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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적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공임·부품·도장·부대비용 — 같은 사고 한 건이 공장마다 다른 가격으로 나오는 이유

홍정현·2026.05.01
12분 읽기

이 글은 《공업사 견적사》 시리즈 3편이다. 2편이 견적사의 시간 흐름을 따라간 것이라면, 이번 편은 그 흐름의 한복판에 있는 한 가지 — 견적 가격 자체 — 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를 분해한다.

한 대 1180만 원의 안쪽

운산자동차에서 2024년 3월 20일에 발급한 가견적 한 건이 있다. 메르세데스-AMG G63 AMG W463 (2018년식). 사고 처리 후 출고 직전 발급한 자동차 점검·정비 명세서다. 합계는 1,179만 5,080원.

이 한 줄 숫자 안에 네 단이 들어 있다.

항목금액비율
부품대8,384,00071%
공임2,338,80020%
부가가치세1,072,2809%
총액11,795,080100%

수입차·고가 부품 차량의 전형적 비율이다. 부품과 공임이 약 78:22. 국산·연식 오래된 차량은 50:50 또는 40:60까지 떨어진다. 같은 견적이라도 차종에 따라 안의 비율이 완전히 다르다.

이 차에 들어간 작업 항목은 약 마흔 줄. 앞범퍼 탈착·오버홀·수리, 라디에터그릴 탈착, 본네트 교환과 본네트 부속 탈착 일곱 줄, 앞유리 교환, 헤드램프 좌우 탈착, 휀다 좌측 교환, 도어 작업, 사이드 미러 작업, 루프 패널 판금, 썬루프 교환, 그리고 도장 네 면. 모든 항목에 부품 구분 코드가 붙어 있고(여기서는 모두 F=수입품), 모든 항목에 작업 시간 단가가 붙어 있다.

이 마흔 줄이 어떻게 짜이는지를 풀면 정비공장 견적의 안쪽이 보인다.

첫째 단 — 공임은 시간의 가격이다

공임은 표면적으로는 단순하다. 작업 시간 × 시간당 단가. 그런데 이 두 변수를 누가 정하느냐가 정비 애프터마켓의 가장 큰 정치학이다.

작업 시간 — 보험개발원이 발표하는 표준작업시간표가 출발점이다. 부재별·작업 종류별로 정해진 시간이 있다. 앞범퍼 탈착 표준 시간이 얼마, 본네트 교환 표준 시간이 얼마. 보험사가 인정하는 시간은 이 표를 기준으로 한다. 이걸 업계에서는 인정공임이라고 부른다. 인정공임은 보험개발원이 매년 미세 조정한다.

운산 G63 견적에서 추출한 공임 단가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작업공임 (원)
앞범퍼 탈착58,800
앞범퍼 오버홀61,600
앞범퍼 수리 (판금)240,000
라디에터 그릴 탈착16,800
본네트 교환 (공임만)30,800
본네트 힌지(편측) 탈착22,400
본네트 쇼바(편측) 탈착8,400
앞유리 접착식 교환54,000
헤드램프(편측) 탈착16,800
사이드 미러(편측) 탈착16,800
사이드 미러 커버 보수 수리80,000
루프 패널 판금200,000
외부 광택 (유리 파편 조정)200,000
썬루프 교환 (공임만)480,000

본네트 교환 공임이 30,800원밖에 안 된다는 게 의외로 보일 수 있다. 부품 자체가 195만 원이라서 그렇다. 부재를 풀고 새 부품을 끼우는 것 자체는 시간이 많이 안 든다. 반면 같은 본네트라도 판금으로 펴는 작업은 200,000원이 넘는다.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시간당 단가 — 이건 보험사별로 협의로 정해진다. 매년 손해보험사들과 정비공장 협회가 단가 협상을 한다. 합의가 안 되면 갈등이 길어진다. 일반수리(자비 결제)는 시간당 단가를 운산이 자체 책정한다. 통상 보험수리보다 10~25% 높다. 보험수리는 미수금 위험이 거의 없는 대신 단가가 묶여 있고, 일반수리는 단가는 자유롭지만 미수 위험이 있다. 트레이드오프다.

