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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경영 · 돌봄의 값 · 9편 / 15편

우리 동네엔 시터가 세 명 뜬다

수도권의 돌봄 문제는 누구를 고르냐이고, 지방의 돌봄 문제는 고를 것이 있냐다

홍정현·2026.08.15
11분 읽기

앞의 여덟 편에서 다룬 문제는 전부 고를 것이 있는 사람의 문제였다. 어느 시터를 뽑을지, 어느 조리원이 신생아실 인력을 제대로 두는지, 계약서의 어느 조항이 나중에 문제가 되는지. 이 질문들은 후보가 둘 이상일 때만 성립한다.

한국의 절반 가까운 기초지자체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2025년 상반기 보건복지부 자료 기준으로 관내에 산후조리원이 한 곳도 없는 기초지자체는 전체의 43.2%, 96곳에서 99곳 사이다.

수도권에서 조리원과 산후도우미를 알아보는 일은 비교로 이뤄진다. 후보를 늘어놓고 조건을 대조하고 순위를 매긴다. 그런데 그 작업 자체가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같은 조건을 지방에 대입하면 비교할 후보가 남지 않는다.

조건은 이렇다. 조리원은 차로 40분 나가야 한 곳 있다. 산후도우미 업체는 시내에 두 곳이다. 돌봄 플랫폼에서 동네를 검색하면 시터 프로필이 세 개 뜬다.

이 조건에서 "복수 면접으로 걸러라"는 조언은 면접이 아니라 애원이 된다. "교체를 전제로 설계하라"는 조언은 교체하면 남는 사람이 없다는 답을 얻는다. 소비자 전략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전략이 성립할 전제가 없다.

같은 산업의 양 끝이다. 한쪽 끝에서는 프리미엄 상품이 늘고 검증 서비스가 사업이 된다. 다른 쪽 끝에서는 진열대가 비어 있다. 두 현상은 같은 공급 축소의 앞면과 뒷면이다.

산후조리원 466개 중 절반 이상이 서울과 경기에 있다

전국 산후조리원의 과반이 서울과 경기에 몰려 있다. 2025년 6월 기준 보건복지부 집계로 전국 466개 중 서울이 116개, 경기가 150개다. 합쳐서 266개, 전체의 57.1%다. 나머지 15개 시도가 200개를 나눠 갖는다.

항목수치기준
전국 산후조리원466개2025년 6월, 보건복지부
서울116개2025년 6월, 보건복지부
경기150개2025년 6월, 보건복지부
수도권 비중57.1%2025년 6월, 보건복지부
관내 조리원 0곳인 기초지자체43.2%, 96~99곳2025년 상반기, 보건복지부
공공산후조리원21~25곳, 전체의 4~5%2024~2025년, 보건복지부
공공산후조리원 0곳인 시도8개2025년, 보건복지부

10년 사이 전체 숫자도 줄었다. 2016년 617개였던 산후조리원은 2025년 466개로 25.6% 감소했다. 출생아가 줄었으니 업소가 줄어드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방향이다. 수요가 두꺼운 곳은 남고 얇은 곳부터 사라진다.

요금 격차는 이 지도를 그대로 반영한다. 2025년 상반기 보건복지부 원자료 기준 2주 평균 요금은 서울이 491만원, 전남이 179만원이다. 2.7배 차이다.

구분2주 평균 요금기준
서울 민간491만원2025년 상반기, 보건복지부
전남 민간179만원2025년 상반기, 보건복지부
공공산후조리원 전국182만원2025년, 보건복지부

이 표를 보고 "지방이 싸다"고 읽으면 절반만 읽은 것이다. 전남의 179만원을 이용하려면 관내에 조리원이 있어야 한다. 없으면 인접 시군까지 나가야 하고, 그 이동 거리와 위험은 요금표에 잡히지 않는다. 산후조리원 이용률은 2024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 85.5%인데, 그 안에는 만족해서 간 사람과 대안이 없어 원정을 간 사람이 같이 들어 있다.

왜 지방에서는 시터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받게 되는가

돌봄 플랫폼의 전국 회원 수는 지역 밀도를 말해주지 않는다. 회원 수십만 명은 전국 합계이고, 이용자가 마주하는 것은 자기 동네 반경의 활성 프로필 몇 개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그 숫자는 한 자리로 떨어진다. 세 명이 뜨고, 그중 최근 접속 기록이 있는 사람은 한둘이다.

