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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 13편 / 17편

AI 때문에 접은 어학 회사를 찾지 못했다

듀오링고는 주가가 73% 빠지는 동안 매출이 39% 늘었다

홍정현·2027.05.04
12분 읽기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13편이다. 앞 편에서 AI가 한국어로 무엇을 하고 얼마가 드는지를 봤다. 이번 편은 그 기술을 먼저 만난 회사들의 기록을 본다.

AI 때문에 접었다는 회사를 찾지 못했다

이 편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찾은 것은 폐업 사례였다. 인공지능이 어학 산업을 무너뜨렸다면 무너진 회사가 있어야 한다.

한 건도 확인하지 못했다.

가장 근접한 사례는 가상현실로 영어를 가르치던 회사다. 셸과 DHL 같은 기업 고객까지 두고 있었는데 2025년 6월에 사실상 문을 닫았다. 원인은 명시돼 있다.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비가 과다했고, 260곳 넘는 투자자를 접촉했지만 200만에서 400만 파운드를 조달하지 못했고, 누적 결손이 850만 파운드였다. 인공지능과의 인과관계는 어디에도 없다.

1부에서 본 레어잡의 상장폐지도 다시 봐야 한다. 이 회사는 파산한 것이 아니라 교육 대기업에 완전자회사로 편입됐고, 회사 측 설명은 상장 유지 비용을 제품 개발과 AI 투자로 돌리겠다는 것이었다. 업계 분석이 꼽는 쇠퇴 요인은 넷이다.

요인내용
환율2022년 이후 엔저로 필리핀 강사 인건비의 실질 부담 증가
현지 인건비필리핀 물가 상승과 인력 경쟁으로 우수 강사 확보난
상품 구조25분에 257엔 같은 초저가 모델의 구조적 수익성 악화
AI무료 대체재가 저가 이용자층을 흡수

AI는 넷 중 하나이고 마지막에 온다. 앞의 셋은 1부에서 본 전화영어의 구조적 문제 그대로다.

그러니 이 시리즈가 2부에서 던질 질문의 형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AI가 이 산업을 죽였는가"가 아니라 "AI가 무엇을 바꿨는가"다. 죽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듀오링고는 주가와 실적이 갈라졌다

인공지능과 어학 산업을 함께 말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는 회사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간 순으로 본다.

시점일어난 일
2024년 1월번역 계약직의 약 10% 감축, AI로 대체 시작
2024년 10월두 번째 계약직 감축, 이번엔 작가
2025년 4월대표가 "AI 우선" 메모 공개. AI가 할 수 있는 일에는 계약직 사용을 점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힘
2025년 4~6월소셜미디어 반발과 보이콧
2025년 5월대표가 해명. 정규직은 한 명도 해고한 적 없고 메모에 맥락이 부족했다고 인정

주가는 2025년 5월 사상 최고가 540달러를 찍은 뒤 무너져 2026년 8월 27일 종가가 142.86달러였다. 고점 대비 73.5% 하락이다(계산: (540 − 142.86) ÷ 540).

그런데 실적은 반대로 갔다.

구분2025년 전체2026년 2분기
매출10.4억 달러, 전년 대비 39% 증가2.985억 달러, 18% 증가
일간 활성 사용자5,000만 명 첫 돌파5,870만 명, 23% 증가
유료 구독자연말 1,220만 명

주가가 4분의 1로 줄어드는 동안 매출은 4할 가까이 늘었다. 2026년 2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을 넘겼는데 주가는 시간외에서 더 빠졌다. 원인은 실적이 아니라 다음 분기 전망이 기대에 못 미쳤고, 결제액 증가율(8%)이 사용자 증가율(23%)보다 느려 수익화가 둔해졌다는 우려였다.

세 가지가 얽혀 있다. AI 도입 방식이 브랜드 반발을 불렀고, 그 시기에 사용자 증가율이 다섯 달 연속 둔화했고, 회사가 2026년에는 수익화보다 사용자 확대를 택했다. "AI 때문에 주가가 반토막났다"고 한 줄로 쓰면 과장이다.

이 사례에서 사업하는 쪽이 가져갈 것은 따로 있다. AI를 어떻게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가 고객 반응을 갈랐다는 점이다. 같은 일을 조용히 했으면 반발이 없었을 수 있다.

콘텐츠를 파는 쪽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람이 붙지 않는 자기주도 학습 앱들은 어떻게 됐는지 본다.

