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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 15편 / 17편

도구를 팔 것인가, 사람을 팔 것인가, 자리를 팔 것인가

셋의 원가 구조가 AI 앞에서 정반대로 갈린다

홍정현·2027.05.18
12분 읽기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15편이다. 앞 편에서 AI가 가져가지 못한 자리 셋을 가려냈다. 이번 편은 그 자리를 어떤 형태로 파는지에 따라 원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한다.

파는 방법은 셋뿐이다

한국어를 팔겠다고 할 때 실제로 고를 수 있는 형태는 셋이다.

형태파는 것원가의 정체
도구형AI와 대화하는 서비스쓴 만큼 늘어나는 API 사용료
서비스형사람 강사의 시간강사에게 주는 시급
자리형사람들이 모여 계속하게 하는 구조운영 인력과 플랫폼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원가가 무엇에 비례하느냐가 다르기 때문이다.

도구형은 사용량에 비례한다. 학생이 많이 쓸수록 원가가 늘어난다. 서비스형은 시간에 비례한다. 강사가 앉아 있는 시간만큼 나간다. 자리형은 사람 수에 비례하되 한 사람이 여럿을 맡을 수 있어 기울기가 완만하다.

AI가 등장하면서 이 셋의 처지가 달라졌다. 도구형은 원가가 급격히 내려갔고, 서비스형은 그대로인데 대체재가 공짜가 됐고, 자리형은 학습 자체를 기계에 맡길 수 있게 됐다.

셋을 하나씩 계산한다. 앞 편들에서 확인한 값을 그대로 쓴다. AI 대화는 시간당 4,136원에서 8,272원, 한국 강사는 시간당 25,000원, 고객을 데려오는 비용은 매출의 30%다.

도구를 팔면 많이 쓰는 사람이 적자를 만든다

AI 대화 서비스를 월정액으로 파는 경우를 계산한다.

시장 가격부터 본다. 어학 특화 AI 서비스의 프리미엄 요금이 월 14.99달러이고 24개월 약정을 걸면 월 6.25달러까지 내려간다. 원화로 월 8,612원에서 20,656원이다.

이 값에 대화를 얼마나 줄 수 있는지 계산한다. AI 원가를 시간당 6,000원으로 잡으면 이렇게 된다.

학습자가 쓰는 시간월 AI 원가월 20,656원에 팔 때
하루 10분(월 5시간)30,000원9,344원 적자
하루 20분(월 10시간)60,000원39,344원 적자
하루 30분(월 15시간)90,000원69,344원 적자

시장 가격으로 팔면 하루 10분만 써도 적자다. 여기에 광고비 30%는 아직 넣지도 않았다.

그래서 실제 서비스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면 답이 나온다. 무료 요금제는 하루 10분에서 15분으로 시간을 끊고, 유료 요금제도 무제한을 약속하지 않거나 약속하더라도 실제 사용량이 적은 쪽에 기대는 구조다.

1부에서 확인한 사실이 여기서 설명된다. 한국어 업계에 실시간 무제한 1대1이 하나도 없었다. 무제한을 내건 상품은 전부 콘텐츠 열람이거나 글로 주고받는 첨삭이었다. 실시간 대화만은 예외 없이 무제한에서 빠져 있었다.

이유가 이 계산이다. 실시간 대화는 쓴 만큼 원가가 붙는 유일한 항목이라 무제한으로 약속하는 순간 헤비 유저 한 명이 여러 명의 이익을 지운다.

정리하면 도구형의 구조는 이렇다. 값은 무료 대체재가 눌러 놓았고, 원가는 사용량에 비례해 늘어난다. 위아래에서 동시에 조여든다.

그런데 도구형으로 유니콘이 된 회사가 있다

앞의 계산대로면 도구형은 성립하지 않아야 하는데, 13편에서 본 대로 AI 대화만 팔아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된 회사가 있다. 계산이 틀렸거나 조건이 다르거나 둘 중 하나다.

조건이 다르다. 세 가지가 확인된다.

파는 물건이 대화가 아니라 발화다. 그 회사의 지표는 신규 사용자가 첫 주에 평균 1,000회를 발화한다는 것이다. 긴 대화를 이어 가는 것이 아니라 짧은 문장을 반복해 말하게 하는 구조다. 12편에서 본 대로 이 방식은 통합 음성 모델을 길게 돌리는 것보다 원가가 한 자릿수 이상 낮다. 같은 AI 서비스로 보여도 원가 구조가 다르다.

시장이 다르다. 그 회사가 판 것은 한국인에게 영어다. 한국의 영어 학습 시장은 규모가 크고 지불 의사가 높으며, 무엇보다 국가가 무료로 경쟁하지 않는다. 4편에서 본 시간당 1,000원짜리 벽이 없다.

시점이 달랐다. 2019년에 시작해 AI 대화가 흔해지기 전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다르다. 국내 경쟁사가 2025년 1월에 같은 기능을 내고 다섯 달 만에 평생 무료로 바꿨다. AI 대화 기능 자체는 빠르게 흔한 것이 된다.

