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30억 달러 회사를 비우기까지의 49년
1957년 캘리포니아 뒷마당의 강철 피톤에서 1973년 벤투라 매장, 2011년 "Don't Buy This Jacket" 광고, 2022년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다"까지
이 글은 《뛰어난 기업의 고객관리》 시리즈 19편이다. 17~18편이 손님 커뮤니티를 회사 조직 안으로 들이는 커뮤니티·소속 캠프였다면, 19편부터는 회사가 어떤 가치를 손님과 함께 들고 있는지를 신호로 내보내는 가치·정체성 캠프로 넘어간다. 첫 사례는 파타고니아이고, 20편의 USAA와 렉서스 1989년 리콜이 뒤를 잇는다. 발행 시점 이후 중요한 사실 변동이 확인되면 추후 업데이트한다.
2022년 9월 14일, 30억 달러 회사를 비우다
2022년 9월 14일, 캘리포니아 벤투라의 비공개 의류 회사 파타고니아가 30억 달러 가치의 지분 전부를 창업자 가족 자산에서 떼어 환경 신탁과 비영리 단체로 넘겼다. 그날 발표문의 첫 문장은 짧았다.
"Earth is now our only shareholder."
지구가 이제 우리의 유일한 주주다.
파타고니아 보도자료, 2022년 9월 14일
미국 메인주 출신의 84세 등반가 이본 슈이나드(Yvon Chouinard)가 1973년 캘리포니아 벤투라 산타클라라 거리에 첫 매장을 연 회사를 49년간 운영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가족은 양도 대가로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 과정에서 발생한 약 1,700만 달러의 증여세를 자기 돈으로 냈다. 30억 달러를 손에서 놓으면서 세금 1,700만 달러를 추가로 지출한 거래다.
가치·정체성 캠프는 이 시리즈의 다섯 캠프 가운데 검증이 가장 까다롭다. 광고 문구는 하루면 만들어지지만, 그 문구가 신호로 작동하려면 조건이 셋 붙는다. 회사가 한 방향의 결정을 수십 년간 반복해야 하고, 그중 몇 개는 자기 매출을 깎는 결정이어야 하며, 그 결정이 1차 자료로 확인돼야 한다. 파타고니아를 이 캠프의 첫 사례로 두는 근거는 세 조건이 49년치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 연도 | 결정 | 회사가 부담한 것 |
|---|---|---|
| 1957 | 버뱅크 뒷마당 화로에서 강철 피톤 제작 | 창업 자본 대신 자기 노동 |
| 1970년대 초 | 피톤 생산 중단, 클린 클라이밍 장비로 전환 | 당시 주력 제품 라인 |
| 1973 | 의류 부문 분리, 벤투라에 첫 매장 개업 | 신규 사업 투자 |
| 1985 |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기로 결정 | 적자 해에도 나가는 고정 지출 |
| 2002 | 1% for the Planet 공동 창립 | 인증 조직 설립·운영 |
| 2011 | "Don't Buy This Jacket" 전면 광고 | 광고비 5만 7천 달러와 판매 억제 메시지 |
| 2013 | Worn Wear 출범, 무료 수선과 중고 재판매 | 수선 인력·시설, 신제품 매출과의 충돌 |
| 2022 | 지분 전부를 신탁과 비영리 단체로 이전 | 30억 달러 지분과 증여세 1,700만 달러 |
앞선 18편까지 이 시리즈가 다룬 회사는 리츠칼튼, 자포스, 노드스트롬, 사우스웨스트, 시벨, 세일즈포스, 허브스팟, 테스코, 세븐일레븐 재팬, 아마존, 애플, 코스트코,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할리데이비슨, 레고, 샤오미, 디스코드였다. 모두 손님을 붙잡는 도구를 하나씩 갖고 있었다. 서비스 매뉴얼, 추천 알고리즘, 회비 멤버십, 부도 직전의 회사를 되살린 라이더 클럽 HOG처럼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장치들이다. 파타고니아에는 그런 이름표가 없다. 대신 손익계산서에 매년 비용으로 찍히는 결정들이 있다. 매출과 충돌하는 광고, 평생 수선 약속, 매출 1% 기부, 그리고 소유권 이전. 손님이 이 회사를 신뢰하는 근거는 회사가 무엇을 말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지출했는지에 있다.
