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다리사장으로 가는 다리
경영
경영 ·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 17편 / 17편

값을 내가 못 정하면 절감분은 내 것이 아니다

한국어에서 본 구조를 다른 업종에 대입하는 네 가지 질문

홍정현·2027.06.01
12분 읽기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17편이자 마지막이다. 앞의 열여섯 편에서 쓴 계산을 다른 업종으로 옮긴다.

이 구조는 한국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열여섯 편을 지나오며 확인한 벽은 셋이었다.

값을 국가가 시간당 1,000원으로 정해 놓았다. 원가는 사람 시간에 묶여 2만 5천원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고객을 데려오는 값이 매출의 30%를 먹었다.

이 셋이 겹치면 어떤 사업이든 같은 자리에서 멈춘다. 그리고 이 조합은 한국어 교육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값을 남이 정하는 사업이 있다. 공정 가격이 고시돼 있거나, 큰 거래처가 단가를 부르거나, 무료 공급자가 시장에 있는 경우다. 원가가 사람 시간에 묶인 사업도 흔하다. 사람이 손으로 하는 일을 파는 업종은 대부분 그렇다. 고객 획득비가 이익을 먹는 구조도 마찬가지다. 상품이 서로 비슷해 이름값으로 겨루는 시장이면 어디든 그렇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셋 중 하나에 인공지능이 손을 대고 있다. 원가 항목이다.

여기서 이 시리즈가 도달한 결론을 다른 업종으로 옮길 수 있다. 다만 옮기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원가가 내려간다고 그 이익이 나에게 오는 것은 아니다.

이 편은 그 확인을 네 가지 질문으로 정리한다. 자기 업종에 대입해 보면 지금 인공지능을 들여야 하는지, 들여도 이익이 남는지, 남는다면 그게 누구 손에 가는지가 갈린다.

네 가지를 순서대로 묻는다

질문확인할 것
1. 값을 누가 정하는가내가 정하는가, 시장이 정하는가, 특정한 누군가가 정하는가
2. 원가의 가장 큰 항목이 무엇인가사람 시간인가, 재료인가, 설비인가, 고객 획득비인가
3. 고객을 데려오는 데 매출의 몇 %가 나가는가광고인가, 소개인가, 위치인가
4. 인공지능이 그중 어느 항목을 건드리는가건드리는 항목이 가장 큰 항목인가

순서가 중요하다. 많은 검토가 4번부터 시작한다.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자동화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보고 도입을 결정한다. 그런데 4번을 먼저 보면 1번을 놓친다.

한국어 교육의 답을 이 표에 넣어 보면 이렇게 된다.

질문한국어 교육의 답
값을 누가 정하는가국가가 정한다. 시간당 1,000원
원가의 가장 큰 항목사람 시간. 시간당 2만 5천원
고객 획득비매출의 30%
AI가 건드리는 항목사람 시간. 가장 큰 항목이다

4번이 가장 큰 항목을 건드리니 재설계할 값어치가 있었다. 그래서 15편에서 형태를 바꾼 계산이 나왔다.

그런데 1번이 여전히 국가다. 원가를 아무리 낮춰도 값을 올릴 수 없으니, 절감분은 전부 마진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와 나눠 갖게 된다. 같은 기술이 모두에게 열려 있기 때문이다. 13편에서 본 대로 한 회사가 AI 회화를 내면 다섯 달 만에 경쟁사가 같은 것을 무료로 푼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다른 업종에 대입할 때 실수하지 않는다.

첫째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값을 누가 정하느냐에 따라 나머지 셋의 의미가 달라진다. 세 가지 경우가 있다.

내가 정하는 경우. 상품이 다르거나 대체재가 없어서 값을 붙일 수 있다. 원가를 낮추면 그만큼 마진이 는다. 가장 좋은 자리인데 흔하지 않다.

시장이 정하는 경우. 경쟁자들과 비슷한 값에 팔린다. 원가를 낮추면 처음에는 마진이 늘지만, 경쟁자도 같은 기술을 쓰면 값이 내려가 결국 소비자에게 간다. 대부분의 자영업이 여기 있다.

특정한 누군가가 정하는 경우. 국가가 고시하거나, 큰 거래처가 단가를 부르거나, 무료 공급자가 기준을 만들어 놓았다. 원가를 낮춰도 값은 그대로이므로 절감분이 어디로 가는지가 별도의 문제가 된다.

세 번째가 이 시리즈가 다룬 자리다. 그리고 자영업에서 생각보다 흔하다.

상황값을 정하는 쪽
보험으로 처리되는 수리와 진료보험사와 심사 기준
관공서나 대기업 납품발주처의 예정 가격
배달 앱을 통한 판매플랫폼의 수수료 체계와 가격 비교
국가가 무료로 공급하는 서비스와 겹치는 사업정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정책 가격

이 자리에 있으면 원가 절감의 이익이 자동으로 내 것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고 차량의 수리비를 보험사가 정하는 구조에서, 견적을 뽑는 데 걸리던 시간을 인공지능이 절반으로 줄여 준다고 하자. 그 절감분은 어디로 가는가. 수가가 그대로라면 처음에는 공장의 마진이 된다. 그런데 같은 도구를 모든 공장이 쓰게 되면 그다음 수가 협상에서 그 사실이 반영된다. 시간이 덜 드는 일이 됐으니 값을 낮춰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값을 내가 정하지 못하는 시장에서 원가 절감은 일시적 이익이고 결국 값을 정하는 쪽으로 넘어간다. 이게 이 시리즈에서 얻은 가장 넓게 쓰이는 교훈이다.

