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다리사장으로 가는 다리
경영경영공업사 사장이 본 자동차 보험 생태계 · 2편 / 34편

돈은 어디로 흐르는가 — 보험료에서 지급까지의 전체 경로

가입자가 낸 100원이 공업사·부품상·렉카·렌트카·병원으로 쪼개지는 길

홍정현·2024.01.08
11분 읽기

이 글은 《공업사 사장이 본 자동차 보험 생태계》 시리즈 2편이다. 1편에서 "공업사 사장의 고객은 차주가 아니라 보험사"라고 썼다. 그 말의 뒷면을 펴본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어떤 경로로 쪼개져서 공업사·부품상·렉카·렌트카·병원에 흘러가는지.

80만 원을 결제하는 순간

12월 말이다. 한 직장인이 다이렉트 앱에서 내년 자동차보험을 갱신한다. 보험료 80만 원. 일시납. 카드 결제가 찍히는 순간 보험사 시스템에는 이 80만 원이 "경과보험료"가 될 돈으로 잡힌다. 앱 화면에는 "가입 완료" 한 줄이 떠 있다. 가입자가 보는 풍경은 여기까지다.

이 80만 원은 12개월 동안 여러 층을 거쳐 흩어진다. 일부는 사고가 나지 않으면 보험사에 남고, 일부는 사고가 나면 공업사와 병원으로 간다. 일부는 시스템을 돌리는 데 쓰이고, 일부는 정부가 거둬간다.

가입자는 이 분배를 볼 일이 없다. 공업사 사장도 이 분배의 한 칸만 본다. 자기 앞으로 떨어지는 수리비 견적 한 장. 그러나 그 한 칸이 왜 이만큼이고 왜 다음 달에는 조금 더 깎이는지 이해하려면, 80만 원 전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한 번은 봐야 한다.

이 편은 그 전체 흐름을 한 장으로 그린다.

수직 흐름 — 세로로 쪼개지는 돈

가입자가 낸 80만 원이 처음 쪼개지는 자리는 세 칸이다.

첫째 칸은 책임준비금. 보험사가 내년 한 해 동안 발생할 사고를 대비해 쌓아두는 돈이다. 이 돈은 보험사 수익이 아니다. 법적으로 따로 관리되고, 금감원이 건전성을 감독한다. 쌓는 공식은 통계 기반이다. 작년 이 가입자 같은 집단이 낸 청구 패턴을 보고, 올해 얼마를 쌓아야 충분한지 계산한다.

둘째 칸은 사업비. 보험사가 이 보험을 팔고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설계사 수당, 광고비, 콜센터 인건비, 전산 운영비, 본사·지점 유지비, 세금 일부. 다이렉트 채널은 설계사 수당이 없는 대신 광고비가 크고, 대면 채널은 설계사 수당이 사업비의 큰 덩어리를 차지한다.

셋째 칸은 예정 손해액. 올해 이 가입자 같은 집단에서 사고가 나면 보험사가 실제로 지급해야 할 돈이다. 이 돈이 공업사·부품상·렉카·렌트카·병원으로 흘러갈 원천이다.

여기서 숫자 하나를 잡고 가야 이해가 된다. 자동차보험 업계의 오래된 경계선은 **손해율 80%**다. 이 뜻은 "경과보험료의 80%가 예정 손해액으로 빠져나가야 정상"이라는 업계 감각이다. 사업비율이 대략 15~20%를 잡아먹으니, 둘을 더한 합산비율이 100% 근처면 보험사는 본업에서 본전이다. 합산비율이 100%를 넘으면 본업 적자, 100% 밑이면 본업 흑자.

80만 원을 이 감각으로 쪼개보면 대략 이렇다.

구분비중금액 (참고)어디로 가는가
예정 손해액약 75~85%약 60~68만 원공업사·부품상·렉카·렌트카·병원·합의금
사업비약 15~20%약 12~16만 원설계사·광고·콜센터·전산·본사 운영
보험사 이익/손실나머지수 % 이내해마다 변동

이 표의 앞 줄이 이 시리즈의 주제다. 공업사 사장이 보는 견적서는 앞 줄에서 흘러나온 돈이다. 뒷 줄은 공업사와 직접 닿지 않는다.

손해액이 다시 쪼개지는 네 축

예정 손해액 60만 원이 실제 사고로 빠져나갈 때, 이 돈은 다시 네 축으로 갈라진다. 자동차보험 약관의 네 항목이다.

  • 대물: 상대방 차량·물건에 낸 손해 배상. 담보 한도가 기본 2천만 원에서 무한대까지.
  • 대인: 상대방 사람에 낸 부상·사망 배상. 대인 I(책임보험)과 대인 II(임의보험)로 나뉨.
  • 자차: 내 차가 파손됐을 때 수리비. 자기차량손해 담보.
  • 자손 / 자상: 내가 다쳤을 때 치료비·사망금. 자기신체사고 담보 또는 자동차상해 특약.

