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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전기차 밸류체인 · 7편 / 9편

8배 폭등과 87% 폭락, 리튬 사이클의 구조

수요는 매년 늘었는데 가격은 무너졌다. 증설의 시차, 재고, 미성숙한 가격 결정 구조가 만든 산과 골

홍정현·2026.08.11
16분 읽기

이 글은 《전기차 밸류체인》 시리즈 7편이다. 1편에서 예고한 대로 리튬 가격의 폭등과 폭락을 해부하는 편이다. 6편이 정책이 가격에 손대는 방식을 다뤘다면, 이번 편은 정책이 없어도 가격이 스스로 만드는 산과 골, 사이클의 구조를 본다.

세 개의 숫자

리튬 가격 이야기는 숫자 세 개로 요약된다. 중국의 배터리급 탄산리튬은 2022년 11월 현물 기준 톤당 56만 7,500위안까지 올랐다(SMM 집계). 2025년 6월에는 선물 시장에서 5만 8,720위안까지 내렸다. 고점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리고 그 사이, 리튬 수요는 한 해도 줄지 않았다. 2023년에도 30%가 늘었다.

수요가 매년 두 자릿수로 크는 시장에서 가격이 90% 가까이 무너지는 일은 직관에 어긋난다. 가격 폭락 기사를 보고 전기차 시대가 꺾였다고 읽으면 완전히 잘못 읽는 것이다. 무너진 것은 수요가 아니라 가격이었고, 가격을 무너뜨린 것은 수요의 반대편에서 몇 년 늦게 도착한 공급이었다.

이 편은 그 시차의 구조를 해부한다. 폭등의 2021~2022년, 폭락의 2023~2024년, 반등의 2025~2026년을 순서대로 걷고, 중간에 이 시장 특유의 문제 하나를 짚는다. 리튬은 최근까지 제대로 된 가격표조차 없던 시장이라는 점이다. 그 미성숙이 산과 골을 더 가파르게 만들었다.

폭등 2021~2022: 수요가 먼저 도착했다

폭등의 동력은 단순했다. 전기차가 예상보다 빨리 팔렸다.

세계 전기차 판매는 2020년 약 300만 대에서 2021년 660만 대로 한 해 만에 두 배가 됐고, 2022년에는 1,000만 대를 넘었다(IEA 집계). 2022년은 세계 전체 자동차 판매가 3% 줄어든 해였다. 시장 전체가 뒷걸음치는 동안 전기차만 55% 늘었으니, 배터리에 들어갈 리튬 수요가 공급 계획들을 앞질러 버렸다.

공급은 따라올 수 없었다. 2편에서 본 대로 광산 하나가 발견에서 생산까지 평균 16년이 걸리고, 염호는 증발에만 1년 넘게 걸린다. 2010년대 후반 저가 국면에 투자가 말라 있던 터라, 수요가 튀어 오른 시점에 새로 열릴 광산이 없었다. 그 결과가 가격이다. 미국 연평균 배터리급 탄산리튬 가격은 2020년 톤당 1만 100달러에서 2022년 7만 1,100달러로 7배가 됐고(USGS 2025년판, 실질가격 기준), 중국 현물은 8배까지 치솟았다.

부족의 공포는 확보 경쟁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2021년 11월 간펑리튬과 3년 공급 계약을 맺었고, GM은 2022년 7월 리벤트와 6년짜리 수산화리튬 계약을, 포드는 같은 해 호주 개발 단계 광산의 정광을 연 15만 톤씩 5년간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완성차가 셀 회사를 건너뛰어 광산과 직접 계약하는, 1편에서 본 수직 통합의 풍경이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아직 파지도 않은 광산의 물량까지 입도선매하는 시장. 그것이 2022년의 리튬이었다.

그리고 그 고점에서, 고전적인 일이 일어났다. 가격이 부른 투자가 일제히 삽을 떴다. 호주와 아프리카와 중국의 증설이 전부 이 시기에 결정됐다. 몇 년 뒤 도착할 공급이었다.

폭락 2023~2024: 공급이 늦게 도착했다

주문했던 공급은 가격이 꺾인 뒤에 도착했다. 세계 광산 리튬 생산은 2023년 23%, 2024년 18% 늘었다(USGS, 각 연판 기준). 가격이 이미 무너지는 중에도 증산이 계속된 것인데, 광산은 한번 삽을 뜨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비가 이미 들어갔고, 가동을 멈추는 것도 돈이 든다.

