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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대중교통 밸류체인 · 8편 / 9편

홍콩과 일본은 철도로 부동산을 한다

MTR 순이익의 주력은 역 위에 지은 아파트다. 철도가 만든 땅값을 철도가 회수하는 설계

홍정현·2026.11.27
12분 읽기

《대중교통 밸류체인》 시리즈의 8편이다. 7편에서 한국 지하철의 부대수익이 운수수입의 13%에 그치는 것을 봤다. 이번 편은 그 비율이 뒤집힌 도시들을 본다.

서울교통공사가 2025년 8,268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동안, 홍콩의 지하철 운영사 MTR은 2024년 약 158억 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2조원대의 순이익을 냈다. 차이는 운임이 아니다. 홍콩 지하철 요금도 싼 편이고, 운송만 떼어 보면 남는 장사가 아니다. 차이는 MTR의 이익 구성에 있다. 2024년 실적 발표에 따르면 홍콩 내 부동산 개발이익이 102억 홍콩달러로 순이익의 주력이었다. 역 위에 아파트와 쇼핑몰을 지어 파는 회사가 그 수익으로 철도를 굴리는 것이다.

앞의 일곱 편에서 한국 대중교통의 돈이 새는 자리들을 봤다. 차고지 시세차익은 개별 회사 주주에게 가고(5편), 지하철이 만든 역세권 땅값은 역 바깥의 지주들에게 간다(7편). 홍콩과 일본은 같은 돈을 시스템의 재원으로 설계해 넣었다. 이번 편은 그 설계도를 본다.

MTR 모델의 핵심은 개발 전 지가로 땅을 받는 것이다

MTR의 철도 부동산 결합 모델(Rail + Property)은 철도가 만들 땅값 상승을 철도 회사가 미리 사두는 구조다. 절차를 풀면 이렇다. 홍콩 정부는 신노선의 역 부지와 그 상부 개발권을 MTR에 넘기는데, 가격을 "철도가 없는 상태"의 지가로 매긴다. MTR은 민간 개발사와 함께 역 위와 주변에 주택과 상업시설을 짓는다. 노선이 개통되면 그 땅은 "철도가 있는 땅"이 되어 값이 뛰고, 개발 전 지가와 개발 후 가치의 차익이 MTR의 개발이익이 된다. 학술 문헌들이 가치포획(value capture)이라 부르는 방식의 가장 성공한 사례로, 이 차익이 노선 건설비를 회수하는 재원이 된다.

2024년 숫자로 규모를 보면, MTR 실적 발표 기준 총매출 600억 홍콩달러에 순이익 약 158억 홍콩달러, 그중 홍콩 부동산 개발이익이 102억 홍콩달러다. 리액션이 큰 항목이라 해마다 출렁이지만(2024년은 전년 대비 392.8% 증가), 장기로 보면 이 회사 이익의 중심축이다. 여기에 역 상가와 쇼핑몰 임대라는 반복 수익이 받친다. 운송은 이 회사에서 손님을 모아 부동산 가치를 만드는 엔진에 가깝다.

전제 조건을 빼놓으면 안 된다. 홍콩은 토지가 전부 정부 소유이고 정부가 임차권을 파는 도시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개발 전 지가로 땅을 넘기는 것이 가능한 제도적 특수성 위에 이 모델이 서 있다. MTR 지분의 약 75%를 정부가 갖고 있어, 개발이익이 사기업으로 새는 것이 아니라 공공으로 환류한다는 정당성도 확보된다.

일본 사철은 순서를 거꾸로 잡았다

일본 사철의 모델은 철도를 놓기 전에 땅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다. 원형은 한큐 창업자 고바야시 이치조가 20세기 초에 만들었다. 오사카 교외의 싼 농지를 먼저 사들이고, 거기까지 철도를 놓고, 역 중심으로 주택지를 분양한다. 철도가 개통되는 순간 자기가 사둔 땅의 값이 뛰므로, 지가 차익과 신규 승객이 동시에 생긴다. 종점 우메다역에는 백화점을 세워 승객의 소비까지 회수했다. 철도로 수요를 만들고 부동산으로 그 가치를 거두는 순환을 민간 자본이 스스로 완성한 것이다.

