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에서 지거나 모객에서 진다
인공지능을 빼고 계산해도 전화 한국어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11편이자 1부의 마지막이다. 열 편에서 모은 사실과 계산으로 1차 진단을 내린다.
열 편에서 확인한 것
먼저 지금까지 확인한 사실을 한자리에 놓는다.
| 편 | 확인한 것 |
|---|---|
| 1 | 전화영어는 매출의 30% 이상을 광고에 썼고 업체는 300개까지 늘었다 |
| 2 | 통화형이 자기주도 콘텐츠형에 밀린 것은 인공지능 등장 이전이다 |
| 3 | 한국어로 뒤집으면 강사 원가는 오르고 고객 결제력은 갈리며 강제 수요가 생긴다 |
| 4 | 국가가 세종학당은 무료로,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시간당 1,000원에 공급한다 |
| 5 | 체류 외국인 287만 명 중 한국어가 강제되는 자리는 좁고, 큰 덩어리는 이미 국가 안에 있다 |
| 6 | 배워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의 현지 학원 가격은 시간당 4천~9천원이다 |
| 7 | 결제력 있는 나라에서도 매일형 상품은 시간당 5천원이고, 그 자리에 이미 회사가 있다 |
| 8 | 사업주가 한국어 교육에 돈을 쓴 사례는 고용허가제 인원의 0.4%에 못 미친다 |
| 9 | 자격자는 8만 명인데 강사 시급은 2만 5천원에서 3만 5천원에 굳어 있다 |
| 10 | 1대1은 광고비를 넣으면 적자가 되고, 그룹은 정원을 채워야 성립한다 |
한 줄로 이으면 이렇게 된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은 많다. 그중 반드시 배워야 하는 사람은 돈이 없고, 돈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배울 이유가 없다. 값은 국가가 시간당 1,000원으로 정해 놓았고 강사 원가는 그 스물다섯 배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한 명씩 가르치면 고객을 데려오는 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여럿을 모아 가르치려면 먼저 사람을 모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다시 같은 항목이다.
여기서 판정을 내린다.
판정: 지금 이 형태로는 안 된다
전화나 화상으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파는 사업은, 사람이 1대1로 붙는 형태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근거는 계산이다. 사업에 유리한 쪽으로 전제를 잡았는데도 결과가 그랬다. 강사 시급은 확인된 구간의 하한을 썼고, 결제 수수료와 운영 인건비와 교재비를 아예 빼고 계산했다. 그렇게 해도 가장 비싸게 팔리는 상품이 시간당 1,925원 적자였고, 하나만 겨우 1,044원 남았다.
여럿을 모으면 남는다. 그런데 정원을 채우려면 수준과 시간대와 언어권이 맞는 학생이 동시에 있어야 하고, 그만한 인원을 모으는 일이 이 사업에서 가장 비싼 항목이다. 그룹은 원가 문제를 푸는 대신 모객 문제를 키운다.
그래서 이 사업의 실패는 두 갈래 중 하나로 온다. 한 명씩 가르치면 원가에서 지고, 여럿을 모으려 들면 모객에서 진다.
이 판정이 특별히 비관적인 것도 아니다. 같은 계산을 전화영어에 적용하면 그쪽도 남지 않는다. 실제로 그 업계는 매출 수백억원을 올리면서 영업손실을 냈고, 일본의 원조 사업자는 매출 96억엔에 이익률 1%를 기록한 뒤 상장을 접었다. 사람이 실시간으로 붙는 어학 서비스는 언어를 가리지 않고 같은 구조에 눌린다. 한국어가 특별히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 형태의 사업이 원래 그렇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 이 판정은 "아무도 못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일본에는 이미 서비스가 돌아가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알려진 한국어 브랜드도 15년째 운영 중이다. 다만 그 브랜드의 매출이 33억원대이고, 주력 상품이 사람이 붙지 않는 콘텐츠 구독이다.
즉 이 시장에서 사업은 가능하되, 사람이 실시간으로 가르치는 형태로는 규모가 서지 않는다. 성립하는 형태를 찾아낸 회사들은 이미 사람을 빼는 쪽으로 옮겨 갔다.
무엇이 이 사업을 막았는지 다시 본다
막힌 지점이 셋인데 성격이 다르다. 구분해 두면 나중에 어느 것이 풀릴 수 있는지가 보인다.
첫째, 값을 사업자가 정하지 못한다. 국가가 시간당 1,000원에 공급하고 무료 온라인 과정도 운영한다. 이 값은 원가를 회수하려고 매긴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책임감을 위해 매긴 것이라, 민간의 원가가 올라도 따라 오르지 않는다.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조건이고,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그대로다.
