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다리사장으로 가는 다리
경영경영공업사 사장이 본 자동차 보험 생태계 · 31편 / 34편

살아남는 공업사 vs 도태되는 공업사의 분기점

앞으로 5년, 공업사 업계의 풍경이 어떻게 갈라지는가

홍정현·2024.07.29
11분 읽기

2030년의 거리 풍경

시리즈 1편의 아침 여덟 시 반을 기억한다. 셔터를 올리면 견인차 뒤에 한두 대가 대기하고 있던 그 풍경. 그 장면을 6년 뒤로 옮겨본다. 2030년의 같은 거리, 같은 아침 여덟 시 반.

많은 것이 같다. 범퍼가 반쯤 떨어진 승용차는 여전히 들어온다. 운전자들은 여전히 "보험 접수하고 왔어요"로 문장을 시작한다. 공업사의 기본 동작은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진 것은 공업사의 수와 분포다. 2025년에 이 거리에 다섯 곳이었다면 2030년엔 세 곳이다. 한 곳은 무인 세차장으로 바뀌었고, 한 곳은 자리가 비어 있다. 남은 세 곳 중 하나는 전기차 인증 간판을 새로 달았고, 하나는 단골 공업사에서 지역 커뮤니티 센터 같은 곳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마지막 하나는 클래식카 복원 전문으로 포지셔닝을 다시 잡았다.

이런 풍경이 우연이 아니다. 2025년 기준 전국 등록 공업사 숫자는 이미 정점을 지났다. 등록·폐업 통계와 사장 고령화 통계를 겹쳐 보면, 향후 5년 안에 현재 공업사의 3040%가 업을 접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나머지 6070%는 어떤 구조로든 남아 있을 것이다. 이 편은 그 둘을 가르는 다섯 개의 축을 본다.

분기의 다섯 축

살아남는 공업사와 도태되는 공업사 사이에는 분명한 공통점의 차이가 있다. 30편에 걸쳐 이 시리즈가 다뤄온 주제들이 결국 이 다섯 축으로 수렴한다.

  1. 전산화와 데이터
  2. 복수 고객 채널
  3. 품질 인증과 컴플라이언스
  4. 전기차 대응
  5. 승계와 지분 정리

각 축을 단독으로 쌓은 공업사도 있고, 여러 개를 병행한 공업사도 있다. 장기 생존의 기준선은 다섯 중 최소 세 개 이상을 쌓아두는 것이다. 두 개 이하만 있는 공업사는 어느 한 이벤트에서 흔들린다.

축 1 — 전산화와 데이터

AOS, 보험사별 시스템, 내부 관리 시스템의 세 층이 연결된 구조. 견적·사진·부품 수급·AS 이력이 한 시스템 안에서 맞물린다. 월간 마감이 나오고 보험사별 매출 분포가 주간 단위로 업데이트된다. 사장이 자리를 비워도 대물 협의가 진행된다.

살아남는 공업사는 이 축에 투자를 일찍 시작했다. 시스템을 설치하는 시점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쓰는 시점까지 넘어섰다. 도태되는 공업사는 시스템을 산 곳은 있지만 쓰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사장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사장이 은퇴하거나 쓰러지는 순간 공업사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진다.

축 2 — 복수 고객 채널

한 보험사에 매출의 50% 이상이 쏠리지 않는 구조. 제조사 보증수리, 복수 보험사 협력, 직접 고객 수리, 특수 시장 (법인차·관공서·렌트카 회사)의 조합. 어느 한 채널이 흔들려도 단기 충격으로 끝난다.

살아남는 공업사의 매출 분포를 보면, 상위 채널 하나의 비중이 40% 안에서 움직인다. 도태되는 공업사는 한 채널 비중이 70%를 넘는다. 그 한 채널이 재계약 조건을 바꾸면 공업사 현금흐름이 직격이다. 저항할 수가 없다.

축 3 — 품질 인증과 컴플라이언스

제조사 보증수리 자격, 환경 인증, 안전 인증, 4대보험·세무·노무 컴플라이언스. 이 축은 평소엔 보이지 않는다. 감사·분쟁·제휴 재계약 시점에 드러난다.

살아남는 공업사는 이 축에 꾸준히 돈을 쓴다. 세무사·노무사 고문 계약, 정기적 환경 보고, 인증 갱신. 도태되는 공업사는 이 비용을 아낀다. 당장 매출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그러다 한 번의 감사·한 번의 분쟁에서 공업사 전체가 휘청인다.

축 4 — 전기차 대응

고전압 안전 인증, 배터리 진단 장비, 전기차 전용 작업 공간, 인력 교육. 2025~2027이 가장 큰 투자 구간이다. 이 시기를 지나면 전기차 수리 시장은 인증 공업사 중심으로 재편된다.

