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밸류체인에서 누가 왜 버는가
순이익률 59%에서 적자로 출렁이는 광산, 홀로 17%를 지키는 1위 셀, 만들수록 손해인 완성차와 아직 적자인 하류
이 글은 《전기차 밸류체인》 시리즈 8편이다. 1편에서 단계별로 이익의 성격이 다르다는 표를 그렸고, 이후 여섯 편이 그 배경을 채웠다. 이번 편은 장부를 편다. 광산부터 충전소까지, 실적 공시에 찍힌 실제 숫자로 누가 왜 버는지를 정리한다. 어느 회사가 유망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구조만 본다.
장부를 편다
시리즈 내내 구조를 이야기했으니, 이제 그 구조가 실제로 만든 돈을 볼 차례다. 이 편의 재료는 전망도 추정도 아니고, 각 회사가 발표한 실적 공시의 숫자다. 광산부터 충전소까지 단계별로 대표 기업의 손익을 펴고, 가능한 곳마다 호황(2022년 전후)과 불황(2024~2025년) 양쪽을 놓는다. 한쪽 국면만 보면 어느 단계든 천국이거나 지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리 지도를 그려두면 이렇다. 광산의 손익은 순이익률 59%와 적자 사이를 오갔다. 정제는 나라 층위에서는 무기였지만 회사 층위에서는 적자였다. 셀은 1위 한 곳만 두 자릿수 이익률을 지켰고, 추격자들은 보조금이 손익의 부호를 정했다. 완성차는 적자의 바다에 섬이 두 개 떠 있고, 충전과 재활용은 아직 개척 중인 적자 지대다.
숫자를 따라 걸으면 마지막에 한 문장이 남는다. 마진을 정하는 것은 어느 단계에 있느냐가 아니라, 그 단계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다.
광산: 사이클을 타는 지대
광산의 장부는 7편에서 본 가격 사이클을 그대로 복사한다. 세계 주요 리튬 광산·염호 회사 세 곳의 호황과 불황이다.
| 회사 | 호황 국면 | 불황 국면 |
|---|---|---|
| 필바라 미네랄스 (호주, 광산 전업) | 2023 회계연도 순이익 24억 호주달러, 순이익률 약 59% | 2025 회계연도 순손실 1억 9,600만 호주달러 |
| 앨버말 (미국, 통합) | 2022년 순이익 26억 9천만 달러, 순이익률 36.7% | 2024년 순손실 12억 달러 (구조조정·상각 포함) |
| SQM (칠레, 통합) | 2022년 순이익 39억 달러, 순이익률 36.5% | 2024년 순손실 4억 달러, 2025년 흑자 복귀 |
필바라의 두 회계연도를 나란히 놓으면 이 사업의 본질이 드러난다. 2025 회계연도에 판매량은 오히려 7% 늘었다. 그런데 스포듀민 평균 판매 가격이 미국달러 기준 톤당 4,447달러에서 672달러로 떨어지자, 순이익률 59%짜리 회사가 적자 회사가 됐다. 많이 파는 것은 아무 방어가 되지 않는다. 광산의 손익은 가격이 전부이고, 가격은 7편에서 본 대로 광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사이클이 정한다.
SQM의 2024년 적자에는 각주가 필요하다. 칠레 정부와의 합작 전환 과정에서 광업특별세 관련 일회성 비용 약 11억 달러가 반영된 결과로, 영업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었고 2025년에 흑자로 돌아왔다. 2편에서 본 아타카마의 세계 최저 원가가 불황의 방패 역할을 한 셈이다. 같은 불황에 고원가 광산(호주 신규, 중국 레피돌라이트)은 문을 닫거나 적자를 견뎠다. 광산 단계 안에서도 생사를 가른 것은 원가 곡선 위의 위치였다.
정리하면 광산의 이익은 지대이되, 조수 간만이 극단적인 지대다. 밀물에는 순이익률 기준으로 밸류체인 전체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차오르고, 썰물에는 바닥이 드러난다. 1편에서 광산의 이익을 사이클에 출렁이는 이익이라고 적었는데, 그 출렁임의 진폭이 60%포인트라는 것이 이 장부의 답이다.
정제·소재: 협상력은 나라의 것, 손익은 회사의 것
4편과 6편에서 정제를 밸류체인의 목줄이라고 불렀다. 그러면 그 목줄을 쥔 회사들은 돈을 잘 벌고 있을까. 장부의 답은 뜻밖이다.
중국 정제의 양대 이름인 간펑리튬은 2024년 상장 후 첫 연간 적자(20억 위안대 순손실)를 냈고, 톈치리튬은 같은 해 79억 위안의 순손실로 상장 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리튬 판가 폭락에 원료 매입가의 시차, 지분 투자 손실이 겹친 결과다. 정제 점유율 70%의 나라에서, 정제 대표 기업들이 적자였다.
