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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여행사의 선수금 · 2편 / 6편

29만 9천 원짜리 방콕은 존재하지 않는다

패키지 표시 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회수 구조의 앞면이다. 싼 것이 아니라 지불 창구가 현지 쇼핑센터로 옮겨져 있다

홍정현·2026.08.02
9분 읽기

여행업 시리즈 2편. 정비공업사 사장이 다른 산업을 같은 눈으로 추적한 기록이다.

2018년 5월, 주간경향이 실제 판매 중이던 방콕·파타야 3박 5일 299,000원 상품을 분해했다. 당시 실측한 인천발 방콕 항공권 최저가는 제주항공 212,900원이었다. 상품에 들어간 4성급 호텔의 단체 요금은 1박 약 52,000원, 3박에 156,000원이었다. 두 항목만 더해도 368,900원이다. 비행기를 태우고 호텔에 재우기만 해도 표시 가격보다 69,900원이 더 든다. 식사, 차량, 가이드, 입장료는 아직 계산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상품은 팔렸고, 여행은 출발했고, 여행사는 그 상품으로 망하지 않았다. 손해를 보며 판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돈이 어디서 들어오는가. 그 경로가 이 글의 주제다.

표시 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회수 구조의 앞면이다

패키지 상품의 표시 가격은 원가를 반영한 판매가가 아니라 손님을 모으기 위한 유인 가격이고, 원가와의 차액은 현지에서 회수하도록 설계된다. 위 상품을 원가 단위로 놓으면 이렇게 된다.

항목금액(1인)근거
표시 가격299,000원실판매 광고 상품 (주간경향, 2018)
항공료212,900원제주항공 최저가 실측 (주간경향, 2018)
호텔 3박(4성급 단체가)156,000원1박 약 52,000원 실측 (주간경향, 2018)
항공+호텔 소계368,900원표시 가격을 69,900원 초과
정상 운영에 필요한 총원가약 50만 원 이상15년 경력 태국 가이드 증언 기준 추정 (주간경향, 2018)
표시가 대비 부족분약 20만 원 이상추정

주간경향(2018)에 따르면 15년 경력의 태국 현지 가이드는 이 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돈을 1인당 50만 원대로 증언했다. 표시 가격과의 차액 20만 원 이상은 깎아 준 것이 아니라 지불 시점과 창구를 옮긴 것이다. 같은 보도가 입수한 행사지침서에는 "지상비 0원, 팁 50달러"라고 적혀 있었다. 상품가 밖에서 별도로 걷는 팁, 3~5곳의 쇼핑센터 방문(비즈한국, 2019), 선택 관광 판매가 그 회수 장치다.

마이너스 투어피, 적자는 공급망 아래로 흐른다

여행사는 현지 행사비를 원가 이하로 지급하고, 부족분을 회수할 책임은 현지 수배업체인 랜드사와 가이드에게 넘어간다. 지상비는 여행사가 랜드사에 지급하는 호텔·식사·차량·가이드·입장료 비용이다. 이것을 원가 이하로 책정해 주면 마이너스 투어피, 아예 주지 않으면 제로 투어피라 부른다(비즈한국, 2019).

원가 이하의 폭은 권역을 가리지 않고 확인된다. 주간경향(2018)의 태국 사례에서 랜드사가 실제 받은 돈은 1인당 30만 원 이하였다. 여행신문(2026)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대형 여행사가 4~5박 상품에 지급한 지상비가 1인당 약 25만 원으로, 실제 현지 운영 원가의 40~50% 수준이었다.

랜드사는 이 적자를 쇼핑센터 수수료와 선택 관광 마진으로 메운다. 회수는 확률 사업이다. 비즈한국(2019)에 따르면 랜드사는 10팀 중 3~4팀의 쇼핑·옵션 수익으로 전체 손익을 맞춘다. 회수에 실패한 몫은 가이드 개인에게 다시 넘어간다. 현직 가이드의 기고(딴지일보, 2017)는 동남아 저가 상품의 한인 가이드가 일당 없이 일하며, 쇼핑 실적이 모자라면 행사 경비를 자기 돈으로 메운다고 서술한다. 가이드는 고용된 안내원이라기보다 행사 하나를 도급받아 자기 자본을 태우는 개인사업자에 가깝다. 현장의 쇼핑·옵션 권유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개인의 인성이 아니라 손익 구조다.

옵션 가격에는 남의 적자가 들어 있다

현지에서 파는 선택 관광의 마진이 표시 가격 부족분을 메우는 실제 결제 창구다. 비즈한국(2019)에 따르면 원가 20~30달러짜리 선택 관광이 80~100달러에 판매된다. 주간경향(2018)이 확인한 태국 안마 사례는 더 구체적이다. 일반 판매가 28달러짜리 안마를 가이드가 18달러에 매입해 패키지 여행객에게 40달러에 판다. 차액 22달러가 가이드 몫과 행사 적자 보전으로 들어간다. 쇼핑센터가 랜드사·가이드에게 주는 수수료율은 공개된 수치가 없다. 주간경향(2018)도 지상비와 수수료를 공시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구조의 비용은 만족도 통계로 드러난다. 한국여행업협회의 2017년 소비자 만족도 조사(1,000점 만점)에서 동남아는 627점으로 전 권역 최저였다(주간경향, 2018 재인용). 대양주 652점, 미주 648점, 유럽 629점. 지상비 압착이 가장 심한 권역과 만족도가 가장 낮은 권역이 일치한다.

왜 같은 상품을 사람마다 다른 가격에 사는가

같은 상품의 가격 차이는 판매 창구에 실린 유통 비용과 구매 시점의 좌석 소진율에서 나온다. 원가가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얹힌 것이 다르다.

