장부에는 0원으로 잡히지만 청구서는 아이에게 간다.

부모 커뮤니티의 논쟁 구도도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연장반을 고르는 쪽은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과 보증된 선생님"을 근거로 든다. 도우미를 고르는 쪽은 "연장반 있다고 하다가 막상 입소하고나면 ㅇㅇ이만 남아있어요", "연령대 다른 아기들 다 섞여서 티비만 보여주는곳도 있대"라고 쓴다. 기관의 보증된 안전과 집에서의 정서, 둘 중 무엇을 위험으로 볼 것이냐가 갈림길이다. 비용은 이 논쟁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기관을 쓰는 시간 자체는 계속 늘고 있다. 2024년 보육실태조사에서 어린이집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7시간 31분으로 직전 조사보다 17분 늘었고, 부모가 희망하는 시간은 8시간 19분이다. 격차는 48분이다. 첫 기관 이용 시기도 2015년 24.1개월에서 2024년 19.8개월로 앞당겨졌고, 취업모는 18.2개월이다.

기관을 더 일찍, 더 길게 쓰면서도 마지막 한 시간은 기관에 맡기지 않는다. 48분짜리 격차를 무료 서비스가 아니라 유료 도우미로 메우겠다는 선택이 이 시장의 출발점이다.

대체재는 여섯 개인데 실제 선택은 조합이다

맞벌이 가구가 하원 이후를 메우는 방법은 여섯 가지이고, 각각의 값은 돈이 아니라 제약으로 갈린다. 가격표만 놓고 보면 무료에서 월 400만원까지 벌어져 있지만, 실제 결정에서는 대기일수와 시간대, 그리고 아플 때 쓸 수 있느냐가 더 크게 작동한다.

선택지비용주된 제약
어린이집 연장보육자부담 0원, 야간연장 한도 폐지(2026년 3월, 복지부)저녁 7시 30분까지. 야간연장은 지정 어린이집만. 아이가 혼자 남음
정부 아이돌봄서비스월 본인부담 평균 35만7천원(2025년 실태조사, 성평등가족부)신청 후 이용까지 평균 39.4일 대기. 돌보미 사전 선택 불가
조부모명목 0원, 실질 사례비 월 30만~100만원 관행. 서울 손주돌봄수당 월 30만~60만원유연성은 최고. 공급이 이미 소진 상태
등하원 도우미시급 1만5천~2만2천원, 월 40만~100만원하루 1~2시간 초단시간이라 시급을 올려도 지원자가 없음
출퇴근 시터하원 파트 4~5시간 월 100만~150만원, 풀타임 9~10시간 월 280만~350만원검증과 교체 부담이 부모에게 남음
입주 시터월 220만~400만원주거 공간 공유. 중산층 맞벌이 한쪽 급여와 맞먹음

표를 세로로 읽으면 값이 오르는 순서지만, 가로로 읽으면 성격이 다른 상품이다. 연장보육은 시간을 팔고, 아이돌봄서비스는 가격을 팔고, 도우미와 시터는 유연성을 판다. 조부모는 유연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관계를 청구한다.

그래서 실제 사용은 단일 선택이 아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8년 민간 육아도우미 이용실태 연구에서 민간 도우미를 쓰는 가구조차 어린이집을 31.7%, 조부모와 친인척을 28.6% 병행하고 있었다. 낮 시간의 뼈대는 기관이 잡고, 아침 등원과 저녁 하원의 틈새를 사람이 메우고, 예외 상황은 조부모가 받는다. 세 겹으로 쌓아야 한 주가 돌아간다.

이 조합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운 조각이 등하원이다. 하루 1~2시간짜리 일자리는 이동과 대기를 포함하면 공급자 입장에서 수지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시급이 정부 아이돌봄 단가인 시간당 1만2,790원(2026년, 성평등가족부)의 두 배 가까이 형성돼 있는데도 공고에 지원자가 붙지 않는다. 가격으로 풀리지 않는 공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지점이다.