각 담보에서 나가는 돈의 크기는 사고 유형에 따라 다르다. 대충의 비중 감각은 이렇다. 업계 평균에서 대물이 가장 큰 덩어리, 그 다음이 대인, 자차와 자손이 상대적으로 작다. 대물·대인을 합치면 전체 손해액의 70~80%선이다.

공업사 사장은 이 네 축 중에 대물과 자차 쪽에서 돈을 본다. 대인은 병원·합의금 쪽이고, 자손은 개별 피해자의 치료비다. 공업사가 만지는 견적은 "상대 차를 내가 수리한다"(대물)거나 "내 고객 차를 내가 수리한다"(자차)다. 세부 절차는 다르지만 결국 보험사가 수리비를 내준다는 점은 같다.

대물 지급이 수평으로 쪼개지는 자리

대물 사건 하나를 꺼내보자. 상대방 SUV 앞 범퍼·헤드램프·휀더가 들어갔다. 견인해서 공업사 입고. 수리 7일. 대차 7일. 이 한 건에서 보험사가 내는 돈은 한 곳에만 가지 않는다. 적어도 네 곳으로 쪼개진다.

공업사 수리비: 견적서의 큰 덩어리. 공임(판금·도장·조립)과 부품대(OEM·OES·재생 등)가 합쳐진 금액. 부가세 별도.

부품상 납품대금: 공업사가 쓴 부품은 부품상에서 받은 것이다. 공업사가 부품대를 받은 뒤 부품상에 결제한다. 부품상은 공업사를 끼고 보험사 돈을 간접적으로 받는 구조다.

렉카 견인비: 사고 현장에서 공업사까지의 견인 요금. 고속도로 구간, 일반도로 구간, 거리별 단가가 다르다. 보험사 콜센터 접수면 보험사 지정 렉카, 현장 도착 렉카가 먼저면 독립 렉카. 지불 경로는 같다.

렌트카 대차료: 수리 기간 중 상대 차주가 타는 대차 차량 비용. 동급 차량 기준으로 일당 단가가 정해져 있고, 인정 기간은 "실제 수리에 필요한 작업일수"와 "표준 작업일수" 사이에서 협의된다.

이 네 곳이 받은 돈을 다 합치면 대물 지급액 한 줄이 된다. 예를 들어보자.

항목금액 (예시)받는 쪽
수리비 (공임+부품대)180만 원공업사 → 부품상 일부 이전
견인비10만 원렉카 업체
대차료 (7일)42만 원렌트카 업체
대물 지급 합계232만 원

공업사 사장이 보는 건 180만 원이지만, 이 사고 한 건의 대물 지급은 232만 원이다. 나머지 52만 원은 공업사와 무관하게 옆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보험사 내부에서 "이번 사건 총 대물 지급 232만 원"으로 적힌다. 담당자의 KPI는 이 232만 원을 얼마나 관리했는가로 매겨진다.

이 구조를 모르면 담당자가 왜 공업사 수리비 하나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담당자가 보는 건 180만 원이 아니라 232만 원이다. 대차 기간을 7일에서 5일로 줄이면 12만 원이 빠진다. 렉카 단가를 조정하면 1~2만 원이 빠진다. 부품을 재생품으로 돌리면 부품대에서 수십만 원이 빠진다. 담당자는 이 세 칸을 동시에 본다. 공업사 사장이 "내 공임은 적정하다"고 주장해도 담당자는 "대차가 길었다"는 카드를 꺼낼 수 있다.

대인 지급이 수평으로 쪼개지는 자리

대인 쪽은 흐름이 다르다. 사람이 다친 사건이다. 병원 치료비와 합의금이 주된 두 덩어리다.

병원 치료비: 입원·통원·검사·수술·물리치료·한방 치료 등.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으로 정산된다. 한방병원 비중이 높다는 업계 이슈는 이 항목에서 생긴다. 양방 병원 한 곳에서 물리치료를 받을 때와 한방병원 한 곳에서 도수·추나를 받을 때의 단가 구조가 다르다.

합의금: 위자료, 일실수익(일을 못 한 기간의 소득 상실분), 향후 치료비 추정, 후유장해 보상. 경미한 접촉사고라도 "합의금 얼마"라는 항목이 거의 언제나 붙는다. 이 협상에 손해사정사·변호사가 개입한다.

대인 사건의 금액은 대물보다 훨씬 큰 변동성을 갖는다. 단순 접촉은 합의금 수십만 원에 끝나지만, 중상 사건은 한 건이 수억 원이 될 수도 있다. 대인 담당자의 업무 강도는 대물보다 무겁고, 개별 사건의 협상 기간도 길다.