1957년 강철 피톤에서 1973년 벤투라 매장까지
이본 슈이나드는 1938년 11월 9일 미국 메인주 르위스턴(Lewiston)에서 프랑스계 캐나다인 가정에 태어났다. 매 사냥꾼 클럽에서 시작해 10대 후반부터 요세미티 등반에 들어갔고, 클라이밍 명사 로열 로빈스(Royal Robbins)·톰 프로스트(Tom Frost)와 함께 벽을 올랐다. 1964년에는 로빈스·프로스트·프랫과 함께 요세미티 엘 캐피탄의 노스 아메리카 월(El Capitan North America Wall)을 처음 오른 팀에 이름을 올렸다.
사업의 출발은 등반이 아니라 대장간이었다. 1957년 그는 캘리포니아 버뱅크의 가족 뒷마당에 석탄 화로(coal-fired forge)를 놓고 강철 피톤(piton)을 직접 두드려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 팔리던 연철 피톤은 바위에 한 번 박고 빼면 형태가 망가져 다시 쓰기 어려웠다. 슈이나드는 강철로 여러 번 쓸 수 있는 피톤을 만들어 냈고, 이것이 Chouinard Equipment의 시작이 됐다. 첫 판매처는 자기 친구와 동료 등반가였다.
회사가 자기 주력 상품을 스스로 없앤 사건은 1970년대 초에 일어났다. 슈이나드가 설계한 피톤이 요세미티 화강암 균열에 반복해서 박히면서 벽을 상하게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그는 피톤 생산을 중단했다. 대신 균열에 쐐기를 박지 않고 끼워 넣기만 하는 보호 장비 Hexentrics와 Stoppers를 내놓고 사업을 clean climbing 쪽으로 옮겼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회사가 자기 판단으로 지운 결정이다. 이 회사의 가치 신호는 광고 카피가 아니라 제품 라인 폐기에서 출발했다.
의류 사업의 씨앗은 1970년 슈이나드가 스코틀랜드 등반 출장에서 사 온 럭비 셔츠였다. 옷감이 거칠어 등반 중에 잘 찢어지지 않았고, 디자인도 등반복으로 어색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그 셔츠를 사 가기 시작하면서 의류가 별도 사업이 됐다. 1973년 슈이나드는 의류 부문을 떼어 Patagonia를 세웠고, 첫 매장 Great Pacific Iron Works가 그해 캘리포니아 벤투라 산타클라라 스트리트에 문을 열었다. 회사 이름은 슈이나드와 더그 톰킨스(Doug Tompkins, 후일 The North Face·Esprit 창업자)가 1968년 캘리포니아에서 남미 파타고니아까지 6개월간 자동차로 이동한 여행에서 따왔다. 로고에는 그 여행에서 본 피츠 로이(Mt. Fitz Roy)의 능선이 들어갔다.
기부가 규칙으로 굳은 해는 1985년이다. 그해 회사는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기로 정했다. 이익이 아니라 매출이 기준이다. 이 차이가 작지 않다. 이익 기준이면 적자가 난 해에 지출이 0이 되고, 이익 규모를 조정하는 회계 재량도 남는다. 매출 기준이면 손실을 낸 해에도 돈이 나가고, 계산 근거를 회사가 흔들 여지가 없다. 규모를 스스로 고정한 만큼 재량을 없앤 규칙이다.
17년 뒤 이 규칙은 외부 회사도 가입할 수 있는 인증 조직으로 확장됐다. 2002년 슈이나드와 블루리본 플라이즈(Blue Ribbon Flies, 웨스트 옐로스톤 낚시점) 창립자 크레이그 매튜스(Craig Mathews)가 몬태나 매디슨 강에서 낚시하다 발상해 1% for the Planet을 공동 창립했다. 가입 회사는 연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기로 약속한다. 누적 인증 기부액은 2024년 시점 8억 7천만 달러를 넘었다. 한 회사의 내부 규칙이 다른 회사들이 가입해 검증받는 제도로 옮겨 간 셈이다.
파타고니아는 왜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 광고를 냈는가
손님이 새 옷을 덜 사게 만들려고 냈다. 자기 매출을 깎는 문장을 광고 지면에 그대로 넣은 것이다. 2011년 11월 25일 블랙프라이데이, 뉴욕타임스 한 면에 회사의 베스트셀러인 R2 회색 지퍼업 플리스 자켓 사진 한 장이 실렸다. 헤드라인은 네 단어였다.
