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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경험 (CX)
고객 경험 (CX) · 뛰어난 기업의 고객관리 · 21편 / 21편

한국 기업이 한 캠프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

신라호텔의 매뉴얼 함정에서 동화약품 122년 활명수까지, 한국 100년 기업 10~17개와 상속세 50%가 만드는 시장의 형태

홍정현·2025.11.18
23분 읽기

이 글은 《뛰어난 기업의 고객관리》 시리즈 21편이자 마지막 편이다. 1~4편이 단어와 공식의 정의, 5편이 다섯 캠프 지형, 6~9편이 접점·재량 캠프, 10~12편이 데이터·파이프라인 캠프, 13~16편이 제품·인터페이스 캠프, 17~18편이 커뮤니티·소속 캠프, 19~20편이 가치·정체성 캠프였다. 21편은 5편이 깔아 둔 다섯 캠프 위에 한국 기업을 다시 올린다. 5편이 던져 놓고 답하지 못한 세 질문을 6편부터 20편까지 쌓인 사례로 되받는 회수편이다. 발행 시점 이후 중요한 사실 변동이 확인되면 추후 업데이트한다.

5편이 답하지 못하고 남긴 세 질문

5편 「지형편」은 다섯 캠프에 한국 기업을 매핑한 표 한 장으로 수렴했고, 그 표는 정리보다 질문을 더 많이 남겼다.

캠프미국·일본 사례한국 후보
접점·재량리츠칼튼·자포스·노드스트롬·사우스웨스트신라호텔(매뉴얼 함정), 컬리(이탈 응대)
데이터·파이프라인세일즈포스+시벨·허브스팟·테스코·세븐일레븐 재팬현대카드, 쿠팡
제품·인터페이스아마존·애플·코스트코·넷플릭스+스포티파이카카오뱅크, 토스
커뮤니티·소속할리데이비슨·레고+샤오미+디스코드무신사, 당근
가치·정체성파타고니아·USAA+렉서스 1989배달의민족(보류), 오뚜기(보류)

표를 채우는 동안 세 군데가 걸렸다. 첫째, 한국 회사들이 한 캠프에 깔끔하게 들어가지 않는다. 컬리·쿠팡·토스가 두 캠프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왜? 둘째, 접점·재량 캠프의 한국 대표가 약하다. 신라호텔의 2011년 한복 거절 사건이 매뉴얼 함정의 자국이고 컬리의 손편지 응대가 가장 가까운 사례지만, 일관 정책으로 검증된 1차 자료가 좁다. 왜? 셋째, 가치·정체성 캠프는 한국에서 거의 비어 있다. 50년이나 100년 단위로 한 가지 신호를 들고 있는 한국 회사가 손에 꼽힌다. 왜?

6편부터 20편까지 미국·영국·일본·덴마크·중국 회사 열네 곳을 한 편에 한두 곳씩 봤다. 리츠칼튼의 2,000달러 재량, 허브스팟의 인바운드 파이프라인, 아마존의 원클릭, 라이더 클럽 HOG로 부도 직전에서 회복한 할리데이비슨, 파타고니아의 환경 신탁. 21편은 그 열다섯 편이 남긴 비교 대상을 도구로 써서 한국 기업 열두 곳을 다시 읽는다. 답은 세 방향에서 나온다. 인구 5,100만이라는 시장 규모, 매뉴얼을 직원 재량의 출발점이 아니라 손님 분류 규칙으로 쓰는 서비스업 관행, 그리고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잘라 내는 경영의 시간 단위다.

신라호텔의 매뉴얼은 왜 직원 재량을 만들지 못했는가

매뉴얼이 직원이 판단할 여백을 비워 두는 대신, 손님을 분류하는 규칙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접점·재량 캠프의 한국 대표가 약한 이유가 이 한 문장에 들어 있다.

