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다리사장으로 가는 다리
경영
경영 · 돌봄의 값 · 8편 / 15편

나니의 1억 연봉은 사람이 아니라 장치가 만든다

노랜드 학비 5만 2,000파운드, 오프스테드 등록, 프랑스 인증 보조금, 중국 금패 등급을 뜯어본 기록

홍정현·2026.08.15
9분 읽기

런던에서 나니를 고용하는 가정이 부담하는 평균 급여는 2025/26년 기준 연 5만 6,238파운드다. 영국 나니 급여대행사 내니택스가 자사 계약 데이터를 집계한 수치이고, 같은 조사에서 최근 5년간 급여 상승 폭은 53~71%로 나온다. 1파운드를 1,800원으로 잡아 환산하면 1억원 언저리다.

이 격차가 실력 차이에서 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의 목록이 겹치기 때문이다. 신생아를 씻기고, 수유 자세를 잡아주고, 밤에 깨서 아이를 보고, 산모의 회복 상태를 살핀다. 한국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가 하루 8시간 하는 일과 런던 나니가 하는 일은 강도로 따지면 비슷하거나 한국 쪽이 더 무겁다.

다른 것은 노동이 아니라 그 노동이 가격으로 번역되는 경로다. 한국의 바우처 구간에서 일당은 정부 고시 단가의 75%로 묶여 있다. 2026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 안내에 따르면 단태아 기준 1일 단가가 14만 6,400원이므로 임금 하한은 10만 9,800원이고, 이 하한이 사실상 상한으로 작동한다. 경력 10년차와 지난달 60시간 교육을 마친 신규자의 일당이 같다는 뜻이다.

영국은 그 자리에 층이 여러 겹 쌓여 있다. 교육기관이 급여의 출발점을 정하고, 정부가 인증에 혜택을 붙이고, 회사가 등급을 요금표에 연결한다. 어느 것도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라 누군가 설계한 것이다.

노랜드는 자격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칭호를 관리한다

영국 노랜드는 4년 과정에 5만 2,000파운드가 넘는 학비를 학생에게 받고, 졸업생을 초봉 4만 7,800파운드짜리 자리에 앉힌다. 노랜드 공식 자료와 영국 업계 매체 집계를 종합한 급여대는 아래와 같다. 학비를 낸 쪽이 그 돈을 회수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는 것이 이 구조의 핵심이다.

단계연 급여대근거
학비4년 총 £52,000 이상노랜드 공식 학비 안내, 2025/26
졸업 초봉£47,800신규 자격 나니 런던 기준
5년차£65,000영국 업계 매체 집계, 2025
최상단£100,000 이상개별 사례 보도 기준

돈을 내고 들어가서 인증을 받아 나오는 이 방향은 한국 산후 교육 시장과 정확히 반대다. 한국에서 교육기관은 대개 파견업체가 겸업하는 채용 창구이고, 교육비 20만원대는 인력을 모으는 미끼에 가깝다. 노랜드에서 교육비는 진입 통제 장치다. 4년과 5만 파운드를 감당할 사람만 들어온다.

더 중요한 것은 졸업 이후다. 노랜드 학생은 3년 과정을 마쳐도 곧바로 노랜드 나니가 되지 못한다. 4년차에 기관이 알선한 가정에서 12개월 유급 프로베이션을 완주해야 디플로마와 칭호가 나온다. 칭호를 주는 주체가 기관이고, 회수하는 주체도 기관이다. 신뢰의 단위가 개인 평판이 아니라 기관 인증이라는 뜻이다.

취업 경로도 기관이 쥔다. 졸업생은 전속 에이전시를 통해서만 관리된다. 가정은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기관을 고르는 것이 된다. 커리큘럼에는 소아 응급처치 외에 호신술, 사이버 보안, 고급 운전이 들어간다. 어느 것도 아이를 씻기는 기술이 아니다. 고용주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를 전제한 과목 구성이다.

한국에서 이 자리에 대응하는 것은 60시간짜리 표준교육 수료증 한 장이다. 국가자격도 국가공인 민간자격도 아니고, 이수 여부 외에 사람을 걸러내는 장치가 없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2년 보고서에서 제공인력의 50대 비중 52%, 60대 이상 35%라는 데이터를 인용하며 신규 유입 유인이 없다고 진단한 것은 이 구조의 결과다. 들어오는 문턱이 낮으면 나가는 값도 낮다.

