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협력업체 지정의 진짜 의미, 단가·송객·심사 관여도
같은 "지정"이지만 회사마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가져가는지 크게 다르다
이 글은 《사고 처리 밸류체인》 시리즈 13편이다. Part 3 "공업사와 보험사 관계의 뼈대"의 세 번째 글. 각 보험사의 지정 명칭·기준·운영 세부는 해마다 바뀔 수 있으므로 실제 계약 판단은 해당 보험사 영업·심사 채널과 함께 해야 한다.
간판 옆의 스티커
공업사 사장이 입간판 옆에 스티커 한 장을 붙인다. 삼각형 로고와 함께 "우수 정비업체 ○○보험". 그날 저녁 옆 동네 공업사 사장이 전화한다. "거기 그거 붙였더라. 얼마나 좋아지는데?"
실은 "얼마나 좋아지는가"는 보험사마다 다르다. 어떤 회사는 단가를 올려주지만 송객은 거의 없고, 어떤 회사는 송객은 주지만 단가는 표준 그대로고, 어떤 회사는 심사를 느슨하게 해주는 대신 단가와 송객 모두 소폭이다. 같은 "지정"이라도 내용물이 다르다.
이 글은 그 내용물을 해부한다. "지정"이라는 한 단어를 풀어서 무엇을 주고 무엇을 가져가는가를 공업사 사장의 관점에서 본다.
지정의 3축: 무엇이 주어지는가
보험사가 공업사에 주는 혜택을 세 축으로 분해하면 구조가 선명해진다.
1. 단가 축
표준 자보정비요금(인정공임) 위에 얹어주는 별도 단가. 구체적으로는 시간당 공임의 상향, 부품 인정 등급의 상향(재생부품 인정 범위 확대 등), 특정 작업 공임의 가산 등이 있다. 단가 축이 강한 지정은 공업사 매출이 직접적으로 올라간다. 다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에 가장 크게 반영되기 때문에 단가를 크게 올려주는 지정은 흔치 않다.
2. 송객 축
보험사가 접수한 사고의 차주에게 공업사를 추천·연결해주는 것. ARS 안내, 상담원 스크립트, 앱 내 공업사 검색에서의 상단 노출 등이 여기 포함된다. 송객 축이 강한 지정은 공업사 일감이 안정적으로 들어온다. 신규 고객을 자력으로 끌어오기 어려운 공업사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다.
3. 심사 관여도 축
견적·청구 협의에서 자동 승인 한도와 사후 감사 방식. 심사가 느슨한 지정은 하루하루의 업무 피로가 줄어든다. 담당자와의 협의 건수가 줄고, 견적 확정이 빠르고, 지급도 빠르다. 심사 축은 매출에 직접 나타나지는 않지만 운영 효율에 큰 영향을 준다. 같은 매출을 훨씬 적은 시간에 만들 수 있다.
이 세 축 중 어디에 방점이 찍혔는지에 따라 지정의 성격이 달라진다. 공업사 사장이 지정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 물어야 할 질문은 "단가·송객·심사 중 이 회사는 어디에 힘을 싣고 있는가"다.
최근 업데이트(2025년 8월 기준). 2025년 중소기업중앙회가 307개 정비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세 축의 실체가 공업사 체감과 어떻게 어긋나는지가 숫자로 드러난다. 요지는 단가를 양보했는데 심사 완화의 체감은 제한적이고, 지급 지연 리스크는 상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방적 감액 경험률과 감액 비율은 4사 모두 비슷한 수준에서 오가지만, 3년 누적 미지급 건수에서는 DB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 구분 | 삼성화재 | 현대해상 | DB | KB |
|---|---|---|---|---|
| 일방적 감액 경험률 | 77.2% | 73.9% | 70.0% | 69.8% |
| 최근 3년 평균 감액 비율 | 10.1% | 9.9% | 10.0% | 9.6% |
| 3년 누적 미지급 건수 (2022~2024) | 729건 | 696건 | 1,049건 | 228건 |
업계 전반의 불공정 행위 경험률은 다섯 가지 유형 모두에서 과반을 넘거나 근접한다.