그러니 도구형이 성립하는 조건은 좁다. 원가가 낮은 방식으로 설계하고, 무료 대체재가 약한 시장을 찾고, 남보다 먼저 들어가야 한다. 전화 한국어는 이 셋 중 어느 것도 갖추지 못했다. 대화가 상품이고, 국가가 무료로 공급하고, 이미 서비스가 여럿 있다.

사람을 팔면 원가는 그대로인데 대체재가 공짜가 됐다

두 번째 형태는 1부에서 이미 계산했다. 결론만 옮기면, 사람이 1대1로 붙는 상품은 가장 비싸게 팔리는 시장에서도 광고비를 넣는 순간 적자였다.

AI가 등장했다고 이 계산이 나아지지 않는다. 강사 시급은 그대로 2만 5천원이고, 오히려 나빠진 항목이 있다. 비교 대상이 생겼다.

예전에는 학습자가 한국어로 말할 상대를 구하려면 돈을 내야 했다. 지금은 하루 15분이 무료로 열려 있다. 사람에게 시간당 3만원을 내려면 그 15분과 무엇이 다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13편에서 본 대로 업계는 그 설명을 이미 만들어 두었다. 실시간 대화와 문화적 뉘앙스는 사람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사람 강사를 중개하는 회사가 유니콘이 됐고 강사 수를 세 배로 늘렸다.

다만 그 회사들은 원가를 지지 않는다. 강사와 학생을 연결하고 수수료를 뗄 뿐이다. 강사가 시간당 얼마를 받든 회사의 손익에는 영향이 없고, 학생이 그만두면 그것도 회사의 손실이 아니다.

직접 서비스로 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강사 시간이 회사의 원가가 되고, 학생이 그만두면 데려오는 데 쓴 돈이 회수되지 않는다. 같은 사람 시간을 파는데 중개하는 쪽과 직접 하는 쪽의 손익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서비스형은 두 갈래다. 중개만 하면 원가를 안 지는 대신 완주에도 관여하지 않고, 직접 하면 1부의 계산으로 돌아간다.

자리를 팔면 AI가 편이 된다

세 번째 형태는 학습 자체를 AI에 맡기고 사람은 계속하게 만드는 일만 맡는 구조다. 계산해 본다.

학생 한 명에게 한 달 동안 제공하는 것을 이렇게 잡는다. AI와의 대화는 주 3회 30분씩 월 6시간, 사람이 진행하는 점검은 월 1회 한 시간인데 다섯 명을 함께 본다.

항목계산월 원가
AI 대화 6시간6시간 × 1,200~6,000원7,200~36,000원
사람 점검, 5명 그룹25,000원 ÷ 5명5,000원
합계12,200~41,000원

월 99,000원에 판다고 놓고 광고비를 넣는다.

AI를 싸게 돌릴 때AI를 비싸게 돌릴 때
판매가99,000원99,000원
원가12,200원41,000원
광고비 30%29,700원29,700원
남는 돈57,100원(57.7%)28,300원(28.6%)

양쪽 다 남는다. 1부에서 사람이 1대1로 붙었을 때 시간당 1,925원 적자였던 것과 방향이 반대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보면 하나다. 학습 시간당 원가가 25,000원에서 1,200~6,000원으로 내려갔고, 사람은 남기되 한 시간에 다섯 명을 보게 했다. AI가 원가를 지우고 사람은 관리자 자리로 옮겼다.

가격도 시장 안에 있다. 일본의 오프라인 개인 레슨이 월 12만 9천원에서 25만 8천원 사이이고, 산케이 계열의 화상 한국어가 월 4회에 5만 4천원이다. 9만 9천원은 그 사이에 놓인다.

여기서 도구형과의 차이가 분명해진다. 도구형은 무제한을 약속하면 헤비 유저가 적자를 만드는데, 자리형은 AI 사용량을 상품 설계로 정한다. 주 3회 30분이라는 구조 자체가 학습 계획이면서 동시에 원가 상한이다. 무제한이 아니라 정해진 분량이라 원가가 예측된다.

그리고 14편에서 확인한 남는 자리 셋 중 사업자가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이 소속 하나였는데, 자리형이 바로 그것을 판다.

셋을 나란히 놓는다

도구형서비스형자리형
파는 것AI 대화사람의 시간계속하게 하는 구조
원가가 비례하는 것사용량강사 시간사람 수(완만)
AI가 강해지면대체재가 공짜가 됨비교 대상이 생김원가가 내려감
무제한 가능 여부불가(헤비 유저가 적자)불가(가장 비쌈)가능(분량을 설계로 정함)
계산 결과시장가로는 적자광고비 넣으면 적자28~58% 남음

AI가 강해질 때 편이 되는 형태는 셋 중 하나뿐이다.

도구형은 AI가 좋아질수록 무료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 값을 받기 어려워진다. 서비스형은 AI가 좋아져도 강사 시급이 안 내려가는데 학습자에게는 공짜 선택지가 생긴다. 자리형만 AI가 좋아질수록 원가가 내려간다.