인증은 왜 영국과 프랑스에서만 실제로 작동하는가

영국과 프랑스는 인증받은 개인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 인증받은 사람을 고용한 부모에게 돈을 돌려준다. 인증의 값을 공급자 보조금이 아니라 수요 보조금으로 지불하는 설계이고, 이것이 인증을 받으려는 유인을 만든다.

영국의 오프스테드 등록은 의무가 아니라 자발 등록이다. 나니가 범죄경력 조회를 통과하고 응급처치 교육을 이수하고 보험에 가입해 등록하면, 그 나니를 쓰는 가정이 세제 혜택을 받는다. 등록하지 않은 나니를 쓰면 혜택이 없다. 그러면 부모는 등록된 사람을 찾고, 나니는 등록을 하러 간다. 국가가 강제한 것이 아니라 가격 차이를 만들어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한 것이다.

프랑스는 더 직접적이다. 인증과 의무교육 120시간을 통과한 보육사를 고용할 때만 보육수당 CMG가 나온다. 금액은 월 201유로에서 531유로 사이이고, 여기에 고용주가 된 부모가 지출한 인건비의 50%를 세액공제로 돌려받는다. 인증되지 않은 사람을 쓰면 이 두 가지가 모두 사라진다. 부모 입장에서 인증 보육사는 마음이 놓이는 선택이 아니라 싼 선택이 된다.

인증만 있고 보상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프랑스는 같은 제도에서 반대편 결과도 보여준다. 인증 보육사의 보수는 제도상 상한에 묶여 있고, 그 결과 지난 2년간 실질 보수가 10% 떨어졌으며 평균 연령은 49세로 올라갔다. 인증을 받아도 값이 오르지 않으면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문턱만 높이고 보상 경로를 열지 않은 제도는 결국 그 직역을 늙게 만든다.

한국의 문제는 이 두 실패 중 후자가 아니라 그 앞 단계에 있다. 한국의 지원금은 개인 인증이 아니라 기관 등록에 붙는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바우처는 등록된 제공기관을 통해 결제되고, 그 기관에 소속된 관리사가 표준 60시간만 받았든 그 위에 무엇을 더 얹었든 부모가 내는 돈은 같다. 부모에게 아무 차이가 없으니 부모는 더 교육받은 사람을 찾을 이유가 없고, 관리사는 더 교육받을 이유가 없다.

미국은 인증과 시세가 붙어 있는 반대 사례다. 신생아 전문 인력을 뜻하는 NCS 시장에서 자격 없는 야간 돌봄 시급은 25~35달러 구간에 머무는 반면, 인증을 갖추면 25~65달러로 벌어지고 대도시 상단은 75~80달러까지 간다. NCSA 표준을 갖춘 인력은 같은 일을 하는 일반 나니보다 시간당 3~8달러를 더 받는다. 인증 하나가 시급표의 한 줄로 존재한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등급이 곧 가격표인 시장

중국과 일본에서는 국가가 아니라 회사가 등급을 정의하고, 그 등급을 소비자 요금표에 그대로 붙인다. 자격증이 있느냐가 아니라 몇 등급이냐가 청구 금액을 바꾼다.

중국의 산후 돌봄 인력인 월수는 경력 연수와 지금까지 돌본 아기 수로 등급이 갈린다. 중급은 경력 1~3년에 아기 10~20명, 금패는 경력 5년 이상에 아기 40명 이상이다. 2025년 시세 정리 기사 기준으로 1선 도시에서 금패 월수의 26일 서비스는 2만에서 3만 5,000위안이고, 일반 등급의 약 두 배다. 돌본 아기 수라는 단순한 숫자가 단가 변수로 명문화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이 시장은 만성 공급 부족이어서 2025년 1분기 월수 구인 결원율이 48.7%로 집계됐다. 부족이 등급 프리미엄을 증폭한다.

일본 포핀즈는 회사가 등급을 정의하는 쪽의 정교한 사례다. 자체 나니 등급을 2급, 1급, 엑스퍼트로 두고 영국 노랜드와 제휴한 연수를 매년 돌린다. 그리고 그 등급 차이가 요금표에서 시간당 3,500엔과 4,300엔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입회금과 월회비를 붙인 회원제라, 회사는 매칭 수수료가 아니라 회원 관계에서 돈을 받는다. 개별 나니가 잘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정의한 등급이 올라서 가격이 오른다.