매칭 서비스는 양쪽 밀도가 충분한 곳에서만 작동한다. 밀도가 얕으면 매칭이 실패하고, 실패가 반복되면 이용자가 이탈하고, 이탈하면 밀도가 더 얕아진다. 수도권에서 플랫폼의 한계로 지적되는 것은 검증을 안 해준다는 점이다. 지방에서는 검증 이전에 매칭할 상대가 없다.

정부 서비스도 같은 지도를 따른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기관은 전국 1,287곳인데 이 역시 수도권과 대도시에 몰려 있다. 바우처 자격을 갖췄다는 것과 그 바우처를 쓸 기관이 동네에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여기서 시장 실패의 유형이 갈린다. 수도권의 문제는 품질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후보는 많은데 누가 좋은지 알 수 없어 부모가 검증 비용을 떠안는다. 지방의 문제는 후보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정보를 아무리 잘 줘도 선택이 늘지 않는다.

구분수도권지방 중소도시
미충족의 성격검증, 누구를 고르나존재, 고를 것이 있나
부모가 지불하는 비용프리미엄 요금, 검증 노력이동 거리, 대기, 퇴사
유효한 개입정보 공개, 인증, 평판공급 창출
소비자 전략의 성립 여부성립불성립

선택지가 두 곳뿐인 시장에서는 후기와 평판 장치도 약해진다. 소도시에서 특정 업체에 대한 부정적 후기를 쓰면 작성자가 누구인지 좁혀진다. 아이를 계속 그 지역에서 키워야 하는 사람이 그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

교체 제도도 마찬가지다. 산후도우미 업체는 교체 대응이 빠른 곳을 고르라는 조언이 널리 통용되는데, 시내 업체가 두 곳이면 교체를 요청해도 같은 인력 풀에서 다른 사람이 온다. 풀이 얕으면 교체권은 종이 위의 권리로 남는다.

공공산후조리원은 늘고 있지만, 늘어난 만큼 적자도 늘어난다

지자체는 이 빈칸을 공공산후조리원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 강원 속초와 전북 남원이 2025년에 문을 열었고 정읍이 2026년, 익산이 2027년, 경기 안성이 2027년에서 2028년 사이 개원을 목표로 한다. 전국 21곳에서 25곳 수준, 전체의 4~5%에 불과하던 공공 부문이 몇 년 안에 눈에 띄게 늘어난다.

운영 방식은 대체로 위탁이다. 속초시가 2025년 공고한 수탁자 공개모집을 보면 산모실 10실 규모 시설을 5년간 위탁하고 그 기간 시가 투입하는 운영예산이 약 60억원, 연 12억원 수준이다. 수탁자가 수요 위험을 지고 이윤을 남기는 구조가 아니다. 수탁 주체도 대체로 지역 병원이나 의료원이어서 조리원 운영은 본업 옆의 부가 사업에 가깝다. 조리원만 전문으로 여러 곳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전국 단위로 없다.

적자는 예외가 아니라 설계다. 2025년 기준 공공 2주 평균 요금은 182만원으로 민간의 절반 수준인데, 인력과 시설 기준은 민간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모자보건법 시행규칙은 영유아 7명당 간호사 1명, 2.5명당 간호조무사 1명을 요구하고 근무번마다 간호사가 상시 근무해야 한다. 요금만 절반이다.

사례연간 운영비연간 수입기준
전남 공공산후조리원약 5억원4억원 미만2021년
전북 남원 공공산후조리원14억원예상 2억원2025년 보도

남원의 숫자가 분명하다. 운영비 14억원에 예상 수입 2억원이면 차액 12억원을 지자체 재정이 매년 부담한다. 가동률을 100%로 올려도 뒤집히지 않는다. 인구가 적은 지역일수록 산모가 적고, 수입은 그만큼 줄지만 법정 인력은 그대로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력이 두 번째 병목이다. 조리원 신생아실 채용 공고를 보면 2025년에서 2026년 사이 신규 간호사 연봉이 약 3,900만원 선인데, 지방 소규모 시설에는 월 200만원대 간호조무사 공고가 병존한다. 시설을 지어도 근무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정원을 못 채운다. 건물은 예산으로 짓지만 사람은 예산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 지어지는 이유는 수요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문을 연 곳들은 대체로 만실에 가깝게 돌아간다.

