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그린 배터리 광물 지도
수출 금지가 만든 인도네시아 니켈 10년, 콩고 코발트의 76%, 채굴보다 가공을 쥔 중국 흑연
이 글은 《전기차 밸류체인》 시리즈 3편이다. 2편이 리튬의 지도를 그렸다면, 이번 편은 나머지 세 광물이다.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과 코발트, 음극재의 몸통인 흑연. 세 광물의 집중 구조와, 정책이 그 지도를 바꾸는 방식을 정리한다.
리튬만 보면 반쪽이다
배터리 광물 이야기는 대개 리튬에서 멈춘다. 그런데 배터리 셀의 원가와 공급망을 실제로 흔드는 광물은 서너 가지가 더 있다. 양극재에는 리튬과 함께 니켈과 코발트가 들어가고, 음극재의 몸통은 흑연이다. 전기차 한 대의 음극재에 들어가는 흑연만 60킬로그램 안팎이다.
세 광물의 지도는 리튬보다 더 쏠려 있다. 2024년 기준으로 니켈 원광의 60% 이상이 인도네시아에서 나오고, 코발트 원광의 76%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오고, 천연흑연의 78%가 중국에서 나온다. 리튬 생산 1위 호주의 점유율이 3분의 1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세 광물은 각각 한 나라가 시장의 대부분을 쥔 구조다.
그리고 세 광물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니켈은 한 나라의 수출 금지 정책이 10년 만에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린 사례다. 코발트는 최대 생산국이 공급을 조여도 수요 쪽 화학이 바뀌면서 위상이 흔들리는 사례다. 흑연은 채굴이 아니라 가공 단계를 쥔 쪽이 지렛대를 갖는다는 것을 수출통제로 증명한 사례다. 세 이야기를 차례로 따라가면, 4편에서 다룰 질문(왜 가공은 전부 중국으로 수렴했는가)의 재료가 모인다.
니켈: 수출 금지가 만든 인도네시아의 10년
인도네시아 니켈은 정책이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린 교과서적 사례다. 인도네시아는 2014년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했다. 재정 압박으로 2017~2019년 저품위 원광에 한해 잠시 풀었다가, 2020년 1월 다시 전면 금지했다. 원광을 팔지 않겠다는 선언은 곧 제련소를 자국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었고,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제련소는 2014년 이전 2곳에서 2020년 13곳으로 늘었고, 정제 니켈 제품 생산은 2014년 2만 4천 톤에서 2020년 63만 6천 톤이 됐다. 자본은 대부분 중국에서 왔다. 칭산그룹이 주도한 모로왈리 산업단지가 상징이고, 중국 자본의 인도네시아 니켈 투자 약속은 300억 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결과가 1편에서 본 숫자다. 2024년 인도네시아는 세계 광산 니켈의 60% 이상을 캤다. 2015년 이후 생산이 16배가 됐다. 정제 단계도 지리적으로는 인도네시아가 세계의 45% 가까이를 차지한다. 다만 소유권으로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IEA 집계로 인도네시아 정제 자산의 대부분은 중국 기업 소유이고, 소유권 기준으로는 세계 정제 니켈의 65%가 중국 기업 몫이다. 인도네시아 기업의 몫은 10%에 그친다. 니켈 산업은 인도네시아에 있지만, 인도네시아의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또 하나의 구분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니켈의 다수는 배터리로 가지 않는다. 라테라이트 원광을 제련해 만드는 니켈선철과 페로니켈은 스테인리스강의 원료다. 배터리로 가려면 고압산침출(HPAL) 설비로 혼합수산화물(MHP)을 뽑고 이를 황산니켈로 정제하는 별도 경로를 타야 하는데, 업계 집계 기준 이 경로는 아직 인도네시아 생산의 15% 안팎이다. 그리고 그 황산니켈 같은 니켈 화학물질의 60%는 다시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성공의 비용도 있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서 니켈 가격은 2022년 연평균 2만 5,800달러에서 2025년 1만 5천 달러 수준까지 3년 연속 내렸고, 호주에서는 광산들이 문을 닫거나 보전 관리 상태로 돌아섰다. 환경 문제도 쌓인다. 제련 폐기물의 심해 투기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허가하지 않아 육상 적치로 방향을 틀었지만 적치장의 안정성이 새 쟁점이 됐고, 제련 단지의 전력은 상당 부분 산업단지 안의 자가발전 석탄 화력에 기대고 있다. 석탄 기반 건식 제련은 니켈 1톤당 이산화탄소 배출이 60톤 수준으로, 13톤 수준인 HPAL보다 훨씬 높다는 기관 집계도 있다. 폐기물은 HPAL이 많고 탄소는 건식 제련이 많다. 어느 쪽도 깨끗한 경로가 아니다.
