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회사의 진짜 자산은 노선이 아니라 차고지다
보유 비용은 원가표가 대주고 시세차익은 회사가 갖는다. "버스회사는 부동산으로 번다"는 말의 정확한 구조
《대중교통 밸류체인》 시리즈의 5편이다. 4편에서 원가표의 틈이 일상 이윤을 만드는 것을 봤다. 이번 편은 그 이윤과는 규모가 다른 자산, 차고지를 다룬다.
"버스회사는 운송으로는 못 벌고 부동산으로 번다." 업계 바깥에서도 자주 들리는 말이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부정확하다. 버스회사가 부동산 개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문장은 이렇다. 버스회사는 면허 요건 때문에 도시 안에 넓은 땅을 수십 년 보유하게 되고, 그 보유 비용의 상당 부분을 원가표가 대주며, 도시가 팽창하면서 생긴 시세차익은 온전히 회사의 것이 된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그 잠자던 차익을 현금으로 꺼내는 기술이 이 업계에 들어왔다.
이번 편은 그 구조를 순서대로 뜯는다. 차고지가 왜 팔 수 없는 땅이면서 가장 확실한 자산인지, 보유 비용을 누가 대는지, 그리고 장부 속 평가액이 어떻게 주주의 현금이 되는지.
차고지는 면허가 강제한 부동산이다
차고지는 버스회사가 투자 판단으로 산 땅이 아니라 면허가 보유를 강제한 땅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의 면허 심사에서 차고지는 부대시설이 아니라 사업 능력의 증명 요건이다. 보유 대수를 세워둘 면적이 있어야 하고, 용도지역 규제 때문에 아무 땅이나 차고지가 될 수도 없다. 행정사 업계의 실무 해설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듯 신규 차고지 확보는 규제 때문에 어렵고, 그래서 기존 차고지는 대체가 잘 안 되는 자산이다.
시간이 이 강제 보유를 투자로 바꾼다. 수십 년 전 버스회사가 차고지를 잡던 시절, 그 땅은 시 외곽의 싼 땅이었다. 차고지는 소음과 매연 때문에 시내 한복판에 둘 수 없고, 둘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도시가 팽창하면 외곽이 시내가 된다. 노선의 기점이던 변두리 종점 자리가 지하철역세권이 되고 아파트 지구가 된다. 회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장부 밖에서 자산이 자란 것이다. 낮은 취득가와 현재 시세의 간격, 이것이 "부동산으로 번다"는 말의 첫 번째 실체다.
여기까지는 오래된 도심 상가 건물주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이 산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다음 단계다.
보유 비용은 원가표가 대준다
준공영제의 표준운송원가에는 차고지비 항목이 있다. 4편에서 본 보유비의 한 칸이다. 차고지를 임차한 회사는 임차료를 보전받고, 자가 차고지를 가진 회사도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원받는 구조로 운영되어 왔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임차 회사와 자가 회사를 차별하지 않고, 차고지라는 필수 설비의 비용을 원가로 인정하는 것이다.
결과는 취지와 별개로 움직인다. 자가 차고지 보유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땅을 갖고 있는 비용은 세금이 대주고 땅값이 오르는 이익은 자기가 갖는 배치가 된다. 보유 리스크는 공공화되고 보유 수익은 사유화된 것이다. 부동산 투자의 언어로 옮기면, 보유 기간 내내 시 재정이 이자를 대신 내주는 레버리지 없는 토지 투자와 같다.
이 연결이 실재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서울시 자신의 대응이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4년 준공영제 개선안에서 차고지 등 자산을 임의 매각하면 임차료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조치를 내놨다. 팔면 지원을 끊겠다는 말은, 그동안 보유를 지원해왔다는 말이고, 그 지원이 매각 차익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시가 뒤늦게 막으러 나섰다는 말이다. 무엇이 막혔는지를 보면 무엇이 뚫려 있었는지가 보인다.
