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수가의 정치학, 표준공임이 10년째 그대로인 이유
공업사 사장이 왜 매년 "공임 현실화"라는 말을 반복하게 되는가
자동차 보험에서 공업사가 받는 인정공임은 시간당 공임과 표준작업시간의 곱으로 정해진다. 두 숫자 모두 10년째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보험사·공업사·규제 기관·가입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인상 협상이 매번 주저앉는다. 이 글은 인정공임의 산출 구조를 해부하고 왜 이 문제가 구조적으로 풀리지 않는지, 공업사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정리한다.
이 글은 《사고 처리 밸류체인》 시리즈 12편이다. Part 3 "공업사와 보험사 관계의 뼈대"의 두 번째 글. 공임 수치는 정책·고시·보험사 내부 기준에 따라 자주 움직이므로 실제 적용 단가는 매년 해당 공업사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새해 첫 주의 공임표
1월 첫째 주. 공업사 사장 책상에 새 공임표가 올라온다. 보험사가 보내준 파일 한 장. 지난해와 비교해 시간당 공임이 얼마나 올랐는지 본다. 1,000원. 어떤 해는 500원. 드문 해에는 0원. 사장은 한숨 한 번 쉬고, 작업실 벽에 붙여놓은 작년 표와 교체한다.
같은 기간 공업사의 비용은 어떻게 움직였는가. 기사 인건비는 매년 5~10% 오른다. 그것도 명목 급여 기준이고, 주휴·4대보험·퇴직금을 얹으면 사람 한 명을 쓸 때 사장이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은 명목의 1.2~1.4배다. 도료 값은 친환경 전환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전기·가스 요금도 올랐다. 부품 단가는 완성차 업체 정책에 따라 오르고, 장비는 진단기·스캔툴 세대 교체가 계속된다. 그런데 공임은 거의 제자리다.
이 괴리를 공업사 사장들이 매년 "공임 현실화"라고 요구하는 데 이유가 있다. 그 요구가 왜 매번 관철되지 않는지, 그 구조를 푼다.
인정공임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자동차 보험에서 공업사가 받는 공임은 두 숫자의 곱으로 결정된다.
인정공임 = 시간당 공임(원/시간) × 표준작업시간(시간)
앞 숫자는 얼마나 값나가는 시간인가를 정한다. 뒤 숫자는 이 작업에 몇 시간을 쓰는 게 맞는가를 정한다. 어느 쪽이 오르든 인정공임이 오르고, 양쪽 다 제자리면 공임도 제자리다. 지난 10년은 후자에 가까웠다.
시간당 공임: 자보정비요금
정부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과 관련 고시를 통해 시간당 공임의 기준을 공표한다. 이를 일반적으로 자보정비요금(또는 표준공임)이라 부른다. 이는 지역·공업사 규모별로 등급이 나뉜다. 수도권 1급 공업사와 지방 2급·3급 공업사의 시간당 단가가 다르다.
협의 주체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5조의2에 근거한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다. 보험업계(손해보험협회 등), 정비업계(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KAIMA) 등),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법정 협의체다. 이 협의체는 "있는데 합의는 못 하는" 구조로 매년 교착에 빠진다. 2018년 국토부 공표 공임이 AOS에 반영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서 공표 숫자와 보험사 실적용 단가의 괴리가 업계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굳어졌다.
보험사는 고시된 숫자를 받아 자사 AOS 등에 반영한다. 협력업체는 고시 단가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별도 단가를 받기도 한다. 일반 공업사는 고시 단가가 곧 상한선이다. 단, 공업사가 실제로 받는 금액은 단가 × 인정 시간 × 인정 범위의 곱이다. 단가 협상은 협의체 테이블 위의 게임이지만, 인정 시간과 범위는 매건 현장 담당자와의 게임이다. 이 편은 앞 숫자(단가), 다음 편들은 뒷 숫자(시간·범위)의 정치학을 다룬다.
