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이 조달비용을 이기면 커진다, 지면 클수록 망가진다
한국 상장사 절반이 PBR 1배 미만이다. 성장이 가치가 되는 조건은 부등식 하나로 갈린다
이 글은 《자본의 구조》 시리즈 8편이다. 파크원의 지상권에서 시작해 공사비의 조달, 리스크의 가격, 건물값의 산식, 집적, 입주 회사의 재무제표, 자본 조달의 사다리까지 왔다. 8편은 그 전부를 부등식 하나로 접는다. 자본이 버는 수익률이 자본의 값을 넘는가.
성장의 조건은 부등식 하나다
성장이 가치를 만드는 조건은 부등식 하나다. 투하자본수익률(ROIC)이 그 자본의 조달비용을 넘어야 한다. 사업에 들어간 자본이 벌어들이는 수익률이 그 자본을 끌어오는 데 드는 비용, 즉 가중평균자본비용(WACC)보다 높으면 사업을 키울수록 가치가 쌓인다. 낮으면 반대다. 커질수록, 자본을 더 부을수록 가치는 더 빠르게 깎인다.
7편에서 이익 유보부터 대출, 회사채, 주식까지 자본 조달의 사다리를 올라가며 확인한 것은 모든 자본에 값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은행 이자는 눈에 보이는 값이고, 주주의 돈에는 배당과 주가로 갚아야 하는 기대수익률이라는 값이 붙는다. 조달비용은 이 값들의 가중평균이다. 부등식의 오른쪽 항은 공짜 자본이 없다는 사실의 다른 표현인 셈이다.
부등식이 성립하면 규모는 클수록 좋다. 100원을 굴려 10원을 벌고 자본의 값으로 5원을 내는 회사는 1,000원을 굴리면 남는 돈이 열 배가 된다. 성립하지 않으면 규모는 클수록 나쁘다. 100원마다 3원씩 밑지는 구조는 1,000원이 되는 순간 밑지는 돈도 열 배가 된다. 성장 그 자체는 중립이다. 부등식의 부호가 성장의 값어치를 정한다.
이 부등식이 장부에서 저절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함정이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결산서에 찍히지만, 자기자본의 값은 청구서로 날아오지 않는다. 이자는 비용으로 잡혀도 주주와 사장 본인의 돈에 붙는 기대수익률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아서, 오른쪽 항을 직접 세워 보지 않은 회사는 자신이 밑지며 크는 중인지 알 길이 없다.
이번 편은 이 부등식 하나로 세 개의 장부를 읽는다. 한국 상장사 전체의 성적표, 부등식이 성립한 회사와 뒤집힌 채 커진 회사, 그리고 소상공인 평균의 재무다.
PBR 1배 미만은 무슨 뜻인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은 시장이 회사 전체의 값을 그 회사가 쌓아둔 자기자본 장부가보다 낮게 매긴다는 뜻이다. 사업을 접고 순자산을 나누는 편이 사업을 계속하는 것보다 낫다는 평가이고, 부등식의 언어로 옮기면 이 회사가 자본을 굴려 버는 수익률이 자본의 값에 못 미친다는, 그래서 한 해를 더 굴릴수록 가치가 줄어든다는 판정이다.
한국 시장 전체가 이 판정의 언저리에 있다.
| 지표 | 한국 | 비교 대상 | 출처 |
|---|---|---|---|
| 상장사 평균 ROE, 2014~2023년 | 8.0% | 선진국 11.6%, 신흥국 11.1% | 금융위원회 밸류업 자료, 2024년 |
| 상장사 ROE 평균, 2011년 이후 | 4.1% | 자기자본비용 8.4% | 김우진 서울대 교수 분석, 2024년 |
| PBR 1배 미만 상장사 | 2024년 5월 1,104곳(41.9%) | 2025년 10월 1,249곳(47.4%) | 한국거래소 집계 |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부등식의 자기자본 판본이다. 분자를 주주 몫의 이익으로, 오른쪽 항을 자기자본비용으로 바꾼 같은 구조다. 금융위원회가 2024년 밸류업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낸 자료 기준으로 한국 상장사의 2014~2023년 평균 ROE는 8.0%로, 선진국 평균 11.6%는 물론 신흥국 평균 11.1%에도 못 미쳤다. 기간을 넓히면 격차는 판정이 된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의 2024년 분석에 따르면 2011년 이후 한국 상장사의 ROE 평균은 4.1%인데 자기자본비용은 8.4%였다. 주주에게 연 8.4%를 기대하게 하고 끌어온 돈으로 4.1%를 벌어온 시장이라는 뜻이다.
