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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경영공업사 사장이 본 자동차 보험 생태계 · 13편 / 34편

우량·협력업체 지정의 진짜 의미 — 단가·송객·심사 관여도

같은 "지정"이지만 회사마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가져가는지 크게 다르다

홍정현·2024.03.25
11분 읽기

이 글은 《공업사 사장이 본 자동차 보험 생태계》 시리즈 13편이다. Part 3 "공업사와 보험사 관계의 뼈대"의 세 번째 글. 각 보험사의 지정 명칭·기준·운영 세부는 해마다 바뀔 수 있으므로 실제 계약 판단은 해당 보험사 영업·심사 채널과 함께 해야 한다.

간판 옆의 스티커

공업사 사장이 입간판 옆에 스티커 한 장을 붙인다. 삼각형 로고와 함께 "우수 정비업체 ○○보험". 그날 저녁 옆 동네 공업사 사장이 전화한다. "거기 그거 붙였더라. 얼마나 좋아지는데?"

실은 "얼마나 좋아지는가"는 보험사마다 다르다. 어떤 회사는 단가를 올려주지만 송객은 거의 없고, 어떤 회사는 송객은 주지만 단가는 표준 그대로고, 어떤 회사는 심사를 느슨하게 해주는 대신 단가와 송객 모두 소폭이다. 같은 "지정"이라도 내용물이 다르다.

이 글은 그 내용물을 해부한다. "지정"이라는 한 단어를 풀어서 무엇을 주고 무엇을 가져가는가를 공업사 사장의 관점에서 본다.

지정의 3축 — 무엇이 주어지는가

보험사가 공업사에 주는 혜택을 세 축으로 분해하면 구조가 선명해진다.

1. 단가 축

표준 자보정비요금(인정공임) 위에 얹어주는 별도 단가. 구체적으로는 시간당 공임의 상향, 부품 인정 등급의 상향(재생부품 인정 범위 확대 등), 특정 작업 공임의 가산 등이 있다. 단가 축이 강한 지정은 공업사 매출이 직접적으로 올라간다. 다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에 가장 크게 반영되기 때문에 단가를 크게 올려주는 지정은 흔치 않다.

2. 송객 축

보험사가 접수한 사고의 차주에게 공업사를 추천·연결해주는 것. ARS 안내, 상담원 스크립트, 앱 내 공업사 검색에서의 상단 노출 등이 여기 포함된다. 송객 축이 강한 지정은 공업사 일감이 안정적으로 들어온다. 신규 고객을 자력으로 끌어오기 어려운 공업사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다.

3. 심사 관여도 축

견적·청구 협의에서 자동 승인 한도사후 감사 방식. 심사가 느슨한 지정은 하루하루의 업무 피로가 줄어든다. 담당자와의 협의 건수가 줄고, 견적 확정이 빠르고, 지급도 빠르다. 심사 축은 매출에 직접 나타나지는 않지만 운영 효율에 큰 영향을 준다. 같은 매출을 훨씬 적은 시간에 만들 수 있다.

이 세 축 중 어디에 방점이 찍혔는지에 따라 지정의 성격이 달라진다. 공업사 사장이 지정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 물어야 할 질문은 "단가·송객·심사 중 이 회사는 어디에 힘을 싣고 있는가"다.

보험사별 방점 — 정성적 스케치

실제 보험사별로 이 세 축의 배분이 어떻게 다른지는 매년 세부가 바뀌므로 여기서는 정성적인 방향만 정리한다. 실제 계약 조건은 해당 보험사와의 직접 협의에서 확인해야 한다.

보험사 유형단가 축송객 축심사 축공업사 관점 성격
대형 네트워크 A사표준 수준매우 강함완화송객·심사로 규모를 키울 수 있음. 단가 매력은 제한적
대형 네트워크 B사표준 수준강함엄격일감은 많지만 매 건 협의 피로 높음
중견 C사상향약함표준단가 매력. 일감은 자력으로 끌어야 함
소형·특수 D사조건부 상향매우 약함선택적 완화특정 틈새에서만 의미 있음

현장 체감은 이렇다. 대형 보험사의 지정은 송객으로 규모를 만드는 모델이고, 중견·소형 보험사의 지정은 단가로 매력을 만드는 모델이다. 공업사 입장에서 어느 쪽이 더 나은가는 그 공업사의 자기 상황에 따라 다르다. 신규 고객 획득 능력이 약한 공업사는 대형 송객형 지정이, 이미 단골 물량이 있는 공업사는 중견 단가형 지정이 유리하다.