표준작업시간: 보험개발원 AOS
보험개발원은 차종·부위·작업 유형별로 표준작업시간을 산출한다. 이 데이터는 AOS에 탑재되어 있고, 공업사가 견적을 올릴 때 시스템이 자동으로 해당 작업의 시간을 불러온다. 예를 들어 "소나타 DN8 프론트 범퍼 교환"에는 "탈부착 0.5시간 + 탈착시 연관 0.2시간"과 같은 시간이 매핑되어 있다. 이 시간에 시간당 공임을 곱하면 이 한 작업의 인정공임이 된다.
표준작업시간은 보험개발원이 실제 정비 공장을 방문해 측정하고 차종 데이터를 업데이트한다. 그러나 이 측정이 현대 차량의 실제 작업을 100% 따라잡지는 못한다. 아래에서 이어진다.
공업사에 걸린 네 종 공임
지금까지 자보정비요금(협의회 공임)과 AOS 표준작업시간을 다뤘다. 여기에 공업사가 실무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공임을 다 합치면 같은 공장에 네 종의 공임이 걸려 있다. 공표되는 둘(서류에 박힌 숫자)과 실제로 돈이 오가는 둘(은행 통장에 찍히는 숫자)이다.
| 구분 | ① 사업장 게시 공임 | ② 협의회 공임 | ③ 제휴 계약 단가 | ④ 비제휴 심사 단가 |
|---|---|---|---|---|
| 유형 | 공표 (B2C) | 공표 (B2B 기준선) | 실제 적용 (제휴) | 실제 적용 (비제휴) |
| 근거 | 자동차관리법 제58조 | 자배법 제15조의2 | 보험사-공업사 개별 계약 | 보험사 심사 시스템 |
| 결정 주체 | 공업사 자율 | 15인 협의체 | 공업사·보험사 1:1 | 각 보험사 심사 룰 |
| 갱신 주기 | 수시 | 연 1회 (6/30 협의 → 8/1 공표) | 재계약 시점 | 수시 (건별) |
| 숫자 개수 | 공업사당 1개 | 전국 공통 (지역·등급별) | 공업사 × 보험사 조합 수만큼 | 보험사별 1세트 |
| 적용 대상 | 자차·비보험 수리 | 협상·심사 기준선 | 해당 제휴 건 | 해당 심사 건 |
| 공업사 체감 경로 | 벽에 게시·홈페이지 공개 | 매년 "○% 인상" 뉴스 | AOS 화면 자동 반영 | AOS 화면 자동 반영 (삭감 후) |
①은 예외적인 지위다. B2C 맥락에서는 공표가 곧 실제 적용이다. 차주가 자차 수리 맡기면 공업사는 게시 공임 그대로 받는다. 반면 ②는 B2B 영역에서 공표는 되지만 실제 받는 돈은 아니다. ②는 매년 뉴스로 "○% 인상"이 보도되는 기준선일 뿐, 공업사가 보험사에서 실제 받는 돈은 ③ 또는 ④에서 나온다.
AOS는 이 네 숫자 어느 것도 자체 저장하지 않는다. 1층 보험개발원 기술 DB(항목 체계·부품가·표준작업시간), 2층 정비협의회 협의·국토부 공표(시간당 공임·표준작업시간), 3층 각 보험사 레이어(계약 단가·심사 룰)가 겹쳐 돌아가고, 공업사 화면의 "인정 금액"은 이 3층이 합쳐진 결과다. 세 층 구조는 11편에서 상세히 다뤘다. 여기서는 이 네 숫자가 현실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 그 역학에 집중한다.
네 숫자의 관계는 대개 이렇게 움직인다. 제휴 공업사는 ③ 계약 단가로 돌아가고, 그 단가가 보통 ② 협의회 공임 근처 또는 조금 위에서 결정된다. 재계약 시점마다 이 숫자가 갱신되며, 공업사의 장기 매출을 좌우하는 가장 큰 레버가 이 재협상 테이블이다. 안정적 송객의 대가로 단가가 눌리는 구조는 공업사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데, 실제 할인 폭은 공업사-보험사 개별 계약이라 공개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비제휴 공업사는 ④ 심사 단가로, 보험사가 표준시간 + 자사 심사 룰로 건건이 금액을 결정한다. 분쟁 끝에는 대개 ② 협의회 공임 근처로 수렴한다. ① 게시 공임 그대로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고, 외제차·고급 수리·ADAS 같은 고부가 특화 영역에서만 예외가 성립한다(아래 "공업사의 대응" 섹션에서 다시 다룬다).