회사AI 도입그 뒤
Babbel2025년 AI 음성 대화 기능 출시2024년 매출 3.52억 유로, 성장률 6.6%로 둔화했으나 역성장은 아님
Busuu어휘·문법 콘텐츠 중심 유지2025년 1분기 7% 성장, 2025년 매출 4,800만 달러 전망
Memrise2024년 사용자 제작 코스를 앱에서 분리, 2025년 AI 기능 확장폐업설과 달리 정상 운영 중
Rosetta Stone비공개 자회사개별 실적 확인 불가

Busuu의 사례가 특히 대조적이다. 이 회사의 모회사는 같은 시기에 매출이 30% 줄고 구독자가 31% 빠졌다. AI 검색과 챗봇이 그 회사의 주력 서비스를 직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회사인 어학 사업은 7% 성장했다.

같은 지붕 아래에서 한쪽은 AI에 무너지고 한쪽은 버텼다. 차이는 파는 물건에 있었다. 무너진 쪽은 학생이 궁금한 것을 대신 찾아 주는 사업이었고, 버틴 쪽은 순서대로 배우게 하는 사업이었다. 답을 주는 일은 AI가 가져갔고, 배우는 과정을 설계하는 일은 안 가져갔다.

1부에서 확인한 국내 상황도 같은 방향이었다. 통화를 파는 회사가 적자를 쌓는 동안 학습기와 콘텐츠를 파는 회사가 2025년 매출 1,583억원에 영업이익 308억원을 냈다. 국경을 넘어 같은 구조가 반복된다.

그러면 사람을 파는 쪽은 어떻게 됐을까. 여기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사람을 파는 쪽이 오히려 커졌다

AI가 사람 강사를 대체한다면 강사를 중개하는 회사가 가장 먼저 흔들려야 한다. 실제로는 반대였다.

Preply는 2026년 1월에 1억 5천만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2억 달러로 유니콘이 됐다. 그런데 이 회사가 투자 유치에 내건 슬로건이 눈여겨볼 만하다. "인간 중심, AI 강화 학습"이었다. AI를 앞세운 것이 아니라 사람을 앞세우고 AI를 보조로 붙였다.

이 회사의 AI는 강사를 대체하지 않는다. 학습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수업 요약과 연습문제를 만드는 도구다. 2023년 이후 예약 가능한 강사 수는 세 배로 늘었다.

italki도 Cambly도 같은 자리에 섰다. AI를 추천과 문법 연습에 쓰고, 실시간 대화와 문화적 뉘앙스는 사람 강사의 영역으로 명확히 나눠 판다.

학습자 쪽 조사도 방향이 같다. 미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85%였다.

응답비율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또는 다소 중요85%
인간과 AI를 섞은 조합 선호39%
인간 상호작용이 별로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음8%
18~24세 중 인간 강사만 선호35%
18~24세 중 AI만 선호14%

가장 어린 층에서도 사람만 원하는 비율이 AI만 원하는 비율의 두 배 넘는다.

한 가지 단서를 달아야 한다. 투자 유치는 투자자의 베팅이지 소비자의 지출 증거가 아니다. 그리고 설문은 의향이지 행동이 아니다.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답한 것과 실제로 돈을 낸 것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강사 수가 세 배로 늘었다는 것은 예약이 그만큼 있었다는 뜻이므로, 수요가 유지된 정황으로는 읽을 수 있다.

AI로 실적이 좋아진 곳들이 실제로 한 일

무너진 회사는 못 찾았고, 그러면 반대로 AI를 붙여 좋아진 곳을 봐야 한다. 여기서 공통 패턴이 하나 나온다.

시원스쿨은 2025년 12월에 제2외국어 전용 AI 학습 서비스를 내놨다. 기존 강의 패키지를 사는 사람에게 옵션으로 붙이는 구조다. 출시 석 달 만에 패키지 구매자의 약 16%가 이 옵션을 골랐고 객단가가 올랐다. 다만 이 회사는 2026년 1월에 교육사업 부문이 다른 곳으로 넘어간 직후라, 같은 분기의 매출 증가를 AI 효과로만 읽으면 과장이다.

위버스마인드는 2025년 1월에 AI 영어회화 서비스를 내고 5월에 평생 무료로 바꿨다. 값을 받으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을 붙잡아 두려고 만든 쪽에 가깝다.

레어잡은 2025년 1월에 무료 AI 영어회화를 내면서 사람 강사 서비스 회원에게 제공했다. 회사 설명이 분명하다. AI로 짧게 연습을 쌓고 사람과의 실전에서 적용한다는 것이다.

셋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보인다. 어느 곳도 AI로 강사를 대체하지 않았다.

회사AI의 위치목적
시원스쿨유료 옵션객단가를 올린다
위버스마인드무료 기능붙잡아 둔다
레어잡사람 수업의 보조실전 전에 연습시킨다
Preply강사의 도구강사가 더 잘 가르치게 한다

AI 도입 자체가 매출을 만든 사례는 없다. AI를 결제 단가나 전환율을 올리는 장치로 썼을 때 실적이 따라왔다.