하루의 두 시간보다 달력의 4주가 어렵다

맞벌이 돌봄이 실제로 무너지는 지점은 평일 저녁 두 시간이 아니라 3월과 방학이다. 하루 단위의 공백은 도우미를 구하면 메워지지만, 연 단위의 공백은 구할 사람이 있어도 메워지지 않는다. 근무 형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3월이 첫 번째 절벽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신학기 적응기간에 2주에서 4주 동안 단축등원을 한다. 초등학교 1학년은 3월 내내 조기하교다. 평소에 오후 4시에 끝나던 아이가 낮 12시나 1시에 나온다. 하루 두 시간짜리 공백이 갑자기 하루 네다섯 시간짜리로 커지고, 그 상태가 한 달 가까이 유지된다. 등하원 도우미 수요가 3월에 몰리는 이유이고, 그 수요가 가장 안 채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4주짜리 일자리를 위해 기존 일을 그만둘 사람은 없다.

여름과 겨울 방학이 두 번째다. 초등학교 방학은 4주를 넘고, 유치원도 여름과 겨울에 방학이 있다. 어린이집은 연말과 명절에 자율등원 기간을 둔다. 늘봄학교가 2026년 전 학년으로 확대되고 초등 1~2학년은 무료가 됐지만(교육부), 방학과 저녁 시간의 커버는 별개 문제로 남아 있다.

세 번째는 예고 없이 온다. 아이가 아픈 주다.

수족구병과 인플루엔자는 등원 금지 대상이라, 기관은 아이를 받지 않는다. 하루 결석이 아니라 5일에서 7일 연속 공백이다. 부부가 연차를 나눠 써서 감당할 수 있는 한계는 대체로 3일이다. 이 순간에는 여섯 개 선택지가 동시에 실패한다. 기관은 규정으로 막혀 있고, 일반 시터는 감염 위험 때문에 오기를 꺼리고, 정부 아이돌봄서비스는 신청부터 연계까지 평균 39.4일이 걸린다. 지금 당장이 필요한 수요에 39.4일짜리 공급이 응답할 수는 없다.

여기서 하루 단가와 연간 지불의사가 갈린다. 부모가 하원 도우미에게 월 100만원을 쓸 때 사는 것은 저녁 두 시간이 아니다. 3월과 방학과 아픈 주에 회사에 전화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 상품은 시간 단위로 팔리는데 수요는 연 단위로 발생한다. 이 불일치가 이 시장의 구조적 결함이다.

마지막 완충은 시장이 아니라 조부모다

달력의 공백과 아픈 주를 실제로 메우고 있는 것은 어떤 서비스도 아니고 조부모다. 2024년 보육실태조사(교육부)에서 긴급한 돌봄이 필요할 때 "자신의 부모를 찾는다"는 응답이 75.5%였다. 시장이 상품화하지 못한 영역 전체가 한 세대의 무상 노동으로 넘어가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완충이 이미 한계라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5년에 만 55~74세 손자녀 돌봄 조부모 1,063명을 조사한 결과,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26.8시간이었다. 평일 4.6일, 하루 6시간이다. 그중 53.3%는 자신의 의사로 시작한 돌봄이 아니라고 답했고, 46.8%는 돌봄을 그만두고 싶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는 49.0%였다.

주 26.8시간은 파트타임 노동이다. 파트타임 노동을 절반 이상이 원치 않는 상태로, 절반 가까이가 그만두고 싶은 상태로 하고 있다. 이 정도 수치가 유급 시장에서 나왔다면 그 산업은 공급 붕괴 직전이라고 부른다.

정부도 이 구조를 인지하고 값을 붙이기 시작했다. 서울형 손주돌봄수당은 4촌 이내 친인척이 월 40시간 이상 돌보면 영아 1명 기준 월 30만원, 2명 45만원, 3명 60만원을 지급한다. 조부모 돌봄이 정책 문서에서 처음으로 무상이 아닌 것으로 다뤄진 셈이다. 다만 30만원은 등하원 도우미 한 달 하단 시세에도 못 미친다. 실제 가정에서 오가는 사례비는 월 3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가 관행이다. 표에 0원으로 적히는 선택지는 없다.

세 겹의 결론은 이렇다. 부모는 가격이 아니라 아이의 정서와 유연성으로 선택하고, 그 선택의 난이도는 하루가 아니라 달력이 정하고, 달력이 만든 공백은 결국 조부모가 받는다. 그리고 그 마지막 층은 국가통계상 이미 절반이 그만두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가정이 이 세 겹을 쌓는다. 확인된 것은 0원짜리 칸이 표 안에 두 개 있고, 둘 다 실제로는 0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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