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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사고 처리 밸류체인 · 1편 / 9편

공업사 사장이 읽은 자동차 사고 처리 밸류체인

34편 시리즈의 서문 — 다룰 것, 다루지 않을 것, 그리고 누구에게 읽히는 글인가

홍정현·2024.01.01
9분 읽기

이 글은 《사고 처리 밸류체인》 시리즈 1편이다. 이어지는 33편은 총론·각 보험사 해부·공업사와의 관계·주변 이해관계자(부품상·렉카·렌트카·병원·변호사·손사)·제휴의 현실·전기차가 만들어낸 공백 순으로 이어진다. 실무 관찰을 기반으로 쓰지만 법률·보험 상담을 대체하지 않는다. 법·계약·세무가 걸린 판단은 반드시 해당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한다.

아침 여덟 시 반의 공업사

아침 여덟 시 반. 셔터를 올리면 이미 한두 대가 견인차 뒤에 실려 대기하고 있다. 범퍼가 반쯤 떨어진 승용차, 옆문이 푹 들어간 SUV, 앞 유리가 거미줄로 깨진 화물차. 운전자들은 대개 같은 말을 한다. "보험 접수하고 왔어요."

이 한 문장이 공업사 하루의 출발점이다. 고객이 돈을 내러 오는 게 아니다. 보험사가 돈을 낼 건이 지금 막 들어온 것이다. 공업사 사장의 고객은 차주가 아니라 그 뒤에 선 보험사다. 정확히는 보험사의 대물담당자, 그 담당자 위의 보상과장, 그 지점장, 그 지역본부장, 그리고 본사 영업·심사 임원으로 이어지는 긴 줄이다. 차주는 이 거래의 중간에 잠시 들어왔다 빠진다. 차주가 원하는 건 원상 복구이고, 돈 계산은 공업사와 보험사 사이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이 구조를 바깥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운전자는 자기 차가 들어갈 때와 나올 때만 공업사를 본다. 그 사이 3일에서 30일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왜 같은 수리가 어디서는 80만 원 어디서는 160만 원인지, 왜 어떤 공업사는 간판에 특정 보험사 로고를 달고 있고 어떤 곳은 안 달고 있는지 모른다. 보험료 고지서가 날아올 때 "올해도 올랐네" 한 줄을 던지고 끝낸다.

안에서 보이는 지도는 다르다

바깥에서 보면 자동차 보험은 보험사와 소비자 둘 사이의 일이다. 삼성화재가 있고, DB손해보험이 있고, 현대해상이 있고, KB손해보험이 있다. 소비자는 다이렉트로 보험을 들고, 사고가 나면 콜센터에 전화를 걸고, 그 뒤의 일은 보험사가 알아서 처리한다. 소비자 눈에 걸리는 건 네 개의 로고와 한 통의 보험료 고지서뿐이다.

안에서 보면 둘 사이의 일이 아니다. 로고 뒤로 여러 층이 포개져 있고, 각 층마다 서로 다른 주체가 돈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가장 위에 보험사 본사가 있다. 손해율이라는 숫자로 부서별 KPI를 돌리고, 정비 네트워크 전략을 짜고, 매년 부품 단가표와 공임표를 조정한다. 그 아래에 지역 단위가 있다. 지역본부·지점이 현장의 대물·대인 접수를 처리하고, 공업사·부품상·렉카·렌트카·병원과 일상적으로 맞닿는다. 그 아래에 현장의 이해관계자들이 깔려 있다. 공업사(제조사 간판 공업사, 무간판 일반 공업사), 부품상(OEM·OES·재생·비정품), 렉카 기사, 렌트카 지점, 한의원·정형외과, 변호사, 손해사정사. 각자가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거나, 보험사로 돈을 보내거나, 보험사를 위해 일을 한다.

이 생태계에는 고유한 언어가 있다. 대물·대인·자손·자차. 인정공임·표준공임·도장공임. 우량업체·협력업체·제휴업체. AOS. 경미손상. 사고접수번호. 청구서와 견적서. 외부인은 못 알아듣고,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한 단어로 통한다. 이 언어를 모르면 이 업계를 이해할 수 없다.

이 시리즈는 이 언어를 하나씩 풀어낸다. 내부자끼리만 통하던 용어를, 이 시장 바깥에 있는 사장들이 읽을 수 있게 번역한다.

공업사 사장의 시점

같은 밸류체인도 어느 자리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보험사 본사 임원의 자리, 손해사정사의 자리, 금융 담당 기자의 자리, 그리고 공업사 사장의 자리. 이 네 자리에서 같은 사고 한 건을 들여다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서로 다르다.

본사 임원은 손해율과 합산비율의 수치 게임에서 본다. 손해사정사는 개별 사고의 책임 분담에서 본다. 기자는 뉴스가 되는 사고와 제도 변화에서 본다.