살아남는 공업사는 이 축을 늦어도 2026년까지 시작한다. 장비 구입, 인력 교육, 안전 설비 투자. 도태되는 공업사는 "전기차 아직 적다"며 미룬다. 2028~2029년이 되면 전기차 비중이 신차 등록의 30%를 넘어서고, 그때 뛰어들면 이미 자리가 없다. 이 축은 타이밍이 거의 전부다.

축 5 — 승계와 지분 정리

사장의 개인기에서 조직의 시스템으로 이전하는 작업. 자녀 승계든, 직원·2세 대표 체제든, 지분 매각을 통한 외부 인수든, 사장 없이 공업사가 굴러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축.

살아남는 공업사의 사장은 은퇴 시점을 5~10년 앞서 계획한다. 표준 작업 매뉴얼을 문서화하고, 후임자를 훈련시키고, 부품상·렉카·보험사 담당자에게 후임자를 소개한다. 은퇴는 갑작스러운 이벤트가 아니라 설계된 이행이 된다. 도태되는 공업사는 사장 은퇴 = 폐업이다. 사장의 머릿속에만 있던 감각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다.

살아남는 공업사의 공통 패턴

이 다섯 축 위에 추가로 얹히는 정성적 공통점이 있다.

정공법 누적. 회색·흑색 관행이 없다. 한 건의 공모, 한 번의 과잉 청구도 누적되지 않는다. 그래서 보험사 본사의 블랙리스트·감사 리스트에 올라가지 않는다. 외부 평판이 조용히 쌓인다.

5년 단위 투자 계획. 설비 투자, 인증 취득, 인력 교육이 사장의 머릿속에 장기 로드맵으로 있다. 연도별로 우선순위가 있고 분기별로 점검된다. 감에 기대지 않는다.

넘길 수 있는 구조. 이 공업사가 다음 세대에게, 혹은 외부 인수자에게 넘어갈 수 있는 형태다. 매뉴얼·시스템·인증·고객 관계가 문서화되어 있다. 사장 없이 30일을 버틸 수 있다.

관계의 질. 보험사 담당자, 부품상, 렉카 기사, 직원, 고객과의 관계가 오래간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새 담당자가 "이 공업사 좋다"고 전해 듣는다. 직원 이직률이 낮다. 오래된 단골이 새 단골을 소개한다.

도태되는 공업사의 공통 패턴

반대의 공통점도 선명하다.

단일 채널 70% 이상 의존. 한 보험사, 한 렉카 네트워크, 한 대형 고객에 매출이 몰려 있다. 그 채널이 흔들리면 방어 수단이 없다.

사장 개인기로만 굴리기. 데이터가 없고 매뉴얼이 없다. 사장 없이는 견적도 나가지 않고 결제도 되지 않는다. 사장의 건강 문제 하나에 공업사 현금흐름이 멈춘다.

회색·흑색 관행의 누적. 큰 사건은 없어도 작은 편의가 쌓여 있다. 언젠가 한 건에서 터지면 이 누적이 함께 드러난다. 사장 개인의 형사·민사 책임뿐 아니라 공업사 전체의 거래 관계가 한 번에 끊긴다.

전기차 대응 미비. 2025~2026을 보낸 뒤에도 투자가 시작되지 않는다. 2028년에 뒤늦게 뛰어들어도 이미 다른 공업사가 앞자리를 차지했다.

승계 계획 없음. 사장 은퇴 시점이 5년 뒤라는 걸 알면서도 준비가 없다. 60대 후반에 갑자기 폐업을 결정한다. 직원·거래처·단골이 다 흩어진다.

5년 안에 일어날 3가지 변곡점

다섯 축의 압력을 키우는 외부 변곡점이 이 시기에 겹친다.

변곡점 1 — 전기차 보험 수가 체계 재편. 현재 전기차 수리 수가는 내연기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일부 항목을 임시로 조정하는 단계다. 2026~2027년에 전기차 전용 수가 체계가 본격적으로 정비될 가능성이 높다. 그 순간 전기차 대응 공업사와 그렇지 못한 공업사의 단가 격차가 선명해진다. 보험사도 전기차 건을 인증 공업사로 우선 배정하는 체계로 이동한다.

변곡점 2 — 재생부품 활성화의 의무 기준 강화. 손해보험협회·국토부의 재생부품 활성화 정책은 2020년대 중반에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 보험사의 재생부품 우선 사용 가이드라인이 점점 빡빡해진다. 경정비 건에서 신품 부품만 쓰던 관행이 줄어든다. 공업사의 견적서 구성이 바뀌고 부품상의 재고 전략도 바뀐다.

