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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돌봄의 값 · 11편 / 15편

둘째 산모가 조리원을 포기하는 이유는 가격이 아니다

첫째 동반 입소를 받는 조리원은 전국 460개소 가운데 두 곳뿐이다. 법이 아니라 감염관리가 막고 있다

홍정현·2026.08.15
9분 읽기

조리원 자료를 뒤지다 보면 첫째 산모의 여정에 없는 장벽 하나가 계속 걸린다. 둘째를 낳는 산모가 조리원 앞에서 멈춰 서는 지점이다.

멈추는 이유는 돈이 아니다. 마미톡의 한 둘째 임신부는 이렇게 썼다. "괜히 휴식취하자고 들어갔다가 첫째 마음대로 못봐서 감옥처럼 느껴지면 어떡하나, 2주나 떨어져 있을 수 있을까 싶더라구요." 블라인드와 클리앙의 둘째 산모 글에서도 같은 문장이 반복된다. 조리원은 첫째 출입 불가라 2주 생이별이라는 것.

같은 사람들이 첫째 때의 조리원 경험은 좋게 회고한다. "첫째때는 조리원 안간다는거 신랑이 억지로 2주 보냈는데,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할 정도로 휴식도 잘하고 산후조리도 잘하고 조리원동기들도 생겨서 지금도 연락해요." 좋았던 걸 알면서 못 간다.

가격을 이유로 드는 사람도 있다. 조리원 2주 평균 지출은 2024년 보건복지부 산후조리 실태조사 기준 286.5만 원, 2025년 하반기 전국 일반실 평균은 372만 원이다. 다만 가격이 문제인 산모는 더 싼 조리원을 찾고, 첫째가 문제인 산모는 조리원 자체를 버린다. "조리원 갈 돈으로 2주 입주 도우미 + 남은 돈으로 산후 도우미 쓰겠어요"(클리앙) 같은 전환이 그래서 나온다. 같은 예산이 다른 산업으로 넘어간다.

결론부터 쓴다. 이 수요를 막는 것은 법이 아니다. 아무도 하지 않아서 비어 있고, 안 하는 이유는 운영 난이도에 있다.

수요는 행정이 먼저 인정했다

서울시는 둘째 출산 가정의 첫째 아이돌봄서비스 본인부담금을 90~100% 환급하는 사업을 운영한다. 산모가 조리원에 있는 동안 첫째를 누가 보느냐는 문제가 개별 가정의 사정이 아니라 지자체 예산 항목이 됐다는 뜻이다.

조리원 자체는 이미 기본재다. 2024년 보건복지부 산후조리 실태조사에서 산모의 85.5%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했고, 평균 재원 기간은 12.6일, 산후조리 총기간은 30.7일이었다. 첫째 출산에서는 이용 여부가 계산 대상이 아니다. 둘째에서만 계산이 다시 시작된다.

서울시는 여기에 하나를 더 붙였다. 민간 조리원과 제휴하는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은 아이 1명당 최대 390만 원을 지원하고 다자녀·다태아 가정을 우선한다.

두 사업을 나란히 놓으면 행정의 전제가 보인다.

사업지원 대상전제하는 상황
첫째 아이돌봄 본인부담 환급둘째 출산 가정의 첫째산모와 첫째는 떨어져 있다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다자녀·다태아 우선산모는 조리원에 들어간다

두 사업 모두 산모와 첫째의 분리를 기정사실로 놓고 시작한다. 분리된 두 사람을 각각 보조할 뿐, 분리 자체를 없애는 선택지는 예산에도 시장에도 없다. 행정이 수요를 인정한 방식이 공백의 위치를 알려준다.

법은 형제자매 동반을 막지 않는다

모자보건법과 시행규칙, 보건복지부 감염예방 교육지침 어디에도 형제자매의 조리원 동반을 금지하는 명문 조항은 확인되지 않는다. 조리원 안내문의 첫째 출입 불가는 법정 기준이 아니라 각 조리원이 스스로 정한 운영 규정이다.

산후조리업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다. 모자보건법 제15조에 따라 인력과 시설 기준을 갖추고 책임보험에 가입한 뒤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면 된다. 시설 기준을 담은 시행규칙 별표3은 임산부실 1인실 6.3㎡ 이상, 다인실 1인당 4.3㎡ 이상 같은 면적 하한과 영유아실 동선을 규정하지만, 임산부실에 누가 함께 묵을 수 있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실제로 하는 곳이 있다. 서울 소중한맘 산후조리원은 2023년 9월 리모델링에서 가족실 5실을 만들어 첫째 동반 입소를 받는다. 강남 Noble5는 강남·서초 유일 가족실 운영, 첫째 동반 입실 가능을 대표 차별화로 내건다. 2024년 12월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 460개소 가운데 공개 검색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이 정도다.

