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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 14편 / 17편

AI가 못 가져간 세 가지

강제력과 보증과 소속인데, 둘은 기술과 아무 상관이 없다

홍정현·2027.05.11
12분 읽기

이 글은 《전화 한국어를 팔 수 있는가》 시리즈 14편이다. 앞 편에서 어학 회사들이 AI를 대체재가 아니라 덧붙이는 물건으로 썼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편은 그렇게 남겨 둔 자리에 무엇이 있는지를 가려낸다.

무엇이 남았는지 가려내는 방법

"AI가 못 하는 것"을 찾는 흔한 방식은 기술의 한계를 나열하는 것이다. 발음을 못 잡는다거나 뉘앙스를 모른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 방식은 이 시리즈에 쓸 수 없다. 12편에서 확인한 대로 한국어에 대한 성능 평가 자료가 업계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얼마나 못하는지 숫자로 말할 근거가 없고, 기술의 한계는 다음 모델이 나오면 바뀐다.

그래서 다른 기준으로 가른다. 기술이 좋아져도 사라지지 않는 것을 찾는다.

세 가지가 나온다.

남는 것왜 사라지지 않나
강제력시험과 비자와 고용이 만든다. 기술과 무관하다
보증제3자가 확인해 준다는 사실 자체가 값이다. 스스로 보증할 수는 없다
소속혼자서는 안 하기 때문이다. 도구가 좋아진다고 사람이 계속하지는 않는다

셋 중 첫째와 둘째는 아예 기술의 문제가 아니고, 셋째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하나씩 확인한다.

첫째, 시험은 AI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3편에서 한국어를 영어와 다르게 만드는 유일한 유리한 조건으로 강제 수요를 꼽았다. 안 배우면 비자가 안 나오고 자격이 안 바뀐다는 것이었다.

이 조건은 AI가 등장해도 그대로다.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은 여전히 사람이 시험장에 가서 치르고, 영주 자격에는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가 요구되고, 유학생의 아르바이트 가능 시간은 급수에 따라 달라진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제도가 요구하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증명이다.

오히려 AI는 이 자리를 강화한다. 누구나 무료로 대화 연습을 할 수 있게 되면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말의 값어치가 떨어지고, 공인된 증명의 값어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누구나 연습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통과했다는 사실만 남는다.

다만 3편에서 함께 지적한 위험도 그대로다. 제도가 만든 수요는 제도가 거둬 갈 수 있다. 방문취업 자격이 재외동포 자격으로 일원화되면서 한국어 시험 대신 5시간짜리 소양 교육이 요건이 된 것이 그 예였다.

강제력은 AI에 안 밀리지만 정책에 밀린다. 위험의 종류가 바뀔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이미 국가가 앉아 있다. 4편에서 본 대로 시험도 국가가 시행하고 준비 과정도 시간당 1,000원에 국가가 공급한다. 강제력이 남는다는 것과 그 자리에서 민간이 돈을 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둘째, 스스로를 보증할 수는 없다

두 번째로 남는 것은 제3자의 보증이다.

AI는 학습자에게 "당신은 3급 수준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말을 고용주나 대학이 믿을 이유가 없다. 판단한 쪽과 판단받은 쪽이 같은 편이기 때문이다. 학습자가 쓰는 서비스가 그 학습자의 실력을 평가하면, 후하게 줄 이유가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보증이 값을 갖는 조건은 셋이다.

조건내용
이해관계의 분리평가하는 쪽이 평가받는 쪽의 편이 아니어야 한다
통용그 증명을 받는 쪽이 인정해야 한다
축적오래 쌓여 신뢰가 붙어야 한다

이 셋은 전부 기술로 만들 수 없다. 아무리 정확한 평가 모델을 만들어도 시장이 인정하지 않으면 종잇조각이다. 반대로 정확도가 떨어져도 시장이 인정하면 값이 붙는다. 어학 시험의 값은 측정 정확도가 아니라 누가 받아 주느냐에서 나온다.

그래서 이 자리는 AI가 가져가기 어렵다. 기술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시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이 시리즈의 앞선 판단을 하나 수정해야 한다. "AI가 못 가져간다"는 것과 "그래서 그걸 팔면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보증이 남는 자리라는 사실은 확인되는데, 그 자리에서 실제로 돈이 벌리는지는 별개다. 이 시리즈를 위한 조사에서 그것을 실험한 사례가 하나 나왔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16편에서 계산과 함께 다룬다.

여기서는 남는다는 것까지만 확인하고 넘어간다.

셋째, 혼자서는 안 한다

세 번째가 가장 크다. 그리고 숫자가 가장 뚜렷하다.