이 역설이 중요한 구분을 가르쳐준다. 정제 병목의 렌트는 개별 기업의 손익계산서로 균등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것은 나라 층위의 협상력으로 실현된다. 6편에서 본 수출통제가 그 현금화 방식이다. 회사는 사이클에 노출된 채 박한 가공 마진을 다투고, 병목이 만드는 진짜 지대는 국가의 지정학 카드로 쓰인다. 협상력은 나라의 것이고, 손익은 회사의 것이다.
소재도 같은 계곡에 있다. 5편에서 본 한국 양극재 4사의 장부가 그것이다. 호황기에 증설을 걸었다가 2024년 일제히 적자 또는 이익 급감을 겪었고, 2025년의 회복도 절반은 착시(기초소재가 견인한 흑자)였다. 양극재는 원료 가격을 판가에 전가하는 구조라 스프레드 사업에 가깝다. 스프레드 사업의 마진은 얇고, 가동률이 손익을 정하며, 가동률은 아래 단계인 셀의 주문이 정한다. 밸류체인의 중간 마디는 위로는 광물 사이클에, 아래로는 셀 가동률에 양쪽으로 물려 있는 자리라는 것이 이 장부의 요약이다.
셀: 1위와 나머지
셀 단계의 장부는 한 회사와 나머지로 나뉜다.
CATL의 2024년 실적은 이 산업에서 규모가 무엇을 사는지 보여준다. 매출은 3,620억 위안으로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 줄었는데(전년 대비 -9.7%), 순이익은 507억 위안으로 오히려 15% 늘었다. 판가 하락분보다 원재료 하락분이 컸고, 그 차액을 이익으로 흡수한 것이다. 2025년에는 매출 4,237억 위안에 순이익 722억 위안, 순이익률 약 17%를 찍었다. 7편에서 본 리튬 리베이트로 고객을 잠그고, 자체 광산과 소재 지분으로 원가를 쥐고, 세계 판매 셀의 40%를 혼자 만드는 회사의 숫자다.
추격자들의 장부는 다르다. IEA 집계로 LG에너지솔루션의 2024년 영업이익은 4억 달러를 넘겼지만 미국 생산 세액공제를 빼면 6억 5천만 달러 적자였고, 2025년에도 공제를 빼면 2억 달러 적자였다. 파나소닉도 같은 구조라는 것이 IEA의 진단이다. 5편에서 본 삼성SDI와 SK온의 적자까지 겹치면, 셀 산업의 손익 지도는 이렇게 요약된다. 1위는 원재료 사이클마저 이익으로 바꾸고, 2위 이하는 보조금이 손익의 부호를 정한다.
왜 이렇게 갈리는가. 셀은 장치산업이라 가동률이 마진의 대부분을 정하는데, 수요가 꺾인 시장에서 가동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주문이 몰리는 1위뿐이다. 여기에 수직계열화의 원가 우위와, 과잉 설비 국면에서도 증설을 계속할 수 있는 현금 체력이 얹힌다. 1편에서 본 제조능력 3테라와트시 대 수요 1테라와트시의 시장은, 평균적으로는 마진이 깎이는 시장이지만 1위에게는 오히려 점유율을 늘릴 기회의 시장이다.
한 가지 더. 배터리 팩 가격이 해마다 내리는 것을 셀 회사들의 출혈로만 읽으면 절반만 맞는다. 골드만삭스의 분해로는 향후 팩 가격 하락 전망치의 절반 가까이가 리튬을 비롯한 원재료 가격 하락, 즉 광산 쪽 가격에서 나온다. 하류가 누리는 배터리 가격 인하의 청구서가 상당 부분 상류 광산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밸류체인의 마진은 총량이 커지는 게임이 아니라 단계 사이를 이동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이 분해가 보여준다.
완성차와 하류: 적자의 바다, 두 개의 섬
완성차의 전기차 장부는 적자의 바다다. 포드의 전기차 부문(모델e)은 2023년 47억 달러, 2024년 51억 달러의 손실을 냈고, 2025년에도 연초 가이던스 기준으로 비슷한 규모를 예고한 데 이어 연말에는 전기 픽업 정리를 포함한 대규모 상각까지 반영했다. 가이던스 기준만으로 3년 손실 합계가 약 150억 달러다. 내연기관과 상용차 부문의 이익이 이를 메웠다. GM은 2024년 말 전기차 포트폴리오가 변동비 기준으로는 흑자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고정비를 뺀 층위의 이야기였고, 2025년 10월에는 수요 둔화와 보조금 종료에 맞춰 손상차손을 포함한 16억 달러의 비용을, 이어 4분기에 전기차 축소와 중국 구조조정에 걸친 특별비용 71억 달러(전기차 관련 약 60억 달러)를 인식했다. 만들수록 손해인 단계를 지나, 만들 설비 자체를 장부에서 지우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바다 위에 섬이 두 개 있다. 테슬라는 2024년 자동차 부문 매출총이익률 18.4%, 2025년 4분기에는 규제 크레딧을 빼고도 17.9%를 지켰다. BYD는 2025년 순이익이 19% 줄어드는 감익 속에서도 순이익률 4.1%의 흑자였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시리즈에서 반복해 본 그것, 수직계열화다. 셀부터(BYD는 광산 지분까지) 차까지 쥔 회사만 전기차로 돈을 벌고 있다. 한국 완성차는 그 중간이다. 현대차의 2025년 영업이익률은 6.2%, 기아는 8%대인데,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이 이익을 지키는 동안 전기차 라인업 확대가 수익성을 깎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구조다.