새 공급의 얼굴은 둘이었다. 하나는 짐바브웨다. 중국 기업 다섯 곳이 2021년 이후 14억 달러 넘게 투자해 광산을 잇달아 열었고, 가격이 폭락한 2025년에도 스포듀민 수출은 오히려 27% 늘었다. 다른 하나는 중국 장시성 이춘의 레피돌라이트, 즉 리튬 운모다. 산화리튬 함량이 호주 스포듀민의 몇 분의 1인 저품위 광석이라 탄산리튬 1톤에 원광 기준 150~200톤을 캐야 하는 비싼 원료지만, 자국 안에 있다는 이유로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로 팠다. CATL의 젠샤워 광산 하나가 연 4만~6만 5천 톤(탄산리튬 환산, 추정 편차)으로 중국 산출의 7~10%를 차지했다. 원가 곡선의 맨 위에 있는 이 한계 광산들이, 나중에 반등 국면의 열쇠가 된다.

수요 쪽에도 착시가 있었다. 폭등기에 배터리 사슬의 모든 단계가 재고를 쌓아뒀다. 양극재 업체와 셀 업체가 원료를 미리 사둔 것인데, 가격이 꺾이자 다들 재고부터 소진했다. 최종 수요(전기차 판매)는 늘어도 원료 주문은 그보다 훨씬 적게 나가는 구간이 생긴 것이다. 공급 과잉에 재고 소진이 겹치며 낙폭이 커졌다.

그 결과가 1편부터 반복해 본 숫자들이다. 2023년 한 해 현물가 75% 하락, 고점 대비 85% 이상 하락(IEA). 그리고 4편에서 본 후폭풍이 이어졌다. 서방의 신규 정제·광산 프로젝트가 줄줄이 취소되고, 케머튼 같은 공장이 문을 닫았다. 저가는 기존 저원가 생산자(아타카마 염호, 그린부시스)에게는 견딜 만한 날씨지만, 새로 진입하려던 쪽에는 사형 선고였다. 사이클이 지나갈 때마다 시장은 더 집중된다.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산과 골이 이렇게 가팔랐던 데에는 리튬 시장 특유의 사정이 하나 더 있다. 이 시장에는 최근까지 제대로 된 가격표가 없었다.

구리나 니켈은 런던금속거래소에서 반세기 넘게 거래되며 모두가 보는 기준가가 있다. 리튬은 달랐다. 생산자와 수요자가 일대일로 협상하는 연간·다년 고정가 계약이 시장의 대부분이었고, 거래 가격은 바깥에 공개되지 않았다. 폭등기의 사건들이 이 구조를 흔들었다. 호주 필바라 미네랄스는 2021년 정광을 공개 경매에 부치기 시작했는데, 경매마다 사상 최고가가 찍히며 시장 전체의 호가를 끌어올렸다. 반대편에서는 고정가 계약의 한계가 드러났다. 세계 최대 리튬 회사인 앨버말조차 옛 고정가 장기계약에 묶여 현물 폭등의 이익을 다 잡지 못했다고 밝히고, 계약을 시세 연동으로 바꿔 나갔다.

선물시장도 이 시기에 태어났다. 시카고상품거래소와 런던금속거래소가 2021년 수산화리튬 선물을 냈고, 결정적으로 2023년 7월 중국 광저우선물거래소가 탄산리튬 선물을 상장했다. 지금 리튬 가격 뉴스에 나오는 숫자의 상당수가 이 광저우 선물가다. 세계 리튬 가격의 기준점이 중국 거래소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4편에서 본 정제 지도의 금융판 반영이다.

가격 발견 구조가 미성숙하면 신호가 증폭된다. 기준가가 없으니 부족할 때는 경매 최고가가 시장 전체의 공포를 키우고, 남을 때는 반대로 투매가 바닥을 뚫는다.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는 리튬 화학물질 80%, 정광 90%라는 낙폭의 원인을 중국 과잉설비를 비롯한 복합 요인으로 짚으면서, 고정가 양자계약에서 지수·경매·선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미성숙한 가격 구조가 그 변동폭을 증폭시켰다고 진단했다.

반등 2025~2026: 사이클의 구조

바닥은 2025년 6월이었다. 광저우 선물 기준 5만 8,720위안. 반등의 방아쇠는 수요가 아니라 다시 정책과 공급이었다.