사업장에 걸린 가격표와 실제 은행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 사이의 격차. 이 격차가 공임 정치학의 첫 번째 구체적 풍경이다. 본 편의 나머지는 이 격차가 왜 10년째 좁혀지지 않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푼다.
공임은 왜 10년째 제자리인가
이 수치 두 가지가 10년간 큰 폭으로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단일하지 않다. 여러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려 누구도 먼저 크게 움직일 수 없는 구조다.
표준작업시간의 구조적 지연
측정 대상이 되는 작업과 실제 현장 작업 사이의 갭이 점점 벌어진다. 최근 차량에는 ADAS 센서·카메라·레이더가 붙어 있고, 범퍼 하나를 교환해도 센서 캘리브레이션이 따라붙는다.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 차단·진단이 추가된다. 이런 작업의 시간이 표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개정은 계속되지만, 현장 공업사의 체감으로는 "내가 실제 쓴 시간"과 "AOS가 인정한 시간"이 자꾸 벌어진다.
시간당 공임 협상의 삼각 구도
협상 테이블에 앉는 주체는 세 축이다.
| 주체 | 이해관계 |
|---|---|
| 보험사(손해보험협회) | 공임 인상 = 보험금 지급 증가 = 손해율 상승 → 가입자 보험료 인상 → 가입자 이탈 위험 |
| 공업사(정비업계 연합회) | 공임 인상 = 매출 증가 = 생존 가능성 확보 |
| 규제 기관(국토교통부) | 중재자 역할. 가입자 여론·정치 환경 고려 |
여기에 가입자라는 보이지 않는 4번째 축이 있다. 공임이 오르면 장기적으로 보험료가 오르고, 보험료 인상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다. 매년 언론과 정치권이 개입하고, 가입자 단체도 반발한다. 결과적으로 이 삼각 구도의 누구도 큰 인상을 먼저 끌고 갈 유인이 없다. 공업사 업계는 가장 약한 위치에 있다. 정비업계 연합회의 협상력은 수만 개 공업사를 묶어도 대형 보험사 대비 규모와 조직력에서 밀린다.
손해율의 구조적 압박
대형 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3년 79%대에서 2024년 83~87%대로 올라섰고, 2025년 하반기에는 90%대 초반까지 밀려 올라갔다. 사업비를 포함한 합산비율은 2024년 100%를 넘었고 2025년에는 103~104% 수준으로 추정된다. 공임이 전체 보험금 지급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공임 인상은 곧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고, 본사 CFO 라인에서 저항이 강한 사안이 된다.
정치적·여론적 환경
보험료 인상은 언론의 단골 기사 소재다. "서민 가계 부담 증가"의 프레임이 쉽게 씌워진다. 공임 인상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짧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정부는 공임 인상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쉽다. 특히 선거 주기에 걸리면 인상 발표가 다음 해로 밀린다.
이 네 가지가 매년 맞물려서 공임 인상 협상은 "현실화"라는 요구에 비해 훨씬 작은 폭으로 끝난다.
10년의 궤적, 대략적인 흐름
정확한 수치는 해마다 공시 자료(국토부 고시, 손해보험협회 자료, 연합회 발표)를 참고해야 한다. 여기서는 방향만 정리한다.
- 2010년대 초중반: 시간당 공임이 큰 폭의 정체. 공업사 업계는 매년 인상 요구를 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 2010년대 후반: 소폭의 인상이 이어졌으나 물가·인건비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2018년 6월 국토부가 적정 시간당 공임을 25,383원~34,385원 범위로 공표했고(2010년 공표 대비 연평균 상승률 2.9%), 언론이 이 범위의 중간값을 "시간당 약 28,981원"으로 보도한 이후 이 수치가 업계 기준선처럼 쓰였다.
- 2020년 전후: 자배법 제15조의2 신설로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가 출범했고, 공임 산정 방식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공업사 원가 산정 기준 도입, 지역 차등 재조정 등이 의제로 올라왔다.