신라호텔의 2011년 4월 12일 한복 거절 사건은 5편에서 한국경제 칼럼을 인용하며 "매뉴얼의 함정"으로 정리됐다. 21편에서 한 단계 더 풀면 사후 처리가 드러난다. 사건 다음 날인 4월 13일 호텔신라가 공식 사과문을 냈고, 이부진 사장이 직접 한복 디자이너의 자택을 찾아가 사과했다.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가 자기 회사 매뉴얼이 만들어 낸 응대를 본인 발로 닫은 처리였다. 서울신라호텔은 그 뒤로도 Forbes Travel Guide 5성 등급을 8년 연속(2019~2026) 유지하고 있다. 운영 수준 자체가 낮은 호텔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사과로 닫힌 사건이 이듬해에 다시 열렸다. 2012년 7월 신라호텔 EFL층 객실에 일본 유카타가 비치되어 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한복은 막고 유카타는 비치"라는 비판이 붙었다. 호텔 측은 한복 자락을 다른 손님이 밟아 넘어질 수 있다는 안전 사유로 한복 출입을 막았다고 해명했지만, 객실에 놓인 유카타는 그 안전 논리가 옷 전체가 아니라 특정 복식에만 적용됐다는 증거가 됐다. 사장의 사과가 닫은 것은 한 건의 응대였고, 그 응대를 만들어 낸 분류 규칙은 문서에 그대로 남아 다른 접점에서 다시 나타났다.

시점일어난 일회사 대응
2011-04-12한복 차림 손님의 뷔페 입장 거절한복 자락 안전 사유로 설명
2011-04-13여론 확산공식 사과문 발표, 이부진 사장이 디자이너 자택 방문
2012-07EFL층 객실 유카타 비치 보도한복 금지와의 형평 논란 재점화
2019~2026Forbes Travel Guide 5성 8년 연속등급 운영은 유지

6편 리츠칼튼과 나란히 놓으면 갈림길이 분명해진다. 리츠칼튼은 직원 한 사람이 손님 한 건의 문제를 풀기 위해 매니저 승인 없이 즉시 쓸 수 있는 한도를 2,000달러로 잡았고, 신입 1년 차에 250시간을 교육에 넣어 매뉴얼을 직원 자신의 정체성 발화로 옮겼다. 문서가 직원에게 넘긴 것은 판단 범위였다. 신라호텔의 매뉴얼은 반대편에 있었다. "한복은 안전 위험"이라는 분류가 문서에 박혀 있고 직원은 그 분류를 집행한다. 한복 디자이너가 자기 작품을 입고 왔다는 사정이 들어올 통로가 문서 안에 없었다. 매뉴얼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응대 결과가 정반대로 갈린다는 증거가 이 두 호텔 사이에 있다.

접점·재량 캠프의 또 다른 한국 후보가 컬리였다. 5편은 비즈한국 2023년 보도, 이탈 고객에게 컬리 고객센터가 직접 전화를 걸고 직원 손편지를 보낸다는 내용을 1차 자료로 인용하며 컬리를 2조 원대 매출의 IT 인프라와 이탈 손님 손편지 사이에 걸친 회사로 정리했다. 21편에서 추가로 검증한 결과, 그 보도 밖에서 "전 박스 손편지" 수준의 일관 정책을 확인할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손편지가 이탈 고객 한정 응대인지 상시 운영인지가 외부에서 판별되지 않는다. 회사가 실제로 움직인 방향은 오히려 반대편이다. 컬리는 2024년 7월 무료 회원제 컬리러버스를 폐지하고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로 단일화했다. 손님을 응대로 붙잡는 쪽이 아니라 결제 구조로 묶는 쪽, 데이터·파이프라인 캠프 쪽으로 한 발 더 옮긴 결정이다.

접점·재량 캠프의 한국 대표가 약한 이유는 두 층으로 갈라진다. 첫 층은 매뉴얼의 용도다. 리츠칼튼의 2,000달러 권한은 문서가 비워 둔 공백에서 작동하지만, 한국 호텔·서비스업의 매뉴얼은 그 공백을 분류로 채운다. 직원이 손님 한 사람의 사정에 자기 판단으로 응대할 범위가 문서 단계에서 이미 좁혀져 있다. 접점 직원의 재량을 넓히는 결정은 사고 위험을 회사가 떠안는 결정이기도 해서, 응대 한 건이 곧바로 여론 사건으로 번지는 시장에서는 매뉴얼을 조이는 쪽이 합리적 선택으로 보인다. 신라호텔의 안전 사유 해명이 정확히 그 논리 위에 서 있었다.