코발트: 콩고의 76%와 줄어드는 수요
코발트는 채굴 집중도가 가장 높은 광물이다. 2024년 기준 세계 광산 코발트의 76%가 콩고민주공화국 한 나라에서 나왔고(USGS), 매장량도 세계의 절반 이상이 이 나라에 있다. 다만 캐는 손은 콩고 기업이 아니다. 최대 채굴 기업은 중국 CMOC로, 2024년 11만 4천 톤을 캐 세계 생산의 40% 안팎을 혼자 차지했다. 스위스 글렌코어가 3만 8천 톤으로 뒤를 잇는다. 콩고 코발트에 흔히 따라붙는 손 채굴(장인 채굴) 이미지는 시점이 지난 이야기에 가깝다. 2019년 무렵 조사들은 15~30%로 추정했지만, 가격이 내려앉으면서 2024년에는 전체 생산의 2% 미만으로 줄었다는 것이 IEA 집계다.
가격이 무너진 쪽은 콩고도 마찬가지였다. 2년 사이 수요는 10% 느는 동안 공급이 25% 늘면서, 코발트 가격은 2025년 2월 10년 만의 최저까지 내렸다. 콩고 정부의 대응은 2편의 짐바브웨보다 과격했다. 2025년 2월 수출을 전면 중단했고, 10월에 금지를 풀면서 쿼터제로 갈아탔다. 2026년과 2027년의 연간 수출 상한은 9만 6,600톤, 2024년 생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물량이다.
그런데 공급을 조이는 사이 수요의 화학이 바뀌고 있다. 코발트가 아예 들어가지 않는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2025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55%를 넘었고(IEA), 남은 삼원계 안에서도 니켈을 높이고 코발트를 줄이는 쪽으로 이동해 하이니켈 양극재의 금속 중 코발트 비중은 10% 수준까지 내려왔다. IEA는 2040년 전기차용 코발트 수요 전망을 한 해 만에 25% 낮췄다. 공급을 통제해 값을 지키려는 최대 생산국과, 그 광물을 덜 쓰는 쪽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마주 보고 있는 구도다.
지도도 움직인다. 니켈 HPAL 공정의 부산물로 코발트가 나오는 인도네시아가 2024년 IEA 기준 생산을 95% 늘리며 2위 생산국이 됐다. 점유율은 10~12%로 기관별 집계가 갈린다. IEA의 기본 시나리오는 2040년대에 인도네시아가 콩고를 추월하는 그림까지 그린다. 76%라는 숫자는 굳어 있는 값이 아니다.
흑연: 광산이 아니라 가공이 지렛대다
흑연은 배터리에 무게로는 가장 많이 들어가는 광물이면서, 집중 구조가 가장 자주 오해되는 광물이다. 채굴 통계부터 보면 2024년 천연흑연의 78%가 중국에서 나왔다(USGS). 그런데 이 숫자는 절반의 그림이다. 음극재로 가는 흑연에는 두 경로가 있다. 캐낸 천연흑연을 구형으로 가공하는 길과, 석유코크스를 높은 온도에서 구워 인조흑연을 만드는 길이다. 인조흑연은 광산과 무관하고, 지금 음극재의 주류다. IEA 집계로 2024년 음극용 인조흑연 공급은 약 155만 톤, 구형화된 천연흑연 생산은 31만 톤이다. 두 수치로 계산하면 음극용 흑연의 약 83%가 인조라는 뜻이다. 그리고 천연이든 인조든, 배터리급 흑연은 95%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중국이 이 지렛대를 실제로 당긴 것이 흑연 수출통제다. 2023년 10월 발표하고 12월부터 시행한 허가제는 채굴 원광이 아니라 구형흑연과 고순도 인조흑연, 즉 가공품을 겨눴다. 효과는 통계에 바로 찍혔다. 시행 직후인 2024년 1~2월 중국의 인상흑연 정광 수출은 78%, 구형흑연 수출은 65% 줄었다(허가 지연 영향, USGS). 그리고 2024년 1~8월 중국 구형흑연 수출 물량의 49%가 한국행이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통제는 이후에도 확장됐다. 2024년 12월 미국 대상 심사가 강화됐고, 2025년 10월에는 흑연화로 같은 생산 장비와 기술까지 통제 대상에 들어갔다가, 11월 미중 합의로 10월 확대분 전체와 대미 강화분이 각각 1년씩 유예됐다. 광물의 수출을 막는 것이 아니라 가공 능력의 이전을 막는 것, 이것이 통제의 설계다.
중국 밖의 대안은 아직 규모가 작다. 국내에서 흑연 음극재를 양산하는 곳은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한데, 천연흑연 음극재 연산 7만 4천 톤에 인조흑연 8천 톤(1만 3천 톤으로 증설 진행 중)을 더한 8만 톤대 체제다. 세계 음극재의 90% 이상을 만드는 중국과는 자릿수가 다르다. 미국은 2024년 루이지애나에서 연산 1만 1,250톤 설비의 천연흑연 음극활물질 생산이 시작됐다. 아프리카가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지만, 2024년 아프리카의 천연흑연 생산은 오히려 30% 줄었다. 최대 광산인 모잠비크 발라마가 대선 후 소요 사태로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여덟 달을 멈춘 탓이다. 대안의 지도는 아직 선언에 가깝고, 물량은 중국에 있다.