"DON'T BUY THIS JACKET."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
파타고니아 뉴욕타임스 전면 광고 헤드라인, 2011년 11월 25일
본문은 그 자켓 한 벌이 만들어질 때 발생하는 환경 비용을 숫자로 나열했다. R2 한 벌에 물 36갤런(약 136리터)이 들고, 자켓 무게의 24배인 9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나오며, 자켓 무게의 3분의 2가 폐기물로 남는다.
광고 본문의 도입부는 소매업이 쓰는 회계 용어를 그대로 뒤집어 썼다.
"It's Black Friday, the day in the year retail turns from red to black and starts to make real money. But Black Friday, and the culture of consumption it reflects, puts the economy of natural systems that supports all life firmly in the red."
블랙프라이데이는 한 해의 소매업이 적자에서 흑자로 넘어가 진짜 돈을 벌기 시작하는 날이다. 그러나 블랙프라이데이와 그것이 반영하는 소비 문화는 모든 생명을 받치는 자연 시스템의 경제를 분명한 적자로 밀어 넣는다.
파타고니아 광고 본문, 2011년
마지막 문단은 두 문장으로 끝났다.
"Don't buy what you don't need. Think twice before you buy anything."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지 마세요. 무엇을 사기 전에 두 번 생각하세요.
파타고니아 광고 본문 마지막 단락
광고와 함께 발표된 것이 Common Threads Initiative, 5R(Reduce, Repair, Reuse, Recycle, Reimagine) 약속이다. 회사는 자기 옷의 평생 수선과 재판매와 재활용을 맡고, 손님은 정말 필요한 것만 산다는 상호 약속이었다. 광고 비용은 5만 7천 달러였다. 당시 CEO 케이시 시핸(Casey Sheahan)은 후일 인터뷰에서 그 지면의 값을 이렇게 계산했다.
"For that $57,000 ad in The New York Times, we got $40 million to $50 million of free publicity."
5만 7천 달러짜리 뉴욕타임스 광고로 4천만~5천만 달러어치 무료 홍보를 받았다.
케이시 시핸, 당시 파타고니아 CEO
광고비 대비 700배가 넘는 노출을 얻었다는 계산이다. 매출도 따라 움직였다. 광고 후 12개월 동안 회사 매출이 약 30% 늘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2011년 5억 4천만 달러에서 2012년 약 7억 달러다. 다만 파타고니아는 비공개 회사라 이 수치는 회계 자료로 검증된 값이 아니다. Wikipedia를 비롯한 다수 매체가 인용하지만 회사 발표가 아닌 외부 추정이라는 단서를 달고 읽어야 한다.
이 광고를 가치·정체성 캠프의 사례로 두는 근거는 매출이 늘었다는 결과가 아니다. 자기 매출을 깎는 문장을 지면에 넣기로 결정한 과정에 있다. 이사회 멤버 크리스 매크디빗 톰킨스(Kris McDivitt Tompkins)는 광고 직전 회의에서 팔지 말라고 하면서 옷을 파는 것이 모순 아니냐고 물었다.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겔레스가 후일 정리한 기록에 남아 있는 장면이다. 내부에서 그 의문이 제기됐고, 회사는 문안을 고치지 않은 채 그대로 내보냈다.
단발 광고와 지속 신호를 가르는 기준은 이듬해에도 돈을 냈는가에 있다. 파타고니아는 광고 다음 해부터 수선에 매년 비용을 넣기 시작했다.
Worn Wear, 수선을 상설 사업으로 옮기다
2013년 9월 15일 시애틀·팔로알토·포틀랜드·시카고의 파타고니아 매장 네 곳에 중고 의류 섹션이 들어갔고, 그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직전 Worn Wear 캠페인이 정식 출범했다. 매장 화면에는 손님이 자기 옷의 닳은 자국과 수선 자국을 보여 주는 짧은 영상이 나왔다. 새 옷을 파는 매장에서 입던 옷을 더 오래 입으라고 말한 것이다. 출발점은 2012년 키스 멜로이(Keith Malloy)와 로런 멜로이(Lauren Malloy) 부부가 운영하던 동명의 블로그였다.