진입 조건 — 지정을 받으려면

보험사가 공업사를 지정할 때 대체로 확인하는 항목들.

시설 조건

  • 작업장 면적(일정 면적 이상)
  • 리프트 수(대개 2대 이상, 큰 지정은 4대 이상)
  • 도장 부스(직영 또는 제휴 부스 보유)
  • 판금 장비(스팟 용접기, 프레임 교정기 등)
  • 진단·스캔툴 장비(최근 필수화)

인력 조건

  • 정비기능사·자동차정비산업기사 등 국가자격 보유 인원
  • 일정 경력 이상의 도장 기술자
  • 상주 인원(일정 명 이상)

매출·이력 조건

  • 사업자 등록 후 일정 기간(통상 2~3년 이상)
  • 자동차 수리 매출 비중(일정 비율 이상)
  • 동종 보험사와의 거래 실적(최소 건수·금액)

컴플라이언스 조건

  • 세금 완납(납세증명 제출)
  • 4대보험 완납
  • 환경·안전 관련 과태료 이력
  • 민원·분쟁 이력(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원 등)
  • 대표자·임직원의 보험사기 관련 이력 없음

이 중 시설·인력·매출은 투자와 시간으로 채울 수 있지만, 컴플라이언스는 평소에 쌓아둬야 한다. 세금 체납이 몇 번 있거나 환경 관련 과태료 이력이 있으면 지정 심사에서 걸린다. 평소에 이 기록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게 지정의 사전 준비다.

유지 평가 — 지정을 지키려면

지정은 받아놓고 끝이 아니다. 보험사는 주기적으로(연 1~2회 또는 분기별) 지정 공업사를 평가하고 등급을 조정한다. 대표적 평가 지표.

품질 지표

  • 재작업률(수리 후 재입고되는 비율)
  • 완료 사진 품질(해상도·각도·항목별 누락)
  • 도장 색상 일치도
  • 납기 준수율(약속된 수리 기간 내 완료)

비용 지표

  • 건당 평균 수리비(동종 공업사 대비)
  • 부품·공임 비중
  • 재생부품·대체부품 인정률

고객 지표

  • 고객 만족도(보험사 자체 조사)
  • 민원 건수
  • 재방문 시 공업사 재지정 비율

컴플라이언스 지표

  • 세무·노무·환경 위반 이력
  • 보험사기 관련 의심 신호(특정 패턴의 청구 반복 등)

이 지표들이 실시간으로 집계되어 공업사별 점수표가 만들어진다.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경고, 반복되면 지정 해제로 이어진다. 공업사 사장이 유지 관리 차원에서 가장 자주 보는 지표는 재작업률민원 건수다. 이 두 가지는 복구가 오래 걸린다.

이탈 조건 — 지정을 잃는 경로

지정이 끊기는 상황은 대체로 네 가지.

1. 품질 미달 누적 — 재작업률이 임계치를 넘거나 고객 민원이 쌓이면 경고 → 등급 조정 → 계약 해지 순서로 간다. 일정 기간의 평가 주기에서 누적된 결과다.

2. 컴플라이언스 위반 — 세금 체납, 4대보험 체납, 환경·안전 과태료, 노동 관련 위반 등이 발견되면 지정의 기본 전제가 무너진다. 대표자 또는 주요 임직원의 형사 이력도 포함된다.

3. 보험사기 의심 — 같은 번호판 반복 입고, 이상한 청구 패턴, 병원·렉카·렌트카와의 이상한 금액 연계 등이 포착되면 조사 대상이 된다. 조사 결과 사기 혐의가 확인되면 즉시 해지 + 블랙리스트 등재. 이 블랙리스트는 손보사 간 어느 정도 정보가 공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 올라가면 다른 보험사 지정도 받기 어렵다.