여기서 견적사의 손기술이 나오는 게 한 가지 있다. 수기 조정. 표준 시간이 있어도 실제 작업이 더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차량이 오래되어 부품이 고착됐을 때, 인접 부재 손상으로 분해 시 추가 시간이 들 때, 수입차여서 부재가 단순 분리 안 될 때, ADAS 차량의 캘리브레이션이 추가될 때, 비표준 색상의 조색 시간이 들 때.

이 추가 시간을 견적사가 사진과 문서로 방어해야 한다. 근거 없이 시간을 늘리면 손해사정사가 거의 100% 깎는다. 근거가 있으면 살아남는다. 같은 사고 같은 작업도 견적사에 따라 결과가 다른 이유다.

둘째 단 — 부품의 다섯 종류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은 부품을 다섯 종류로 분류한다.

코드종류가격대 (신품 대비)보증·잔존가 영향
A자동차 제작사 신품 (OEM)100%영향 없음
B재제조품30~60%일부 영향
C중고품 (재생품 포함)20~40%큰 영향
D인증대체부품60~80%거의 없음 (정부 인증)
F수입부품별도차량별

견적서에는 이 코드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89호의2 양식의 의무 사항이다. 표기가 빠진 견적서는 위법이다.

운산 G63 견적은 모든 부품이 F. 메르세데스-벤츠 정품을 별도 수입 경로로 받았다는 의미다. 부품 단가의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부재단가
본네트 (F)1,951,000
앞유리 (F)2,823,000
앞휀다 좌 (F)903,000
앞휀다 트림 (F)486,000
썬루프 커버 (F)2,221,000

G바겐 앞유리 한 장이 282만 원. 일반 차량의 견적 한 건보다 비싸다. 이게 수입차 정비의 현실이다.

부품 코드는 협상의 카드이기도 하다. 차주가 "예산 부족"이라고 할 때 견적사가 가격을 그냥 깎으면 견적의 정당성이 흔들린다. 운산 표준은 부품 코드를 한 단계 다운하는 것이다. F→A로(수입품을 정품 OEM으로), A→D로(정품을 인증대체부품으로), D→C로(인증대체를 중고로). 단가는 30~70% 떨어진다. 단 품질·보증·잔존가 영향을 차주에게 명시하고 카톡 동의를 받는다.

부품대 안에는 마진이 들어 있다. 운산이 부품상에서 받는 매입가 위에 통상 10~25%의 마진을 얹어 청구한다. 이 마진은 단순 수익이 아니다. 부품 보관·운반 비용, 부품 클레임 위험, 외상 거래 시 자금 부담, 부품상 관리 시간을 커버한다.

셋째 단 — 도장은 면의 정치학이다

도장은 부품도 아니고 공임도 아니다. 별도의 단이다.

표준 공정은 8단계다. 탈부착, 연마, 퍼티, 서피서, 중도, 상도, 클리어, 열처리. 한 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장하면 6~12시간이 든다. 같은 차의 면 N개를 동시에 처리하면 단계별로 묶어서 작업하므로 면당 시간은 줄어든다.

운산 G63 견적의 도장 단가는 다음과 같다 (수용성 도장 기준).

부재단가
프런트 범퍼550,000
후드700,000
앞 휀다 (편측)400,000
루프 패널900,000

루프 패널이 90만 원으로 가장 비싸다. 면적이 가장 크고, 평탄도 요구가 가장 까다롭다. 루프는 차주가 자주 직접 보지 않지만 평탄도가 어긋나면 인접 부재 빛 반사가 일그러져 보인다.

도장의 정치학은 면수에서 나온다. 한 면만 도장하면 인접 면과 색이 안 맞는 경우가 많다. 같은 코드여도 차량 연식·노출·관리에 따라 색이 미묘하게 다르다. 그래서 인접 면으로 색을 자연스럽게 흘려 도장하는 블렌딩 기법이 쓰인다. 이 블렌딩을 어디까지 잡느냐가 견적의 한 부분이다.

차주는 보통 "본 부위만 도장하면 안 되냐"고 묻는다. 답이 두 가지다. 흰색·검정·은색 단색은 인접 면 블렌딩 없이도 무난하다. 펄·메탈릭은 인접 면 1~2개 블렌딩이 거의 필수다. 도장 노후 차량(차령 5년 이상)은 색 차이가 더 두드러져서 블렌딩 범위가 더 넓어진다.