둘째, 원가가 내려가지 않는다. 자격자가 8만 명 넘게 쌓여 있는데 시급은 한 구간에 묶여 있다. 공급자 대부분이 부업이나 자기계발로 자격을 딴 사람이라 값이 안 맞으면 그냥 안 하고, 대량 수요자인 대학과 정부 위탁 기관이 단가를 정한다. 해외 인력으로 낮추는 경로가 남아 있지만 실제 단가를 확인하지 못해 계산에 넣지 못했다.
셋째, 고객을 데려오는 값이 크다. 이건 이 사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화영어를 무너뜨린 그 항목이 그대로 따라온 것이다. 진입이 쉬워 경쟁자가 계속 들어오고, 상품이 서로 비슷해 이름값으로 겨루고, 이름값은 돈으로 산다.
셋 중 첫째와 셋째는 사업자가 바꿀 수 없다. 국가의 가격 정책과 시장의 경쟁 구조는 개별 회사가 손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바꿀 여지가 있는 것은 둘째뿐이다. 강사 원가를 낮추거나, 강사가 붙는 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사람을 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전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여기서 이 시리즈의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되는 이유가 나온다. 사람이 붙는 시간을 줄이는 기술이 최근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판정이 서 있는 조건
판정을 내렸으니 그 판정이 어디까지 유효한지도 밝혀야 한다.
인공지능을 빼고 계산했다. 1부는 확인된 통계와 재무만으로 썼고, 인공지능을 논거로 쓰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인공지능을 넣으면 어떤 사업이든 결론이 그쪽으로 쏠려 원래 구조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판정은 "인공지능이 없다고 쳐도 이 사업은 성립하지 않는다"까지만 말한다.
사람이 실시간으로 가르치는 형태를 놓고 계산했다. 콘텐츠를 만들어 파는 사업, 교재를 파는 사업, 현지 기관에 시스템을 파는 사업은 다른 계산이 필요하다.
국내 강사 단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해외 거주 한국어 인력의 실제 단가를 확인하지 못해 그 경로는 계산에서 뺐다.
확신도는 중상이다. 계산에 들어간 값 중 판매가와 강사 단가는 여러 출처로 확인됐지만, 광고비 비중은 다른 업종에서 빌려 왔고 이탈률은 아예 없다.
이게 나오면 판정이 뒤집힌다.
| 뒤집는 조건 | 어느 항목이 달라지나 |
|---|---|
| 해외 거주 한국어 강사를 시간당 1만원 이하로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실증 | 원가가 절반 이하로 내려가 1대1도 성립 |
| 한국어 학습자의 이탈률이 교육업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는 조사 |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데 쓸 수 있는 금액이 커짐 |
| 고객 획득 비용이 매출의 10% 안팎으로 확인되는 사례 | 1대1 계산이 흑자로 돌아섬 |
| 사업주나 기관이 대금을 치르는 시장이 실제로 열림 | 지불자 문제가 해소되고 단가 저항이 사라짐 |
이 중 첫째와 둘째는 조사로 확인 가능한 사실이다. 누군가 그 숫자를 갖고 있다면 이 시리즈의 계산은 다시 해야 한다.
닫힌 문 옆에 열린 문이 있다
1대1로 가르쳐 파는 길이 막혔다고 이 시장 전체가 닫힌 것은 아니다. 조사 과정에서 다른 형태로 돌아가는 사례가 셋 확인됐다. 여기서는 존재만 확인하고, 각각이 실제로 성립하는지는 이 시리즈 2부에서 계산한다.
첫째, 현지 기관에 파는 길. 한 국내 업체가 중국 오프라인 한국어 학원의 온라인 교육을 전담하는 계약을 따내 연 12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2017년 시점의 예상치이고 실제 실현 여부와 현재 상태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구조는 분명하다. 개인에게 팔지 않으므로 고객 획득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학생을 모으는 일은 상대 기관이 이미 해 놓았다.
둘째, 검증을 파는 길. 한국어 능력을 인증하는 민간 시험이 존재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 시행하는 시험의 국내 응시료가 4만원이고, 방송사 계열 기관이 운영하는 시험도 따로 있다. 다만 연간 응시자 수나 매출 규모는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존재는 하되 규모를 모르는 시장으로만 적어 둔다.
셋째, 콘텐츠 위에 사람을 얹는 길. 앞에서 본 대로 세계에서 가장 알려진 한국어 브랜드는 팟캐스트와 유튜브로 15년간 사람을 모은 뒤 콘텐츠 구독으로 값을 받는다. 광고비 항목을 콘텐츠 제작비로 바꾼 구조다. 매출은 33억원대로 크지 않지만, 고객 획득 비용이라는 벽을 우회한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유효하다.
셋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어느 것도 강사가 학생과 실시간으로 마주 앉는 시간을 주력 상품으로 팔지 않는다.
그래도 하겠다면 먼저 확인할 것
이 시리즈의 계산은 공개 자료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한 것이다. 실제로 이 사업을 검토하는 쪽이라면 계산을 직접 다시 해야 하고, 그때 확인해야 할 항목은 정해져 있다.