지표
교육 앱 가입 30일 뒤 남는 비율2%
앱 설치 7일차 남는 비율(전체 앱)iOS 6.89%, Android 5.15%
무료 사용자 첫 주 이탈률60% 이상
일본 한국어 학습자 중 독학 비율60.7%
한글능력검정 최상급 응시자 비율1.2%(전체 7,293명 중 87명)

마지막 줄을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에서 한국어 검정시험을 치는 사람 중 초급이 55%이고 최상급은 1.2%다. 시작하는 사람은 많고 끝까지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숫자들은 AI가 등장하기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도구가 좋아진다고 사람이 계속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배우는 일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그 부담을 견디게 하는 것은 도구의 성능이 아니다.

무엇이 견디게 하는가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다. 이 시리즈의 조사에서 1차 자료로 확인된 것은 하나뿐이다.

듀오링고가 "스트릭 내기" 기능을 A/B 테스트했더니 7일차 잔존율이 14% 올랐다. 스스로 며칠 연속으로 하겠다고 걸어 두는 장치다. 회사가 직접 공개한 실험 결과이고, 표본 크기와 기간은 밝히지 않았다.

같은 회사의 분석에서 하나가 더 나온다. 몰아서 공부하는 사람이 매일 조금씩 하는 사람보다 그만둘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같은 총량을 공부해도 습관이 붙는 방식이 다르다.

돈을 낸 쪽이 더 남는다는 자료도 있다. 무료 체험 없이 바로 결제하게 하는 방식의 월간 잔존율이 12.8%인데, 무료로 쓰다가 유료로 넘어오는 방식은 9.3%였다. 연간 구독을 택한 사람은 1년이 지난 시점에도 19.9%가 남았다.

즉 끝까지 가게 만드는 것이 이 산업의 진짜 어려운 일이고, 그 일은 대화 상대를 붙여 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무료 AI가 하루 15분을 열어 줘도 그 15분을 매일 쓰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법무부가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유료로 바꾸면서 든 첫 번째 이유가 정확히 이것이었다. 무료로 주니 학습 동기와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프로그램은 100% 출석하면 수수료를 절반 돌려준다. 값을 매긴 목적이 수입이 아니라 출석에 있었다.

흔히 꼽히는 후보들은 왜 뺐나

"AI가 못 하는 것"으로 자주 거론되는 항목이 몇 개 더 있다. 이 편의 목록에서 뺐고, 뺀 이유를 밝힌다.

발음 교정. 12편에서 확인한 대로 발음을 짚어 주는 기능은 지금 소비자용 서비스의 표준이 아니다. 그러니 남는 자리로 보이지만 두 가지가 걸린다. 첫째, 이건 기술의 한계라 다음 모델에서 해결될 수 있다. 둘째, 얼마나 못 하는지를 잰 자료가 없어서 지금 못 한다고 단정할 근거도 약하다. 기술로 풀릴 수 있는 것은 남는 자리가 아니다.

문화적 뉘앙스. 사람 강사를 중개하는 플랫폼들이 실시간 대화와 문화적 뉘앙스를 사람의 영역으로 나눠 판다. 그런데 그 구분은 회사가 상품을 설명하는 방식이지 측정된 사실이 아니다. AI가 뉘앙스를 못 다룬다는 근거로 제시된 자료를 찾지 못했다.

감정적 지지. 사람이 격려해 주는 것이 낫다는 통념은 있지만, 학습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언어 학습에서 측정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격려 자체는 AI가 이미 한다.

개인화. 학습자마다 다른 속도와 약점에 맞추는 일은 오히려 AI가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사람 강사는 학생 한 명의 지난 실수를 전부 기억하지 못하지만 기계는 기록한다.

후보뺀 이유
발음 교정기술로 풀릴 수 있고, 못 한다는 근거도 약함
문화적 뉘앙스회사의 상품 설명이지 측정된 사실이 아님
감정적 지지효과를 잰 자료가 없고, 격려는 AI도 함
개인화오히려 AI가 유리한 영역

남긴 셋은 전부 기술이 좋아져도 그대로인 것들이다. 시험은 여전히 시험이고, 보증은 여전히 남이 해 줘야 하고, 그만두는 사람은 여전히 그만둔다. 이 기준으로 걸러야 다음 모델이 나올 때마다 답이 바뀌지 않는다.

셋 중 둘은 기술과 아무 상관이 없다

세 가지를 다시 놓고 보면 성격이 갈린다.

남는 것성격무엇으로 만드나
강제력제도정부가 만든다. 사업자는 못 만든다
보증신뢰시간과 관계로 쌓는다
소속사람운영으로 만든다

강제력은 사업자가 만들 수 없다. 정부가 요건을 정하고 시험을 시행한다.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요건에 맞춰 준비를 돕는 일인데, 4편에서 본 대로 그 자리도 국가가 시간당 1,000원에 이미 채우고 있다.