이건 이 시리즈의 계산에 직접 영향을 준다. 1부에서 이 사업을 막은 벽이 셋이었고 그중 사업자가 손댈 수 있는 것은 강사 원가 하나였다. 그런데 실제로 이 업계에서 AI가 앉은 자리는 원가를 줄이는 자리가 아니라 값을 올리거나 이탈을 막는 자리였다.

원가 절감이 아니라 매출 방어였다는 뜻이다.

AI만으로 큰 회사가 하나 있다

앞의 사례들이 전부 AI를 보조로 썼다면, AI 대화 자체를 주력으로 판 회사도 있다. 그리고 그 회사가 한국에서 시작됐다.

시점투자기업가치
2024년 6월시리즈 B-3, 2,000만 달러5억 달러
2024년 12월시리즈 C, 7,800만 달러10억 달러

두 번째 라운드에는 OpenAI가 만든 펀드가 참여했다. 반년 만에 기업가치가 두 배가 됐다.

한국 매출은 2020년 1억원에서 2023년 60억원으로 늘었다. 다른 집계로는 같은 시기 앱 마켓 결제액이 연 960만 달러 수준이라는 수치도 있는데, 앞의 것은 법인 매출이고 뒤의 것은 플랫폼 수수료를 포함한 결제 총액이라 기준이 다르다. 어느 쪽도 1차 재무제표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주목할 것은 이 회사가 판 물건이다. 사람 강사가 없다. AI와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 상품의 전부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신규 사용자가 첫 주에 평균 1,000회를 발화한다.

이 사례는 "AI만으로도 된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 읽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이 시리즈의 주제에 대입할 때는 조건 하나를 붙여야 한다. 이 회사가 판 것은 한국인에게 영어다. 1부에서 확인한 대로 한국의 영어 학습 시장은 규모가 크고 지불 의사가 높으며 국가가 무료로 경쟁하지 않는다. 전화 한국어가 마주한 조건과 다르다.

국내 경쟁사들이 곧바로 따라왔다는 사실도 함께 봐야 한다. 위버스마인드가 2025년 1월에 AI 회화를 냈고 다섯 달 만에 평생 무료로 바꿨다. AI 대화 기능 자체는 빠르게 흔한 것이 된다는 뜻이다.

기록이 말하는 것

이 편에서 확인한 것을 정리한다.

AI가 직접 원인이라고 확인되는 어학 서비스 폐업은 한 건도 없었다. 가장 크게 흔들린 듀오링고조차 주가만 빠졌고 매출과 사용자는 늘었다. 콘텐츠를 파는 회사들은 흔들리지 않았고, 사람 강사를 중개하는 회사는 오히려 유니콘이 됐다.

실적이 좋아진 곳들은 하나같이 AI를 대체재가 아니라 덧붙이는 물건으로 썼다. 값을 올리는 옵션이거나, 붙잡아 두는 장치이거나, 사람 수업의 사전 연습이었다.

그러니 12편에서 계산한 원가 절감은 실제 업계에서 벌어진 일과 다르다. 아무도 AI로 강사비를 지우지 않았다. 대신 AI를 얹어 매출을 지켰다.

여기서 이 시리즈의 남은 질문이 뚜렷해진다. 업계 전체가 AI를 보조로만 쓰고 사람을 남겨 뒀다면, 사람이 남아 있는 자리에 정확히 무엇이 있는가.

무엇을 사람이 하고 있고, 그중 AI가 아직 못 가져간 것이 무엇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그게 가려지면 이 사업에서 값을 받을 수 있는 자리도 함께 드러난다.

다음 편이 그 작업이다. 미리 말하면 세 가지가 남고, 그중 둘은 기술과 무관하다.

출처

주가 하락률과 이익률은 이 글에서 계산했고 계산식을 본문에 밝혔다. AI가 직접 원인인 폐업 사례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검색 범위 안에서의 결과이며 부재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참고한 스타트업 목록 자체가 투자를 받아 생존한 기업 위주라 표본이 편향돼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Preply의 자체 설문(학습자 96%가 인간 강사가 필수라고 응답)은 회사 홍보 자료라 본문에서 쓰지 않고, 제3자가 시행한 2,000명 설문만 인용했다. 시원스쿨의 2026년 1분기 실적은 교육사업 부문 인수 직후라 인수 효과와 AI 효과가 뒤섞여 있어 본문에 그 사실을 밝혔다. 스픽의 한국 매출은 두 집계 기준이 달라 병기했고 1차 재무제표로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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