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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전기차 밸류체인 · 6편 / 9편

정책이 가격을 만든다

미국 보조금의 조기 종료, EU의 관세에서 최저가격제로, 중국의 수출통제 확대. 정책 캘린더가 곧 가격표다

홍정현·2026.08.10
17분 읽기

이 글은 《전기차 밸류체인》 시리즈 6편이다. 앞선 편들에서 정책은 늘 조연으로 등장했다.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 콩고의 쿼터, 미국의 세액공제. 이번 편은 그 정책들을 주연으로 세운다. 보조금과 관세와 수출통제가 전기차와 배터리의 가격을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리고 언제 못 움직였는지를 본다.

멈춘 조립 라인

2025년 5월, 포드는 시카고 공장의 익스플로러 조립 라인을 일주일 세웠다. 부품이 없어서였는데, 없던 부품은 반도체도 배터리도 아니었다. 모터와 스피커에 들어가는 희토류 자석이었다. 한 달 전 중국이 희토류 7종과 영구자석을 수출 허가 대상으로 묶었고, 허가가 늦어지자 중국의 자석 수출은 두 달 사이 월 5,800톤에서 1,239톤으로 4분의 3 넘게 줄었다. 지구 반대편의 공고문 한 장이 미국 공장의 교대 근무표를 바꿨다. 가동 중단은 여름 내내 이어져 7월까지 누적 3주에 달했다.

이 장면이 이번 편의 주제다. 전기차와 배터리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차값의 마지막 줄에는 보조금이, 국경에는 관세가, 원료의 항구에는 수출 허가가 붙어 있다. 앞선 편들에서 조연으로 지나간 정책들을 이번에는 한 줄에 세운다. 수요를 만드는 정책(보조금), 막는 정책(관세), 조이는 정책(수출통제와 자원 정책) 순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다룬다. 정책은 언제 가격을 움직이고, 언제 못 움직이는가.

수요를 만드는 정책: 보조금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이 만든 시장이다. 4편에서 본 대로 중국은 15년 동안 2,308억 달러를 들여 판을 깔았고, 세계 각국이 뒤따랐다. 그래서 보조금의 방향이 바뀌면 시장의 방향이 바뀐다. 2025년의 미국이 그 실험실이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두 종류의 보조금을 갖고 있었다. 차를 사는 사람에게 주는 구매 세액공제 7,500달러와, 미국 안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에 주는 생산 세액공제(45X, 셀 킬로와트시당 35달러)다. 2025년 세법 개정은 이 둘을 갈랐다. 구매 보조는 그해 9월 30일로 조기 종료됐고, 생산 보조는 살아남았다. 수요 보조는 끊고 공급 보조는 유지하는 비대칭인데, 대신 2026년부터는 중국계 지배 기업이 생산 보조를 받을 수 없게 문을 잠갔다. 결과는 5편에서 본 그대로다. 종료 직전 선수요로 3분기 판매가 몰렸고, 4분기에 급감했으며, 한국 셀 3사의 4분기 실적이 함께 꺾였다. 보조금 하나가 분기 실적 그래프의 모양을 그렸다.

한국의 보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중대형 승용 기준 국비 최대 보조금은 2023년 680만 원에서 2024년 650만 원, 2025년 580만 원으로 줄었고, 2026년에는 580만 원에 내연기관차 폐차 전환지원금 최대 100만 원이 얹혔다. 금액보다 눈여겨볼 것은 산식이다. 2024년 전면 개편으로 보조금은 성능보조금에 배터리효율계수와 배터리환경성계수를 곱해 정해지는데, 환경성계수는 배터리에 든 유가금속(리튬·니켈·코발트)의 잔존가치, 즉 폐배터리가 됐을 때의 재활용 가치를 기준으로 한다. 니켈과 코발트가 든 삼원계는 계수가 높게, 값싼 철과 인산으로 만든 리튬인산철은 낮게 나오는 구조라, 사실상 리튬인산철 탑재차에 불리한 설계라는 논란이 개편 첫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삼원계에 산업을 건 나라의 보조금 산식이라는 점에서, 5편의 대차대조표와 같은 페이지에 있는 정책이다.

보조금은 수요의 스위치다. 켜면 시장이 서고, 끄면 4분기 그래프가 꺾인다. 그리고 산식의 계수 하나가 어떤 화학의 배터리가 팔릴지까지 정한다. 소비자는 차값을 보고 고르지만, 그 차값은 정책이 먼저 손을 대고 난 값이다.