| 시점 | 추가된 것 | 비용을 낸 쪽 |
|---|---|---|
| 2013년 9월 | 미국 4개 매장에 중고 의류 섹션 | 회사, 매장 면적 |
| 2013년 11월 | Worn Wear 캠페인 정식 출범 | 회사, 마케팅 예산 |
| 2015년 4~5월 | 벤투라에서 보스턴까지 모바일 수선 투어 | 회사, 차량·인건비. 손님은 무료 |
| 2017년 | 중고 거래 온라인 플랫폼 출범, 유럽 확장 | 회사, 플랫폼 운영비 |
| 2019년 | ReCrafted, 자투리 천 재조합 라인 | 회사, 생산 라인 |
2015년 4월 2일 캘리포니아 벤투라를 출발한 Worn Wear 트럭은 5월 12일 보스턴에 닿았다. 짐칸에 Industrial Juki 재봉틀 한 대를 싣고, 옷을 가져온 사람이면 파타고니아 제품이 아니어도 무료로 수선해 줬다. 차량 자체가 캠페인의 내용이기도 했다. 1991년식 닷지 커민스(Dodge Cummins)에 바이오디젤을 넣고, 와인통에 쓰던 적목재로 캠퍼를 짓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충전했다. 차량 디자인은 제이 넬슨(Jay Nelson)이 맡았다. 2017년에는 손님이 입던 옷을 회사에 되팔고 회사가 그것을 다시 파는 온라인 플랫폼이 열렸고, 캠페인이 유럽으로 넘어갔다. 2019년에는 못 쓰게 된 자투리 천을 재조합해 새 옷으로 만드는 ReCrafted가 붙었다.
Worn Wear를 두고 마케팅 도구라는 평가와 진짜 가치 신호라는 평가가 갈린다. 판단 기준을 돈의 방향으로 잡으면 선이 조금 분명해진다. 한 벌을 수선하는 비용은 새 옷을 만드는 원가를 넘는 경우가 잦고, 그 차액은 회사가 떠안는다. 모바일 투어의 차량 운영비와 수선 인력 인건비도 전액 회사 몫이며 손님에게는 무료다. 여기에 더해 이 캠페인은 신제품 매출을 억제하는 메시지를 매년 마케팅 예산으로 사는 셈이다. 현금 지출과 매출 억제가 한 방향으로 겹친다.
한 번의 광고는 마케팅이고, 13년째 비용을 계속 내는 운영은 신호다. 둘을 가르는 것은 의도가 아니라 지속 기간과 누적 지출이다. 회사가 언제든 예산에서 뺄 수 있었는데 빼지 않았다는 사실만 남기 때문이다.
수선 실적은 출처마다 숫자가 갈려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 회사 발표 기준으로 누적 13만 건 이상이 수선됐고, 다른 보도는 전 세계 70여 개 수선 센터에서 연 10만 건대가 처리된다고 적었다. 북미 최대 의류 수선 시설은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 있다. 수치가 흔들려도 시설과 인력이 실물로 존재한다는 점은 흔들리지 않는다.
파타고니아는 왜 회사를 환경 신탁에 넘겼는가
상장도 외부 매각도 회사가 49년간 지켜 온 방향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14일 미국 동부 시간 오전, Patagonia Works가 보도자료를 냈고 슈이나드 본인의 공개 서한도 회사 사이트에 함께 올라왔다. 서한의 핵심 문장이 이 글 도입부에 인용한 문장이다. 서한에는 그의 이력을 요약한 문장도 있었다.
"I never wanted to be a businessman. I started as a craftsman, making climbing gear for my friends and myself, then got into apparel."
나는 사업가가 되고 싶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장인으로 시작했다. 친구들과 나 자신을 위해 등반 장비를 만드는 사람으로. 그리고 의류 사업으로 들어왔다.
이본 슈이나드, 2022년 9월 14일 공개 서한
이어지는 대목에서 그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의 규모를 목격한 뒤로 사업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도구로 회사를 써 왔다고 적었다.
양도 구조는 두 칸으로 나뉜다. 첫째는 Patagonia Purpose Trust다. 회사 주식의 약 2%를 갖는 신탁인데, 이 2%가 의결권 전부를 담고 있다. 이본, 부인 말린다(Malinda), 아들 플레처(Fletcher), 딸 클레어(Claire)가 신탁의 의사결정 장치에 들어가 있고, 임무는 하나로 좁혀졌다. 회사가 환경·기후 목표를 운영의 앞자리에 두는지 감시하는 일이다. 둘째는 Holdfast Collective다. 비의결권 주식 약 98%를 갖는 미국 세법 501(c)(4) 비영리 단체다. 회사는 매년 영업이익에서 사업 재투자분을 뺀 나머지를 배당으로 보내고, Holdfast가 그 돈을 환경·기후 단체에 나눈다. 회사는 연 약 1억 달러 규모의 흐름을 예상했다.
