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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돌봄의 값 · 13편 / 15편

파는 사람도 모르는 시장

육아 교육 상품 시장이 중고차 시장보다 고치기 어려운 이유

홍정현·2026.08.16
8분 읽기

돌봄을 구하는 일이 끝나면 다음 시장이 온다. 아이가 두세 살이 되는 순간 부모 앞에 놓이는 것은 시터 프로필이 아니라 교재와 프로그램과 학원 상담이다.

이 시장은 앞의 시장과 비슷해 보인다. 파는 쪽이 품질을 알고 사는 쪽이 모른다는 구도. 값을 매길 근거가 없으니 브랜드와 입소문에 기대는 구도. 앞서 정리한 육아 도우미 시장의 레몬 마켓 구조와 같은 그림이다.

한 겹이 다르다. 그리고 그 한 겹 때문에 이 시장은 앞의 시장보다 고치기 어렵다.

파는 사람도 모른다.

교사의 96%가 사실로 믿는 것

학습자마다 고유한 학습 스타일이 있다는 통념을 유럽과 아시아 교사의 평균 96%가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학습자 간 차이가 좌우 반구 중 한쪽의 우세에서 온다는 통념은 평균 80%다. 두 수치 모두 여러 나라에서 반복 측정된 값이다.

두 통념은 근거가 없다. 학습 스타일에 맞춰 수업 방식을 바꾸면 학습이 개선된다는 가설은 2008년 파슐러 연구진의 검토에서 근거 없음으로 정리됐다. 반구 우세는 1,000명 이상의 뇌 영상을 분석한 연구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기능의 편측화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성향이나 학습 방식과 연결된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믿음에서 그치지 않는다. 영국 교육자 1,200명을 조사한 자료에서 76%가 학습 스타일 접근을 현재 수업에 쓰고 있다고 답했고, 18%는 좌우뇌 개념을 쓴다고 답했다. 믿음이 상품과 수업으로 이미 구현돼 있다.

훈련이 이 상태를 얼마나 고치는지도 측정돼 있다.

집단조사된 통념 중 지지 비율
일반 대중68%
교육자56%
신경과학을 많이 접한 집단46%

훈련은 줄인다. 없애지는 못한다. 신경과학을 많이 접한 집단도 절반 가까이 틀린 것을 믿는다. 이 표가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상품을 파는 사람도, 그 상품을 추천하는 교사도,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모를 확률이 상당히 높다.

매대에는 세 부류가 섞여 있다

영유아 대상 상품은 근거의 성격에 따라 세 부류로 나뉜다. 셋이 같은 매대에 놓여 있고, 가격대도 겹치며, 포장에서는 구분되지 않는다.

부류근거 상태
효과 없음이 확인된 것인지 향상을 내건 영양 보충, 태교 음악잘 설계된 시험에서 효과 없음이 나온 쪽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것신생아 시각 자극 교구, 두뇌 훈련 프로그램검증 자료를 특정할 수 없는 쪽
근거의 앞부분만 가져온 것영유아 외국어 음원·영상민감기는 실재하나 효과가 확인된 형태가 아님

첫 부류와 둘째 부류는 상태가 다르다. 근거가 아직 없는 것과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다른 사실인데, 매대에서는 구분되지 않는다.

셋째 부류가 가장 판별하기 어렵다. 인용된 연구가 실재하고 결과도 진짜다. 다만 그 연구에서 효과가 나온 조건이 상품의 형태와 다르다. 이 유형은 뒤에서 따로 다룬다.

중고차 모델이 여기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애컬로프의 중고차 시장 모델은 전제가 하나 있다. 판매자는 차의 상태를 안다. 구매자만 모른다. 그래서 정보 비대칭이 성립하고, 해법도 그 전제 위에 세워진다. 품질 보증, 이력 공개, 제3자 검사, 평판 축적. 전부 판매자가 아는 것을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장치다.

교육 상품 시장에서는 그 전제가 깨진다. 판매자가 아는 것이 애초에 틀렸다면 전달 장치를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틀린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될 뿐이다.

구체적인 예가 있다. 태교용 클래식 음악 상품이 근거로 드는 모차르트 효과의 원 연구는 1993년에 발표됐는데, 대상은 태아가 아니라 대학생 36명이었고, 측정한 것은 지능이 아니라 공간추론 과제 수행이었으며, 효과는 15분 안에 사라졌다. 연구 책임자 본인이 지능 향상이 아니라 각성 상태의 변화라고 밝혔다.

이 상품을 파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원 논문을 읽지 않았고, 자기가 배운 대로 설명하고 있다. 그를 인증하고 교육시켜도 교육 과정 자체가 같은 통념 위에 서 있으면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

돌봄 시장은 다르다. 시터가 자기 경력과 태도를 안다. 부모가 모를 뿐이다. 그래서 앞서 살펴본 것처럼 검증 장치를 세우면 원리상 좁혀진다. 문제는 그 장치를 세울 유인이 사업자에게 없다는 것이었다. 유인의 문제이지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왜 후기가 쌓여도 시장이 정리되지 않는가

효과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시장의 두 번째 층이다.