이 결정을 견적 단계에서 명확히 해 두지 않으면 출고 후 "색이 안 맞는다" 클레임이 들어온다. 견적사는 입고 시 차주에게 블렌딩 범위에 대해 동의를 받아 두는 게 안전하다.

수용성 도장은 환경 규제 대응으로 점차 표준이 되고 있다. 유성 도장보다 색상 안정성이 높지만 도장 부스의 습도·온도 환경에 민감하다. 공장 부스 시설에 따라 가능한 도장이 갈린다.

넷째 단 — 부대비용은 빠뜨리면 손해다

견적의 네 번째 단은 부대비용이다. 견적에 자주 누락되지만 빠뜨리면 운산이 손해를 본다.

항목잡는 시점
휠 얼라인먼트측면 충돌·서스펜션 영역 작업 시
ADAS 캘리브레이션앞유리·범퍼·휀다·그릴 교환 시
에어컨 가스 충전콘덴서·라디에터 교환 시
외부 광택도장 후 마감
렌트카보험사 또는 차주 부담
견인비입고 시 별도
폐기물 처리비부재 폐기 시

운산 G63 견적에 들어간 부대비용은 외부 광택 200,000원 한 줄이다. 사고 시 유리 파편이 차량 외판에 박히는 경우가 많아 도장 후 광택으로 마감한다.

ADAS 캘리브레이션은 최근 가장 자주 누락되는 항목이다. 전방 카메라·레이더·라이다 장착 차량은 앞유리·범퍼 교환 후 캘리브레이션을 안 하면 안전 시스템이 오작동한다. 견적사가 이걸 빠뜨리면 차주가 출고 후 ADAS 경고등을 보고 클레임을 건다. 운산이 무상 재작업으로 처리해야 한다.

전기차 정비는 부대비용 항목이 더 늘어난다. 고전압 시스템 점검, 배터리 진단, 충전 시스템 검사. 전기차 사고는 운산의 신공장 OEM 인증 라인이 들어가야 처리 가능한 영역이 많다. 이건 별도 편에서 다룰 가치가 있다.

일반수리·보험수리가 갈라지는 이유

같은 사고 같은 작업이라도 일반수리와 보험수리의 견적이 다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시간당 단가 차이. 보험사는 정해진 시간당 단가를 협의로 강제한다. 일반수리는 시장 단가에 가깝다. 이 한 가지로 같은 작업의 가격이 10~25% 갈린다.

AOS 자동 산출의 보수성. 보험수리는 AOS가 잡은 시간이 출발점이다. 견적사가 임의로 늘리려면 사진·문서 근거가 필요하다. 일반수리는 견적사가 작업 시간을 자유롭게 잡는다.

차주는 종종 "내가 보험 안 쓰고 자비로 하면 깎아 줘야 한다"고 말한다. 표면적 논리는 그럴듯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보험사 청구 비용·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견적사 부담도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자비 결제는 미수금 위험이 있고 손사 협의가 없는 만큼 견적사 단독 책임이 커진다. 운산 표준은 자비라고 단가를 깎지 않는 것이다.

한 줄 — 견적은 협상 카드의 묶음이다

견적은 표면적으로는 가격이지만, 안에서 보면 네 단의 협상 카드 묶음이다. 작업 시간을 어떻게 잡느냐, 부품 코드를 어디로 가느냐, 도장 면수를 어디까지 보느냐, 부대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 이 네 카드를 견적사가 한 손에 쥐고 차주·보험사·손사·부품상 사이를 오간다.

같은 사고 같은 차량이어도 견적사마다 결과가 다른 건 이 네 카드를 다루는 손기술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손기술이 견적사 한 명에게 매달리는 정비공장의 가장 큰 위험이다. 그가 떠나면 카드를 다루는 방식 자체가 사라진다.

다음 편은 이 네 카드 중 첫 번째 카드, 진단의 본질로 들어간다. 판금이냐 교환이냐 — 견적사가 내리는 가장 무거운 결정 한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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