둘째 층은 시장 크기다. 미국 인구는 약 3억 3천만, 일본은 약 1억 2천만, 한국은 약 5천만이다. 한 카테고리에서 미국 회사가 접점 하나에 자원을 몰아넣고도 매출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그 접점을 지나갈 사람 수가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컬리가 이탈 고객 손편지만으로 2조 원대 매출을 지탱할 수는 없다. 양다리는 마케팅 취향이 아니라 인구에서 나온 계산이다.

현대카드의 1조 원과 카카오뱅크의 2,624만, 그리고 토스의 삼중 부담

데이터·파이프라인 캠프와 제품·인터페이스 캠프에서 한국 회사 네 곳 중 한 곳만 단일 캠프에 들어간다. 카카오뱅크다. 나머지 셋은 두세 개 캠프를 동시에 굴린다.

현대카드가 데이터·파이프라인 캠프에 가장 가깝게 들어가 있다. 정태영 부회장이 약 10년간 영업이익의 30%를 누적한 결과 1조 원 이상이 AI·데이터에 투자됐고, 그중 5,000억 원이 데이터 아키텍처 구축에 들어갔다. 정태영 본인의 표현은 이렇다.

"AI 시대 진짜 승부수는 데이터 설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자체 거대 언어 모델(LLM)을 만드는 결정보다 데이터를 어떤 구조로 쌓아 둘지 정하는 결정이 먼저라는 뜻이다. 임직원 4명 중 1명이 개발자·데이터 사이언티스트다. 삼성카드가 약 13%인 것과 견주면 한국 카드 업계에 비교 상대가 없는 비율이다. 결과는 2024년 신용판매액 1위였다. 166조 2,688억 원으로 신한카드를 0.02%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다만 이 회사가 쥔 PLCC(특정 기업과 협업해 발행하는 카드) 시장 점유율 78%(2024년 5월 기준)는 흔들리는 중이다. 스타벅스가 삼성카드로, 배달의민족이 신한카드로 옮겨 갔다. 한국 데이터 캠프의 대표 사례가 정태영 한 사람의 결단에서 나왔고, 그 결단의 성과가 파트너 이탈이라는 외부 변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쿠팡은 데이터·파이프라인과 제품·인터페이스 두 캠프를 겹쳐 쓴다. 5편이 김범석의 2021년 3월 NYSE 상장 직후 CNBC 인터뷰를 인용했다. "Wow 경험을 전달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였다. 21편에서 한 단계 더 보면 그 단어가 가격 인상을 견뎌 냈다. 2024년 12월 와우 멤버십 월 요금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렸는데도 회원이 1,400만에서 1,500만으로 늘었다. 김범석은 2024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그해 약 40억 달러(약 5조 8천억 원)를 멤버십 혜택 확장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인상분을 회원 혜택으로 되돌리는 계산이다. 새벽배송이라는 인터페이스 자국과 와우 멤버십이라는 파이프라인 자국을 "Wow"라는 단어 하나가 동시에 받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제품·인터페이스 캠프에 깔끔하게 들어간다. 5편이 인용한 수치는 출범 직후였다. 5일 만에 가입자 101만(2017-07-31), 1년 만에 633만, 8초당 1명 가입. 21편 시점의 수치는 단위가 다르다. 2024년 말 누적 고객 2,488만 명, 2025년 3분기 말 2,624만 명이다.