막는 정책: 관세, 그리고 최저가격제

수요를 만드는 정책의 반대편에 물량을 막는 정책이 있다. 표적은 중국산이다.

미국은 2024년 9월 무역법 301조 관세를 확정했다. 중국산 전기차 관세는 25%에서 100%로 올랐고,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7.5%에서 25%가 됐다. 천연흑연과 영구자석, 전기차 외 용도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2026년 1월부터 25%가 붙었다. 여기에 기본 관세 2.5%와 자동차에 대한 232조 관세 25%까지 얹혀, 2026년 현재 중국산 전기차의 실효 관세는 127.5%에 이른다. 사실상 시장 봉쇄다. 미국 도로에서 중국 전기차를 보기 어려운 것은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관세의 결과다.

EU는 다른 길을 갔고, 그 길이 더 흥미롭다. 2024년 10월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업체별 상계관세를 확정했다. 조사에 협조한 BYD는 17.0%, 지리는 18.8%, 국유기업 상하이차(SAIC)와 비협조 업체는 35.3%였고, 기본 관세 10%를 합치면 최대 45.3%다. 그런데 발효 이후에도 양측은 관세를 최저가격제로 바꾸는 협상을 이어갔다. 중국산 차가 약속한 가격 아래로는 팔지 않는 조건으로 관세를 면제해 주는 방식이다. 2026년 1월 EU가 가격약속 제출 지침을 냈고, 2월에 첫 수락 사례가 나왔다. 역설적이게도 그 첫 사례는 중국 브랜드가 아니라 폭스바겐의 중국 합작사가 만드는 차였다.

관세와 최저가격제는 같은 목적의 다른 도구다. 관세는 물량을 막고, 최저가격제는 가격의 바닥을 정한다. 어느 쪽이든 유럽 소비자가 중국 전기차를 원래 가격보다 비싸게 사게 된다는 결과는 같다. 그리고 중국 자본은 관세가 못 넘는 곳에 공장을 세우는 것으로 응수하고 있다. 완성차 관세를 정면으로 맞은 BYD는 EU 조사가 진행 중이던 2023년 말 헝가리에 승용차 공장 건설을 결정했고, 그보다 앞서 지어진 CATL의 헝가리 배터리 공장도 결과적으로 이 관세 지형에서 유리한 자리가 됐다. 정책이 물량을 막으면, 자본은 국경 안쪽으로 이동한다.

조이는 정책: 수출통제와 자원 정책

관세가 소비국의 무기라면, 수출통제는 공급국의 무기다. 중국의 통제 목록은 3년 사이 계단식으로 길어졌다.

발표 → 시행조치대상
2023년 7월 → 8월수출 허가제갈륨·게르마늄
2023년 10월 → 12월수출 허가제구형흑연·고순도 인조흑연
2024년 8월 → 9월수출 허가제안티모니
2024년 12월대미 수출 금지·심사 강화갈륨·게르마늄·안티모니, 흑연은 대미 심사 강화
2025년 4월수출 허가제(즉시)희토류 7종과 영구자석
2025년 10월 → 11월 예정수출 허가제고성능 리튬이온 셀·팩, 인조흑연 음극재와 생산 장비·기술
2025년 11월유예(2026년 11월까지)10월 확대분 전체와 대미 강화 조치, 미중 정상 합의의 일부

목록에서 두 가지가 보인다. 첫째, 대상이 광물에서 가공품으로, 다시 장비와 기술로 올라갔다. 3편에서 본 문법 그대로, 지렛대는 캐는 데가 아니라 만드는 데 있다. 둘째, 마지막 줄의 유예가 보여주듯 통제는 협상 카드다. 2025년 11월의 미중 합의에서 미국은 관세 일부를 내리고 중국은 통제 일부를 미뤘다. 광물이 통화가 된 셈이다.

통제의 위력을 보여준 것이 2025년 4월의 희토류 조치였다. 오프닝의 포드 사례가 그 결과다. 자석 수출이 두 달 새 4분의 3 줄었고, 중국 안 네오디뮴 계열 산화물 가격은 연중 40% 넘게 올랐으며, 중국 밖에서 급한 물량을 구하는 값은 그보다 훨씬 위에서 움직였다. 2026년 초 기준 역외 현물 시장의 터븀과 디스프로슘 가격은 1년 새 두세 배가 됐고, 중국 내수가의 4배 안팎에 거래됐다. 같은 광물이 국경 안팎에서 다른 값에 팔리는, 정책이 만든 이중 가격이다.