| 유형 | 경험률 |
|---|---|
| 30일 초과 정비비용 지연지급 | 66.1% |
| 작업시간·공정 불인정 | 64.5% |
| 일방적 비용 감액 | 62.9% |
| 자기부담금 대납 강요 | 50.2% |
| 특정 청구 프로그램 사용 강요 | 41.4% |
표본 조사에 응답한 307개 업체에서만 합산 미지급금이 약 19억 3천만 원에 달한다(4사 합계 기준). 1·2급 공업사 전체 시장 기준으로 보면 수백억 원대 금액이 수리비 삭감과 지급 보류 형태로 상시 묶여 있다는 뜻이다. 지정을 받아도 단가 축은 양보 구조 + 심사 축의 체감 완화는 제한적 + 지급 지연 리스크는 상시 존재라는 3중 상황이 공존한다. 세 축이 "주어지는 혜택"이라기보다 "양보와 리스크의 거래"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험사마다 지정의 방점은 어떻게 다른가
실제 보험사별로 이 세 축의 배분이 어떻게 다른지는 매년 세부가 바뀌므로 여기서는 정성적인 방향만 정리한다. 실제 계약 조건은 해당 보험사와의 직접 협의에서 확인해야 한다.
| 보험사 유형 | 단가 축 | 송객 축 | 심사 축 | 공업사 관점 성격 |
|---|---|---|---|---|
| 대형 네트워크 A사 | 표준 수준 | 매우 강함 | 완화 | 송객·심사로 규모를 키울 수 있음. 단가 매력은 제한적 |
| 대형 네트워크 B사 | 표준 수준 | 강함 | 엄격 | 일감은 많지만 매 건 협의 피로 높음 |
| 중견 C사 | 상향 | 약함 | 표준 | 단가 매력. 일감은 자력으로 끌어야 함 |
| 소형·특수 D사 | 조건부 상향 | 매우 약함 | 선택적 완화 | 특정 틈새에서만 의미 있음 |
현장 체감은 이렇다. 대형 보험사의 지정은 송객으로 규모를 만드는 모델이고, 중견·소형 보험사의 지정은 단가로 매력을 만드는 모델이다. 공업사 입장에서 어느 쪽이 더 나은가는 그 공업사의 자기 상황에 따라 다르다. 신규 고객 획득 능력이 약한 공업사는 대형 송객형 지정이, 이미 단골 물량이 있는 공업사는 중견 단가형 지정이 유리하다.
진입 조건: 지정을 받으려면
보험사가 공업사를 지정할 때 대체로 확인하는 항목들.
시설 조건
- 작업장 면적(일정 면적 이상)
- 리프트 수(대개 2대 이상, 큰 지정은 4대 이상)
- 도장 부스(직영 또는 제휴 부스 보유)
- 판금 장비(스팟 용접기, 프레임 교정기 등)
- 진단·스캔툴 장비(최근 필수화)
인력 조건
- 정비기능사·자동차정비산업기사 등 국가자격 보유 인원
- 일정 경력 이상의 도장 기술자
- 상주 인원(일정 명 이상)
매출·이력 조건
- 사업자 등록 후 일정 기간(통상 2~3년 이상)
- 자동차 수리 매출 비중(일정 비율 이상)
- 동종 보험사와의 거래 실적(최소 건수·금액)
컴플라이언스 조건
- 세금 완납(납세증명 제출)
- 4대보험 완납
- 환경·안전 관련 과태료 이력
- 민원·분쟁 이력(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원 등)
- 대표자·임직원의 보험사기 관련 이력 없음
이 중 시설·인력·매출은 투자와 시간으로 채울 수 있지만, 컴플라이언스는 평소에 쌓아둬야 한다. 세금 체납이 몇 번 있거나 환경 관련 과태료 이력이 있으면 지정 심사에서 걸린다. 평소에 이 기록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게 지정의 사전 준비다.
유지 평가: 지정을 지키려면
지정은 받아놓고 끝이 아니다. 보험사는 주기적으로(연 1~2회 또는 분기별) 지정 공업사를 평가하고 등급을 조정한다. 대표적 평가 지표.