카카오뱅크 누적 고객 계단. 2017년 7월 101만에서 2018년 633만, 2024년 말 2,488만, 2025년 3분기 말 2,624만으로 한국 인구 약 5,100만의 절반까지

2024년 영업이익 6,069억 원(전년 대비 26.8% 증가), 당기순이익 4,401억 원으로 역대 최대, MAU 1,890만이었다. 토스(약 2,000만)에 이은 2위지만 은행 단일 앱으로 이 규모를 만든 곳은 한국에 여기뿐이다. 카카오뱅크가 캠프 하나에 머물 수 있었던 이유는 은행업 인가라는 진입 장벽이 깊이를 대신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경쟁자 수가 규제로 묶이면 좁은 시장에서도 한 회사가 확보하는 몫이 커진다. 인구가 적어도 인가 하나가 그 부족분을 메운다.

토스는 셋을 동시에 든다. 2025년 7월 말 슈퍼앱 누적 가입자 3천만 명을 돌파했고, 2025년 상반기 MAU 약 1,977만으로 한국 11위 앱이다. 이승건 대표가 2025년 2월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용 빈도를 공개했다.

"사용자들은 토스 앱을 한 달에 240번 열고 2시간 넘게 체류한다."

이승건 토스 대표, 2025년 2월 10주년 기자간담회

한 달 240번은 인터페이스 의존의 지표다. 여기에 토스피드라는 콘텐츠 채널이 붙어 누적 5천만 뷰(2024년 7월 시점)를 만들었고,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문화로 결정 단위를 한 사람까지 좁히는 조직 운영이 얹힌다. 인터페이스와 데이터와 콘텐츠를 한 회사가 함께 굴린다. 캠프를 고르지 않는 대신 셋을 다 감당하는 비용을 회사가 진다.

회사5편이 놓은 캠프21편에서 확인된 수치실제 배치
현대카드데이터·파이프라인AI·데이터 누적 투자 1조 원 이상, 데이터 아키텍처 5,000억 원, 개발·데이터 직군 약 25%단일에 가장 근접
쿠팡데이터·파이프라인와우 월 4,990원에서 7,890원(2024-12), 회원 1,400만에서 1,500만, 2024년 혜택 투자 약 40억 달러데이터·인터페이스 양다리
카카오뱅크제품·인터페이스누적 고객 2,624만(2025년 3분기 말), 2024년 영업이익 6,069억 원, MAU 1,890만단일
토스제품·인터페이스누적 가입자 3,000만(2025-07), MAU 약 1,977만, 앱 실행 월 240회인터페이스·데이터·콘텐츠 삼중

5편의 첫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서 나온다. 한국 회사가 캠프 하나에 안 들어가는 이유는 인구 5,100만 시장에서 한 캠프의 깊이만으로는 매출 총량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들은 캠프를 고를 여유가 있었다. 쿠팡이 새벽배송 인터페이스만으로, 토스가 송금 화면만으로 지금 규모의 매출을 만들 시장이 한국에는 없다. 양다리는 약점이 아니라 시장 규모가 강제한 배치다. 카카오뱅크가 예외인 이유도 실력이 아니라 인가라는 제도 조건에 있다.

무신사와 당근은 왜 좁은 시장에서도 흑자를 냈는가

커뮤니티가 인구에 비례하지 않는 매출을 만들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소속 캠프는 한국 회사가 미국·일본 회사에 밀리지 않는 유일한 캠프다.

무신사의 출발점은 2001년 경남 통영의 한 고등학생이었다. 조만호가 프리챌에 연 동호회 이름이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었다. 5편이 인용한 대목이 거기까지다. 21편에서 이어 보면 그 동호회가 2024년에 흑자로 환산됐다. 영업이익 1,028억 원, 전년의 86억 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이다. 매출은 1조 2,4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1% 성장했고, 거래액 4조 5천억 원, 누적 회원 1,600만 명이다. 2003년 무신사닷컴과 2005년 무신사 매거진에서 여기까지 24년이 걸렸다.

매출 구성이 이 회사의 성격을 보여 준다.

