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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전기차 밸류체인 · 4편 / 9편

정제는 왜 전부 중국인가

보조금 2,300억 달러와 화이트리스트, 서방이 내려놓은 환경 비용, 화학산업이라는 본질. 정제 병목의 해부

홍정현·2026.08.08
16분 읽기

이 글은 《전기차 밸류체인》 시리즈 4편이다. 2편과 3편에서 광물마다 같은 문장이 반복됐다. 캐는 나라는 여럿인데 정제는 중국이라는 문장이다. 이번 편은 그 문장을 해부한다. 어떻게 20년 만에 가공의 지도가 한 나라로 수렴했고, 왜 되돌리기 어려운가.

19개의 1위

숫자부터 다시 놓는다. IEA가 분석한 20개 에너지 광물 가운데 19개에서 최대 정제국은 중국이다. 평균 점유율은 약 70%. 유일한 예외는 니켈인데, 그 니켈 정제의 최대국인 인도네시아조차 3편에서 본 대로 설비 소유권의 다수가 중국 기업이다. 리튬 정제(정확히는 리튬 화학물질 생산)의 70%, 정제 코발트의 78%, 배터리급 흑연의 95% 이상이 한 나라에서 나온다.

더 눈여겨볼 것은 방향이다. 각국이 공급망 다변화를 말하기 시작한 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 주요 광물 정제 상위 3개국의 평균 점유율은 2020년 82%에서 2024년 86%로 오히려 올랐다.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늘어난 정제 공급의 약 90%가 각 광물의 단일 최대 공급국에서 나왔다. 다변화를 말하는 동안 집중은 깊어졌다.

이 글은 그 경위를 세 겹으로 해부한다. 중국이 20년 동안 무엇을 쌓았는지, 같은 기간 서방이 무엇을 내려놓았는지, 그리고 정제라는 산업의 본질이 왜 이 구도를 굳히는지. 셋을 순서대로 보면, 정제 병목이 보조금 몇 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다.

중국이 쌓은 것: 정책 20년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궤적은 길다.

희토류가 먼저였다. 중국은 1990년에 이미 희토류를 보호적 전략 광물로 분류해 외국 기업의 채굴을 금지하고 가공은 합자로만 허용했다. 1999년에는 수출 쿼터를 도입해 단계적으로 줄였다. 원료는 안에 두고 가공을 키우는 문법이 이때 만들어졌다.

전기차는 2009년부터였다. 그해 시작된 십성천량 시범사업은 매년 10개 도시씩 늘려가며 도시마다 버스·택시 같은 공공 부문에 신에너지차 1천 대 이상을 깔게 했다. 2012년 국무원 산업발전규획은 2020년까지 누적 생산·판매 500만 대 목표를 박았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집계로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에 투입한 지원은 2,308억 달러다. 구매 보조금, 충전 인프라, 연구개발, 정부 조달, 취득세 면제를 합한 수치인데, 집계자 스스로 지방정부의 땅값·전기료 지원 등이 빠진 보수적 추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장의 문도 정책이 쥐고 있었다. 2015년부터 시행된 이른바 배터리 화이트리스트는 목록에 오른 배터리를 실은 차에만 보조금을 줬다. 등재된 57개사는 전부 중국 기업이었고, LG화학·삼성SDI·파나소닉·SK는 등재되지 못했다.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중국에 공장을 지어놓고도 사실상 내수 시장 밖에 서 있던 4년이다. 화이트리스트는 2019년 6월에야 폐지됐는데, 그때 CATL은 이미 2017년부터 세계 1위였다.

주의할 것은 이 이야기를 보조금 서사로만 읽으면 절반만 보게 된다는 점이다. 매출 대비 정부 지원 비중은 2017년 이전 40% 이상에서 2023년 11%까지 내려왔는데, 그 사이 중국 업체들의 지배력은 오히려 커졌다. 배터리 관련 고영향 논문의 65%가 중국 기관에서 나오고, 리튬인산철의 부활도 중국 셀 회사들의 자체 연구개발에서 나왔다는 것이 미국 싱크탱크의 분석이다. 보조금이 판을 깔았고, 그 위에서 기술과 규모가 쌓였다. 둘을 분리해야 다음 섹션의 질문이 정확해진다. 그 20년 동안 서방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서방이 내려놓은 것: 마운틴패스의 교훈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운틴패스 광산은 한때 세계 희토류의 중심이었다. 이 광산이 어떻게 멈췄는지가 서방 정제 후퇴의 축약본이다.

