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수가의 정치학 — 표준공임이 10년째 그대로인 이유
공업사 사장이 왜 매년 "공임 현실화"라는 말을 반복하게 되는가
이 글은 《공업사 사장이 본 자동차 보험 생태계》 시리즈 12편이다. Part 3 "공업사와 보험사 관계의 뼈대"의 두 번째 글. 공임 수치는 정책·고시·보험사 내부 기준에 따라 자주 움직이므로 실제 적용 단가는 매년 해당 공업사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새해 첫 주의 공임표
1월 첫째 주. 공업사 사장 책상에 새 공임표가 올라온다. 보험사가 보내준 파일 한 장. 지난해와 비교해 시간당 공임이 얼마나 올랐는지 본다. 1,000원. 어떤 해는 500원. 드문 해에는 0원. 사장은 한숨 한 번 쉬고, 작업실 벽에 붙여놓은 작년 표와 교체한다.
같은 기간 공업사의 비용은 어떻게 움직였는가. 기사 인건비는 매년 5~10% 오른다. 도료 값은 친환경 전환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전기·가스 요금도 올랐다. 부품 단가는 완성차 업체 정책에 따라 오르고, 장비는 진단기·스캔툴 세대 교체가 계속된다. 그런데 공임은 거의 제자리다.
이 괴리를 공업사 사장들이 매년 "공임 현실화"라고 요구하는 데 이유가 있다. 그 요구가 왜 매번 관철되지 않는지, 그 구조를 푼다.
인정공임 = 시간당 공임 × 표준작업시간
자동차 보험에서 공업사가 받는 공임은 두 숫자의 곱으로 결정된다.
인정공임 = 시간당 공임(원/시간) × 표준작업시간(시간)
앞 숫자는 얼마나 값나가는 시간인가를 정한다. 뒤 숫자는 이 작업에 몇 시간을 쓰는 게 맞는가를 정한다. 어느 쪽이 오르든 인정공임이 오르고, 양쪽 다 제자리면 공임도 제자리다. 지난 10년은 후자에 가까웠다.
시간당 공임 — 자보정비요금
정부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과 관련 고시를 통해 시간당 공임의 기준을 공표한다. 이를 일반적으로 자보정비요금(또는 표준공임)이라 부른다. 이는 지역·공업사 규모별로 등급이 나뉜다. 수도권 1급 공업사와 지방 2급·3급 공업사의 시간당 단가가 다르다. 이 단가는 매년 한 번 협의·고시되는데, 협의 주체는 국토교통부(또는 그 위임 기관), 보험업계(손해보험협회), 정비업계(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등)다.
보험사는 고시된 숫자를 받아 자사 AOS 등에 반영한다. 협력업체는 고시 단가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별도 단가를 받기도 한다. 일반 공업사는 고시 단가가 곧 상한선이다.
표준작업시간 — 보험개발원 AOS
보험개발원은 차종·부위·작업 유형별로 표준작업시간을 산출한다. 이 데이터는 AOS에 탑재되어 있고, 공업사가 견적을 올릴 때 시스템이 자동으로 해당 작업의 시간을 불러온다. 예를 들어 "소나타 DN8 프론트 범퍼 교환"에는 "탈부착 0.5시간 + 탈착시 연관 0.2시간"과 같은 시간이 매핑되어 있다. 이 시간에 시간당 공임을 곱하면 이 한 작업의 인정공임이 된다.
표준작업시간은 보험개발원이 실제 정비 공장을 방문해 측정하고 차종 데이터를 업데이트한다. 그러나 이 측정이 현대 차량의 실제 작업을 100% 따라잡지는 못한다. 아래에서 이어진다.
공임이 제자리인 구조적 이유
이 수치 두 가지가 10년간 큰 폭으로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단일하지 않다. 여러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려 누구도 먼저 크게 움직일 수 없는 구조다.