무신사 2024년 매출 구성 가로 누적 막대. 수수료 4,851억, 상품 3,760억, 제품 3,383억, 그 외 433억

수수료 4,851억 원은 입점 브랜드가 낸 돈이고, 상품 3,760억 원과 제품 3,383억 원은 무신사가 직접 파는 물건에서 나온다. 남의 브랜드를 모아 주고 받는 돈과 자기가 만든 물건을 팔아 버는 돈이 한 손익계산서 안에 비슷한 크기로 들어와 있다.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회사가 유통 플랫폼과 제조사를 겸하게 되는 경로다. 17편 할리데이비슨이 1983년 1월 1일 HOG를 출범시켜 라이더 커뮤니티를 회사 조직 안으로 들인 결정과 방향이 겹친다. 다른 점은 순서다. 할리는 부도 직전에 커뮤니티를 꺼내 들었고, 무신사는 커뮤니티에서 회사를 만들었다.

당근은 2015년 7월 카카오 출신 김용현·김재현이 사내 중고품 게시판에서 시작한 "판교장터"였다. 2024년 매출 1,8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8% 성장했고 영업이익 376억 원, 창사 8년 만의 첫 연간 흑자다. 2024년 11월 MAU 2,000만을 넘었고 누적 가입자는 4천만, 2025년 상반기 기준 4,300만이다. 한국 인구 약 5,100만 명의 약 39%가 한 달에 한 번 당근을 연다.

해외에서는 속도가 다르다. 일본·캐나다·미국·영국 4개국 1,400여 지역에 'Karrot' 브랜드로 진출했고 2024년 캐나다 MAU가 전년 대비 3배, 일본은 3.5배 늘었다. 성장률은 높지만 캐나다 누적 적자에 2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는 보도가 나란히 나왔다. "동네"라는 단위가 한국 밖에서 곧바로 매출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신호다. 18편 레고가 어른 팬 커뮤니티를 14년에 걸쳐 회사 안으로 들인 경로와 비교하면, 당근은 동네라는 단위 하나로 8년 만에 흑자에 도달했다.

커뮤니티가 한국에서 강한 이유는 계산이 단순해서다. 한 동네 단골 1,000명이 자기들끼리 거래하는 데서 광고 매출이 생긴다. 이 매출은 전국 인구가 5천만이든 3억이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 3.3억 인구를 놓고 도는 할리·레고·샤오미와 한국 5천만을 놓고 도는 무신사·당근 사이에서, 인구 차이가 매출 차이로 그대로 옮겨 가지 않는다. 접점·재량 캠프에서 한국 회사가 밀린 구조와 정확히 반대다.

가치·정체성 캠프가 한국에서 비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100년 단위로 한 신호를 들 회사 자체가 적고, 상속세가 그 신호의 시간 단위를 잘라 내기 때문이다.

5편이 배민과 오뚜기를 보류로 처리한 판단은 21편에서도 유지된다. 배달의민족은 김봉진이 2019년 12월 13일 딜리버리히어로에 회사를 4조 7,500억 원에 매각한 뒤 우아DH아시아 회장직으로 옮겼고, 2024년 7월 그 의장직마저 내려놓았다. 그달 골프웨어 브랜드 어메이징크리 지분 43%를 750억 원에 인수했다. 가치 신호를 만들던 사람이 회사에 남아 있지 않다. 19편 파타고니아의 이본 슈이나드가 1973년부터 2022년까지 49년 동안 한 회사에 머물며 환경 신호를 누적한 것, 20편 USAA가 100년 동안 회원 자격을 부모에서 자녀로 넘긴 것과 견주면 시간 단위 자체가 다르다.

오뚜기는 다른 결의 한계를 보여 준다. 2008년 이후 13년간 진라면 가격을 동결한 것이 가치 신호였다. 2021년 8월 11.9% 인상으로 그 동결이 끝났고, 2022년 9월 다시 올랐으며, 2025년 3월 라면 16종 평균 7.5% 인상(진라면 10.3%)까지 네 해 사이에 세 번 움직였다. "갓뚜기"라는 별명이 붙는 데 걸린 시간보다 그 별명이 흐려지는 데 걸린 시간이 짧았다. 가격표 한 칸이 가치 신호 전체의 신뢰를 좌우한다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19편 파타고니아가 50년 동안 환경 신호를 한 방향으로만 밀어 온 운영과의 거리가 이 지점에서 벌어진다.