2025년 7월 중국 정부가 이른바 반내권, 파괴적 가격 경쟁과 과잉설비를 겨냥한 단속을 시작하자 시장은 리튬 감산 가능성을 읽었고 가격은 한 달 새 37% 올랐다. 8월 9일에는 실제 사건이 터졌다. CATL의 이춘 젠샤워 광산이 채굴권 만료로 조업을 멈춘 것이다. 중국 산출의 10% 가까운 물량이 하루아침에 빠지자 다음 거래일 광저우 선물은 상한가로 열렸다. 3편과 6편에서 본 문법 그대로, 인허가라는 행정 수단이 공급 조절 장치로 작동했다.

이후 가격은 2026년 5월 20만 위안 선 근처까지 올라 2년 만의 고점권을 찍었다. 그리고 약 10개월을 멈춰 있던 젠샤워가 6월 말 안전생산허가를 받아 재가동하고, 호주 광산들의 복귀와 재고 증가가 겹치자 가격은 다시 13만~14만 위안대로 밀렸다. 저점 대비 두 배가 넘지만 2022년 고점의 4분의 1 수준. 산의 어깨쯤에서 다음 방향을 다투는 국면이다.

여기까지 걸으면 사이클의 구조가 손에 잡힌다. 수요는 연속적으로 크는데 공급은 몇 년 단위 계단으로 도착한다. 가격이 오르면 투자가 몰리고, 그 투자의 결과물은 가격이 꺾인 뒤에 나온다. 재고가 진폭을 키우고, 미성숙한 가격 구조가 신호를 증폭하며, 정책이 가끔 계단을 통째로 치우거나 얹는다. 이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7~2018년에도 리튬은 급등했고, 증설이 몰렸고, 2020년 스포듀민 정광이 톤당 375달러까지 무너지는 소사이클을 겪었다. 2021~2024년은 그 소사이클의 확대 재생산이었고, 지금 결정되고 있는 증설들이 다음 사이클의 진폭을 이미 쓰고 있다.

이 구조에서 확실한 예측은 가격의 방향이 아니라 사이클의 존재 자체다. 리튬 가격 전망치를 믿기보다, 지금이 사이클의 어느 국면인지를 묻는 편이 낫다.

하류 전달의 비대칭

이 사이클은 하류에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전달은 비대칭이고, 그 비대칭이 흥미롭다.

올라갈 때는 계약이 방파제가 된다. 이미 맺어 둔 공급 계약의 가격이 지켜지는 동안 원가 급등은 셀 회사의 부담으로 쌓였고, 전가는 계약을 다시 쓰는 속도만큼만 이뤄졌다. 내려올 때는 반대로 연동이 빨라진다. CATL은 2023년 초 전략 고객들에게 이른바 리튬 리베이트를 제안했다. 배터리에 실린 탄산리튬 물량의 절반을 시세가 아니라 톤당 20만 위안 기준으로 정산해 주는 대신, 배터리 구매량의 80%를 자사에 걸라는 조건이었다. 원료 하락분을 할인으로 돌려주며 점유율을 잠그는, 하락기에만 가능한 수법이다.

그 결과가 배터리 팩 가격의 궤적이다. 2024년 팩 평균 가격은 킬로와트시당 115달러로 한 해에 20% 내렸고, 2025년에는 금속 가격이 오르는 중에도 108달러로 더 내렸다(블룸버그NEF). 리튬이 뛸 때 팩 가격은 천천히 오르고, 리튬이 빠질 때는 과잉 설비 경쟁까지 겹쳐 더 빨리 내린다. 상류의 산과 골이 하류에 도착할 때는 완만한 내리막으로 번역되는 것이다.

공업사와 검사장의 자리에서 이 편의 결론은 이렇다. 리튬 가격 폭락 기사는 전기차 산업의 위기 신호가 아니라 대개 그 반대, 전기차가 싸지고 있다는 신호다. 배터리팩 교체비와 새 전기차 값은 상류 사이클의 골을 몇 분기 늦게, 완만하게 따라 내려온다. 상류의 소음에서 하류의 신호를 골라 읽는 것, 그것이 지도를 가진 사람의 읽기다.

다음 편은 돈이다. 광산부터 충전소까지, 단계별 마진의 실제 숫자를 모아 누가 왜 버는지를 정리한다.

출처

본문에 인용한 수치의 근거는 아래와 같다. 가격은 USGS 연평균(미국)과 중국 현물·선물(SMM·광저우선물거래소) 두 계열을 구분해 썼고, 생산 증가율은 USGS 연판 기준을 명시했다.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 보고서의 논지는 공개 요약과 인용 보도로 확인한 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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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생산 통계

폭등기: 수요와 확보 경쟁

폭락기: 공급과 재고

가격 결정 구조

반등 국면과 하류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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