공업사 사장의 자리는 그것들과 다르다. 매일 똑같은 동작을 반복한다는 데서 온다. 매일 견적을 뽑고, 매일 대물 담당과 통화하고, 매일 부품상에 주문하고, 매일 수리비를 받는다. 그 반복이 10년을 넘어가면, 몇 가지 변화만 보여도 보험사가 올해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지 감이 온다. 경미손상 수리 기준이 한 단계 세분화되면 견적서 첫 줄부터 바뀐다. 특정 보험사가 AI 기반 손해사정의 적용 범위를 넓히면 대물 담당자와 협의할 여지가 그만큼 좁아진다. 표준공임·인정공임의 공정별 시간이 미세 조정되면 어느 공정이 돈이 되고 어느 공정이 손해인지 달라진다. 지역 대물담당자 교체가 발표되면, 그 지역 공업사들의 견적 협의 분위기가 며칠 안에 달라진다.

이 관찰이 쌓인 것을 정리한 글이 이 시리즈다. 중심은 현장의 리듬이다. 숫자를 인용할 땐 공시된 원자료(금감원 보험통계, 손해보험협회 자료, 보험개발원 AOS 공시 등)를 근거로 달고, 현장에서 쌓인 관찰은 "현장에서는 이렇다"라고 분명히 표시한다. 공시 자료를 해석한 문장과 현장 관찰로 쓴 문장을 같은 단락에서 섞지 않는다.

누구를 위해 쓰는가

1순위 독자는 전체적인 흐름을 다시 명확히 보고 싶은 공업사 사장과 2세들이다. 이미 이 업에 몸담고 있지만 바로 옆 공업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본사는 뭘 보고 있는지, 이 업 전체가 5년 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리된 지도를 손에 쥐고 싶은 현직 사장. 특히 대물 협의에서 매번 지는 느낌을 받거나, 제휴 조건이 해마다 나빠지는 게 내 문제인지 구조적 문제인지 헷갈리는 사장. 그리고 선대의 공업사를 물려받기 직전이거나 막 물려받은 2세들. 2세에게 가장 어려운 건 기술이 아니라, 선대가 머릿속에만 담아둔 보험사와의 협의 감각·업계 관계의 결이다. 그 공백을 구조 차원에서라도 메우는 것이 이 시리즈의 1차 목적이다.

2순위는 공업사 옆에 선 업의 사장들이다. 부품상, 렉카, 렌트카, 공업사에 납품하는 장비·자재 업체들. 같은 생태계 안에서 역할은 다르지만, 보험사를 공통 고객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 지도를 읽을 이유가 있다.

3순위는 같은 생태계의 반대편에 선 실무자들이다. 보험사의 대물·손사·지점 관리자, 그리고 자차·대물 사건을 다루는 손해사정사·변호사. 매일 공업사와 협의하면서도 공업사의 견적서 뒤에 어떤 계산과 제약이 깔려 있는지는 따로 배울 기회가 없다. 이 시리즈를 자기 책상 건너편의 시점으로 읽을 수 있다.

독자가 아닌 사람도 분명히 한다. 이 글은 보험사기에 가담하고 싶은 사람에게 쓰는 지침서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덜 걸리면서 더 뜯어낼까"를 원하는 독자는 여기에서 얻을 게 없다. 그 방향으로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 섹션에서 길게 쓴다.

다룰 것 — 그리고 어떻게 다룰 것인가

시리즈 전체는 여덟 블록으로 구성된다. 각 블록이 하나의 질문에 답한다.

  1. 돈은 어디로 흐르는가 (1~5편 · 총론). 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어떤 경로로 쪼개져 공업사·부품상·렉카·병원·손해사정사로 흘러가는지. 손해율·사업비율·합산비율이라는 숫자가 실제 업계의 긴장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금감원·손해보험협회·보험개발원의 역할과, 이 생태계의 이해관계자 전체 지도.
  2. 보험사들은 각자 어디로 가려 하는가 (6~10편 · 보험사 해부). 대형 4사와 중견·중소가 같은 시장에서 서로 다른 전략으로 싸우는 구조. 채널(설계사·다이렉트)과 정비 네트워크 전략이 어떻게 짜여 있는지.
  3. 공업사는 보험사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가 (11~14편 · 계약 구조). 청구 흐름, 공임 정치학, 우량·협력·제휴업체 지정 로직, 그리고 대물 담당자의 KPI가 어떻게 공업사의 하루를 움직이는지.
  4. 옆 이해관계자들과 어떤 질서에 놓여 있는가 (15~21편 · 주변 업종). 간판 유무·부품상(OEM·OES·재생·비정품)·렉카·렌트카·한의원/정형외과·손해사정사·변호사가 각자 어떤 규칙 위에서 공업사와 맞물려 있는지.
  5. 제휴와 영업의 진짜 풍경은 어떤가 (22~27편 · 영업의 실제). 보험사 영업 조직 해부, 공업사와의 교집합과 갈등, 빛(정공법)·회색(관행의 경계)·흑색(위법) 각각의 실제 모습과, 왜 이런 층이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지.
  6. 정공법으로 버틴 공업사는 무엇을 다르게 했는가 (28~30편 · 내 공업사 전략). 데이터·사진·전산·품질 인증·복수 거래라는 여섯 개의 지렛대. 회색·흑색 거래를 거절할 때의 구체적인 대본. 규모·입지별로 전략이 어떻게 갈라지는지.
  7. 앞으로 5년의 분기점은 어디에 있는가 (31편 · 5년 전망). 생존과 도태의 갈림길이 어디서 갈라지는지.
  8. 전기차는 이 지도를 어떻게 흔들고 있는가 (32~34편 · 전기차 충격). 기존 내연기관 생태계에서 전기차가 왜 공백으로 남아 있는지, 보험사가 그 공백 앞에서 어떤 딜레마에 놓여 있는지, 공업사는 그 안에서 어떤 선택지를 쥐고 있는지.