지분과 의결권을 갈라 놓은 설계가 이 거래의 핵심이다. 돈은 98%가 비영리로 흐르고, 방향을 정하는 권한은 2%에 남는다. 배당을 받는 쪽은 경영을 흔들 수 없고, 경영 방향을 정하는 쪽은 배당을 가져가지 않는다. 상속이나 매각으로 지분이 움직여도 의결권 구조는 신탁 안에 묶여 있으므로, 회사의 방향이 다음 세대의 취향에 따라 바뀔 여지가 좁아진다.
회사 가치는 약 30억 달러로 추정됐다.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겔레스 기자의 보도 기준이다. 가족은 그 30억 달러를 자기 자산에서 지우면서 이전 과정의 증여세 약 1,700만 달러를 따로 냈다. 슈이나드는 같은 보도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We're making Earth our only shareholder. I am dead serious about saving this planet."
지구를 우리의 유일한 주주로 만들고 있다. 나는 이 행성을 살리는 일에 죽도록 진지하다.
이본 슈이나드, 뉴욕타임스 인터뷰
이 구조에 닿기 전에 회사는 두 가지 길을 검토하고 접었다. 하나는 상장이다. 슈이나드는 서한에서 상장이 회사의 책임을 단기 주가에 묶는 결정이라고 적었다. 49년간 쌓아 온 방향이 분기 실적 압박에 흔들리게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외부 매각인데, 회사가 가진 방향을 인수자가 지킨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이유로 접었다. 두 길을 지운 뒤 남은 것이 의결권과 배당을 따로 묶는 이전 구조였고, 그 결과가 매년 1억 달러 규모의 환경 단체 자금 흐름이다.
이후 운영은 라이언 겔러트(Ryan Gellert)가 CEO로 이어 가고 있다. 이사회에는 슈이나드 가족 외에 크리스 톰킨스(Doug Tompkins의 부인이자 환경운동가), 댄 에밋,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 박사, 찰스 콘(의장)이 들어가 있다. 본사는 캘리포니아 벤투라 그대로이고 직원은 약 3,000명대다. 비공개 회사라 정확한 매출은 공개되지 않지만 외부 추정은 약 15억 달러대로 잡힌다. 양도 이후에도 매출 자체는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다.
한국 시장에서 이 회사의 크기
한국에서 파타고니아의 사업 규모는 작다. 패션 유통사 네오미오(대표 조용노)와의 합작으로 파타고니아 코리아가 운영을 맡고 있고, 정확한 진출 시점은 1차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매장 정보를 기준으로 2024년 시점의 유통 채널은 아래와 같다.
| 채널 | 곳 | 비고 |
|---|---|---|
| 직영점 | 3 | 도봉산점·가로수길점·성수동점 |
| 백화점·아웃렛 위탁점 | 13 | 유통사 매장 안에 입점 |
| 편집숍 | 5 | 타사 매장에 병행 진열 |
| 아울렛 | 1 | 재고 소진 채널 |
| 합계 | 22 | 2024년 매장 정보 기준 |
성수동점은 2022년 12월 8일에 5년 만의 세 번째 직영점으로 열었다. 2023년 10월 13일에는 신세계 강남과 롯데 잠실에 파타고니아 키즈 모노 스토어가 문을 열었는데, 회사가 전 세계에서 처음 낸 어린이 단독 매장이 한국에 선 것이다. 한국 시장 매출은 2022년 약 760억 원, 2024년 약 845억 원이었다. 글로벌 추정 매출 15억 달러대와 비교하면 한국 비중은 크지 않다.
한국에는 회사보다 창업자 이름이 먼저 들어와 있었다. 24~25세의 이본 슈이나드가 1962~1963년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면서 북한산과 인수봉, 도봉산을 올랐고, 인수봉에 쉬나드 A 코스와 쉬나드 B 코스 두 개를 개척했다. 두 코스 이름은 지금도 한국 등반사에 그대로 남아 있다. 회사가 한국에 1996~1997년쯤 들어오기 30년 전, 창업자 본인의 이름이 먼저 한국 암벽에 붙어 있었던 셈이다. 회사 양도 시점에서 세면 60년 전 일이다.