한국 100년 기업은 조사기관에 따라 10~17개로 집계된다. 일본은 약 3만 개다.

한국과 일본의 100년 기업 수 대비 막대. 일본 약 3만 개, 한국 10~17개로 약 200~300배 차이

표본이 이 정도로 적으면 가치·정체성 캠프의 한국 대표를 고르는 일이 통계가 아니라 열거가 된다. 그 열거에 들어가는 회사들은 5편이 보류한 두 곳보다 19편·20편에 훨씬 가깝다.

회사설립이어 온 신호지속 기간
동화약품1897년상호를 바꾸지 않고 활명수를 계속 생산·판매122년
유한양행1926년1930년대 국내 최초로 주식공개·종업원지주제·전문경영인제 도입,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전 재산 사회 환원100년
유한킴벌리1970년"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40년

세 회사가 한국 가치·정체성 캠프의 실제 후보다. 그럼에도 목록이 세 줄에서 멈추는 구조적 이유가 상속세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 최대주주 할증이 붙으면 60%다. 가업승계의 가장 큰 장애로 "상속세 부담"을 꼽은 응답이 67.8%였다. 가족 경영이 끊기는 지점에서 가치 신호도 함께 끊긴다.

비교 대상을 다시 부르면 차이가 선명해진다. 슈이나드가 2022년 30억 달러 회사를 가족 자산에서 비워 환경 신탁에 넘긴 결정은 미국 세제와 신탁 구조 위에서 가능했다. USAA가 회원 자격을 부모에서 자녀로 100년 넘기는 구조는 보험이라는 업종 형태가 만들어 준 것이다. 한국 회사는 그런 결정을 자기 발로 내리는 단계에 이르기 전에 세금이 먼저 소유 구조를 흔든다. 창업자가 만든 신호를 2세가 이어받을지 정하는 시점에, 검토 항목의 맨 위에 놓이는 것은 신호가 아니라 세액이다.

21편을 하나로 접으면 남는 것

5편의 매트릭스가 21편에서 이렇게 채워진다.

캠프미국·일본한국21편의 답
A. 접점·재량리츠칼튼·자포스·노드스트롬·사우스웨스트신라호텔·컬리(양다리)매뉴얼이 재량 대신 분류를 담고, 시장 규모가 깊이를 못 받침
B. 데이터·파이프라인시벨·세일즈포스·허브스팟·테스코현대카드·쿠팡(양다리)최고경영자 한 사람의 결단에 의존, 파트너 이탈에 노출
C. 제품·인터페이스아마존·애플·코스트코·넷플릭스카카오뱅크·토스(양다리)카카오뱅크는 은행 인가로 단일 캠프 가능, 토스는 삼중 부담
D. 커뮤니티·소속할리·레고·샤오미·디스코드무신사·당근인구와 무관하게 매출로 환산되는 유일한 캠프
E. 가치·정체성파타고니아·USAA·렉서스동화약품·유한양행·유한킴벌리100년 기업 10~17개, 상속세 50%가 시간 단위를 자름

세 질문에 대한 답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5편의 질문21편의 답근거
왜 한 캠프에 안 들어가는가캠프 하나의 깊이로는 매출 총량이 안 채워진다한국 인구 5,100만, 미국 약 3.3억, 일본 약 1.2억
왜 접점·재량 대표가 약한가매뉴얼이 재량의 공백 대신 분류를 담는다신라호텔 2011년 한복 거절과 2012년 유카타 비치
왜 가치·정체성이 비어 있는가표본이 적고 승계 단계에서 신호가 끊긴다100년 기업 한국 10~17개 대 일본 약 3만 개, 가업승계 최대 장애 응답 상속세 67.8%

여기까지가 21편이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시리즈 전체를 통과하는 축은 캠프 다섯 개가 아니라 그 앞에 놓인 질문 하나다. 회사가 자기 손님을 무엇으로 정의했는가.