그 누적의 결과가 PBR 분포다. 같은 금융위원회 자료에서 한국 상장사의 평균 PBR은 1.04배로, 시장 전체가 장부가 언저리에서 거래된다. 평균 아래쪽은 더 두껍다. 한국거래소 집계로 PBR 1배 미만 상장사는 2024년 5월 27일 기준 1,104곳, 전체의 41.9%였고 2025년 10월에는 1,249곳, 47.4%로 오히려 늘었다. 1년 반 사이 비중이 5.5%포인트 커졌으니 저평가가 해소되는 방향도 아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흔히 지배구조나 지정학으로 설명되지만, 장부의 층위에서 먼저 확인되는 것은 부등식이 뒤집힌 회사가 절반이라는 사실이다. 시장의 절반이 "이 회사는 클수록 가치가 준다"는 평가를 받은 채 거래되고 있다.
부호가 회사의 결말을 갈랐다
같은 한국 시장 안에서도 부등식의 부호는 회사마다 갈리고, 부호가 갈리면 성장의 결말이 갈린다. 신한금융투자가 2022년 2월에 낸 분석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ROIC에서 WACC를 뺀 스프레드는 +13.8%포인트였다. NAVER는 +59.7%포인트, SK하이닉스는 +10.6%포인트였다. 같은 분석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LG화학, 현대차는 수익률이 자본비용에 못 미쳤다. 이 스프레드는 반도체 경기와 금리에 따라 해마다 출렁이는 수치라 2022년 초의 단면으로 읽어야 하지만, 단면 하나만으로도 분명한 것이 있다. 부호가 플러스인 회사에게 투자와 확장은 축적이라는 사실이다. 굴리는 자본 100원마다 자본의 값을 치르고도 십수 원이 남는 구조에서는 반도체 공장 한 동을 더 짓는 결정이 그대로 가치가 된다.
반대편의 결말은 두 회사가 보여줬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산업의 회사였고, 수주 산업에서 외형은 수주 잔고로 측정된다. 잔고를 채우는 가장 빠른 길은 값을 깎는 것이다. 저가 수주로 외형을 지키는 경쟁의 끝에서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한 해에 영업손실 5조 5,051억 원을 냈고, 이후 회사를 살리는 데 들어간 공적자금은 약 10조 원에 이른다. 매일노동뉴스가 정리한 경과에 따르면 이것은 한 해의 사고가 아니라 저가 수주 관행이 누적된 결과였다. 세계 최대급이라는 규모는 마지막까지 유지됐다. 다만 그 규모를 채운 일감의 수익률이 조달비용은커녕 원가에도 못 미쳤고, 부등식이 뒤집힌 상태의 규모는 손실의 배율로만 작동했다.
웅진은 인수 가격으로 부등식을 스스로 뒤집은 경우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을 시장 예상가의 두 배 수준인 6,600억 원에 인수했다. 같은 현금흐름을 두 배 값에 사면 그 자본의 투하자본수익률은 절반이 된다. 인수 가격이 정해진 순간에 이미 부등식의 부호가 정해진 것이다. 건설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2012년 9월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은 동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12년 9월 경향신문이 보도한 결말이다. 멀쩡히 돌아가는 본업들을 거느린 그룹이, 부호가 마이너스인 자본 배치 한 건으로 지주회사까지 법원에 넘겼다.
두 회사 모두에게 규모는 있었다. 없던 것은 부호다. 그리고 두 사례에서 실패의 크기는 정확히 규모에 비례했다. 부호가 마이너스인 채로 규모가 유지되는 동안 손실은 조 단위로 쌓였고, 그 규모가 아니었다면 공적자금 10조 원도 그룹 동반 법정관리도 없었을 것이다. 부등식이 뒤집힌 회사에게 규모는 보호막이 아니라 배율이다.
평균의 자영업에서 레버리지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소상공인 평균의 재무에서 이 부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5년에 발표한 2023년 소상공인실태조사 기준으로 소상공인 기업체당 연 매출은 1억 9,900만 원, 영업이익은 2,500만 원이다.
이 2,500만 원을 그대로 투하자본수익률의 분자로 쓸 수는 없다. 실태조사의 영업이익은 사장 본인의 인건비를 빼기 전 숫자이기 때문이다. 사장이 새벽에 문을 열고 밤에 정산하는 노동의 값을 시장 임금으로 쳐서 빼고 나면, 자본의 몫으로 남는 이익은 2,500만 원보다 한참 작거나 마이너스다. 대기업 재무제표의 영업이익은 임원 급여까지 비용으로 뺀 뒤의 숫자라서, 두 숫자를 같은 줄에 놓고 수익률을 비교하면 자영업 쪽이 실제보다 부풀려진다. 이 글에서 소상공인의 투하자본수익률을 몇 퍼센트라고 적지 않는 이유다.