보증은 만들 수는 있는데 오래 걸린다. 어학 시험이 값을 갖게 된 것은 채점이 정확해서가 아니라 기업과 대학이 그 점수를 받아 주기 때문이고, 그 인정은 수십 년에 걸쳐 쌓였다. 새 시험을 만들어 그 자리에 들어가는 일은 기술 개발이 아니라 영업이다.

셋째만 사업자가 직접 만들 수 있다. 사람을 붙잡아 두는 일은 제도도 아니고 오랜 신뢰도 아니다. 매일 연락하고, 빠지면 확인하고, 함께하는 사람을 보여 주고, 끝냈을 때 표시해 주는 운영의 문제다.

그리고 이 일은 AI가 잘하는 일과 겹치지 않는다. 12편에서 본 대로 AI는 시간당 1,000원에서 8,000원 사이에 무제한으로 대화해 준다. 그런데 대화 상대가 있다는 것과 매일 나온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실제로 열에 아홉 이상이 일주일 안에 그만둔다.

남는 자리 셋 중에서 사업자가 손댈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이 좁힘이 다음 편의 출발점이 된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숫자가 없다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하나 생긴다. 사람이 붙으면 얼마나 더 오래 하는가.

이 숫자를 찾지 못했다.

이 시리즈를 위해 조사를 여러 차례 돌렸다. 처음에는 한국어 학습자의 이탈률을 찾았고, 없어서 범위를 전체 언어 학습 앱으로 넓혔고, 그래도 없어서 교육 앱 전체로 넓혔다. 마지막 것만 나왔다. 30일에 2%라는 그 숫자다.

조사에서 내린 결론은 이랬다. 한국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 학습 업계 전체가 자사의 지속률을 공개하지 않는 구조적 관행이라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에도 한국교육개발원에도 세종학당재단에도 없다.

1차 자료로 확인되는 것은 앞에서 쓴 듀오링고의 스트릭 내기 실험 하나다. 7일차 잔존율 14% 개선. 널리 인용되는 "2.4배"나 "60% 향상" 같은 수치는 전부 마케팅 블로그가 재가공한 것이고 원본 실험 설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 편의 결론에는 단서를 달아야 한다.

사람이 붙는 자리가 남아 있다는 것은 확인된다. 그 자리에 사람을 두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건 이 사업을 검토하는 쪽에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남의 숫자로 이 항목을 채울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학생을 몇십 명 받아 몇 달을 세어 보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그 숫자를 가진 회사들은 공개하지 않고, 공개할 이유도 없다.

이 공백을 안은 채로 다음 편의 계산에 들어간다.

남은 자리와 팔 수 있는 자리

이 편에서 확인한 것을 정리한다.

AI가 좋아져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 셋이다. 제도가 만든 강제력, 제3자의 보증, 그리고 사람을 계속하게 만드는 일이다. 앞의 둘은 기술과 무관해서 사업자가 만들 수 없거나 오래 걸리고, 셋째만 운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남는 자리와 팔 수 있는 자리는 다르다. 강제력이 남아도 그 자리는 국가가 시간당 1,000원에 채우고 있고, 보증이 남아도 그것으로 돈이 벌리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셋째의 효과를 잴 숫자가 세상에 없다.

여기까지가 2부의 앞 세 편이 확인한 것이다. AI는 시간당 1,000원에서 8,000원 사이에 무제한으로 대화해 주고, 업계는 그것으로 강사를 대체하지 않고 옵션과 리텐션 장치로 붙였고, 사람이 남은 자리는 셋인데 손댈 수 있는 건 하나다.

이제 재료가 모였으니 형태를 정할 차례다. 파는 방식은 세 가지가 가능하다. 도구를 팔거나, 사람의 시간을 팔거나,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를 파는 것이다. 셋의 원가 구조가 AI 앞에서 어떻게 갈리는지를 다음 편에서 계산한다.

미리 말하면 셋 중 하나만 AI가 편으로 붙는다.

출처

이탈률과 잔존율은 교육 앱 전체를 묶어 집계한 벤치마크이며 언어 학습 앱을 따로 분리한 수치가 아니다. 학습지와 시험 준비 앱, 코딩 교육 앱이 함께 섞여 있으므로 어학 서비스 고유의 값으로 단정할 수 없다. 한국어 학습자에 한정한 지속률 자료는 국립국어원과 한국교육개발원, 세종학당재단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고, 범위를 전 세계 언어 학습 앱으로 넓혀도 같은 결과였다. 스트릭 실험 결과는 회사가 자체 블로그에 공개한 것이고 표본 크기와 기간은 밝히지 않았다. 널리 인용되는 다른 배율 수치들은 원본 실험을 확인할 수 없어 본문에서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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