리츠칼튼은 손님을 직원이 기억해야 할 사람으로 정의했고, 아마존은 기다리게 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코스트코는 연회비를 내는 가입자로, 할리데이비슨은 함께 타는 라이더로, 파타고니아는 회사의 환경 입장에 동의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캠프는 그 정의에서 따라 나온 결과이고, 매뉴얼·알고리즘·멤버십·커뮤니티·가치 신호는 정의를 실행하는 도구일 뿐이다. 도구를 먼저 고르면 정의 없이 운영만 굴러가고, 그런 운영은 유행이 바뀔 때마다 흔들린다. 열아홉 개 회사를 21편에 걸쳐 본 뒤에 남는 것은 도구 목록이 아니라 순서다. 정의가 먼저다.

한국 사업체 2세에게 이 순서가 갖는 의미는 시간 단위에서 나온다. 100년은 상속세가 자른다. 50년도 대개는 자른다. 남는 것은 5년과 10년이다. 파타고니아가 49년에 걸쳐 한 일을 5년으로 압축할 수는 없지만, 5년 동안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 회사는 한국에서도 만들 수 있다. 오뚜기가 13년 동결로 얻은 신뢰를 네 해 사이 세 번의 인상으로 잃었다는 사실이 그 반대 방향의 증거다. 짧은 시간 단위에서는 일관성이 더 빨리 쌓이고 더 빨리 무너진다.

내일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지난 1년 매출에서 상위 20명의 손님 이름을 적고, 그 옆에 그 사람이 왜 우리 가게로 오는지 한 문장씩 쓴다. 스무 문장이 "직원이 나를 안다"로 모이면 접점·재량 캠프고, "빠르고 안 틀린다"로 모이면 제품·인터페이스, "여기 오는 사람들과 만난다"로 모이면 커뮤니티·소속, "이 가게가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로 모이면 가치·정체성이다. 스무 문장이 흩어져 아무 데로도 모이지 않으면, 그것이 지금 이 가게에 손님의 정의가 없다는 뜻이다.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드는 비용은 종이 한 장이다.

《뛰어난 기업의 고객관리》는 여기서 닫는다. 1897년 동화약품과 1903년 할리데이비슨에서 2015년 디스코드까지, 21편이 다룬 회사들의 창업 연도는 118년에 걸쳐 있다. 그 회사들이 공통으로 보여 준 것은 손님을 어디에 두기로 한 결정이 회사의 시간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디즈니·도요타·테슬라·스타벅스는 다루지 못했다. 다섯 캠프라는 틀은 남겨 두니, 다음에 그 회사들을 볼 때는 이 틀 위에 올려놓고 시작하면 된다.

출처

신라호텔

컬리

현대카드

쿠팡

카카오뱅크

토스

무신사·당근

배민·오뚜기

한국 100년 기업·E 캠프 후보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은 것

  • 신라호텔이 2011년 사과 이후 매뉴얼 문구나 재량 정책을 어떻게 고쳤는지는 1차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다. 본문은 사과로 사건이 닫힌 대목과 2012년 유카타 보도로 다시 열린 대목까지만 적었다.
  • 컬리의 손편지가 전 배송 박스에 들어가는 상시 정책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본문은 비즈한국 보도가 이탈 고객 응대로 한정한 범위까지만 적었다.
  • 현대카드 1조 원 투자의 연도별 분배와 공시 내역은 확인하지 못했다. 본문은 정태영의 "약 10년간 영업이익 30%" 발언까지만 적었다.
  • 쿠팡 와우 회원 1,500만은 언론 추정치다. 회사는 공식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 한국 100년 기업의 개수는 조사기관에 따라 10~17개로 갈린다. 본문은 범위 그대로 적었다.
  • 두산이 1896년으로 동화약품(1897년)보다 앞서지만 업종 변경과 폐업 이력 때문에 비교 기준이 갈린다. 본문은 동화약품을 "상호와 제품을 바꾸지 않은 122년"으로 한정했다.
  • "갓뚜기"라는 별명이 언제 누구에게서 시작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본문은 가격 인상 흐름까지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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