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없이 들어가는 트랙 — 수의계약·투자유치 협약·기업유치 포상금의 세계
산업입지법 시행령 42조의4, 지자체 조례, 의왕시의 3억 원. 법이 열어둔 문이 있는데 사장 대부분이 모른다
이 글은 《산업단지의 지도》 시리즈 7편이다. 앞의 6편까지가 "공고 트랙"을 다뤘다면, 이 편은 공고 밖의 세계다. (→ 6편: 구매 이후)
공고만 보는 사장은 반쪽만 본 것
산단 분양 정보를 찾는 사장들이 통과하는 경로는 보통 이렇다. KICOX 포털 → LH 청약센터 → 지자체 공고 → 부동산 검색. 이 순서만 반복하면 공고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 정보도 없다. 공고가 나오고 청약을 넣으면 경쟁자들과 추첨·심사로 갈린다.
그런데 실제로는 같은 단지에서 같은 시기에, 공고가 나오기 전에 이미 정해진 자리가 있다. 법이 정해둔 트랙이다. 저자가 지자체 투자유치과를 찾아갔을 때 담당 공무원이 한 말이 이랬다. "공고 기다리지 마세요. 협약부터 이야기합시다." 이 대화가 이 편의 출발점이다.
법적 근거 — 산업입지법 시행령 제42조의4 제4항
수의계약은 음성적 거래가 아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2조의4 제4항에 공고 없이 산업시설용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자격이 명시적으로 열거되어 있다.
시행령 제42조의4 제4항에 열거된 카테고리를 실무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외국인투자기업 —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투기업(원칙적으로 외국인투자 지분 10% 이상)
- 투자유치 협약 체결 기업 — 지자체 또는 중앙정부와 MOU로 투자협약을 체결한 기업
- 산업단지 개발계획(관리기본계획)에서 정한 자 — 단지 계획 단계에서 입주 예정자로 특정된 기업. 첨단업종·앵커 협력사 등이 이 경로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 상생형 지역일자리 선정 기업 — 정부 지정 사업
- 산업단지 관리기관이 승인하는 그 밖의 경우
법제처가 이 조항에 대해 별도 유권해석까지 낸 바 있다. 범위가 제도적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뜻이고, 담당 공무원이 재량적으로 거부할 근거가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 정확한 호 번호와 문구는 단지별 관리기본계획과 시행령 원문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 글의 요약은 실무 이해용이다.
지자체 투자유치 협약 — 공고 전에 협상하는 테이블
가장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트랙이다. 거의 모든 광역·기초 지자체가 「기업 및 투자유치 촉진 조례」를 보유하고, 이 조례에 근거해 투자유치 협약(MOU) 을 체결할 수 있다.
협약의 내용:
- 투자 규모·고용 규모 약정
- 지자체가 제공하는 지원 패키지 (보조금·부지·인프라·행정 지원)
- 부지 공급 방식 (수의계약 또는 우선 배정)
이 협약 자체가 자동으로 수의계약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협약이 시행령 제42조의4 제4항의 요건(주로 "개발계획에서 정한 자" 또는 "관리기관 승인")에 편입되어야 비로소 수의계약 근거가 된다. 그러나 협약이 있으면 해당 지자체는 다음 산단 분양에서 해당 기업을 우선 고려하거나, 관리기관과 협의해 공고 없이 부지를 배정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 사실상 "수의계약의 전제"다.
실무 접근:
-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투자유치과·일자리경제과 연락처 확인
- 사업계획서(규모·고용·업종·타임라인) 요약본 들고 방문 예약
- 초기 미팅에서 지자체 유치 우선순위 업종과 나의 업종이 맞는지 확인
- 맞으면 협약 초안 작성 → 수개월 협상 → 서명
저자가 겪은 경험은, 지자체 담당자들이 선제적 방문을 반긴다는 것이었다. 업무 성과가 "몇 개의 기업을 유치했는가"로 평가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먼저 찾아오는 기업은 이들에게도 기회다. 이 구조적 대칭을 이해하면 협상의 공기가 달라진다.
기업유치 포상금 조례 — 공무원·민간인 모두를 움직이는 지렛대
덜 알려진 사실이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기업유치에 기여한 공무원과 민간인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조례를 보유한다.
