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통신사는 허가받는 게 아니라 등록하는 사업이 됐다
기간통신사업 허가제 폐지와 별정통신 통합. 통신사업 진입장벽의 실체를 따져 본다
이 글은 《전화번호의 경제》 시리즈 3편이다. 2편에서 번호라는 자원이 국가의 배정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봤다. 이번 편은 그 번호를 배정받는 자격, 즉 통신사업자라는 지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다룬다.
허가에서 등록으로, 2019년에 문턱이 내려갔다
통신사업은 2019년 6월까지 정부 허가 사업이었다. 기간통신사업, 그러니까 설비를 갖고 전화·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려면 정부의 허가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 심사에는 재정 능력, 기술 능력, 이용자 보호 계획이 들어갔고, 허가가 나오기까지 통상 수개월이 걸렸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뽑는다며 여러 컨소시엄이 도전하고 전부 심사에서 떨어지던 뉴스가 이 시절의 풍경이다.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이 구조를 접었다. 법제처의 개정 이유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 허가제를 폐지하고 등록제로 전환했으며, 별도 트랙이던 별정통신사업을 기간통신사업으로 통합했다. 비통신 기업이 부수적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신고만으로 가능해졌다. 요건을 갖춰 서류를 내면 사업자가 되는 구조로, 정부가 문 앞에서 자격을 심사하던 방식에서 문을 열어 두고 사후에 규제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방향 전환의 배경은 시장의 변화다. 통신 설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깔던 시대의 규제는 설비 없이 망을 빌려 서비스만 만드는 사업자들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 시대와 맞지 않았다. 허가제가 지키려던 것은 국가 기간망의 안정성이었는데, 정작 새로 진입하는 사업자 대부분은 기간망을 건드리지 않는 재판매·부가서비스 사업자였다. 문턱이 실제 위험과 어긋나 있었던 셈이다.
자영업자의 감각으로 옮기면 이 개정은 음식점 허가가 신고제로 바뀐 것과 비슷한 사건이다. 다만 방향이 흥미로운데, 음식점은 위생이라는 위험 때문에 여전히 규제가 남아 있는 반면, 통신은 "설비를 가진 소수"와 "설비를 빌리는 다수"를 갈라서 후자의 문턱을 거의 없애 버렸다. 뒤에서 보겠지만 알뜰폰도, 인터넷전화 앱도, 안심번호 사업도 전부 이 낮아진 문턱 위에 서 있다.
기간과 별정, 사라진 두 단어가 남긴 구조
2019년 이전의 통신사업은 세 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기간통신사업자는 설비를 직접 보유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허가 대상이었다. 별정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설비를 빌려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사업자로 등록 대상이었다. 부가통신사업자는 통신망 위에서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신고 대상이었다. KT가 기간, 국제전화 선불카드 회사나 초기 알뜰폰이 별정, 인터넷 포털이 부가라는 식이다.
이 3층 구조에서 "별정"이라는 중간층이 사실상 통신 시장의 실험실 역할을 했다. 설비 투자 없이 통신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트랙이었기 때문에, 국제전화 할인 서비스, 인터넷전화, 초기 재판매 사업이 전부 별정 등록으로 시작했다. 시장에 "별정통신사"라는 말이 오래 돌아다닌 이유다.
2019년 통합은 이 중간층을 기간통신사업 안으로 흡수하되, 등록의 세부 유형으로 살려 놓았다. 이름은 사라졌지만 구조는 남았다는 뜻이다. 지금도 통신사업 등록은 설비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유형이 갈리고, 옛 별정 사업자들이 하던 재판매업은 "회선설비 미보유" 유형의 등록으로 이어지고 있다.
용어 정리를 겸해 지금 기준으로 층을 다시 그리면 이렇다. 맨 아래에 망을 직접 보유한 사업자들이 있다. 이동통신의 SKT·KT·LG유플러스, 유선의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와 세종텔레콤 같은 중견 사업자들이다. 그 위에 망을 빌려 파는 재판매 사업자들이 있다. 알뜰폰 수십 개사와 인터넷전화 재판매 사업자들이 여기다. 맨 위에 통신망을 전제로 서비스를 얹는 부가통신 사업자들이 있는데,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처럼 전화번호 없이 음성을 주고받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같은 "전화 비슷한 것"이라도 어느 층에서 제공되느냐에 따라 규제도, 번호 배정 자격도, 품질 의무도 다르다.
지금 통신사업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현행 통신사업 진입은 등록 아니면 신고이고, 등록 유형은 설비 보유 정도로 갈린다. 중앙전파관리소가 안내하는 기간통신사업 등록·신고의 유형을 표로 정리하면 이렇다.