선택지가 한둘뿐일 때 남는 방어 수단은 계약서와 제도다

공급이 얕은 지역에서는 고르는 힘이 아니라 묶는 힘으로 방어한다. 비교하고 교체하는 전략이 성립하지 않으니, 이미 확보한 한 명과의 관계를 문서로 고정하고 그 관계가 끊어졌을 때를 제도로 받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첫째는 계약서다. 수도권에서는 계약서가 부실해도 다음 사람을 구하면 되지만 지방에서는 다음 사람이 없다. 관계를 끝내는 것이 답이 되지 못하니 범위를 미리 확정해 두는 쪽이 실익이 크다. 서면으로 남길 항목은 업무 범위와 종료 조항이다. 가사 업무를 어디까지 포함하는지, 근무 시간과 연장 정산 방식이 무엇인지, 어느 쪽이 어떤 사유로 언제까지 통보하면 계약이 끝나는지. 돌봄 계약의 갈등 대부분이 이 두 곳에서 나온다.

산후조리원 계약도 같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9월 24일 전국 52개 산후조리원의 약관에서 과도한 위약금, 감염 손해배상 책임 제한, 이용후기 작성 제한을 포함한 5개 유형을 시정했다. 시정 대상이 됐다는 것은 그런 조항이 실제로 쓰이고 있었다는 뜻이다. 선택지가 한 곳뿐이면 조건을 협상할 힘도 약하니, 최소한 어떤 조항이 문제인지 알고 확인은 하는 편이 낫다.

둘째는 제도 백업이다. 정부 서비스는 수도권에서는 대기가 길고 시간대가 안 맞는 보조 수단이지만, 공급이 얕은 지역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상시 공급이다. 신청 순서가 실질적인 배분 기준이 되므로 출산 예정일 기준으로 이른 시점에 걸어두는 편이 유리하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신청, 아이돌봄서비스 사전 등록, 어린이집 입소 대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걸어두는 비용이 없고 안 쓰면 그만이다.

같은 산업의 양 끝을 하나의 지도에 놓아야 한다

수도권 담론은 이 산업을 품질 문제로 다루고 그 결론은 대체로 인증과 검증으로 간다. 방향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 해법은 공급이 존재하는 지역에서만 작동한다. 인증기관이 생겨도 인증받을 사업자가 없는 시군에는 아무것도 도착하지 않는다.

이 시리즈가 쌓아온 명제는 돌봄의 값이 오르는 원인이 수요 폭증이 아니라 공급 축소라는 것이었다. 수도권에서는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르고 품질 분산이 커졌고, 지방에서는 공급이 줄면서 시장 자체가 사라졌다. 서울의 491만원과 조리원 없는 96개 기초지자체는 같은 곡선의 양쪽 끝이다.

참고 자료

  • 보건복지부,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2025년 6월 기준). 산후조리원 466개, 서울 116개·경기 150개, 수도권 57.1%
  • 보건복지부, 산후조리원 요금 현황 원자료(2025년 상반기). 2주 평균 서울 491만원, 전남 179만원
  • 보건복지부,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2025년 2월 발표). 산후조리원 이용률 85.5%
  • 국회 의원실 공개 자료 및 보건복지부 제출 자료(2025년). 공공산후조리원 20~21개소, 조리원 없는 기초지자체 96곳, 공공산후조리원 미설치 시도 8곳
  • 속초시 공공산후조리원 수탁자 공개모집 — 뉴시스. 위탁기간 5년, 운영예산 약 60억원, 산모실 10실
  • 공공산후조리원 운영 적자 구조 — 뉴시스. 전남 공공산후조리원 연 운영비 약 5억원 대비 수입 4억원 미만
  • 공공산후조리원 적자 구조 분석 — 한국일보. 가동률 100%에서도 적자, 간호인력 수급난
  • 산후조리원 이용료 및 공공조리원 현황 — 메디포뉴스. 신규 공공산후조리원 개원 계획
  • 산후조리원 불공정 약관 시정 — 아주경제.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9월 24일, 52개 업체 5개 유형 시정
  • 모자보건법 시행규칙 별표3(제14조 관련). 간호사 영유아 7명당 1명, 간호조무사 2.5명당 1명, 근무번마다 간호사 1명 상시 근무
  • 국가법령정보센터, 모자보건법 제15조의17(지방자치단체의 산후조리원 설치)
  • 사회보장정보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기관 현황. 전국 1,287곳
  • 조리원 신생아실 간호인력 채용공고 실측(2025~2026년). 신규 간호사 연 3,900만원 선, 지방 소규모 간호조무사 월 200만원대 공고 병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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