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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와 손해사정사 — 보험수리 견적의 줄다리기

사고 접수에서 입금까지 13단의 흐름과, 그 한복판에 있는 손사 협의의 정치학

홍정현·2026.05.01
13분 읽기

이 글은 《공업사 견적사》 시리즈 6편이다. 정비공장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보험수리 견적의 흐름과, 그 한복판에 있는 손해사정사 협의를 분해한다.

보험수리는 13단의 흐름이다

보험수리 한 건이 정비공장에 들어와서 입금으로 끝날 때까지 거치는 단계는 13개다.

[1] 사고 발생
[2] 차주가 보험사에 사고 접수 → 사고번호 발급
[3] 차량 입고 (정비공장)
[4] AOS에 사고번호로 차량 매핑
[5] 사진 업로드·작업 항목 입력
[6] AOS 자동 산출 → 손사 출장 요청
[7] 손해사정사 현장 방문·협의
[8] 견적 확정 (협의 결과 AOS 반영)
[9] 작업 진행
[10] 작업 완료·출고 검수
[11] 차주 자기부담금 결제
[12] 보험사에 청구
[13] 청구 심사 → 입금

이 13단을 견적사 한 명이 잡고 있다. 한 건당 평균 처리 시간은 입고에서 입금까지 48주다. 같은 시점에 견적사가 다른 단계의 차량 515대를 동시에 잡고 있다. 한 단계라도 누락되면 매출 자체가 안 잡힌다.

이 글은 13단 중 가장 무게가 실리는 두 곳 — AOS 입력(4·5단)과 손사 협의(7단) — 에 집중한다.

AOS — 보험개발원이 만든 표준 시스템

AOS(Automobile repair cost On-line Service)는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2003년에 개발한 자동차정비 견적·청구 시스템이다. 정비업체와 보험사 사이의 사고접수·수리비청구·수리비지급내역을 실시간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전국 4500여 곳의 1·2급 정비업체가 사용한다.

AOS의 표준 입력 흐름은 다음과 같다.

단계입력
사고번호 검색차주에게 받은 사고번호로 차량 정보 자동 매핑
차량 정보 확인모델·연식·VIN 일치 확인
손상 사진 업로드4각·근접·인너 분해 사진 (12~22장)
작업 항목 입력부재별 탈착·교환·판금·수리·도장
부품 입력부품 코드(A~F)·수량·매입가·청구가
자동 산출 결과 확인시간·공임·총액 자동 계산
수기 조정자동 산출과 실제 작업의 차이를 사진·문서 근거로 보정
손사 출장 요청손해사정사 방문 일정

이 시스템 안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게 사진 업로드와 수기 조정이다. 사진이 부족하면 손사가 보수적으로 잡는다. 수기 조정이 근거 없으면 손사가 거의 100% 깎는다.

운산 표준은 입고 시 사진 15~22장이다. 차량 4각, VIN 라벨, 손상 부위 전체와 근접, 인접 부재 비교, 인너 분해, 부품 단가 비교. 한 사진이라도 빠지면 손사 협의에서 한 항목이 빠진다.

AOS 알파 — AI가 견적을 잡는다

보험개발원은 2021년부터 AOS의 후속 버전 AOS 알파를 개발해 왔다. 한화시스템과 협력해 만든 AI 기반 자동 견적 시스템이다. 사고 차량 사진을 입력하면 AI가 손상 부품과 손상 심도를 인식해 자동으로 추정 수리비를 산정한다. 차량사고 현장에서 고객에게 수십 초 안에 추정수리비 견적이 가능해진다.

이 시스템이 정비공장 견적사에게 미치는 영향은 두 갈래다.

한쪽은 위협이다. AI가 표준 견적을 자동으로 잡으면 견적사의 작업 시간 추정·부품 코드 결정·수가 산정의 임의 판단 폭이 줄어든다. 보험사가 "AI 산출이 이렇다"고 하면서 협의 폭을 좁힐 수 있다.

다른 한쪽은 기회다. AI가 표준 견적을 자동으로 잡는 시점부터 견적사의 일은 표준 견적 자체가 아니라 표준에서 벗어나는 케이스의 판단·협의가 된다. 차량이 고착됐을 때, 인접 부재 손상이 동반됐을 때, 색상 매칭이 까다로울 때, 손사가 깎으려 할 때, 부품이 단종됐을 때. 이 영역은 AI가 잡지 못한다.

이 변화에 준비된 정비공장과 안 된 정비공장의 격차가 앞으로 5년 사이 크게 벌어질 것이다. 견적사 한 명에게 모든 결정을 맡기던 공장은 AI가 들어오면 견적사의 일이 줄어든다. 견적사가 표준 외 판단·협의에 집중하고 그 외는 시스템이 처리하는 공장은 AI를 도구로 쓴다. 운산자동차는 후자로 가는 실험을 1편에서 소개한 Visual RAG로 시작하고 있다.

손사 출장 — 30분이 견적의 10~30%를 결정한다

AOS 입력이 끝나면 손해사정사가 정비공장 마당에 출장 온다. 보험사가 보낸 손사다. 회사 소속 또는 독립 손사사무소 소속이다. 차량을 직접 보고, 사진을 검토하고, 작업 항목을 본다. 견적사와 협의해서 견적을 확정한다.