창구부터 보면, 비즈한국(2019)에 따르면 여행상품 홈쇼핑 방송 1회(50분)의 방송비는 최소 5,000만 원, 황금 시간대는 2억~3억 원이다. 이 돈은 해당 방송 판매분에서 회수해야 하므로 홈쇼핑 패키지는 광고비가 미리 실린 상품이다. 50만 원대 동남아 상품 방송 한 번에 상담 전화 5,000~6,000통, 예약 약 1,000건이 잡힌다(비즈한국, 2019). 오프라인 창구도 비용이 있다. 이코노미조선(2014)에 따르면 하나투어·모두투어 같은 도매 방식 여행사는 대리점에 기본 9%의 판매 수수료를 준다. 200만 원 상품이면 18만 원이 대리점 몫이다.

시점의 차이는 좌석 계약 구조에서 나온다. 여행사는 항공 좌석을 묶음으로 선매입하는데, 판매 책임을 전부 지는 하드블록은 미판매 좌석이 그대로 여행사 손실이다. 여행신문(2018)은 한 여행사가 저비용 항공사로부터 동남아 한 개 노선 6개월치 미소진 위약금 약 10억 원을 부과받은 사례를 보도했다. 출발이 다가온 빈 좌석은 안 팔면 전액 손실이므로, 한 명 더 태우는 데 드는 추가 원가는 0에 수렴하고 원가 이하 투매가 합리적 선택이 된다. 같은 비행기 옆자리 승객이 서로 다른 가격을 낸 이유의 대부분은 구매 시점의 블록 소진율이다.

회수 고리는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 지갑에서 끊기고 있다

이 회수 구조는 규제로 깨진 적이 없고, 소비자가 현지에서 지갑을 닫으면서 무너지는 중이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운임 총액표시제(2014년 7월 시행)는 유류할증료를 표시 가격 안으로 넣었지만, 가이드·기사 경비와 팁은 여전히 표시가 밖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국외여행 표준약관은 일정표에 쇼핑 횟수를 적도록 했을 뿐 가격 구조를 공시하게 하지는 않는다. 마이너스 투어피는 여행사와 랜드사 사이의 사적 계약이고 회수는 해외 현지에서 일어난다. 착시는 국내 규제의 관할 밖에서 완성된다.

규제가 못 끊은 고리를 소비자 행동이 끊고 있다. 여행신문(2026)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호주 물량을 소화하던 시드니 한인 랜드사가 약 250만 호주달러(약 27억 원)를 협력업체와 가이드에게 지급하지 못한 채 부도났다. 받아 온 지상비는 실제 원가의 40~50%였고, 부족분을 메워 온 쇼핑 수수료가 여행객 소비 형태 변화로 급감하자 고리가 끊겼다. 같은 보도 기준으로 최근 5년간 현지식 단가는 15호주달러에서 25호주달러로 올랐고 호텔은 50~60%, 차량·가이드는 30% 올랐다. 원가는 오르는데 쇼핑 회수는 줄어드는 가위가 랜드사 목을 조인 것이다. 홈쇼핑 방송비 분담을 거절하면 거래가 끊기는 처지라, 랜드사는 적자를 감수하고 물량을 유지해 왔다고 보도됐다.

소비자 쪽 신호도 같은 방향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홈쇼핑 여행상품 불만은 2016년 471건에서 2017년 811건으로 늘었고(비즈한국, 2019 재인용), 상당수가 표시가와 실제 부담액의 괴리 유형이었다. 소비자가 원가 이하의 표시 가격을 정상 가격으로 학습한 것은 모든 광고 창구가 이 유인 가격만 노출해 온 결과다. 그 학습이 뒤집히는 방식은 가격 인상 공지가 아니라 공급망 파열이다. 고객 돈이 출발 전에 전액 여행사로 들어가는 선지급 사슬의 위쪽 절반은 안데르센 사건에서 확인된 초조기예약 선수금 구조에서 다뤘다. 이번 편의 현지 회수 고리는 그 사슬의 아래쪽 절반이다. 표시 가격이 원가 위로 돌아오는 과정은 인상이 아니라 정상화에 가깝다.

산업 하나를 원가 단위로 분해하는 이 기록은 뉴스레터로 이어 받아볼 수 있다. 여행업 종사자, 그리고 자기 업의 가격 구조를 같은 방식으로 분해해 보려는 자영업 사장의 연락은 문의로 열려 있다.

출처

원가 실측치는 2018~2019년 탐사 보도 기준이라 현재 단가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구조 자체는 2026년 보도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출처 전체(9건) 펼치기

원가·유통 구조 보도

  • [지상비 0원, 패키지 여행의 '요지경' — 주간경향, 2018]

  • [패키지여행 다시보기: 싸게 더 싸게 "랜드사의 고혈" — 비즈한국, 2019]

  • ['불쾌함 좀 참으면?' 홈쇼핑 여행상품 가성비의 실체 — 비즈한국, 2019]

  • [시드니 한인 랜드사 27억원 부도, 초저가 패키지 시장 기형적인 유통 구조 개선 시급 — 여행신문, 2026]

  • [항공 하드블록, 구조적 문제 살펴야 — 여행신문, 2018]

  • [수수료 거품 쫙 빼 하나·모두투어 '위협' — 이코노미조선, 2014]

  • [여행 가이드가 알려주는 패키지 여행의 수익구조 — 딴지일보, 2017 (현직 가이드 기고)] 제도 자료

  • [국외여행 표준약관 — 공정거래위원회]

  • [항공운임 총액표시제 — 국토교통부, 2014년 7월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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