정제는 더러운 공정이다. 마운틴패스에서 사막의 증발지로 폐수를 보내던 배관은 1984년부터 1998년 사이 최소 60차례 터졌고, 새어 나온 것은 토륨과 라듐이 섞인 방사성 폐수였다. 벌금과 합의금이 쌓였고 환경 규제가 조여들었다. 같은 시기에 중국산 저가 희토류가 시장을 채웠다. 규제 비용과 가격 경쟁이 겹치자 광산은 2002년 문을 닫았다. 미국 안에서 희토류를 분리·정제하는 공정은 2015년 이후 아예 사라졌고, 2017년 광산이 다시 열린 뒤에도 한동안 캐낸 정광을 중국으로 보내 정제하는 구조였다. 캐는 것은 재개했지만, 가공은 남의 나라에 있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서방의 정제 공백이 누가 빼앗아간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제에는 폐수와 폐기물과 에너지가 따라붙는다. 서방은 환경 기준을 높이면서 그 비용을 감당할 자국 설비를 유지하는 대신, 가공을 밖으로 보내는 쪽을 택했다. 소비국 입장에서는 광물이 어디서 어떻게 정제되든 값싸게 들어오기만 하면 문제가 없던 시절이 20년쯤 이어졌다. 환경 비용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전된 것이고, 그 비용을 받아준 나라가 가공의 지도를 가져갔다.

그래서 정제 병목은 도덕극이 아니라 거래의 누적이다. 중국은 산업을 원했고 비용을 받아들였다. 서방은 깨끗한 뒷마당을 원했고 공급망을 내줬다. 문제는 그 거래를 되돌리려는 지금, 비용 구조가 어느새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져 있다는 것이다. 다음 섹션의 주제다.

정제는 화학산업이다: 원가 격차의 구조

정제 병목을 이해하는 가장 짧은 문장은 이것이다. 정제는 광업이 아니라 화학산업이다.

배터리급 흑연을 보자. 인조흑연은 석유코크스를 섭씨 2,300도 이상에서 구워 만드는데, 1톤에 전기가 1만 2천 킬로와트시 이상 들어간다. 가정집 몇 년치 전기가 흑연 1톤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래서 중국 흑연화 설비의 절반 가까이(약 46%)가 전기료 싼 네이멍구에 몰려 있다. 경암 리튬 정제는 광석을 굽고 황산으로 녹이는 공정이라, 황산과 수산화나트륨 같은 화학 원료를 대량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화학 단지 옆에 있어야 원가가 나온다. 전기, 시약, 장비, 그리고 이 공정을 돌려본 엔지니어. 정제의 원가는 이 네 가지가 정하고, 네 가지 모두 산업이 이미 모여 있는 곳에 있다.

이 구조를 실증한 사례가 호주 퀴나나다. 중국 톈치리튬이 호주에 지은 수산화리튬 공장인데, 2016년 2억 9,900만 달러로 계획됐다가 2019년 5억 2,500만 달러로 불어났다. 블룸버그NEF 집계로 톤당 투자비가 간펑리튬이 중국에 지은 유사 설비의 10배였다. 완공 뒤에도 배터리급 품질 인증이 늦어지며 가동률이 26% 수준에 머물렀고, 2호 라인은 경제성이 없다는 판정으로 건설이 멈췄다. 지은 회사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격차는 국적이 아니라 입지에서 나온다. 공정 인력과 화학 기반과 전기료가 없는 곳에서는, 중국 회사가 지어도 중국 원가가 나오지 않는다.

격차의 크기는 집계마다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수산화리튬 공장 건설비가 호주는 중국의 2.5배라는 투자은행 자료가 있고, IEA는 다변화 지역의 신규 프로젝트 자본비용이 기존 생산국보다 대체로 50%가량 높다고 집계한다. 여기에 시간이 얹힌다. 광산 하나가 발견에서 생산까지 평균 16년 넘게 걸리고, 최근에는 인허가가 길어지며 18년 가까이로 늘었다. 공장 하나를 지어도 품질 인증에 몇 년이 걸린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두 가지인데, 축적된 공정 노하우와 시간이다. 정제 병목이 관세나 보조금 몇 번으로 풀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잡기의 현실: 끄는 서방, 늘리는 한국

따라잡기의 현재 성적표는 서늘하다.