강사를 시간당 얼마에 쓸 수 있는지 견적을 받아 본다. 이 시리즈는 공개된 단가로 2만 5천원을 썼지만, 실제로 사람을 구해 보면 다를 수 있다. 특히 해외 거주 한국어 인력의 단가는 이 조사에서 끝내 확인하지 못한 항목이다. 그 값이 시간당 1만원 아래로 나오면 표 전체가 다시 그려진다.
첫 백 명을 어디서 데려올지 숫자로 적어 본다. 광고를 쓸 것인지, 이미 사람이 모인 곳에 붙을 것인지, 콘텐츠로 모을 것인지에 따라 이 항목의 값이 달라진다. 광고를 쓴다면 한 명당 얼마가 드는지 소액으로 먼저 시험해 보고, 그 값을 계산에 넣는다.
그 백 명이 몇 달 남는지 가정하고 회수 기간을 낸다. 한 명을 데려오는 데 5만원을 썼고 한 달에 2만원이 남는다면 두 달 반 만에 회수되지만, 평균 두 달 만에 그만두면 영원히 회수되지 않는다. 이 항목이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자료가 가장 없다.
국가 프로그램이 안 하는 것을 한 문장으로 적어 본다. 그 문장이 안 나오면 시간당 1,000원과 정면으로 겨루게 된다.
네 항목 중 셋은 소규모로 먼저 시험해 볼 수 있다. 강사 한 명을 구해 보고, 광고를 조금만 돌려 보고, 학생 몇 명을 받아 몇 달 남는지 세어 보면 된다. 큰돈을 넣기 전에 이 세 숫자를 확보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이 판정에는 빠진 것이 있다
여기까지가 인공지능을 뺀 계산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빼고 계산하기로 한 것은 이 시리즈가 스스로 정한 규칙이었다.
이제 그 규칙을 푼다.
2부에서 물을 것은 "인공지능 때문에 이 사업이 더 안 되는가"가 아니다. 그건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사람이 하던 대화 연습을 기계가 무료로 대신하면 값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1부의 판정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일에 다섯 편을 쓸 이유는 없다.
물어야 할 것은 다른 쪽이다. 1부에서 이 사업을 막은 세 가지 벽 중 하나가 인공지능으로 무너질 수 있는가.
앞에서 정리한 세 벽을 다시 놓는다. 국가가 정한 가격, 내려가지 않는 강사 원가, 고객을 데려오는 비용이었다. 이 중 사업자가 손댈 수 있는 것은 두 번째뿐이라고 했다.
인공지능이 하는 일이 정확히 그 자리에 있다. 사람이 붙어 있던 시간을 기계가 대신하면 원가 항목 하나가 통째로 바뀐다. 1부의 계산에서 시간당 2만 5천원이라고 놓았던 값이 달라지면 표 전체가 다시 그려진다.
그러면 답이 뒤집히는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원가가 내려가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료로 쓸 수 있는 도구가 같은 일을 하면 값을 받을 근거가 사라진다. 원가가 0에 가까워지는 것과 가격도 0에 가까워지는 것은 함께 온다.
그래서 2부의 질문은 "무엇이 남는가"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팔 물건이고, 없다면 이 사업은 1부의 판정대로 닫힌다.
순서를 이렇게 잡은 이유가 있다. 인공지능을 먼저 넣고 계산하면 무엇 때문에 답이 그렇게 나왔는지 알 수 없다. 원가가 낮아져서인지, 원래 구조가 나빠서인지, 대체재가 생겨서인지가 뒤섞인다. 인공지능을 뺀 계산을 먼저 끝내 놓았으니 이제 그 하나만 넣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볼 수 있다. 두 계산의 차이가 곧 인공지능이 이 사업에 미친 영향이다.
다음 편부터 다섯 편에 걸쳐 그것을 확인한다. 먼저 인공지능이 한국어로 실제로 무엇을 어디까지 하는지 보고, 어학 회사들이 그 뒤에 무엇을 했는지 보고, 남은 것이 무엇인지 추린 다음, 마지막에 다시 계산한다.
출처
이 편은 앞의 열 편에서 확인한 사실과 계산을 종합한 것이라 새로운 수치를 인용하지 않았다. 각 항목의 출처는 해당 편에 밝혀 두었다. 판정에 쓰인 계산은 10편의 것이며 전제와 계산식을 그 편에 적었다. 현지 기관 대상 계약 사례의 연 120억원은 2017년 시점의 예상 계약 규모이고 실현 여부와 현재 상태는 확인하지 못했다. 민간 인증 시험은 존재를 확인했으나 응시자 수와 매출 규모는 확인하지 못했다. 학습자 이탈률은 이 시리즈의 조사 여덟 건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