4. 자발적 이탈 — 공업사 사장이 판단해서 지정 조건이 맞지 않다고 보고 빠지는 경우도 있다. 단가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심사가 너무 엄격해서 업무 피로가 큰 경우. 복수 지정을 갖고 있는 공업사가 하나를 정리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복수 지정 — 몇 곳까지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복수 지정은 가능하다. 다만 보험사에 따라 "특정 경쟁사 전속"을 요구하는 케이스가 있다. 대부분은 비전속으로 2~3곳, 드물게 4곳까지 동시에 지정받는 공업사가 있다.

복수 지정의 실무 이슈.

관리 부담 — 보험사별로 AOS 운영, 견적 양식, 사진 기준, 결제 주기가 다르다. 담당자도 별도이고 평가 기준도 다르다. 관리 인력이 늘어난다.

배분 문제 — 한 사고차가 들어올 때 어느 보험사 건이냐에 따라 공임·부품 등급·사진 기준이 달라진다. 혼동 방지를 위해 입고 시점에 차량별로 색 테이프를 붙이거나, 작업지시서를 출력해 부착하는 공업사가 많다.

협상력 — 복수 지정은 개별 보험사의 단가 압박에 대응할 여지를 준다. 한 곳이 단가를 누르면 다른 곳 비중을 늘리면 된다. 다만 너무 티 나게 특정 보험사 비중을 줄이면 해당 보험사 지정이 끊긴다.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복수 지정이 적합한 공업사 — 리프트 4대 이상, 기사 4명 이상, 월 매출 일정 규모 이상의 중견 공업사가 유리하다. 규모가 작은 공업사는 한 곳을 깊게 가져가는 게 관리 면에서 낫다.

지정 없이 버티는 길

모든 공업사가 지정을 받아야 사는 것은 아니다. 지정 없이도 특정 보험사 대물 담당과 건별로 협의하며 일하는 공업사들이 있다. 이 길의 특징.

  • 단골 중심 운영 — 지역 주민·택시·상용차·보험 설계사 추천 등으로 자력 송객
  • 가족·지인 물량 — 지역 네트워크로 지속적 일감
  • 특화 분야 — 수입차·트럭·대형차·전기차 등 틈새
  • 중고차 매매 업체와의 제휴 — 입·출고 차량 판금·도장 고정 납품
  • 보험 수리보다 일반 수리·정비 비중 확대

이 길의 장점은 보험사 지정 기준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 단점은 개별 보험사의 송객·단가 혜택을 못 받는다는 점. 사장 스타일과 공업사 위치에 따라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 갈린다. 지정 없이 버틴 공업사의 정공법은 이 시리즈 뒷부분(Part 6 "정공법으로 오래 버틴 공업사")에서 별도로 다룬다.

지정을 읽는 순서

공업사 사장이 지정 제안을 받았을 때 혹은 기존 지정의 갱신 시점에 스스로 점검할 질문들.

  1. 이 지정의 세 축(단가·송객·심사) 중 방점이 어디에 있는가
  2. 우리 공업사가 가장 필요한 것은 세 축 중 무엇인가
  3. 예상 월 매출 증가분은 얼마인가 (보수적 추정으로)
  4. 관리 부담(AOS·사진·견적·품질) 증가분은 얼마인가
  5. 이 지정이 우리의 기존 보험사 거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6. 유지 조건(재작업률·민원·컴플라이언스)을 3년간 꾸준히 지킬 수 있는가
  7. 지정이 끊겼을 때 매출의 몇 %가 증발하는가 (의존도 리스크)

이 질문들에 정량적으로 답할 수 있으면 지정은 흥분할 일도 겁낼 일도 아니다. 하나의 거래일 뿐이다. 이 시점에서 공업사 사장은 영업 파트너가 아니라 경영자로 선다.

다음 편에서는 이 지정과 일상 협의의 건너편에 있는 사람, 즉 대물 담당자의 KPI를 다룬다. 같은 지정 아래에서도 담당자의 평가 구조에 따라 매일의 협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 구조를 들여다본다.

시리즈 예고 — 14편: "대물 담당자의 KPI — 모든 긴장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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