이 구분은 12편에서 계산한 원가표를 다시 읽게 만든다. AI 대화 한 시간이 951원에서 38,050원 사이라는 사실이 도구형에게는 위협이고 자리형에게는 재료다. 같은 숫자가 형태에 따라 반대로 작동한다.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다. 이 계산에서 자리형이 남는 이유는 사람의 시간을 나눠 썼기 때문이지 AI 때문만은 아니다. 1부 10편에서 사람만으로 그룹 수업을 했을 때도 정원을 채우면 남았다. AI가 더한 것은 정원을 못 채워도 학습이 굴러가게 만든 것이다. 그룹 수업은 다섯 명이 모여야 시작되지만, AI 대화는 한 명만 있어도 돌아간다.

그러니 자리형은 그룹 수업의 원가 이점을 가져오면서 정원 충족이라는 조건은 덜어 낸 형태다.

그런데 이건 이미 업계가 가고 있는 방향이다

계산이 자리형을 가리키는데, 여기서 김이 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업계가 이미 그쪽으로 갔다.

13편에서 확인한 것을 다시 보면 그렇다. 시원스쿨은 AI를 유료 옵션으로 붙였고, 위버스마인드는 무료로 풀어 붙잡아 두는 장치로 썼고, 레어잡은 AI로 연습시키고 사람과의 수업에서 적용하게 했다. 사람 강사를 중개하는 회사는 AI를 강사의 도구로 넣었다.

전부 "AI가 학습을 맡고 사람은 다른 일을 한다"는 구조다.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이미 표준이 된 형태다.

그래도 자리 하나가 비어 있다. 위치가 다르다.

중개하는 회사자리를 파는 회사
원가안 짐(수수료만 뗌)직접 짐
완주관여 안 함상품의 핵심
학생이 그만두면회사 손실 없음회사 손실
파는 것강사와의 연결끝까지 가는 것

중개 플랫폼에서 파는 사람 시간은 부업으로 하는 공급자들이 값을 눌러 놓아 시간당 1만원에서 2만원대다. 그 값으로는 학생 한 명을 끝까지 관리할 수 없다. 강사는 자기 수업 시간만큼만 값을 받기 때문이다.

완주를 책임지는 쪽은 아직 없다. 콘텐츠를 파는 회사는 무제한으로 열어 두고 학생이 알아서 하기를 기다리고, 중개 회사는 연결만 하고, AI 도구는 대화만 한다. 30일에 2%가 남는다는 숫자는 그 결과다.

그러니 자리형의 빈 자리는 형태 자체가 아니라 책임의 위치에 있다. 다음 편에서 그 자리에 값을 매길 수 있는지 계산한다.

형태가 정해졌다

이 편에서 나온 것을 정리한다.

도구를 팔면 값은 무료 대체재가 누르고 원가는 사용량에 비례해 올라간다. 사람의 시간을 팔면 원가가 그대로인데 학습자에게는 공짜 선택지가 생겼다. 자리를 팔면 AI가 원가를 낮춰 주고, 사람은 관리자로 옮겨 한 명이 여럿을 맡는다.

셋 중 AI가 강해질수록 유리해지는 형태는 자리형 하나다. 그리고 그 형태에서 파는 물건은 학습이 아니라 끝까지 가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형태의 문제다. 남은 것은 그 형태로 실제 사업이 되느냐다.

앞의 계산은 판매가를 월 9만 9천원으로 놓고 시작했다. 그 값에 사는 사람이 있는지, 그 사람을 데려오는 데 정말 매출의 30%면 되는지, 그리고 데려온 사람이 몇 달을 머무는지가 전부 가정이었다.

세 가정 중 마지막이 가장 위험하다. 14편에서 확인한 대로 그 숫자가 세상에 없다.

다음 편은 1부의 진단을 다시 열어 재진단을 낸다. 1차 진단은 "이 사업 모델로 돈이 되는가"였고 답이 안 된다였다. 재진단의 질문은 다르다. 무엇을 파는 사업으로 바꿔야 되는가. 그리고 그 답이 실제로 팔리는지를 실증으로 확인한다.

미리 말해 두면, 이 시리즈가 세워 둔 답 중 하나는 이미 시장에서 시험받았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

출처

이 편의 계산은 전부 본문에 식을 밝혔고, 쓰인 값은 앞선 편들에서 확인한 것이다. AI 대화 원가는 12편, 강사 시급은 9편, 광고비 30%는 1편, 그룹 수업의 정원 효과는 10편에 출처를 적었다. 판매가 월 9만 9천원은 시장 가격대 안에서 잡은 가정치이며 실제 지불 의사를 조사한 것이 아니다. AI 사용량을 주 3회 30분으로 잡은 것도 상품 설계상의 가정이다. 어학 특화 AI 서비스의 요금은 해당 서비스가 공개한 가격이고, 유료 요금제의 사용 한도는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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