- 2020년대 초반~중반: 2022년 +4.5%, 2023년 +2.4%, 2024년 +3.5% 인상이 이어졌고, 2025년 말 협의된 +2.7%가 2026년 1월 시행으로 적용됐다. 같은 기간 인건비·도료비 상승률에는 계속 못 미쳤다. 표준작업시간은 2018년 공표 이후 실질 개정이 없었고, 2025년 10월 정비협의회가 전면 개정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해 2026년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공임 궤적에서 반복되는 패턴. 인상은 늘 한 번의 점프가 아니라 여러 해 나눠 조금씩 이뤄지고, 그 사이 인건비·자재비는 빠르게 오른다. 이 구조가 공업사의 영업이익률을 서서히 압박해왔다.
도장공임이 별도 문제인 이유
도장공임은 판금공임과 다른 궤적을 그린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 도료 가격의 구조적 상승. 환경 규제 강화로 유성 도료에서 수성 도료·친환경 도료로 전환이 이어졌다. 수성 도료는 단가가 올랐고, 작업 환경(도장 부스 온습도 관리)에도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도료 원가 상승이 그대로 도장 공임에 반영되지 않으면 도장 공정을 돌릴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된다.
둘째, 도장 범위 판정의 회색지대. 측면 충돌에서 인접 패널을 어디까지 도장할지는 색상 매칭과 연결된다. 보험사는 "최소 범위"를 주장하고 공업사는 "색상 일치를 위해 더 넓게"를 주장한다. 이 경계가 고정된 표가 아니라 협의 사항으로 남아 있어서 도장공임은 매 건마다 협의의 대상이 된다. 도장공임 단가가 올라도 인정 범위가 좁아지면 실질 매출은 제자리다.
도장공임은 공업사 매출에서 핵심 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현장 체감이다. 공식 통계가 판금·도장·부품을 매출 기준으로 분리 공표하지 않아 정확한 비중은 공장별 편차가 크지만, 도장 단가의 정체가 공업사 수익성에 직접 타격으로 돌아오는 구조는 공통이다.
현장 수치: 경기도 2021·중소기업중앙회 2025
이 갈등이 공업사 현장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숫자로 확인된 조사가 두 개 있다. 시점이 4년 떨어져 있어 시계열로 읽으면 문법이 드러난다.
경기도 2021년 6~11월, 도내 정비업체 465곳 조사 (수리비 감액률 분포)
- 수리비 전액 인정: 5.3%
- 10% 이내 삭감: 56.9%
- 10~50% 삭감: 29.8%
- 50% 이상 삭감: 8.0%
- 불공정 강요 경험으로 "통상 작업시간 축소" 지목: 37.9%
전액 인정이 5%대, 삭감 경험이 사실상 전수에 가까운 94.7%. 이 수치가 "공임이 제자리"라는 체감의 실체다.
중소기업중앙회 2025년 7~8월, 전국 정비업체 307곳 조사 (불공정 경험률)
- "통상의 작업시간·작업공정 불인정": 64.5% (2021년 경기도 37.9% → 2025년 64.5%로 4년 사이 확대)
- 30일 초과 지연 지급·지연이자 미지급 경험: 66.1%
- 일방적 감액 경험: 62.9%
- 평균 감액률: 대형 4사 모두 9.6~10.1%
- "보험사와의 표준약정서가 필요하다"는 응답: 95.4%
4년 사이 삭감의 문법이 "시간을 깎는다"로 굳어졌다. 중앙회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표준약정서 제정(대금 지급·감액 기준·지연이자 등 거래 조건의 양식화)과 표준정비수가 마련(작업시간·공임의 객관적 기준) 두 가지를 별개 제도로 요구했다. 2026년 4월 현재 두 사안 모두 업계 건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업사의 대응
이 구조적 정체 안에서 개별 공업사가 쓰는 대응책들.
업종별 협회 공동 행동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KAIMA) 등이 매년 공임 인상 협상에 참여한다. 개별 공업사의 목소리는 작지만 수만 개 공업사가 모이면 협상 상대가 된다. 연합회 회비를 내고 공동 행동에 참여하는 것은 개별 공업사 입장에서 장기 보험료에 가깝다. 단기 효과는 작지만 안 하면 다음 10년도 똑같다.