돌봄에는 즉각적인 확인이 있다. 아이가 울고 들어오는지, 집이 정리돼 있는지, 약속 시간을 지키는지. 만족과 불만족이 며칠 안에 드러나고, 그래서 후기가 정보를 담는다. 앞서 살펴본 문제는 그 후기가 플랫폼 밖으로 나가 축적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보 자체는 생성됐다.

교육 상품에서는 정보가 생성되지 않는다. 세 살에 산 교재의 효과는 열 살에 확인해야 하는데, 그때 아이의 상태가 그 교재 때문인지 알 방법이 없다. 같은 아이를 교재 없이 키운 판본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기가 실제로 담는 것은 효과가 아니라 다른 것이 된다. 아이가 잘 따라 했는지, 교구가 튼튼했는지, 상담이 친절했는지. 전부 관찰 가능한 항목이고, 전부 효과와 무관하다.

이 상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예측이 어렵지 않다. 검증되지 않은 상품과 검증된 상품이 후기 시장에서 같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면 차별화 지점이 남는 곳은 관찰 가능한 항목뿐이고, 판매자는 그쪽에 자원을 쓴다. 교구의 마감과 포장, 상담의 질, 진도표의 정교함이 경쟁 대상이 된다.

효과에 자원을 쓰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앞서 본 육아 도우미 시장에서 검증 강화가 사업자에게 손해였던 것과 결론이 같고, 도달 경로가 다르다. 그쪽은 유인이 없어서였고 이쪽은 측정이 불가능해서다.

자격증을 늘리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다. 자격 제도는 그 분야의 표준 지식을 시험으로 확인하는 장치인데, 표준 지식 자체에 틀린 항목이 섞여 있으면 자격증은 그 항목을 정품 인증한다.

앞의 표에서 신경과학을 많이 접한 집단의 지지율이 46%였다는 것이 이 지점을 보여준다. 훈련량과 정확도의 관계가 존재하기는 한다. 68%에서 46%로 내려간다. 다만 기울기가 완만하고, 도달점이 절반이다.

돌봄 시장의 등록민간자격이 가격 신호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과는 원인이 다르다. 그쪽은 자격의 변별력이 낮아서였다. 발급 기관이 많고 취득 장벽이 낮으니 자격을 가졌다는 사실이 정보를 담지 못했다. 교육 상품 쪽은 변별력을 높여도 같은 문제가 남는다. 변별력 높은 자격증이 틀린 지식을 더 강하게 보증할 수 있다.

그러면 수요자에게 남는 선택지는 좁아진다. 판매자의 자격을 보는 대신 판매자가 인용하는 근거를 직접 확인하는 것밖에 없다. 원 연구의 대상이 누구였는지, 무엇을 측정했는지, 장기 추적 결과가 있는지를 묻는 일이다.

부담이 크다. 그런데 이 부담이 사라지는 경로가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다음 편에서 그 확인을 여덟 개 질문으로 압축한다.

자영업자가 이미 겪고 있는 같은 구조

이 구조는 육아 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장이 사는 상품 중에도 판매자가 효과를 모르는 것들이 있다.

시장판매자가 아는 것판매자도 모르는 것
프랜차이즈본사 수익 구조, 계약 조건그 매출 자료가 어느 표본에서 나왔는지, 폐점 점포가 자료에 포함됐는지
경영 컨설팅자기 방법론의 절차그 방법론이 다른 조건의 업장에서 재현됐는지
업무 솔루션기능 명세도입 효과라고 제시된 수치가 도입한 곳만 센 것인지
광고 대행집행 내역성과 개선분이 대행 때문인지 계절성인지

네 줄의 오른쪽 칸은 판매자가 숨기는 정보가 아니다. 대개는 판매자도 답을 갖고 있지 않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자료를 그대로 받아 쓰고 있을 뿐이다.

돌봄 시장의 검증 부재는 사업자에게 유리해서 유지된다. 교육과 컨설팅 시장의 근거 부재는 그것과 다르게, 아무도 검증할 유인이 없어서 유지된다. 파는 쪽은 검증할 이유가 없고, 사는 쪽은 검증할 방법을 모르고, 효과가 없어도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시장에서는 상대의 선의를 믿는 것과 판단을 맡기는 것이 다른 문제가 된다. 상대가 선의로 틀린 것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스스로 정리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 구조에서는 그렇다. 시장이 스스로 정리되려면 셋 중 하나가 필요하다. 판매자가 품질을 알고 경쟁하거나, 수요자가 결과를 확인해 걸러내거나, 제3자가 검증해 신호를 만들거나.

첫째는 앞에서 본 대로 성립하지 않는다. 판매자가 자기 상품의 근거를 모른다. 둘째도 성립하지 않는다. 효과를 관찰할 방법이 없다. 셋째가 남는데, 검증 기관을 세워도 그 기관이 참조할 표준 지식에 이미 틀린 항목이 섞여 있다.

세 경로가 다 막힌 시장에서 수요자가 취할 수 있는 자세는 하나뿐이다. 판단을 위임하지 않는 것.

돌봄 시장에서는 좋은 업체를 찾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었다. 이 시장에서는 좋은 업체를 찾는 방식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 업체의 성실함과 상품의 근거가 별개이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위임하지 않는다는 것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 일인지 정리한다. 여덟 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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