이 자리의 30분이 견적의 10~30%를 결정한다. 견적사가 어떻게 방어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손사가 깎으려 하는 전형적 지점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점손사 주장견적사 방어
작업 시간 길이"이 작업은 표준 [n]시간인데 왜 [n+0.5]인가"차량 상태·고착·인접 부재 손상 사진
판금 vs 교환"이 정도면 판금 가능, 교환 불필요"변형 깊이 측정 사진·강성 부재 손상 사진
도장 면수"인접 면 블렌딩 불필요"색상 차이 사진·색상 코드별 매칭 어려움 자료
부품 코드"F(수입) 말고 D(인증대체)로"인증대체 부품 미존재·품질 영향 자료
부대비용"휠 얼라인먼트·캘리브레이션 불필요"측면 충돌 사진·ADAS 진단 리포트
추가 발견"처음 견적에 안 들어 있음"분해 후 사진·차주 동의 카톡

이 협의에서 견적사가 가장 자주 실패하는 게 한 가지 있다. 감정으로 협의하는 것이다.

손사도 사람이라 감정 협의가 통할 때가 있다. 그러나 같은 손사가 다음에 또 온다. 이번에 감정으로 받아냈으면 다음에 보복이 들어온다. 다른 손사들 사이에 "여기 공장은 감정으로 협의한다"는 평이 돌면 협의 자체가 어려워진다.

운산 표준 협의 톤은 다음과 같다.

이 작업은 [부재명]에 [어떤 손상]이 있어서 [어떤 처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사진 [n]번을 보시면 [근거]입니다. 그래서 표준 시간보다 [n]분 추가로 잡았습니다. 다른 가능한 처리 방법이 있다면 같이 검토해 보시죠.

답을 강요하지 않고 같이 검토하는 자세. 이 톤이 정착되면 손사도 운산을 합리적인 협의 상대로 본다. 다음 협의에서 협력적 분위기가 이어진다.

보험사별 차이

같은 보험수리도 보험사마다 협의 톤·청구 심사·입금 일정이 다르다.

대형 4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는 시간당 단가 협의가 보수적이고 근거 요구가 강하다. 사진·문서 근거가 충분하면 인정해 주지만 부족하면 거의 깎는다. 청구 심사는 평균 2~4주.

중견·중소(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 등)는 보험사별로 톤이 다양하다. 협의 폭이 비교적 있는 곳, 디지털 우선인 곳, 단가가 다른 곳. 운산 견적사는 보험사별로 협의 패턴을 메모해 두고 다음 협의에 활용한다.

청구 심사에서 항목이 깎이는 경우 이의제기가 가능하다. 근거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거나 보험사 본사 정비 담당부서로 협의를 올린다. 이 본사 채널을 운산이 평소 보험사 영업 담당과 관계를 유지해 둬야 빠르게 열린다. 평소에 작은 인사·연말 인사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견적사 표준 업무다.

미수금 — 30일을 넘기면 위험하다

청구 후 입금까지 평균 2~6주다. 30일을 넘기면 보험사 본사 정비 담당부서로 콜한다. 60일을 넘기면 사장 보고. 90일을 넘기면 분쟁 영역이다.

미수금이 발생하는 사유는 다양하다. 청구 누락, 보험사 심사 지연, 추가 서류 미제출, 손사 협의 결렬 항목, 차주 자기부담금 미납. 각 사유마다 대응이 다르다.

운산 견적사는 매주 미청구·미수금을 점검한다. 매월 보험사별 청구 마감을 한다. 분기마다 미수금 회수율을 사장에게 보고한다. 통상 95% 이상이 표준이다.

이 추적이 견적사 머릿속에만 있으면 그가 자리를 비울 때 미수금이 누적된다. 운산이 1편에서 본 견적사 부재 사건의 한 부분이 이 미수금 추적이다. 다행히 운산은 회사 명의 AOS 계정과 보험사 포털 계정을 가지고 있어서 추적은 가능하지만, 어디서 깎였고 어디서 살아남았는지의 맥락은 견적사 머릿속에 있었다. 그 맥락 없이는 미수금 협의가 어렵다.

한 줄 — 보험수리는 줄다리기다

보험수리는 차주·보험사·손해사정사·정비공장 네 자리 사이의 줄다리기다. AOS는 그 줄다리기의 출발점이고, 손사 출장은 그 한복판이고, 보험사 본사 협의는 그 끝이다. 견적사 한 명이 이 네 자리 사이를 매일 오간다.

AI가 들어오면 줄다리기의 일부가 시스템으로 옮겨진다. 표준 견적은 AI가 잡고, 표준 외 판단·협의는 견적사가 한다. 이 변화는 위협이 아니라 견적사가 더 본질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다. 단 정비공장이 데이터를 누적하고 시스템을 갖춘 곳에 한해서다.

다음 편은 견적의 70%를 차지하면서도 견적서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자리 — 부품상 — 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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