분자를 정확히 계산할 수 없어도, 부채 쪽 계산은 선다. 같은 조사에서 소상공인의 60.9%가 부채를 갖고 있고, 부채 보유 기업체당 평균 부채는 1억 9,500만 원이다. 연 매출과 맞먹는 빚이다. 금리를 5%로 잡으면 연 이자는 975만 원, 영업이익 2,500만 원의 39%에 해당한다. 한국은행 집계로 2024년 은행 신규취급 대출 평균 금리가 4.64%였고 담보가 얇은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는 그 위에 얹히니, 5%는 오히려 낮게 잡은 가정이다. 사장 인건비를 아직 빼지도 않은 이익의 4할이 자본의 값으로 먼저 나간다는 뜻이다. 남는 1,525만 원 안에서 사장의 1년 치 노동의 값과 자기자본의 몫이 전부 해결되어야 한다.
그래서 평균의 세계에서는 레버리지가 정당화되지 않는다. 빌린 돈의 값을 치르고 남는 수익률이 확인되지 않는 구조에서, 대출로 가게를 한 평 키우는 선택은 부등식이 뒤집힌 채 커지는 선택이다. 규모가 늘수록 이자도 같은 비율로 는다. 물론 평균은 분포를 가린다. 같은 조사 대상 안에도 부등식이 성립하는 가게는 있고, 그런 가게에게 같은 대출은 축적의 도구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 가게가 어느 쪽인지 계산해 본 적 없는 채로 규모부터 늘리는 경우다. 평균 언저리의 장부라면, 대출 서류보다 부등식이 먼저다.
크기는 부등식의 부산물이다
크기는 목표가 아니라 부등식이 성립할 때만 허용되는 부산물이다. 파크원의 대주단 34곳이 2조 1,000억 원을 움직인 근거도,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 10조 원이 들어간 이유도 같은 자리에 있다. 자본이 들어가서 나오는 수익률과 그 자본의 값, 두 숫자의 차이다. 차이가 플러스인 곳에서 규모는 축적의 배율이 되고, 마이너스인 곳에서 손실의 배율이 된다.
부등식을 채우는 변수는 분자와 분모, 둘뿐이다. 분자를 올리는 일은 수익률 높은 일감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값을 깎아 외형을 채우는 대우조선해양의 방향이 아니라, 마진이 서는 일감을 고를 수 있는 위치를 먼저 만드는 방향이다. 분모를 낮추는 일은 조달비용을 낮추는 일인데, 자영업 규모에서 그 수단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하나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부 대출이다. 보증료라는 값을 치르고 기관의 신용을 빌려 금리를 낮추는 장치로, 값을 받고 리스크를 이전하는 3편의 원리가 자영업 쪽에서 작동하는 자리다. 다른 하나는 대주가 믿을 수 있게 정리된 장부다. 매출과 원가가 계좌에서 그대로 확인되는 검증된 장부는 대주의 불확실성을 줄여 같은 효과를 낸다. 7편의 사다리에서 확인했듯 조달비용은 신용의 함수이고, 신용은 보여줄 수 있는 현금흐름의 함수다.
이 시리즈가 파크원의 지상권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온 이유가 이 부등식이다. 선매입과 책임임차는 분자를 계약으로 미리 고정하는 장치였고, 책임준공과 보증은 분모를 낮추는 장치였고, 자본환원율은 그렇게 고정된 현금흐름을 건물값으로 번역하는 산식이었다. 그리고 이 부등식은 한 번 세우면 끝나는 계산이 아니다. 금리가 움직일 때마다, 일감의 단가가 바뀔 때마다 부호는 다시 정해진다. 좌표계는 다 세워졌다. 남은 것은 적용이다.
다음 편이 마지막이다. 9편은 이 틀 전체, 그러니까 지상권과 선매입, 리스크의 가격, 조달의 사다리, 그리고 이 부등식을 광명시흥 신공장 하나에 적용한다.
출처
본문의 시장 통계는 금융당국 발표 자료와 한국거래소 집계, 학계 분석의 언론 보도에 기대고 있다. 삼성전자와 NAVER의 ROIC-WACC 스프레드는 2022년 2월 신한금융투자 분석의 단면으로, 경기와 금리에 따라 해마다 달라지는 수치다. 소상공인실태조사의 영업이익은 사장 인건비 차감 전 기준이라는 한계를 본문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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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 성적표
-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한국 증시 저평가 분석 — 삼일PwC · 2024 (금융위원회 자료 인용)
- 김우진 서울대 교수, 상장사 ROE와 자기자본비용 분석 — 한국경제TV · 2024
- PBR 1배 미만 상장사 비중, 한국거래소 집계 — 아주경제 · 2025-10
개별 기업 사례
- 삼성전자·NAVER 등 ROIC-WACC 스프레드 분석(신한금융투자) — 뉴스워치 · 2022-02
- 대우조선해양 공적자금 투입 경과 — 매일노동뉴스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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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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