| 유형 | 자본금 요건 | 대표 사례 |
|---|---|---|
| 회선설비 보유 무선 | 주파수 할당 자체가 요건 | 이동통신 3사 |
| 회선설비 보유 대규모 유선 | 납입자본금 50억 원 | 전국 단위 유선 사업자 |
| 회선설비 보유 소규모 유선 | 5억 원 | 지역 유선 사업자 |
| 교환설비 보유 재판매 | 30억 원 | 설비 갖춘 인터넷전화 사업자 |
| 설비 미보유 재판매 | 3억 원 | 인터넷전화·국제전화 재판매 |
| 도매제공의무서비스 재판매 | 30억 원 | 알뜰폰(MVNO) |
| 구내통신 | 5억 원 | 건물 구내전화 사업자 |
| 부가통신(신고) | 요건 없음, 자본금 1억 원 이하는 신고 면제 | 메신저, 플랫폼 |
자본금 수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별표1(2019년 6월 개정)에 규정된 것이다. 표에서 눈에 띄는 대비가 둘 있다. 하나는 설비 미보유 재판매의 3억 원이다. 070 인터넷전화를 재판매하는 사업이 여기 해당하는데, 기술 인력 요건도 국가기술자격 보유자 1명이면 충족된다. 중소기업 한 곳 차릴 자본이면 법적으로 통신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알뜰폰의 30억 원이다. 같은 "설비 없는 재판매"인데 이동통신 도매 의무 서비스를 빌리는 사업은 문턱이 열 배다. 수백만 가입자의 통신을 책임질 수 있는 재정 체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설비가 아니라 이용자 규모가 문턱의 기준이라는 설계 사상이 읽힌다.
자본금 외에 필요한 것은 서류다. 사업계획서, 정관, 주주명부, 통신망 구성도, 이용약관, 이용자 보호 계획, 기술 인력 자격 증빙이 들어간다. 무게중심은 자금이 아니라 계획에 있다. 통신망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이용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문서로 소명하는 것이 등록의 본체이고, 어느 유형이든 과거 허가제 시절의 심사와는 비교가 안 되게 가볍다.
그래서 "통신사업자"라는 말의 실제 스펙트럼은 넓다. 조 단위 설비를 굴리는 이동통신사와, 직원 몇 명이 재판매 등록으로 운영하는 인터넷전화 회사가 법적으로 같은 기간통신사업자다. 자영업자가 통신 상품 영업 전화를 받을 때 "저희는 정식 통신사업자입니다"라는 말이 별 정보가 아닌 이유가 여기 있다. 등록 여부는 과기정통부와 중앙전파관리소가 관리하는 사업자 명부에서 확인할 수 있고, 확인해야 할 것은 등록 그 자체보다 어느 유형의 사업자인지, 그리고 실제 망은 누구 것을 쓰는지다.
진짜 진입장벽은 등록증 바깥에 있다
등록제 전환으로 서류의 장벽은 낮아졌지만, 통신사업의 실질 장벽은 다른 곳에 그대로 서 있다. 세 가지다.
첫째, 번호다. 통신 서비스는 번호 없이 성립하지 않는데, 번호는 시장에서 살 수 없다. 과기정통부가 사업자에게 배정하는 국가 자원이고, 배정에는 사업자 지위와 용도 소명이 필요하다. 등록증이 입장권이라면 번호 배정은 좌석 배정이다. 입장했다고 자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둘째, 망 접속이다. 설비 없는 사업자의 서비스는 결국 설비 가진 사업자의 망에서 시작해 그 망에서 끝난다. 내 서비스의 통화가 상대방의 KT 유선전화나 SKT 휴대폰에 닿으려면 그 망과 연결되어야 하고, 연결에는 상호접속 협정과 접속료 정산이 따른다. 이 정산 구조가 사실상 원가를 결정한다. 도매로 빌리는 조건이 나쁘면 소매 요금 경쟁력이 없고, 이 조건은 개별 협상과 정부 고시가 뒤섞여 정해진다. 알뜰폰 업계가 매년 도매대가를 놓고 씨름하는 것이 이 장벽의 풍경인데, 4편에서 자세히 본다.
셋째, 신뢰다. 번호와 망을 확보해도, 사람들이 그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아 주고 그 사업자에게 통신비를 맡겨야 사업이 된다. 070이 초기에 스팸으로 뒤덮이며 얻은 낙인은 지금도 인터넷전화 전체의 원가로 작동한다. 신뢰는 등록으로도 자본으로도 단기간에 살 수 없는 자산이라, 후발 통신 사업자들은 대개 기존 신뢰에 올라타는 전략을 쓴다. 금융사가 알뜰폰을 하고, 플랫폼이 안심번호를 얹는 식이다.
이 세 장벽의 배치가 시리즈 나머지의 지도다. 번호 배정의 정치는 2편에서 다뤘고, 망을 도매로 빌리는 구조는 4편(알뜰폰)과 5편(인터넷전화)에서, 그 위에서 실제로 사업을 조립한 사례는 6편(아톡)에서, 신뢰를 플랫폼이 대신 공급하는 구조는 7편(0507)에서 다룬다.
자영업자에게 이번 편의 실무 결론은 하나다. 통신 상품을 계약할 때 상대가 어느 층의 사업자인지 확인하라는 것. 재판매 사업자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싸다. 다만 재판매 사업자의 서비스 품질과 존속은 그 위 도매 사업자와의 계약에 달려 있어서, 가게 대표번호처럼 끊기면 안 되는 회선이라면 그 사업자가 누구 망 위에 서 있는지까지 보고 계약하는 것이 맞다.
출처
2019년 법 개정 내용은 법제처 개정이유가 1차 근거다. 현행 등록 유형과 서류는 중앙전파관리소 공식 안내를 따랐고, 유형별 자본금 요건은 시행령 별표1 원문(법제처 PDF)으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