세부 작업 기록으로 시간 입증
표준작업시간이 부족할 때 공업사가 쓸 수 있는 방어는 실제 걸린 시간의 기록이다. 진단기 로그, 작업 시작·종료 시간 촬영, 캘리브레이션 결과 출력 등을 근거로 "이 건은 표준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를 증명할 수 있다. AOS의 표준시간에 추가 시간을 인정받는 사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증빙이 있어야 협의할 수 있다.
보험사 의존도 모니터링
엄밀히 말해 공업사는 보험사를 "고를" 수 없다. 차주가 자기 가입 보험사를 따라 공업사에 들어오는 구조라, "이 보험사 건은 안 받겠다"는 결정이 성립하지 않는다. 안 받는 순간 그 차가 다른 공업사로 넘어갈 뿐이다.
그래서 이 영역의 현실적 대응은 "거래처 다각화"보다 의존도 모니터링에 가깝다. 월 매출 중 특정 보험사 비중이 과도하게 쏠려 있지 않은지, 그 보험사 협력등급이 낮아지면 매출이 얼마나 흔들릴지를 숫자로 추적한다. 의존도가 한 곳에 80%를 넘으면, 그 보험사 단가·조건 변경이 곧 생존 문제가 된다. 대형 4사 중 복수의 협력등급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 방어선이다.
2021 대법원 판례: 표준작업시간표의 법적 지위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6다203933 판결은 업계에서 자주 오독되는 판례다. "보험사의 사후 반환 청구를 막아주는 방패"로 인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판결문 취지는 오히려 갈래가 두 개로 갈린다.
첫째 갈래. 묵시적 화해계약 쟁점은 보험사 쪽 손을 들어준 부분이다. 대법원은 "보험사가 견적대로 수리비를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앞으로 다투지 않기로 한다'는 묵시적 화해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즉 지급 후 수년이 지나 "중복 청구였다"며 반환을 요구하는 길이 원칙적으로 막혀 있지 않다. 공업사가 방패로 쓰려는 방향과 정반대다.
둘째 갈래. 국토부 표준작업시간표의 법적 지위는 공업사에 유리한 판단이다. 국토부 장관이 공표하는 탈착교환 표준작업시간표는 수리비 산정의 "유력한 증거자료"이자 기준이지만, 공업사가 그 시간 안에 무조건 수리를 끝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지우는 규범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표준시간을 초과해 수리가 지연됐다는 사실만으로 보험사가 지급한 초과 렌트비를 공업사에 물릴 수는 없다. 고의 지연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입증돼야 한다.
공업사 실무의 교훈은 둘이다. 하나, "지급됐으니 끝"이 아니다. 지급 뒤 수년 안에 반환 청구가 올 수 있다는 전제로, 견적·협의·작업 내역·사진·부품 영수증 같은 팩트 기록을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한다. 둘, 수리 기간이 표준시간을 넘더라도 그 자체로 책임이 발생하진 않는다. 지연에 이유가 있다는 기록(부품 수급, 추가 손상 발견, 차주 동의)이 남아 있으면 충분하다.
고부가 작업으로의 전환
판금·도장 외에 스캔툴·진단·캘리브레이션·ADAS 보정 같은 고부가 작업 비중을 늘리는 공업사가 늘고 있다. 이 작업들은 아직 표준시간이 완전히 정착하지 않았고, 장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단가 자체가 높다. 이 방향 전환이 가능한 공업사는 제한적이지만 5년 뒤 공업사 간 격차를 만들 변수다. 이 주제는 시리즈 뒤쪽(Part 6·7)에서 상세히 다룬다.
비제휴 포지셔닝: 특화 영역 선택
앞서 "네 종 공임" 표에서 봤듯, 일반 판금·도장으로 비제휴를 버티면 매 건 보험사와 협상하느라 피로도가 쌓여 결국 제휴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예외는 외제차·고급 수리·단가 높은 전문 분야다. BMW·벤츠·아우디·렉서스 같은 수입차 전문 공장, 클래식카·튜닝 복원 공장, ADAS 캘리브레이션 특화 공장 같은 영역은 게시 공임의 정당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차주가 브랜드 공식 인증 서비스센터 수준을 요구하거나, 수리 난이도 자체가 표준 AOS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보험사도 견적을 그대로 수용하는 비율이 일반 판금·도장 공장보다 높다.