시장등급을 정의하는 주체등급에 따른 가격 차
중국 월수중개회사와 플랫폼금패가 일반의 약 2배, 26일 2만~3.5만 위안
일본 포핀즈회사 자체 등급제시간당 3,500엔과 4,300엔
미국 NCS민간 인증기관 NCSA무자격 시급 25~35달러에서 인증 25~65달러
한국 바우처정부 고시 단가경력과 무관하게 동일

한국의 산후 구간에는 이 표의 마지막 줄만 있다. 등급을 정의하는 회사도, 등급별 요금표도, 등급을 올릴 경로도 없다. 업체들이 쓰는 베이직과 베스트 같은 명칭은 있지만 그 등급이 무엇으로 갈리는지 공개된 기준을 찾지 못했다. 케이맘의 2026년 가격표에서 민간 입주형 4주 상품은 일반 480만원, 프리미엄 495만원으로 차이가 3.1%다. 등급 이름이 붙어 있어도 가격이 따라오지 않으면 그 등급은 마케팅 문구다.

검증을 옵션으로 팔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미국 케어닷컴은 검증을 유료 옵션으로 돌렸다가 2024년 연방거래위원회와 850만 달러에 합의했다. 안전을 기본 사양이 아니라 추가 결제 항목으로 두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검증된 사람과 같은 화면에 나란히 노출된다는 뜻이 된다. 플랫폼은 매칭 건수로 돈을 벌기 때문에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실패 비용을 회사가 지지 않는 구조에서 검증은 결국 얇아진다.

일본 키즈라인 사건은 다른 쪽 실패다. 이 플랫폼에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시터는 보육사 자격을 갖고 있었다. 회사의 공식 입장은 심사로 간파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자격증은 그 사람이 어느 시점에 무엇을 배웠는지를 알려줄 뿐 지금 위험한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자격 하나로 안전이 보증된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고, 그래서 노랜드가 12개월 프로베이션을 두고 오프스테드가 등록 요건에 범죄경력 조회와 보험을 함께 묶는다. 시점의 검증이 아니라 기간의 관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앞의 사례들을 겹쳐보면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시장에는 네 겹의 장치가 순서대로 깔려 있다.

순서장치실물 예시
1사양 공개교육 시간 수, 과목, 합격률을 숫자로 공개
2진입 통제노랜드 학비 5만 2,000파운드, 미국 프리미엄 에이전시 합격률 5% 미만
3실패 비용의 회사 부담12개월 유급 프로베이션, 대체 인력 보증
4등급과 가격의 연동포핀즈 코스별 요금표, 중국 금패 등급 시세

한국은 첫 번째 장치부터 비어 있다

한국의 산후 돌봄 구간에서는 네 겹 중 첫 겹인 사양 공개부터 확인되는 곳이 없다. 표준 60시간을 초과하는 자체 교육을 한다고 홍보하는 업체는 여럿이지만, 그 교육이 몇 시간인지 공개한 곳은 확인되지 않는다. 자체 교육원이라고 표기된 것들도 대부분은 지자체가 지정한 표준교육 위탁기관을 운영한다는 뜻이었다. 합격률과 재교육 주기를 숫자로 내건 곳도 없다.

숫자가 없으면 비교가 안 되고, 비교가 안 되면 가격 차이를 정당화할 근거도 없다. 무엇이 다른지 말할 수 없는 프리미엄은 3% 이상 받을 수 없다.

시터 쪽에서는 예외가 있다. 하이시터는 합격률 25%와 매년 4단계 재인증을, 째깍악어는 합격률 22%와 8단계 검증을 숫자로 공개한다. 두 회사가 방문 돌봄에서 브랜드로 인식되는 이유는 아이를 더 잘 봐서가 아니라 사양을 숫자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장치를 깐 회사만 브랜드가 됐다는 뜻이고, 산후 구간에는 아직 그 회사가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람을 구할 때 볼 수 있는 정보는 기관 평가등급과 맘카페 후기뿐이다. 영국 부모가 노랜드라는 네 글자로 끝내는 판단을, 한국 부모는 후기를 읽어가며 각자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차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앞에 깔린 장치의 유무다.

참고 자료

이어 읽기

사장다리는 로그인 회원에게 글 전체를 공개합니다.
카카오로 1초 로그인하고 이어 읽어 보세요.

카카오로 1초 로그인

가입 절차 없이 카카오 인증으로 바로 시작됩니다.

같은 축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