변곡점 3 — AI·디지털 손해사정의 현장 침투. 사진만으로 견적을 자동 산출하는 AI 손해사정 시스템이 일부 보험사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다. 2026~2028년 구간에 이 기술이 현장에 본격적으로 침투한다. 공업사의 견적서와 AI의 산출치가 매번 대조되는 시대가 온다. 견적 근거가 약한 공업사는 매 건마다 깎인다. 사진·데이터가 잘 정리된 공업사는 상대적으로 덜 깎인다.

세 변곡점이 겹치는 2026~2028이 업계의 가장 큰 격변기가 될 전망이다. 이 시기를 앞두고 준비한 공업사와 그렇지 못한 공업사의 격차가 2030년의 풍경을 결정한다.

오늘 시작해야 할 것

이 시리즈 30편이 반복해 말해온 것을 한 번 더 요약한다. 공업사 사장이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첫째, 사진 표준화. 내일 들어오는 모든 차량에 입고·분해·중간·완료 4단계 사진을 적용한다. 스마트폰과 A4 한 장의 템플릿이면 충분하다. 투자 거의 없음, 효과 즉시.

둘째, 매출 데이터화. 이번 주말 엑셀 시트 세 장을 연다. 매출장, 비용장, AS장. 최근 3개월만 먼저 채워 넣는다. 월 마감 루틴을 잡는다.

셋째, 컴플라이언스 체크리스트. 세무사·노무사 월 고문 계약이 없으면 이번 달 안에 접촉한다. 연간 달력에 신고일·갱신일·점검일을 다 표시한다.

넷째, 복수 거래 점검. 최근 6개월 매출의 보험사별 분포를 계산한다. 한 곳이 50%를 넘었다면 이번 분기 목표로 45% 이하 조정 계획을 세운다.

다섯째, 전기차 준비. 블루핸즈·보험사 네트워크에 전기차 인증 조건을 문의한다. 장비·인력 투자 견적을 받는다. 2025~2026 투자 로드맵을 세운다. 이미 늦다고 판단되면 지역 내 전기차 인증 공업사와의 협력 구조를 검토한다.

다섯 가지 모두 이번 달 안에 착수할 수 있다. 이 다섯이 흐르기 시작하면 공업사의 5년 지도가 달라진다.

이 시리즈가 답한 것과 답하지 못한 것

31편에 걸쳐 이 시리즈는 자동차 보험 생태계의 지도를 공업사 사장의 눈높이에서 펼쳐왔다. 돈의 흐름, 보험사들의 성격, 공업사와 보험사의 계약 관계, 부품상·렉카·렌트카·병원·손사와의 질서, 제휴와 영업의 실제 풍경, 회색·흑색 관행의 구조, 공업사의 전략 분기, 그리고 이 편에서의 분기점.

답하지 못한 질문이 남아 있다. 전기차가 이 지도 전체를 어떻게 흔들고 있는가.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생태계의 여러 지점에서 공백을 만든다. 부품 구조가 다르다 (엔진·변속기 관련 부품이 통째로 사라지고 배터리·전자 제어 부품이 들어온다). 수리 기술이 다르다 (고전압 시스템, 배터리 진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보험사의 손해율 패턴이 다르다 (사고 빈도·심도·총수리비 구조가 전부 다르다). 공업사의 투자 구조가 다르다 (리프트·도장 대신 고전압 안전 설비·배터리 진단 장비).

이 모든 차이가 지금까지의 시리즈에서 다룬 내연기관 중심 지도 위에 공백으로 남아 있다. Part 8은 그 공백을 따로 본다. 전기차가 왜 이질적인지, 보험사들은 그 공백 앞에서 어떤 딜레마에 있는지, 공업사는 이 전환 안에서 어떤 선택지를 갖는지.

Part 7의 마무리, Part 8의 다리

Part 7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공업사의 실전 선택지 — 여섯 지렛대, 거절 대본, 유형별 분기, 그리고 이 편의 분기점. 이 네 편이 하나의 덩어리로 공업사 사장의 5년짜리 결정 도구를 완성한다.

이 지도 위에 올려야 할 마지막 큰 변수가 전기차다. Part 8은 3편으로 이 변수를 다룬다. 전기차가 왜 이질적인가, 보험사의 딜레마, 공업사의 선택. 지금까지의 지도가 2차원이었다면, 전기차 변수가 들어오면서 지도가 3차원으로 펼쳐진다.

2030년의 공업사 거리 풍경을 상상해본 이 편의 첫 장면으로 돌아가본다. 그 거리에 서 있는 공업사는 이 다섯 축 위에서 버틴 곳들이다. 지금의 결정이 그 자리에 누가 남아 있을지를 정한다. 사장 한 사람의 결정이 그 공업사의 30년을 만든다.

다음 편 예고 — Part 8 시작, 32편: "전기차가 기존 생태계에 이질적인 이유 — 부품·공임·기술·리스크의 구조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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