단 이 전략은 초기 투자와 전문 기술 확보가 전제다. 공식 인증, 전용 진단 장비, 기술 인증, 품질 보증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비제휴 프리미엄"이 성립하지 않고 일반 공장과 동일한 수준으로 삭감당한다. 비제휴 특화 포지셔닝은 앞 섹션의 고부가 작업 전환과 짝으로 움직이는 전략이다. 포지셔닝(어느 고객층·차종에 집중하는가)이 먼저 잡히고, 그 위에 작업 유형 전환(스캔툴·ADAS)이 얹히는 순서다.
이 문제는 왜 단기에 풀리지 않는가
공임 현실화는 수년째 요구되어 왔지만 빠르게 풀리지 않는다. 이유를 한 문단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보험사는 손해율 때문에 저항하고, 규제 기관은 보험료 인상을 꺼리고, 가입자 여론은 공임 인상이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된다는 이야기에 민감하다. 공업사 업계는 조직화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개별 사장은 매일의 정비에 쫓겨 협상 테이블에 에너지를 쓰기 어렵다. 네 축의 유인이 서로 맞물린 상태에서 어느 한 축이 먼저 크게 움직이는 일이 거의 없다.
공업사 사장 개인이 이 구조를 단기에 바꿀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연합회 활동에 참여해 장기적으로 축 하나를 강화하는 것. 그리고 내 공업사에서 기록과 증빙과 고부가 작업 전환으로 제자리인 단가 안에서도 매출을 지탱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병행되지 않으면 10년 뒤에도 똑같은 1월이 반복된다.
다음 편에서는 이 단가 문제의 한 변형인 "우량·협력업체 지정"을 다룬다. 같은 공업사여도 누구는 표준공임보다 높은 단가를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구조가 무엇인지 해부한다.
출처
본문에 인용한 제도·수치의 근거는 아래와 같다. 공임 협상 연도별 인상률과 연합회 명칭은 공개 보도·공식 페이지로 일관되게 확인되지만, 제휴 계약 단가나 도장공임 비중처럼 공업사-보험사 개별 계약에 속하는 숫자는 공식 통계가 없어 현장 체감으로만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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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배법 정비협의회 · 국토부 정비요금 공표
-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5조의2 — 국가법령정보센터
- 국토부, 8년 만에 자동차 적정 정비요금 공표(시간당 공임 평균 2만8,981원) — 오토데일리 · 2018-06
- 국토부 보도자료 — 적정 시간당 공임(25,383원~34,385원) 공표 · 2018-06
- KIRI 연구보고서 2025-17 —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시간당 공임 변천 과정 · 2025
공임 연도별 인상률
- 자동차보험 정비수가 3년 만에 4.5% 인상 — 데일리안 · 2022-11
- 손해율 악화에 정비수가 인상까지…2026년 1월 +2.7% 적용 — 네이트뉴스 · 2025-12
- 車정비 표준작업시간 8년 만에 전면 개정 — 한국경제 · 2025-10
정비업계 연합회 공식 페이지
경기도 2021 실태조사
- 경기도, 자동차 보험수리 관련 보험사 불공정거래 실태조사 결과 — 경기인저널 · 2021-12
- 경기도 자동차 정비업체 보험수리 10건 중 9건 삭감 — 이뉴스피 · 2021-12
중소기업중앙회 2025 실태조사
- 정비업체 10곳 중 7곳, 보험사가 차수리비 감액 — 한국경제TV(연합뉴스 재게) · 2025-08
- 보험사의 수리비 후려치기 심각, 정비업계 거래관행 개선 요구 — 헤럴드경제 · 2025-08
- 차 정비업계 수리비 감액 경험 응답 — 더퍼블릭 · 2025-08
대법원 2021 판례
손해율·합산비율
- 치솟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5년래 최고 — 머니투데이 · 202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