업종을 넣어 본다

네 가지 질문을 자영업 몇 개 업종에 넣어 본다. 아래는 이 시리즈의 계산 틀을 적용한 것이지 각 업종을 따로 조사한 결과가 아니다. 자기 업종의 답은 직접 채워 넣어야 한다.

업종값을 정하는 쪽원가의 큰 항목AI가 건드리는 곳판정
어학 교육국가·무료 공급자사람 시간사람 시간재설계 필요, 다만 절감분이 경쟁으로 흩어짐
세무·행정 대행시장전문 인력 시간서류 작성과 검토재설계 필요
번역·통역시장사람 시간작업 자체이미 진행 중
보험 처리 수리보험사사람 시간과 부품진단과 견적 일부절감분이 수가 협상으로 넘어갈 수 있음
미용시장사람 시간과 임대료예약과 상담만원가의 큰 항목을 안 건드림
음식점시장·플랫폼재료와 사람과 임대료주문과 재고 관리 일부원가의 큰 항목을 안 건드림

세로로 읽으면 세 무리로 나뉜다.

첫째, AI가 원가의 가장 큰 항목을 건드리는 업종. 어학 교육, 세무 대행, 번역이 여기 있다. 사람이 머리로 하는 일을 파는 업종이다. 이 자리에서는 이 시리즈가 한 것과 같은 재설계가 필요하다. 파는 물건을 다시 정의하지 않으면 값이 무너진다.

둘째, AI가 원가를 건드리는데 값을 내가 못 정하는 업종. 여기서는 절감의 이익이 내게 남지 않는다. 값을 정하는 쪽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단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도구 도입이 아니라 값을 정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셋째, AI가 원가의 큰 항목을 안 건드리는 업종. 미용과 음식점이 그렇다. 손으로 하는 일과 재료비와 임대료가 원가의 대부분이면 인공지능은 곁가지만 건드린다.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은 사업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일을 조금 편하게 하는 도구다. 도입은 하되 그것으로 판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 편이 맞다.

자기 업종이 어느 무리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남는 자리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14편에서 인공지능이 가져가지 못한 것을 셋으로 정리했다. 강제력과 보증과 소속이었다. 이 셋은 언어 교육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제력은 제도가 만든다. 법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 자격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 신고해야 하는 절차가 그렇다. 이 자리는 기술이 바뀌어도 남는데, 대신 제도가 바뀌면 사라진다. 5편에서 방문취업 자격이 통합되며 한국어 시험 요건 하나가 없어진 것과 같은 일이 어느 업종에서든 일어난다.

보증은 제3자가 확인해 준다는 사실이다. 이 값은 측정의 정확도가 아니라 받아 주는 쪽이 인정하느냐에서 나온다. 그래서 기술로 만들 수 없고 시간으로만 쌓인다. 오래 한 가게가 갖는 것이 이것이다.

소속은 사람이 계속하게 만드는 일이다. 학습에서는 완주율로 나타나고, 다른 업종에서는 재방문과 단골로 나타난다. 이 자리가 셋 중 유일하게 사업자가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 셋 중 어느 것도 기술 투자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강제력은 제도에 붙어 있고, 보증은 시간이 쌓아 주고, 소속은 매일의 운영에서 나온다. 인공지능을 들여서 해결되는 항목이 아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가 도달한 자리는 이렇다. 인공지능은 원가를 낮춰 주지만, 낮아진 원가로 무엇을 팔지는 여전히 사람이 정해야 한다. 그리고 팔 수 있는 것은 기술이 가져가지 못한 자리에 있다.

16편의 재진단이 "가르치는 것을 팔지 말고 끝까지 가게 하는 것을 팔아라"였는데, 이 문장을 업종에 맞춰 바꾸면 이렇게 된다. 작업 자체를 팔지 말고, 그 작업이 끝까지 가게 만드는 것을 팔아라.