30억 달러라는 반론
여기까지 읽고 나올 만한 반론이 하나 있다. 파타고니아는 자산이 30억 달러였기 때문에 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매출 1%를 매년 내는 규칙도, 수선을 무료로 해 주는 운영도, 마진이 두꺼운 아웃도어 의류 회사라서 감당된다. 월 순익 300만 원인 가게가 매출의 1%를 매년 낸다면 그것은 순익에서 훨씬 큰 비율을 떼는 일이다. 슈이나드는 24세에 요세미티를 오르고 84세에 회사를 내놓았지만, 대부분의 사장은 자기 가게를 담보로 대출을 끼고 있다.
이 반론은 대체로 맞다. 파타고니아의 결과를 그대로 옮기려는 시도는 실패한다. 자산 규모가 다르고, 원가 구조가 다르고, 버틸 수 있는 적자 기간이 다르다. 매출 1% 기부를 흉내 내다 현금이 마르면 그것은 가치 신호가 아니라 폐업의 원인이다.
다만 반론이 맞다고 인정한 뒤에도 남는 지점이 있다. 슈이나드가 처음 자기 매출을 지운 시점은 회사가 컸을 때가 아니다. 1970년대 초 피톤 생산을 중단한 결정은 회사의 주력 상품을 끊은 것이었고, 그때 파타고니아는 아직 의류 회사도 아니었다. 뒷마당 화로에서 시작한 장비 회사가 자기가 팔던 물건이 바위를 상하게 한다는 이유로 그 물건을 접었다. 30억 달러를 비운 2022년의 결정은 그 순서의 끝에 있는 것이지 시작이 아니다. 자산이 커진 뒤에 관대해진 회사가 아니라, 작을 때 매출원을 끊어 본 회사가 커진 다음에도 같은 방식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작은 가게가 가져갈 것은 기부 비율이 아니라 순서다. 자기 매출을 깎는 결정을 처음 내리는 시점이 언제인가. 그리고 그 결정에는 대체로 현금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 지금 안 바꿔도 된다고 손님에게 먼저 말하는 일, 아직 쓸 수 있는 부품을 그대로 두고 돌려보내는 일, 우리 가게보다 저쪽이 싸다고 알려 주는 일. 여기서 나가는 비용은 그 건의 매출뿐이고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없다. 파타고니아가 광고에 쓴 5만 7천 달러보다 훨씬 싼 결정이다.
대신 이 결정은 한 번으로는 아무 신호도 되지 않는다. 손님이 그것을 재는 척도는 반복 횟수다. 한 번이면 그날의 서비스이고, 3년간 같은 상황에서 같은 답이 나오면 그때부터 가게의 성격이 된다. 파타고니아가 49년을 들여 만든 것도 결국 그 반복이다. 매출 1% 기부는 1985년부터, 무료 수선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건너뛰지 않았다는 기록이 30억 달러 양도의 신빙성을 만들었다. 순서를 뒤집어 보면 이렇게 된다. 회사를 비울 수 있어서 49년간 그 결정을 반복한 것이 아니라, 49년간 반복했기 때문에 회사를 비우는 결정이 마지막 항목으로 성립했다.
20편에서는 이 캠프의 나머지 두 사례, USAA와 렉서스의 1989년 리콜을 본다. 손님이 회사를 신뢰하는 근거가 어디까지 검증될 수 있는지를 두 회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 준다.