표준작업시간의 구조적 지연
측정 대상이 되는 작업과 실제 현장 작업 사이의 갭이 점점 벌어진다. 최근 차량에는 ADAS 센서·카메라·레이더가 붙어 있고, 범퍼 하나를 교환해도 센서 캘리브레이션이 따라붙는다.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 차단·진단이 추가된다. 이런 작업의 시간이 표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개정은 계속되지만, 현장 공업사의 체감으로는 "내가 실제 쓴 시간"과 "AOS가 인정한 시간"이 자꾸 벌어진다.
시간당 공임 협상의 삼각 구도
협상 테이블에 앉는 주체는 세 축이다.
| 주체 | 이해관계 |
|---|---|
| 보험사(손해보험협회) | 공임 인상 = 보험금 지급 증가 = 손해율 상승 → 가입자 보험료 인상 → 가입자 이탈 위험 |
| 공업사(정비업계 연합회) | 공임 인상 = 매출 증가 = 생존 가능성 확보 |
| 규제 기관(국토교통부) | 중재자 역할. 가입자 여론·정치 환경 고려 |
여기에 가입자라는 보이지 않는 4번째 축이 있다. 공임이 오르면 장기적으로 보험료가 오르고, 보험료 인상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다. 매년 언론과 정치권이 개입하고, 가입자 단체도 반발한다. 결과적으로 이 삼각 구도의 누구도 큰 인상을 먼저 끌고 갈 유인이 없다. 공업사 업계는 가장 약한 위치에 있다. 정비업계 연합회의 협상력은 수만 개 공업사를 묶어도 대형 보험사 대비 규모와 조직력에서 밀린다.
손해율의 구조적 압박
대형 보험사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최근 몇 년간 80%대 중반을 맴돌았다. 사업비까지 포함한 합산비율은 100%에 가까워 영업손익의 여유가 크지 않다. 공임을 10% 올리면 공임이 전체 보험금 지급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손해율이 크게 움직인다. 보험사 입장에서 공임 인상은 곧 손해율 악화이고, 이는 본사 CFO 라인에서 저항이 강한 사안이다.
정치적·여론적 환경
보험료 인상은 언론의 단골 기사 소재다. "서민 가계 부담 증가"의 프레임이 쉽게 씌워진다. 공임 인상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짧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정부는 공임 인상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쉽다. 특히 선거 주기에 걸리면 인상 발표가 다음 해로 밀린다.
이 네 가지가 매년 맞물려서 공임 인상 협상은 "현실화"라는 요구에 비해 훨씬 작은 폭으로 끝난다.
10년의 궤적 — 대략적인 흐름
정확한 수치는 해마다 공시 자료(국토부 고시, 손해보험협회 자료, 연합회 발표)를 참고해야 한다. 여기서는 방향만 정리한다.
- 2010년대 초중반: 시간당 공임이 큰 폭의 정체. 공업사 업계는 매년 인상 요구를 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 2010년대 후반: 소폭의 인상이 이어졌으나 물가·인건비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 2020년 전후: 공임 산정 방식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공업사 원가 산정 기준 도입, 지역 차등 재조정 등이 의제로 올라왔다.
- 2020년대 초반: 일부 인상이 이뤄졌으나 현장 체감은 여전히 "부족하다"에 머물렀다.
공임 궤적에서 반복되는 패턴. 인상은 늘 한 번의 점프가 아니라 여러 해 나눠 조금씩 이뤄지고, 그 사이 인건비·자재비는 빠르게 오른다. 이 구조가 공업사의 영업이익률을 서서히 압박해왔다.
도장공임이 별도 문제인 이유
도장공임은 판금공임과 다른 궤적을 그린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 도료 가격의 구조적 상승. 환경 규제 강화로 유성 도료에서 수성 도료·친환경 도료로 전환이 이어졌다. 수성 도료는 단가가 올랐고, 작업 환경(도장 부스 온습도 관리)에도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도료 원가 상승이 그대로 도장 공임에 반영되지 않으면 도장 공정을 돌릴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된다.