단서는 달아둔다. 명문 금지 조항이 없다는 것은 검색 범위 안에서의 부재 확인이지 전수 확인이 아니다. 다만 법이 금지하고 있다면 소중한맘도 Noble5도 존재할 수 없다.

두 곳뿐이라는 사실은 규제의 결과가 아니다. 460개소 가운데 458개소가 각자의 판단으로 받지 않기로 한 결과다.

대만은 큰아이를 재우면서 감염관리를 어떻게 하나

대만의 산후조리원인 월자중심에서 큰아이 동반은 특별 상품이 아니라 표준 옵션이다. 2022년 대만 언론이 위생복리부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산모의 약 65%가 월자중심을 이용한다. 이 정도로 성숙한 시장에서 가족 동반은 기본값으로 굳어져 있다.

방식은 정서가 아니라 절차다. 큰아이가 자고 간 방은 30분 소독과 침구 전면 교체를 거친 뒤에야 신생아가 들어간다. 방문은 회당 2인 사전 예약제다. 감염관리를 느슨하게 풀어 가족을 들이는 게 아니라, 가족을 들이려고 관리 단계를 하나 더 얹는다. 순서가 반대다.

일본에도 같은 방향의 사례가 있다. 리조트형 산후케어 시설 마무가든 하야마는 객실 등급 하나를 위 아이도 함께 지내기 쉬운 사양으로 명시하고 가족 동실 숙박을 안내한다. 다만 일본 산후케어 이용률은 2019년 3%에서 약 10% 수준으로 올라온 단계라 경제성이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참조점은 대만이다. 이용률 65%의 시장에서 일상 운영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첫째 동반과 신생아 감염관리가 양립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라 손이 더 가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그 정도가 대만보다 훨씬 크게 계산된다.

그러면 왜 한국에는 두 곳뿐인가

가족 동반은 감염 표면적을 넓히는데, 한국 조리원에서 감염 사고는 영업을 끝낼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첫째를 받는다는 것은 조리원이 감당하는 위험을 스스로 올린다는 뜻이다.

위험은 커지는 중이다. 조리원 RSV 감염은 2022년 71건에서 2024년 103건으로 늘었다. 2025년 3월에는 산후조리원 RSV 집단감염으로 90여 명이 감염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신생아실로 들어오는 경로가 하나 늘면 이 숫자에 붙는 확률도 늘어난다.

제재의 무게가 판단을 결정한다.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3개월 이내 이행을 요구하는 시정명령, 이어 6개월 이내 업무정지 또는 폐쇄명령으로 간다. 감염관리를 소홀히 한 시설은 명단이 공표되고, 폐쇄명령을 받으면 1년간 결격 사유가 붙어 재진입도 막힌다. 예약이 임신 8주에서 12주 사이에 걸리는 산업에서 명단 공표 한 번은 다음 시즌 예약을 통째로 지운다.

여기서 역설이 나온다. 첫째 동반 수요를 받을 수 있는 조리원은 감염관리를 평균만큼 하는 곳이 아니라 평균보다 잘하는 곳이다. 위험을 늘리면서 사고 확률은 낮춰야 하니, 대만처럼 소독과 침구 교체와 동선 분리를 절차로 굳히고 지킬 인력을 붙여야 한다. 난이도는 올라가는데 객실 하나에서 나오는 2주 매출은 그대로다.

그리고 한국 조리원 산업에는 이 계산을 감당할 규모가 없다. 460여 곳 가운데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트리니티 4개점, 헤리티지 2개점 수준이고, 트리니티는 노보텔 스위트 39~40층을 임차해 들어가 있다. 다점포 비중이 1%에도 못 미친다. 절차를 한 번 설계해 여러 지점에 복제하며 사고 위험을 분산할 주체가 없다는 뜻이다. 조리원 수는 2021년 519개소에서 2024년 460개소로 줄었다. 새 테마를 실험할 여력이 커지는 국면도 아니다.

비교 대상은 중국에 있다. 성베라(2508.HK)는 객실의 90% 이상을 호텔에서 임차하고 위탁관리로 운영해 2025년 6월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1박 평균 요금은 약 130만 원이다. 산업이 이 정도로 조직화되면 특정 수요를 겨냥한 테마는 한 곳의 모험이 아니라 상품 계열이 된다. 절차를 만드는 비용을 지점 수로 나누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첫째 동반이 두 곳에 머무는 이유가 여기 있다. 법이 막아서가 아니라 위험을 감당할 규모와 절차를 갖춘 사업자가 없어서다. 수요는 서울시 예산에 항목으로 잡혀 있고, 산모들은 조리원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그 수요를 표시한다. 그 사이가 비어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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