공급국 쪽 자원 정책도 같은 문법을 쓴다. 2편과 3편에서 본 계보를 한 줄로 이으면 이렇다. 인도네시아는 2014년과 2020년의 원광 수출 금지로 제련 산업을 통째로 끌어왔고, 그 성공을 본 짐바브웨가 리튬 원광을, 콩고가 코발트 수출을 묶었으며, 칠레는 신규 염호에 국가 지분을 의무화했다. 자원을 그냥 파는 나라에서 자원으로 산업과 협상력을 사는 나라로, 공급국들의 표준이 바뀌었다.

정책이 가격을 움직이는 조건

그렇다면 정책은 언제나 가격을 움직이는가. 세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답이 나온다.

사례조치물량 반응가격 반응
코발트 (2025년)콩고 수출 전면 중단 후 쿼터제콩고 수출 급감금속 연간 +130%, 황산코발트 +266%
희토류 (2025년)중국 허가제자석 수출 약 4분의 3 감소중국 내 40% 이상 상승, 역외는 배 이상
흑연 (2023~2024년)중국 허가제수출 -65~78%오히려 약 17% 하락

코발트와 희토류는 급등했는데 흑연은 떨어졌다. 물량이 비슷하게 줄었는데도 그렇다. 차이는 반대편에 있었다. 흑연은 통제 시행 전 밀어내기 수출로 재고가 쌓여 있었고, 무엇보다 3편에서 본 인조흑연 과잉 설비가 가격을 누르고 있었다. 공급이 남아도는 시장에서는 수출 허가제도 가격을 못 밀어 올린다. 반면 코발트는 한 나라가 광산 생산의 76%를 쥔 시장이었고, 희토류 중 중국이 조인 품목은 대체 공급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이 편의 결론 문장은 이것이다.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통제가 아니라 대체 공급의 부재다. 정책은 집중이 이미 만들어 놓은 협상력을 현금화하는 장치이지, 협상력을 새로 만들지는 못한다. 4편의 정제 병목이 왜 공급망의 진짜 목줄인지가 여기서 다시 확인된다. 병목을 쥔 쪽의 통제는 가격이 되고, 병목이 아닌 곳의 통제는 통계가 될 뿐이다.

시간의 축도 있다. 보조금 종료는 선수요와 절벽을, 통제 발표는 사재기와 재고를 만든다. 정책이 예고되는 순간부터 시장은 앞당겨 움직이고, 그 앞당김이 다시 가격의 골과 산을 만든다. 7편에서 볼 리튬 가격 사이클에 이 정책발 파동이 겹쳐 있다.

정책 캘린더 위의 견적서

밸류체인의 하류에서 이 편의 지도는 두 갈래로 도착한다.

하나는 차값이다. 국내 보조금의 금액과 산식은 해마다 바뀌고, 그 변화가 어떤 차가 얼마나 팔릴지를 정하며, 팔린 차들이 몇 년 뒤 정비와 검사 수요가 된다. 보조금 산식의 계수 하나가 미래 입고 차량의 배터리 화학을 정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하나는 부품이다. 포드의 조립 라인을 세운 것과 같은 힘이, 수리용 부품의 조달 기간과 가격에도 작용한다. 배터리팩과 구동 모터가 수리비의 중심이 된 시대에, 지구 반대편의 수출 허가 공고문은 공업사 견적서와 무관하지 않다.

정책은 시리즈 내내 배경이었지만, 이번 편에서 본 대로 실은 무대 장치 전체를 움직이는 손이다. 다만 그 손도 만능은 아니어서, 대체 공급이 있는 곳에서는 가격 앞에 무력했다. 다음 편은 그 가격 자체를 해부한다. 정책도 수요도 아닌, 시간의 구조가 만드는 가격의 산과 골이다.

다음 편은 리튬 가격 사이클이다. 2년 만에 8배가 됐다가 다시 8분의 1이 된 가격. 폭등과 폭락의 구조를 뜯는다.

출처

본문에 인용한 수치의 근거는 아래와 같다. 관세율과 수출통제는 각국 정부·기관의 1차 문서를 우선했고, 가격 반응은 시장조사기관과 전문지 집계다. 역외 희토류 가격(2026년 초 기준)은 전문지 보도로, 시점과 역외가 기준을 본문에 명시했다. 코발트 가격 상승률은 등급(금속·황산·수산화)별로 다른 수치를 구분해 썼다.

출처 전체(22건) 펼치기

보조금: 미국·한국

관세: 미국 301조·EU 상계관세

수출통제: 중국

정책과 가격: 사례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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