품질 지표
- 재작업률(수리 후 재입고되는 비율)
- 완료 사진 품질(해상도·각도·항목별 누락)
- 도장 색상 일치도
- 납기 준수율(약속된 수리 기간 내 완료)
비용 지표
- 건당 평균 수리비(동종 공업사 대비)
- 부품·공임 비중
- 재생부품·대체부품 인정률
고객 지표
- 고객 만족도(보험사 자체 조사)
- 민원 건수
- 재방문 시 공업사 재지정 비율
컴플라이언스 지표
- 세무·노무·환경 위반 이력
- 보험사기 관련 의심 신호(특정 패턴의 청구 반복 등)
이 지표들이 실시간으로 집계되어 공업사별 점수표가 만들어진다.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경고, 반복되면 지정 해제로 이어진다. 공업사 사장이 유지 관리 차원에서 가장 자주 보는 지표는 재작업률과 민원 건수다. 이 두 가지는 복구가 오래 걸린다.
이탈 조건: 지정을 잃는 경로
지정이 끊기는 상황은 대체로 네 가지.
1. 품질 미달 누적: 재작업률이 임계치를 넘거나 고객 민원이 쌓이면 경고 → 등급 조정 → 계약 해지 순서로 간다. 일정 기간의 평가 주기에서 누적된 결과다.
2. 컴플라이언스 위반: 세금 체납, 4대보험 체납, 환경·안전 과태료, 노동 관련 위반 등이 발견되면 지정의 기본 전제가 무너진다. 대표자 또는 주요 임직원의 형사 이력도 포함된다.
3. 보험사기 의심: 같은 번호판 반복 입고, 이상한 청구 패턴, 병원·렉카·렌트카와의 이상한 금액 연계 등이 포착되면 조사 대상이 된다. 조사 결과 사기 혐의가 확인되면 즉시 지정 해지로 이어진다. 보험사기 의심 정보 자체는 한국신용정보원 보험신용정보통합조회시스템(ICIS)을 통해 업계에 공유되는 구조이고, 조직적 정비업체 사기는 금융감독원·경찰청 공조 단속 대상에 올라간다. 여기에 더해 공업사 단위의 제휴 이력·해지 사유가 4사 사이에서 어느 수준까지 오가는지는 공식 문서로 확인되는 사안은 아니지만, 현장에서는 "한 곳에서 끊긴 공업사는 다른 곳 지정도 어렵다"는 인식이 통용된다.
4. 자발적 이탈: 공업사 사장이 판단해서 지정 조건이 맞지 않다고 보고 빠지는 경우도 있다. 단가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심사가 너무 엄격해서 업무 피로가 큰 경우. 복수 지정을 갖고 있는 공업사가 하나를 정리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복수 지정은 몇 곳까지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복수 지정은 가능하다. 다만 보험사에 따라 "특정 경쟁사 전속"을 요구하는 케이스가 있다. 대부분은 비전속으로 2~3곳, 드물게 4곳까지 동시에 지정받는 공업사가 있다.
복수 지정의 실무 이슈.
관리 부담: 보험사별로 AOS 운영, 견적 양식, 사진 기준, 결제 주기가 다르다. 담당자도 별도이고 평가 기준도 다르다. 관리 인력이 늘어난다.
배분 문제: 한 사고차가 들어올 때 어느 보험사 건이냐에 따라 공임·부품 등급·사진 기준이 달라진다. 혼동 방지를 위해 입고 시점에 차량별로 색 테이프를 붙이거나, 작업지시서를 출력해 부착하는 공업사가 많다.
협상력: 복수 지정은 개별 보험사의 단가 압박에 대응할 여지를 준다. 한 곳이 단가를 누르면 다른 곳 비중을 늘리면 된다. 다만 너무 티 나게 특정 보험사 비중을 줄이면 해당 보험사 지정이 끊긴다.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복수 지정이 적합한 공업사: 리프트 4대 이상, 기사 4명 이상, 월 매출 일정 규모 이상의 중견 공업사가 유리하다. 규모가 작은 공업사는 한 곳을 깊게 가져가는 게 관리 면에서 낫다.