공업사는 대인 흐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사고의 반대쪽에서 대인이 커지면, 그 보험사 지점 전체의 손해율이 올라간다. 손해율이 올라간 지점의 대물 담당자는 이번 달 대물 견적을 더 보수적으로 본다. 보이지 않는 경로로 공업사 수리비에도 영향이 온다. 대물과 대인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한 장으로 모으기 — 80만 원의 경로 지도

지금까지를 한 장에 모으면 이런 그림이다.

가입자 보험료 80만 원
        │
        ├─ 책임준비금 / 사업비 (약 15~25만 원)
        │   └─ 설계사·광고·전산·본사 운영
        │
        └─ 예정 손해액 (약 55~68만 원)
                │
                ├─ 대물 — 상대 차/물건
                │     ├─ 공업사 수리비 (공임+부품대)
                │     │     └─ 부품상 납품대금
                │     ├─ 렉카 견인비
                │     └─ 렌트카 대차료
                │
                ├─ 대인 — 상대 사람
                │     ├─ 병원 치료비 (양방·한방)
                │     └─ 합의금 (위자료·일실수익·후유장해)
                │
                ├─ 자차 — 내 차 수리
                │     └─ 공업사 수리비 (같은 구조)
                │
                └─ 자손/자상 — 내 몸 치료
                      └─ 병원 치료비 + 합의금

이 지도가 이 시리즈 전체의 뼈대다. 앞으로 나올 편들은 이 지도의 각 점을 확대한다. 8편은 "대물 KPI"(담당자가 이 지도 어디를 누르는가), 15~21편은 현장 공급자 각각(공업사 간판 유무, 부품상, 렉카, 렌트카, 병원, 변호사·손사) 해부다. 지도 자체를 기억하면, 개별 편을 읽을 때 그 편이 지도의 어느 칸을 자세히 파는지 매번 짚을 수 있다.

공업사 사장이 놓인 자리

이 지도에서 공업사는 대물과 자차의 수리비 칸 하나를 점유한다. 금액으로는 한 사고의 가장 큰 덩어리인 경우가 많지만, 전체 보험료 대비로는 몇 %에 불과하다. 가입자가 낸 80만 원 중에 공업사 수리비로 직접 흘러가는 몫은 통계적으로 20~30%선, 사업비·대인·자손·렉카·렌트카를 제외하고 나면 그 범위다.

이 숫자를 보면 공업사 사장이 느끼는 한 가지 감각이 설명된다. 왜 대물 협의가 해마다 더 빡빡해지는가. 보험사 본사의 눈에는 공업사 수리비 한 줄이 "조정 가능한 가장 큰 단일 항목"이다. 사업비는 내부 비용이라 현장에서 줄이기 어렵고, 대인은 법과 의료 쪽이 묶여 있어 보험사 단독으로 줄이기 어렵고, 렉카·렌트카는 이미 단가표가 고정돼 있다. 손해율을 1%p 낮추려면 어느 칸을 건드려야 하는가. 대물 수리비와 대차 기간, 이 두 칸이 가장 만만하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대물 담당자와의 대화가 달라진다. 담당자가 "이번 달 재생부품 비율 좀 올려달라"고 요청할 때, 그 요청이 개인의 요구가 아니라 지점 KPI의 반영이라는 걸 안다. 담당자도 결국 손해율 게임을 하고 있다. 공업사 사장이 견적을 방어할 때 "내 수리가 이 금액이어야 하는 이유"를 숫자와 사진으로 설명하면, 담당자는 그 자료를 본사 심사실에 올릴 방어 논리로 쓸 수 있다. 같은 게임의 편을 잠시 바꿔 설 수 있다.

반대로 공업사 사장이 "담당자가 이상하다, 말이 안 통한다"로 대응하면, 담당자도 방어 카드가 없어지고 결국 견적은 본사 심사실에서 일방적으로 깎인다. 지도 전체를 보는 쪽이 협의에서 덜 진다.

다음 편에서 열 질문

이 편은 지도의 윤곽만 그렸다. 다음 편은 지도 위의 한 숫자, 손해율로 들어간다. "80%"라는 경계선이 왜 그 숫자인지, 그 숫자가 오르고 내릴 때 공업사 현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는지, 과거 10년 동안 이 숫자가 어떻게 움직였고 그 움직임이 지금 공업사 경영에 어떤 신호를 남겼는지.

공업사 사장이 읽어야 할 세 가지 신호도 거기서 구체화한다. 연간 견적 협의 문화, 부품 인정률, 대차 기간 조정. 이 셋이 손해율이라는 숫자 하나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시리즈 예고 — 3편: "손해율 80%의 공포 — 보험사 수익 공식과 합산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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