둘째, 도장 범위 판정의 회색지대. 측면 충돌에서 인접 패널을 어디까지 도장할지는 색상 매칭과 연결된다. 보험사는 "최소 범위"를 주장하고 공업사는 "색상 일치를 위해 더 넓게"를 주장한다. 이 경계가 고정된 표가 아니라 협의 사항으로 남아 있어서 도장공임은 매 건마다 협의의 대상이 된다. 도장공임 단가가 올라도 인정 범위가 좁아지면 실질 매출은 제자리다.
도장공임은 공업사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구간이라 이 항목의 정체는 공업사 수익성에 직접 타격을 준다.
공업사의 대응
이 구조적 정체 안에서 개별 공업사가 쓰는 대응책들.
업종별 협회 공동 행동
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등이 매년 공임 인상 협상에 참여한다. 개별 공업사의 목소리는 작지만 수만 개 공업사가 모이면 협상 상대가 된다. 연합회 회비를 내고 공동 행동에 참여하는 것은 개별 공업사 입장에서 장기 보험료에 가깝다. 단기 효과는 작지만 안 하면 다음 10년도 똑같다.
세부 작업 기록으로 시간 입증
표준작업시간이 부족할 때 공업사가 쓸 수 있는 방어는 실제 걸린 시간의 기록이다. 진단기 로그, 작업 시작·종료 시간 촬영, 캘리브레이션 결과 출력 등을 근거로 "이 건은 표준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를 증명할 수 있다. AOS의 표준시간에 추가 시간을 인정받는 사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증빙이 있어야 협의할 수 있다.
복수 보험사 거래로 협상력 분산
한 보험사 거래 비중이 높으면 그 보험사의 단가가 곧 공업사 매출 곡선이 된다. 4~5개 보험사와 고르게 거래하는 공업사는 단가 협상에서 "이 건은 A사, 저 건은 B사"로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 물론 복수 거래는 관리 비용이 늘어나는 대신, 개별 보험사의 단가 압박에 덜 흔들린다. 규모가 되는 공업사만 쓸 수 있는 전략이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고부가 작업으로의 전환
판금·도장 외에 스캔툴·진단·캘리브레이션·ADAS 보정 같은 고부가 작업 비중을 늘리는 공업사가 늘고 있다. 이 작업들은 아직 표준시간이 완전히 정착하지 않았고, 장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단가 자체가 높다. 이 방향 전환이 가능한 공업사는 제한적이지만 5년 뒤 공업사 간 격차를 만들 변수다. 이 주제는 시리즈 뒤쪽(Part 6·7)에서 상세히 다룬다.
이 문제는 왜 단기에 풀리지 않는가
공임 현실화는 수년째 요구되어 왔지만 빠르게 풀리지 않는다. 이유를 한 문단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보험사는 손해율 때문에 저항하고, 규제 기관은 보험료 인상을 꺼리고, 가입자 여론은 공임 인상이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된다는 이야기에 민감하다. 공업사 업계는 조직화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개별 사장은 매일의 정비에 쫓겨 협상 테이블에 에너지를 쓰기 어렵다. 네 축의 유인이 서로 맞물린 상태에서 어느 한 축이 먼저 크게 움직이는 일이 거의 없다.
공업사 사장 개인이 이 구조를 단기에 바꿀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연합회 활동에 참여해 장기적으로 축 하나를 강화하는 것. 그리고 내 공업사에서 기록과 증빙과 고부가 작업 전환으로 제자리인 단가 안에서도 매출을 지탱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병행되지 않으면 10년 뒤에도 똑같은 1월이 반복된다.
다음 편에서는 이 단가 문제의 한 변형인 "우량·협력업체 지정"을 다룬다. 같은 공업사여도 누구는 표준공임보다 높은 단가를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구조가 무엇인지 해부한다.
시리즈 예고 — 13편: "우량·협력업체 지정의 진짜 의미 — 단가·송객·심사 관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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