서방의 대표 사례들은 후퇴 중이다. 앨버말이 호주에 지은 케머튼 수산화리튬 공장은 한때 연 10만 톤까지 키우겠다던 계획을 단계적으로 접더니, 2026년 2월 마지막 남은 라인까지 세우고 전면 유휴 상태로 들어갔다. 주목할 대목은 시점이다. 리튬 가격이 바닥을 지나 반등한 뒤의 결정이었고, 회사 최고경영자는 최근의 가격 개선만으로는 서방 경암 리튬 전환 사업의 어려움을 상쇄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원가 구조가 문제라는 자인이다. 포르투갈에서는 수산화리튬 전환 공장 계획 두 건이 잇따라 철회됐다. 우드매켄지는 2027년에도 스포듀민 정제 생산의 81%가 중국 안에 있을 것으로 보고, 중국 기업의 지배 밖에 있는 정제 능력은 약 18만 톤(탄산리튬 환산)으로 유럽과 북미 수요 전망치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 IEA의 진단은 한 문장이다. 오늘의 낮은 광물 가격은 투자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

정책은 단계를 올리는 중이다. 미국은 첨단제조 세액공제(45X)로 핵심광물 정제 비용의 10%를 공제해 왔는데, 2025년 세법 개정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7,500달러 세액공제)는 그해 9월 말로 조기 종료시키면서 광물·정제 쪽 공제는 살려뒀다. 수요 보조는 끊고 공급 보조는 유지하는 비대칭이다. 그리고 보조금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2025년 7월 미국 국방부는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즈의 우선주 4억 달러어치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고, 네오디뮴 계열 산화물에 킬로그램당 110달러의 가격 하한을 10년간 보장했다. 시장가가 그 아래로 내려가면 차액을 국가가 메운다. 보조금으로 안 되니 국가가 가격 자체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EU는 핵심원자재법으로 2030년까지 역내 가공 40%라는 기준선을 세웠는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목표치라는 한계가 붙어 있다. 정책 지형 전체는 6편에서 다룬다.

한국 기업들은 드물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염호에 연 2만 5천 톤 규모 수산화리튬 공장을 2024년 10월 준공했고, 광양에서 호주 광석 기반으로 연 4만 3천 톤을 돌리는 체제를 갖췄다. 가격 저점이던 2025년 말에는 지금이 저점이라며 호주 광산 지분과 아르헨티나 염호 증설에 1조 2천억 원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에 연 4만 톤대 니켈 제련소를 지어 2026년 준공과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25년 12월에는 미국 정부와 협력해 테네시에 아연·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을 다루는 10조 원 규모 제련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들 다수는 아직 계획이거나 가동 초기 단계라, 실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서방 다수가 끄는 국면에 한국 소재 기업들이 늘리는 이 선택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가, 5편에서 볼 한국의 자리를 정하는 변수 중 하나다.

병목이 말하는 것

정리하면 이렇다. 정제 병목은 중국의 20년 산업 정책과 서방의 20년 외주가 만나서 만들어졌고, 정제가 화학산업이라는 본질 때문에 굳었다. 전기와 시약과 인력과 시간이 모두 한쪽에 쌓여 있는 상태에서, 광산을 아무리 다변화해도 가공이 한 나라를 거쳐야 하는 구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3편까지 그린 광물의 지도보다 이 정제의 지도가 공급망의 진짜 목줄이고, 수출통제 같은 정책 수단이 광산이 아니라 가공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류에서 보면 이 병목은 부품 공급의 불확실성으로 도착한다. 흑연 수출 허가가 늦어지면 음극재가, 음극재가 늦어지면 셀이, 셀이 늦어지면 배터리팩 교체 부품이 늦어진다. 상류의 병목 하나가 공업사 마당에 서 있는 사고차의 출고일을 늘릴 수 있는 시대다.

다음 편은 한국이다. 광물도 정제도 얇은 나라가 소재와 셀에서 쥔 자리, 그리고 그 자리가 리튬인산철의 시대에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를 본다.

출처

본문에 인용한 수치·통계의 근거는 아래와 같다. 정제 점유율과 집중도는 IEA 원문, 중국 정책사는 싱크탱크 집계와 당시 보도, 개별 공장 사례는 기업 공식 발표와 전문지 보도다. 비용 격차 수치(2.5배, 10배, 50%)는 각각 집계 주체와 범위가 다른 별개의 수치로, 본문에 출처를 나눠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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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 집중도·리드타임

중국의 정책 20년

서방의 후퇴: 사례

정책 전환과 한국의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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