이 여덟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한 가지 원칙을 따른다. "이런 구조가 있다, 이렇게 작동한다, 장점과 단점은 이렇다" 의 3박자로 쓴다.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내가 어느 보험사와 거래가 좋고 나쁜지, 어느 부품상이 괜찮고 어느 렉카가 이상한지는 쓰지 않는다. 특정 업체를 찍어 비난하는 글이 아니다. 이 생태계 전체가 왜 지금 모양인지를 푸는 글이다.

다루지 않을 것 — 그리고 왜

이 시리즈에는 쓰지 않기로 정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같이 선을 그어두고 시작한다.

첫째, "어떻게 하면 더 뜯어낼까"의 방법론은 쓰지 않는다. 업계에 회색 관행이 있고 흑색 관행이 있다는 것은 쓴다. 왜 그것이 생기는지, 어떻게 적발되는지, 걸렸을 때 공업사·직원·사장 개인이 어떤 법적·재정적 대가를 치르는지도 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한다"의 수법은 쓰지 않는다. 이 시리즈는 이해를 돕는 글이지, 실행을 돕는 글이 아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허위·과장 청구를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5천만 원 이하로 다루고, 공모한 공업사는 보험사와의 계약 전체가 끊기는 것은 물론 다른 보험사 망에서도 차단되는 블랙리스트로 들어간다. 이 블랙리스트는 회복이 어렵다. 한 번 이름이 올라간 공업사는 다음 사장에게 간판을 물려주기도 힘들다. 그 구조를 설명하는 글은 쓰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글은 쓰지 않는다.

둘째, 음주·무면허 사고를 은폐하는 법은 쓰지 않는다. 현장에 그런 부탁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쓴다. 왜 운전자가 공업사에 그런 부탁을 하게 되는지, 공업사가 그 부탁을 받는 순간 어떤 법 조항 아래로 내려가는지(도로교통법 위반에 대한 범인도피·증거은닉 공범으로 엮인다), 그리고 왜 한 번 받아주면 다음부터는 같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찾아오게 되는지의 메커니즘도 쓴다. 그러나 "이렇게 처리하면 된다"는 쓰지 않는다. 그 조언은 공업사 사장의 인생을 끝장내는 조언이기 때문이다.

셋째, 특정 보험사·공업사·업체를 실명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이 글은 기자적 폭로글이 아니다. 보험사별 성격과 방향성은 쓰지만, 이는 공시 자료와 업계에서 이미 널리 공유된 평판을 정리한 것이다. "A사 지점장이 얼마를 받아먹었다더라"의 가십은 쓰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는 술자리에서 돌고 끝날 이야기이지 글로 남길 이야기가 아니다.

넷째, 상담을 대체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고 구체적인 사건을 판단하지 말 것. 실제 사고, 실제 계약, 실제 분쟁은 변호사·손해사정사·세무사와 함께 풀어야 한다. 이 시리즈는 그들과 대화할 때 말이 통하게 해주는 공통 지도이지, 그들을 대신하는 답지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 왜 지금 쓰는가

이 시리즈를 지금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 세대가 현장을 떠나기 전에 이 업의 구조와 원리를 글로 남겨두고 싶어서다.

전국의 공업사 사장들 상당수가 1960~70년대생이다. 대물 협상·부품상 관리·제휴 구축의 감각은 대부분 이분들의 머릿속에 있지, 글로 남아 있지 않다. 이분들이 은퇴하면 그 감각은 그대로 사라진다. 감각 자체를 고스란히 글로 옮길 수는 없겠지만, 이 생태계가 어떤 구조로 돌아가고 있었는지 — 그 구조와 원리만은 옆자리에서 관찰한 사람이 글로 써둘 수 있다. 이 시리즈가 그 역할의 일부라도 했으면 좋겠다.

다음 편에서는 본론으로 들어간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어떤 경로로 쪼개져 공업사·부품상·렉카·렌트카·병원에 흘러가는지. 자동차 보험 밸류체인의 첫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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