- 의왕시 (2024년 개정 추진) — 대기업 유치 민간인 3억 원, 공무원 1억 원까지 상향
- 경기도 다수 시·군 — 기업 규모·고용 규모에 비례한 포상금 체계
- 전북특별자치도 — 기업유치 포상 + 기업 지원 인센티브 통합 운영
포상금 조례의 전형적 구조:
- 공무원 포상금 — 유치 담당 공무원 개인 또는 팀 성과급
- 민간 포상금 — 기업 유치에 "기여"한 외부인. 컨설턴트·지역 인사·중개 역할을 한 민간인 포함
- 지급 기준: 투자 규모·고용 창출·지역 기여도 등
사장 입장에서 이 제도가 의미하는 것은 세 가지다.
- 유치과 공무원 개인에게도 성과로 걸린다 — 담당자가 나를 유치하면 본인 급여 바깥의 돈이 걸린다. 협상 동기가 강해진다.
- 나를 소개한 지역 인사에게도 돈이 갈 수 있다 — 지방 네트워크가 실질적 경제 구조로 움직인다.
- 협상 테이블에서 "이게 공무원에게도 성과"라는 구조를 읽는 사장과 모르는 사장의 테이블 매너가 다르다.
포상금 조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 > 자치법규 탭에서 "기업유치 포상" 검색 시 바로 해당 지자체 조례가 나온다. 내가 접촉하는 지자체의 조례 원문을 미팅 전에 반드시 읽어두는 게 기본 준비다.
실제 조합 — 세 트랙이 한 테이블에 앉을 때
트랙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경우의 시나리오:
- 사장이 비수도권 A시 투자유치과 방문, 사업계획서 제시
- A시는 해당 업종이 유치 우선순위와 맞음을 확인, 협약 초안 작성
- 협약 체결 시 A시는 기회발전특구 지정 지역 내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배정
- 지방투자촉진보조금(국비) + A시 조례 보조금 패키지가 함께 붙음
- 유치 담당 공무원에게 포상금이 별도 지급됨
이 시나리오에서 사장이 손에 쥐는 것(모든 조건이 최대치로 맞물릴 때):
- 공고 없이 확보한 부지
- 토지 매입가 일부 보조(지방투자촉진보조금 입지 구간, 지역·업종별 차등)
- 설비투자 일부 보조(설비 구간, 지원특례 시 상향)
- 법인세 5년 100% + 2년 50% 감면 (조특법 제121조의33, ODZ)
- 지방세 감면 (지특법 제78조 등)
실질 부담이 명목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 가지치기: 기회발전특구 완전 해부)
현장 관찰 — 지자체 유치과와의 첫 미팅
- 첫 30분은 사장이 설명하는 시간. 사업 규모·고용·업종·필요 부지.
- 그 다음 30분은 지자체가 유치 대상으로서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시간.
-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담당자는 "타 지자체를 고려해 보시라"고 우회적으로 말한다. 자리를 옮기는 게 맞다.
- 맞으면 담당자가 먼저 "협약 체결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다. 서류 작업이 시작된다.
첫 미팅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특혜를 부탁드립니다" 같은 언어다. 담당 공무원은 재량을 쓸 권한이 없고, 특혜를 부탁받는 순간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 필요한 대화는 "조례상 어느 트랙이 저희에게 해당되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다. 조례 트랙은 공무원의 재량이 아니라 규정이다. 규정을 따르는 건 담당자에게도 안전하다.
요약
- 산업입지법 시행령 제42조의4 제4항이 공고 없이 들어가는 자격을 명시적으로 열거한다.
- 지자체 투자유치 협약(MOU) 은 거의 모든 지자체가 조례로 운영한다.
- 기업유치 포상금은 공무원·민간인 모두를 움직이는 지렛대다.
- 수의계약 + 협약 + 포상금 + 보조금이 한 테이블에 앉으면 실질 부담이 절반 이하가 된다.
- 첫 미팅의 언어는 "특혜"가 아니라 "규정 트랙 확인" 이다.
"산단은 공고문이 전부가 아니다. 법이 열어둔 문을 아는 사장은 공고가 나오기 전에 이미 들어가 있다."
다음이자 마지막 편에서는 이 뒷문 말고도 법이 열어뒀는데 아무도 안 쓰는 나머지 8가지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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