이 계산이 틀렸을 수 있는 곳

다른 업종으로 옮기기 전에 이 시리즈가 어디서 약한지를 밝혀 둔다. 남의 계산을 가져다 쓸 때는 그 계산이 어디까지 확인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항목상태
학습자가 얼마나 오래 하는가확인 못 함. 여덟 차례 조사에서 끝내 못 구했다. 업계가 공개하지 않는다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값한국어 사업자의 자료가 없어 온라인 영어교육 업계의 매출 30%를 대입했다
해외 거주 한국어 인력의 단가확인 못 함. 원가를 낮추는 경로 하나가 계산에서 빠졌다
AI가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는가정량 평가가 업계 어디에도 없다
기관에 파는 길선례 하나의 생사를 확인 못 했다
판매가 월 9만 9천원시장 가격대 안에서 잡은 가정이지 지불 의사를 조사한 것이 아니다

여섯 항목 중 셋은 조사로 채울 수 없다. 업계가 안 알려주기 때문이다. 나머지 셋은 시간을 더 들이면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번에는 못 했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계산은 방향은 믿을 만하고 절대값은 그렇지 않다. 1대1이 그룹보다 불리하다는 것, 값을 국가가 정해 놓았다는 것, AI가 원가 항목 하나를 크게 낮췄다는 것은 여러 자료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반면 월 9만 9천원에 팔면 28.6%가 남는다는 숫자는 가정 여럿을 쌓아 올린 것이라 하나만 틀려도 흔들린다.

자기 업종에 이 틀을 옮길 때도 같은 구분이 필요하다. 네 가지 질문의 순서는 가져다 써도 되고, 이 시리즈가 채운 숫자는 가져다 쓰면 안 된다. 값을 누가 정하는지, 원가의 가장 큰 항목이 무엇인지, 고객 획득에 얼마가 나가는지는 각자의 장부에 있다. 남의 장부에서 옮겨 올 수 없다.

열일곱 편을 닫으며

이 시리즈는 전화 영어가 무엇으로 벌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시작했다. 답은 영어가 아니라 광고였다. 300개 업체가 난립한 시장에서 매출의 30% 이상이 이름값을 사는 데 나갔고, 대표 회사는 4년 만에 매출의 76%를 잃었다.

같은 구조를 한국어로 뒤집자 세 가지가 자리를 바꿨다. 강사가 한국 인건비가 됐고, 고객의 결제력이 나라마다 스무 배로 갈렸고, 대신 안 배우면 안 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런데 그 강제 수요가 있는 자리에는 국가가 시간당 1,000원에 앉아 있었다.

계산해 보니 사람이 1대1로 붙는 형태는 어느 시장에서도 남지 않았다. 여럿을 모으면 남는데 모으는 비용이 다시 광고비였다. 그래서 1차 진단은 성립하지 않는다였다.

인공지능을 넣자 답이 바뀌었다. 가르치는 일의 원가가 시간당 2만 5천원에서 몇천 원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다만 원가가 내려간 것은 나만이 아니었고, 무료 대체재가 함께 생겼다. 그래서 파는 물건 자체를 바꿔야 했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가게 하는 것으로.

이 결론에는 채우지 못한 칸이 하나 있다. 사람이 붙으면 완주율이 얼마나 오르는지를 잰 자료가 세상에 없다. 여덟 차례 조사를 돌렸고 범위를 한국어에서 전체 언어로, 다시 교육 전체로 넓혔지만 나오지 않았다. 업계가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남의 숫자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마지막 한 칸을 비워 둔 채 끝난다. 그 칸을 채우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작게 시작해서 직접 세어 보는 것이다.

여기서 다음 시리즈로 넘어간다. 인공지능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말은 흔한데, 그 변화가 각자의 장부에서 어느 줄을 건드리는지는 업종마다 다르다. 어떤 업종에서는 가장 큰 원가 항목을 건드리고 어떤 업종에서는 곁가지만 건드린다. 그 차이를 업종별로 따지는 작업을 이어서 한다.

출처

이 편은 앞의 열여섯 편에서 확인한 사실과 계산을 다른 업종으로 옮긴 것이라 새로운 수치를 인용하지 않았다. 각 항목의 출처는 해당 편에 밝혔다. 업종별 대입 표는 이 시리즈의 계산 틀을 적용한 것이지 각 업종을 따로 조사한 결과가 아니며, 보험 처리 수리에서 원가 절감이 수가 협상에 반영될 수 있다는 서술도 구조에서 끌어낸 판단이지 실제 사례를 확인한 것이 아니다. 자기 업종의 답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시리즈 전체 조사 원천(8건) 펼치기

이 시리즈는 아래 여덟 건의 조사를 근거로 썼다. 각 편의 출처 섹션에 개별 자료를 밝혔다.

  • 한국 전화·화상 영어 산업의 수익 구조와 흥망 시계열
  • 국가와 공공이 공급하는 한국어 교육의 규모·예산·정원
  • 국내 체류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 수요와 지불 능력
  • 해외 한국어 학습자의 규모와 지불 능력
  • 일본 한국어 학습 시장의 수요·고객군·가격·제도
  • 한국어 강사 공급·단가·규제
  • 이미 한국어를 팔고 있는 사업자들의 구조
  • AI 한국어 튜터의 기술 현황과 원가, 어학 회사의 AI 전환과 지속률, 검증·인증·커뮤니티 사업의 가격과 원가
이어 읽기

사장다리는 로그인 회원에게 글 전체를 공개합니다.
카카오로 1초 로그인하고 이어 읽어 보세요.

카카오로 1초 로그인

가입 절차 없이 카카오 인증으로 바로 시작됩니다.

같은 축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