하류로 더 내려가면 아직 개척지다. 충전은 세계적으로 적자 사업이다. 미국 차지포인트는 2025 회계연도(2025년 1월 말 결산)에 매출 4억 2천만 달러에 순손실 2억 8천만 달러를 냈고 창사 이래 연간 흑자가 없다. 경쟁사 EVgo가 2025년 조정 기준으로 창사 첫 흑자를 냈다는 것이 이 업계의 좋은 소식 수준이다. 국내도 같다. 2024년 주요 충전 사업자들이 나란히 영업적자(이브이시스 133억 원, 채비 275억 원, SK일렉링크 180억 원)를 내고 2025년 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보급률이 만드는 이용률이 손익분기의 열쇠인데, 아직 그 문턱 앞이라는 뜻이다. 다만 방향은 손실 축소 쪽이다.
재활용은 더 이르다. 북미 선도 업체 리사이클(Li-Cycle)은 2025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광산·트레이딩 대기업 글렌코어에 흡수됐고, 국내 1위권 성일하이텍도 2024년 714억 원, 2025년 546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1편에서 폐배터리 시장 전망 60조 원을 인용했지만, 전망이 큰 것과 지금 돈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폐배터리가 아직 충분히 쏟아지지 않는 시점에 설비를 먼저 지은 사업들이라, 이 단계의 장부가 흑자로 돌아서는 시점은 전기차 보급 곡선이 폐차 곡선으로 번역되는 2030년 전후에 달려 있다.
마진 지도
장부를 덮고 지도로 정리한다.
| 단계 | 장부의 요약 | 마진의 원천 |
|---|---|---|
| 광산 | 순이익률 59%에서 적자까지, 진폭 60%포인트 | 가격 사이클 위의 원가 곡선 위치 |
| 정제 | 점유율 70% 나라의 대표 기업들이 적자 | 렌트는 국가 협상력으로 실현, 회사는 스프레드 |
| 소재 | 위로는 광물, 아래로는 셀 가동률에 양쪽으로 물림 | 스프레드와 가동률 |
| 셀 | 1위 순이익률 17%, 추격자는 보조금이 부호를 결정 | 규모, 가동률, 수직계열화 |
| 완성차 | 적자의 바다에 수직계열화한 섬 둘 | 수직계열화와 물량 |
| 충전·재활용 | 아직 적자 지대, 손실 축소 중 | 보급률이 만들 미래 이용률 |
이 표의 결론은 한 문장이다. 마진을 정하는 것은 단계가 아니라 위치다. 같은 광산이라도 원가 곡선의 아래에 있느냐, 같은 셀이라도 1위냐, 같은 완성차라도 수직계열화를 했느냐가 부호를 갈랐다. 병목이라는 좋은 단계에 있어도(정제) 위치가 나쁘면 적자였고, 경쟁이 격한 나쁜 단계에 있어도(셀) 위치가 좋으면 밸류체인 최고의 이익을 냈다.
그리고 이 지도는 고정돼 있지 않다. 골드만삭스의 분해가 보여줬듯 마진은 단계 사이를 이동한다. 광산의 지대가 하류의 가격 인하로 넘어갔고, 다음 사이클에는 반대로 흐를 것이다. 시리즈 첫 편에서 약속한 대로 어느 회사가 유망하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구조는 말할 수 있다. 이 판에서 오래 버티는 위치는 세 가지뿐이었다. 병목을 쥐거나, 원가 곡선의 바닥에 있거나, 규모로 1위이거나.
다음 편은 마지막, 하류다. 충전소와 공업사와 검사장과 폐차장. 이 시리즈를 시작한 자리로 돌아가, 지도 전체를 하류의 눈으로 다시 읽는다.
출처
본문의 손익 수치는 각 회사의 실적 공시·공식 보도자료를 우선했고, 공시가 없는 항목(테슬라 충전 부문 등)은 기관 추정임을 본문에 명시했다. SQM의 2024년 적자에는 칠레 광업특별세 일회성 비용이 포함돼 있고, 간펑리튬의 적자 규모는 귀속 기준에 따라 편차가 있어 "20억 위안대"로 완충했다. BYD는 배터리 부문 손익을 따로 공시하지 않아 전사 수치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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