세 광물이 보여주는 세 가지 패턴
세 광물의 이야기를 겹치면 패턴이 남는다.
첫째, 정책이 지도를 그린다. 인도네시아의 원광 수출 금지는 10년 만에 제련 산업을 통째로 자국에 앉혔다. 2편에서 본 짐바브웨의 리튬 원광 수출 금지, 이번 편의 콩고 코발트 쿼터제는 그 성공을 지켜본 자원국들의 후속 수다. 자원을 가진 나라들이 원석 수출국에 머물지 않겠다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 흐름은 되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집중의 무게중심은 광산이 아니라 가공이다. 코발트 정제의 78%, 배터리급 흑연의 95% 이상, 니켈 화학물질의 60%가 중국에서 나온다. 인도네시아 안의 니켈 정제 설비조차 소유권으로는 중국 기업 몫이 크다. 광산의 위치는 지질이 정하지만, 가공의 위치는 산업 정책이 정한다. 왜 가공이 한 나라로 수렴했는지, 그 20년의 경위가 다음 편의 주제다.
셋째, 수요의 화학이 광물의 운명을 바꾼다. 코발트는 최대 생산국이 공급을 통제하는데도 수요 전망 자체가 깎이고 있다. 2편에서 리튬의 탄산과 수산화의 위상이 뒤집힌 것과 같은 구조다. 광물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광산이 아니라 배터리 설계실에서 나온다.
하류에서 이 지도는 부품 가격과 공급 안정성으로 도착한다. 배터리 팩 값이 흔들리면 사고 수리의 중심인 배터리팩 교체 단가도 흔들린다. 상류의 수출통제 한 건이 몇 다리를 건너 공업사 견적서에 닿는 경로를, 시리즈 뒷편에서 계속 따라간다.
다음 편은 정제다. 캐는 나라는 여럿인데 왜 가공은 전부 중국으로 수렴했는가. 20년에 걸친 경위와, 다른 나라들이 지금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를 다룬다.
출처
본문에 인용한 수치·통계의 근거는 아래와 같다. 광산 생산·매장량은 USGS 연판, 정제·소유권·수요 전망은 IEA 핵심광물 전망 2025 원문 대조 기준이고, 기업 수치는 실적 공시와 전문지 보도다. 환경 관련 서술은 정부 결정과 기관·연구 보고서로 한정했고, 검증되지 않은 옹호 단체 수치는 뺐다. 인도네시아 니켈의 HPAL 경로 비중(15% 안팎)은 업계 집계에서 역산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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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정제·소유권·수요 전망
니켈: 인도네시아
- 인도네시아 니켈 원광 수출 금지의 효과, 실무 보고서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 Indonesia's Nickel Industrial Strategy — CSIS · 2021
- 모로왈리 산업단지(IMIP) 개요 — People's Map of Global China
-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5, Nickel — USGS · 2025-01
-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6, Nickel — USGS · 2026-02
- 인도네시아 MHP 생산 급증 전망 — 아거스 미디어
-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의 재생에너지 과제 — IEEFA · 2024-10
- 인도네시아, 심해 테일링 투기 불허 — 마이닝닷컴(로이터 배급) · 2021
- 인도네시아 자가발전 석탄 31GW 분석 — CREA·GEM · 2025
코발트: 콩고민주공화국과 쿼터제
-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5, Cobalt — USGS · 2025-01
- CMOC 2024년 코발트 생산 실적 — 패스트마켓츠 · 2025
- 글렌코어 2024년 연간 생산 보고서 — 글렌코어 · 2025-01
- 콩고 코퍼벨트 장인 채굴 실태조사 — 독일연방지질자원연구소(BGR) · 2019
- 콩고 코발트 수출 일시 중단 — IEA 정책 DB · 2025-02
- 콩고, 수출 금지 해제와 쿼터제 전환 —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 · 2025-10
- 2026년 코발트 공급 전망, 콩고 수출 지연 — S&P 글로벌 · 2025-12
흑연: 가공 집중과 수출통제
-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5, Graphite — USGS · 2025-01
- China's New Graphite Restrictions — CSIS · 2023
- 중국 흑연 수출통제 공고 — IEA 정책 DB · 2023
- 중국, 대미 흑연 수출통제 강화 —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 · 2024-12
- 중국, 리튬배터리·인조흑연 음극재 통제 확대 —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 · 2025-10
-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 사업(음극재) — 포스코퓨처엠
- 시라, 모잠비크 발라마 광산 불가항력 선언 — 마이닝 위클리 · 202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