물론 반대 방향의 사정도 적어둬야 한다. 차고지를 판 회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차량은 어딘가에 세워야 하고, 대개 더 외곽의 땅이나 공영차고지로 간다. 차고지가 멀어지면 공차 운행 거리가 늘고, 늘어난 거리는 운송원가로 잡혀 다시 재정지원을 키운다. 매각 차익은 주주에게 가고 매각의 비용은 원가표를 타고 시민에게 온다. 이 비대칭이 다음 섹션의 주제다.
장부 속 땅값은 어떻게 주주의 현금이 되는가
땅값 상승분이 배당이 되려면 두 개의 관문을 지나야 하고, 최근 이 업계에서 두 관문을 모두 여는 처리가 확인됐다. 첫 관문은 평가다. 수십 년 전 취득가로 잡혀 있는 차고지를 자산재평가하면 장부가액이 시세 수준으로 올라가고, 그 증가분은 재평가잉여금으로 자본에 쌓인다. 여기까지는 흔한 회계다. 문제는 두 번째 관문이다. 재평가잉여금은 자본잉여금에 속해 원칙적으로 배당 재원이 될 수 없다. 실현되지 않은 평가 이익을 주주에게 현금으로 내주는 것을 막는 안전판이다.
그런데 다음뉴스가 보도한 사모펀드 인수 버스회사들의 회계 처리를 보면 이 안전판이 열렸다. 동아운수에서는 배당에 쓸 수 없는 재평가적립금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옮기는 처리가, 도원교통에서는 투자자산 계정을 재분류해 배당 가능 한도를 키우는 처리가 확인됐다. 계정 과목을 옮기는 것만으로 잠자던 땅값이 배당 가능한 돈으로 깨어난 것이다. 실제 현금이 필요하면 차고지 자체를 판다.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선진운수는 사모펀드 인수 이후 보유 토지를 매각해 배당 재원을 마련했다.
이렇게 열린 배당의 규모는 6편에서 자세히 다루지만 숫자 하나만 미리 놓는다. 더스쿠프가 확인한 한 회사는 2019년 당기순이익 22억원에 배당 45억원, 배당성향 204.3%를 기록했다. 순이익의 두 배가 배당으로 나가려면 순이익 바깥의 재원이 있어야 하고, 그 재원이 방금 본 두 관문 뒤에 있던 돈이다.
서울시의 카드가 증명하는 것
서울시가 2024년에 꺼낸 대응 카드들을 나란히 놓으면 이 구조의 지도가 완성된다. 국민일보와 서울경제 보도를 종합하면 조치는 배당성향 100% 이하 제한, 차고지 임의 매각 시 임차료 지원 중단, 외부 자본의 일정 지분 이상 취득 시 사전 협의 의무화다. 세 개의 마개는 각각 배당이라는 출구, 차고지라는 재원, 인수라는 입구에 대응한다. 규제의 모양이 곧 돈이 흐르던 길의 모양이다.
마개의 강도는 별개 문제다. 더스쿠프가 지적하듯 서울시가 실제로 쥔 수단은 평가를 통한 성과이윤 감점 정도이고, 성과이윤을 포기하고 배당을 강행하면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협약은 20년 전에 맺어졌고 4편에서 본 것처럼 개정 절차가 없다.
시야를 넓히면 이 편의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요금과 원가가 모두 통제된 산업에서 통제 밖에 남아 있던 유일한 큰 돈이 땅이었다. 원가표의 틈(4편)이 흐르는 이윤이라면 차고지는 고여 있던 이윤이고, 고인 돈은 그것을 꺼낼 기술을 가진 주인을 부른다. 다음 편의 주인공, 사모펀드다.
이 시리즈는 격주로 이어진다. 새 글은 뉴스레터로 받아볼 수 있고, 정비·검사 물량이나 제휴 논의는 운산 모빌리티 쪽으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