이 모델은 일본 대형 사철의 표준이 됐다. 도큐 그룹은 도쿄 남서부 연선에서 주택지 개발과 철도를 함께 키워, 지금은 지주회사가 부동산, 교통, 호텔, 생활서비스를 겸영하며 그룹 수익에서 철도 본업의 비중이 절반 이하다. 사철들은 요금 인가제 아래에서 운송으로 큰 이윤을 내지 못하지만, 연선의 백화점과 주택과 레저 사업이 그 제약을 상쇄한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하나다. 철도가 만드는 외부효과, 즉 역 주변 땅값 상승을 철도 사업자의 내부 수익으로 바꾸는 장치가 시스템 안에 설계되어 있다는 것. 홍콩은 정부의 토지 권한으로, 일본은 민간의 선행 투자로 그 장치를 만들었다.

한국은 왜 이 모델이 아닌가

한국이 이 길로 가지 못한 이유는 시점과 소유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 모델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보인다.

한국 (서울)홍콩 MTR일본 사철
운임 결정지자체, 정치 가격물가 연동 조정 공식인가제, 총괄원가 반영
역세권 지가 상승분역 바깥 지주에게 귀속MTR이 개발이익으로 회수사철이 연선 개발로 회수
적자 처리재정지원(버스), 공사 부채(지하철)부동산 이익으로 내부 상쇄겸업 이익으로 내부 상쇄
부동산의 역할제도의 부산물, 유출 경로설계된 재원설계된 본업

첫째, 시점이 늦었다. 일본 사철의 연선 개발은 철도와 도시가 함께 자라던 시기에 가능했다. 서울 지하철은 이미 지어진 도시 밑을 파고 들어갔다. 노선이 생기기 전에 땅을 사둘 주체도, 살 땅도 없었다. 역세권의 지가 상승은 개통과 동시에 기존 지주들의 자산이 됐다.

둘째, 토지 제도가 다르다. 홍콩처럼 정부가 개발 전 지가로 부지를 넘겨줄 권한이 한국 정부에는 없다. 사유지 수용은 시가 보상이 원칙이고, 공기업에 개발이익을 몰아주는 설계는 특혜 시비를 부른다. 서울교통공사가 차량기지 이전이나 역세권 복합개발을 시도할 때마다 절차가 길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그리고 이 시리즈의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 한국에도 대중교통과 부동산의 연결은 존재한다. 다만 그 연결이 시스템 바깥에 있다. 5편에서 본 차고지가 정확히 그것이다. 버스회사의 차고지 시세차익은 철도가 만든 역세권 가치와 본질이 같은 돈이다. 도시가 팽창하며 교통 인프라 주변 땅값이 오른 것이다. 홍콩은 그 돈을 노선 건설비로 환류시키는 관을 만들었고, 한국은 관이 없어서 그 돈이 개별 회사의 재평가적립금으로 고였다가 사모펀드의 배당으로 빠져나갔다. 같은 물이 설계에 따라 재원이 되기도 하고 유출이 되기도 한다.

설계된 재원과 새는 차익

이 비교의 결론은 "한국도 MTR처럼 하자"가 아니다. 토지 제도의 전제가 달라 그대로 이식할 수 없고, 홍콩 모델은 주택 가격 상승기에 잘 작동하는 모델이라는 유보도 필요하다. 결론은 더 좁고 실용적이다. 대중교통이 만드는 부동산 가치는 어느 도시에나 실재하고, 그 귀속을 설계하지 않으면 기본값은 유출이라는 것. 창동 차량기지 개발이든 공영차고지 복합화든, 한국에서 진행되는 역세권 사업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사업성 이전에 이것이어야 한다. 개발이익이 교통 시스템으로 돌아오는 관이 있는가, 아니면 또 한 번 바깥으로 새는가.

다음 편이 마지막이다. 여덟 편의 구조를 한 장으로 접고, 이 밸류체인이 정비업과 왜 같은 구조인지, 규제 산업에서 사업자는 어디에 서야 하는지로 마친다.

이 시리즈는 격주로 이어진다. 새 글은 뉴스레터로 받아볼 수 있고, 정비·검사 물량이나 제휴 논의는 운산 모빌리티 쪽으로 연락하면 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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