출처
책
- Chouinard, Yvon. Let My People Go Surfing: The Education of a Reluctant Businessman. Penguin Press, 2005. (2006 페이퍼백, 2016 10주년 개정판 — Foreword by Naomi Klein.) https://www.penguinrandomhouse.com/books/536777/let-my-people-go-surfing-by-yvon-chouinard-foreword-by-naomi-klein/
Patagonia 공식
- Patagonia Works. "Patagonia's Next Chapter: Earth is Now Our Only Shareholder" (2022-09-14). https://www.patagoniaworks.com/press/2022/9/14/patagonias-next-chapter-earth-is-now-our-only-shareholder
- Patagonia. "A Letter from Yvon Chouinard" (2022-09-14). https://www.patagonia.ca/stories/planet/activism/a-letter-from-yvon-chouinard/story-127258.html
- Patagonia. "Don't Buy This Jacket, Black Friday and the New York Times." https://www.patagonia.com/stories/planet/activism/dont-buy-this-jacket-black-friday-and-the-new-york-times/story-18615.html
- Patagonia. "Announcing Worn Wear" (2013). https://www.patagonia.com/stories/culture/worn-wear/better-than-new-fashion-week-new-york-times-worn-wear-patagonia-common-threads-partnership/story-18043.html
- Patagonia Works. "Patagonia Mobile Worn Wear Tour: If It's Broke, Fix It" (2015-03-31). https://www.patagoniaworks.com/press/2015/3/31/patagonia-mobile-worn-wear-tour-if-its-broke-fix-it
- Patagonia. "Our Quest for Circularity." https://www.patagonia.com/stories/planet/our-footprint/our-quest-for-circularity/story-96496.html
- Patagonia Worn Wear. https://wornwear.patagonia.com/
- Patagonia Korea. https://www.patagonia.co.kr/
- Patagonia Korea. "이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입니다." https://www.patagonia.co.kr/ownership/
보도
- CNBC. "Why Patagonia's Billionaire Founder Gave Away His $3 Billion Company" (2022-09-15). https://www.cnbc.com/2022/09/15/yvon-chouinard-donates-patagonia-to-fight-climate-change-protect-land.html
- Retail Dive. "Patagonia Founder Transfers Ownership: 'Earth is Now Our Only Shareholder'" (2022-09-15). https://www.retaildive.com/news/patagonia-founder-transfers-ownership-earth-shareholder/631893/
- Al Jazeera. "Patagonia Owner Yvon Chouinard Gives Company Away to Save Planet" (2022-09-15). https://www.aljazeera.com/news/2022/9/15/patagonia-owner-yvon-chouinard-gives-away-company-to-save-planet
- Gelles, David. "The Secret History of 'Don't Buy This Jacket'." Substack, 2024. https://davidgelles.substack.com/p/the-secret-history-of-dont-buy-this
- Adweek. "Ad of the Day: Patagonia" (2011-11-28). https://www.adweek.com/brand-marketing/ad-day-patagonia-136745/
1% for the Planet
- 1% for the Planet 공식. "About." https://onepercentfortheplanet.org/about
한국
- 다음뉴스 (2023-10-13). "美브랜드지만 미국엔 없는 매장…한국 상륙한 특별한 이유." https://v.daum.net/v/20231013220102541
- 패션포스트. "파타고니아 코리아, 성수동에 3번째 직영 매장 오픈" (2022-12). http://fpost.co.kr/board/bbs/board.php?wr_id=4101&bo_table=newsinnews
- 패션포스트. "파타고니아, 한국에서 '키즈 모노 스토어' 첫 오픈" (2023-10). https://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newsinnews&wr_id=6056
백과
- Wikipedia. "Patagonia, Inc." https://en.wikipedia.org/wiki/Patagonia,_Inc.
- Wikipedia. "Yvon Chouinard." https://en.wikipedia.org/wiki/Yvon_Chouinard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은 것
- 광고 후 12개월 매출 30% 증가는 회사가 비공개라 회계 자료로 확인할 수 없다. 다수 매체가 인용하지만 외부 추정이므로 본문은 보도된 추정으로만 적었다.
- Worn Wear 누적 수선 건수는 출처마다 숫자가 갈린다. 본문은 회사 발표 기준 13만 건 이상과 다른 보도의 연 10만 건대를 함께 적었다.
-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정확한 진출 연도는 1차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다. 본문은 네오미오와의 합작 운영 사실까지만 적었다.
- 파타고니아 직원 수는 자료마다 3,000명에서 3,800명까지 갈린다. 본문은 약 3,000명대로 적었다.
- 매년 1억 달러 규모의 환경 단체 기부는 회사와 Holdfast의 추정치다. 영업이익에 따라 변동하고, 양도 이후 실제 분배액은 공시로 확인되지 않았다.
- "Patagonia" 사명의 어원은 슈이나드와 더그 톰킨스의 1968년 6개월 자동차 여행에서 따왔다는 회사 설명까지만 적었다.
- Atlassian이 1% for the Planet 회원이라는 통설은 확인되지 않는다. Atlassian은 별개 조직 Pledge 1%의 창립 멤버다.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