협력업체 지정을 거절해도 되는가
모든 공업사가 지정을 받아야 사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장에서 보면 "거절"은 흔한 선택지가 아니다. 단가 양보와 교환되는 송객·처리 예측 가능성이 비제휴 상태보다 낫다는 계산이 서기 때문에, 많은 1·2급 공업사에서 "제안이 오면 웬만하면 수용"이 실질적 디폴트가 된다.
거절이 합리적으로 계산되는 공업사는 제한적이다. 수입차 전문이나 사건마다 손해사정사를 통한 단가 협상까지 감수하며 고수익 단품 수리를 돌리는 운영 모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공업사에 일반 네트워크의 협정 단가는 자기 수익 구조의 하한선을 깎는 방향이기 때문에 제휴 편입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송객이 늘어도 건당 단가 손실이 크면 총 매출은 내려갈 수 있다. 이 계산이 서는 공업사만 "거절"을 의미 있게 판단한다.
지정 없이 또는 선택적으로만 받으며 일하는 공업사들이 기대는 자력 송객 경로는 이런 식이다.
| 경로 | 내용 |
|---|---|
| 단골 중심 운영 | 지역 주민·택시·상용차·보험 설계사 추천 등 |
| 가족·지인 물량 | 지역 네트워크로 지속적 일감 |
| 특화 분야 | 수입차·트럭·대형차·전기차 등 틈새 |
| 중고차 매매 업체 제휴 | 입·출고 차량 판금·도장 고정 납품 |
| 수리 포트폴리오 다각화 | 보험 수리보다 일반 수리·정비 비중 확대 |
결국 네트워크 편입 여부는 "제안이 오면 받을까 말까"의 일회성 결정이 아니라, 자기 공업사의 컨셉(지역 다빈도 수리 중심인지, 고수익 단품 수리 중심인지)을 먼저 정한 위에서 어느 네트워크가 맞고 어느 쪽은 맞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문제다. 지정 없이 버틴 공업사의 정공법은 Part 6에서 별도로 다룬다.
지정을 읽는 순서
공업사 사장이 지정 제안을 받았을 때 혹은 기존 지정의 갱신 시점에 스스로 점검할 질문들.
- 이 지정의 세 축(단가·송객·심사) 중 방점이 어디에 있는가
- 우리 공업사가 가장 필요한 것은 세 축 중 무엇인가
- 예상 월 매출 증가분은 얼마인가 (보수적 추정으로)
- 관리 부담(AOS·사진·견적·품질) 증가분은 얼마인가
- 이 지정이 우리의 기존 보험사 거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 유지 조건(재작업률·민원·컴플라이언스)을 3년간 꾸준히 지킬 수 있는가
- 지정이 끊겼을 때 매출의 몇 %가 증발하는가 (의존도 리스크)
이 질문들에 정량적으로 답할 수 있으면 지정은 흥분할 일도 겁낼 일도 아니다. 하나의 거래일 뿐이다. 이 시점에서 공업사 사장은 영업 파트너가 아니라 경영자로 선다.
다음 편에서는 이 지정과 일상 협의의 건너편에 있는 사람, 즉 대물 담당자의 KPI를 다룬다. 같은 지정 아래에서도 담당자의 평가 구조에 따라 매일의 협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 구조를 들여다본다.
출처
본문에 인용한 수치·공시 자료의 근거는 아래와 같다. 지정 제도의 운영 세부는 해마다 바뀌고 공개 문서의 범위 바깥에서 움직이는 부분이 많아, 보험사별 방점·운영 결에 관한 서술은 업계에 공개된 수준과 공업사 현장 체감을 종합해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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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 〈자동차 정비업계-보험사 간 거래현황 실태조사〉, 2025년 8월 발표. 조사 대상 307개 정비업체, 조사 기간 2025.7.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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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계약 조건과 지정 기준은 당해 보험사와의 직접 협의에서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