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여행사가 없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다
여행 계획의 절반은 이미 AI를 거친다. 그런데 발권과 결제는 넘어가지 않았다. 병목은 재고 접근 권한과 책임 인수에 있다
여행업 시리즈 5편. 정비공업사 사장이 다른 산업을 같은 눈으로 추적한 기록이다.
2026년 7월 말, 베를린의 AI 여행 스타트업 Layla가 익스피디아에 인수됐다. 창업 3년, 직원 약 25명, 누적 조달 약 500만 유로였고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Skift, 2026.07). 대화만으로 여행 일정을 짜 주는 서비스로 주목받던 회사의 종착지는 독립 성장이 아니라 세계 최대급 OTA로의 흡수였다.
같은 시기 익스피디아는 2024년에 발표했던 통합 AI 비서 Romie의 우선순위를 내리고, 역할을 나눈 여러 전문 AI 체제로 전략을 바꿨다. Layla 인수는 그 전환의 일부였다(Skift, 2026.07). AI가 여행사를 대체한다는 전망이 몇 년째 반복되는 동안 실제 지형은 이렇게 움직였다. 이 편은 전망이 아니라 현재 지도다. AI가 여행업의 어디까지 왔고 정확히 무엇에 막혀 있는지를, 통계로 확인되는 범위에서만 그린다.
여행 계획은 이미 AI의 영토다
계획 구간의 AI 침투는 통계로 확정됐다. 크리테오 조사에 따르면 여행 계획에 AI를 활용하는 한국 소비자는 2023년 3분기 15%에서 2025년 1분기 45%로 올랐고, 같은 시점 글로벌 평균은 32%였다. 한국이 13%p 높다. 여행신문의 2026년 창간 34주년 소비자 조사에서는 여행지 선택과 일정 계획에 AI를 활용한다는 응답이 82.7%였고, AI 이용자의 용도 1위는 일정·동선 계획으로 54.5%였다. 여행 관심층 표본이라 일반 인구보다 높게 잡히는 수치지만 방향은 같다.
공급자 쪽도 이 구간은 이미 채웠다. 마이리얼트립은 2023년 2월 챗GPT를 연동한 AI 여행플래너를 국내 여행업계에서 가장 먼저 냈다(머니투데이, 2023). 하나투어는 2025년 3월 탐색·추천·상담을 나눠 맡는 멀티 에이전트 방식의 H-AI를 출시했고, 2026년에는 챗GPT 안에 여행 추천 앱을 올렸다(헤럴드경제 2025, 인사이트코리아 2026). 부킹닷컴은 OpenAI와 협업해 자사 실시간 재고·가격 데이터를 결합한 여행 설계 도구를 운영한다(OpenAI, 2024).
일정을 짜 주는 AI는 이제 흔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계획을 잡은 AI는 왜 결제를 가져오지 못하는가
예약과 결제 구간에서 AI는 네 겹의 병목에 막혀 있다. 각각이 기술 문제라기보다 권한과 준비의 문제다.
| 병목 | 내용 | 근거 |
|---|---|---|
| 재고 접근 권한 | 항공 좌석·운임 조회는 GDS·NDC라는 라이선스 유통망에 묶여 있고 호텔 재고는 수십 개 채널에 파편화돼 있다. AI는 학습 데이터로 추측할 뿐 실재고 조회 권한이 없다 | Travelers Today, 2026 |
| 확정 발권 | 대규모 언어모델은 확정 확약을 하지 못한다. 2026년 15개 AI 여행 플랫폼 검증에서 다수가 결제 단계에서 가격이 달라졌다 | TechTimes, 2026 |
| 소비자 위임 거부 | 설문 응답자의 3분의 2가 AI에 예약을 맡기기를 거부한다. 전권 위임 의향은 레저 여행자의 약 2% | Skift 2026, Gimmonix 2026 |
| 공급자 준비 | 실시간 가격·예약을 AI에게 팔 수 있는 여행 기업은 11%. 나머지 89%의 시스템은 인간 채널용이다 | Gimmonix, 2026 |
넷 중 모델 성능으로 풀리는 것은 사실상 확정 발권 하나다. 재고 접근은 계약과 라이선스의 문제고, 위임 거부는 신뢰의 문제고, 공급자 준비는 산업 전체의 전산 투자 문제다. 업계가 지금 벌이는 일도 더 좋은 추천 경쟁이 아니라 접속층 정비다. 여행 유통 기업 Travelport는 AI가 실재고와 발권에 접근하게 하는 표준 접속 인프라를 테스트 단계에서 실험하고 있다(TechTimes, 2026).
소비자는 도구로 쓰되 돈을 맡기지 않는다
활용률과 위임 신뢰 사이의 간격이 이 시장의 핵심 수치다. 여행신문 2026년 조사에서 여행지 선택·일정 계획에 AI를 쓴다는 응답은 82.7%인데, 여행지를 결정할 때 가장 신뢰하는 정보 출처로 AI를 꼽은 응답은 6.8%에 그쳤다. 도구로는 80%대가 쓰면서 1순위 신뢰 출처로 꼽는 것은 한 자릿수다. 거부 사유로는 되돌릴 수 없는 오류, 사고 시 책임 부재, 개인정보 우려가 꼽힌다(Skift, 2026).
이 거부는 비합리가 아니다. 여행 대금이 출발 전에 전액 선지급되는 돈의 구조에서 확인했듯 여행 소비의 본질은 수백만 원을 몇 달 먼저 내는 선지급이고, 그 돈이 깨진 사고 이력이 채널마다 있다. 책임의 소재는 법원이 이미 정해 뒀다. 티메프 사태 집단 환불소송 1심은 2026년 7월, 소비자 598명의 청구에서 환불 책임을 여행사에 인정했다(서울경제, 2026.07). 판매자 지위에 선 자가 소비자 돈의 최종 보증인이라는 뜻이다. AI가 추천을 넘어 예약을 집행하는 순간 그 운영사는 보증인 지위를 그대로 인수하게 되고, AI 오류로 인한 손실을 누가 지는지에 대한 별도의 규제 틀은 아직 없다(DataDome, 2026).
독립 AI 여행 스타트업의 생존 방식은 두 갈래다
돈이 걸린 구간을 스스로 열지 못하는 AI 여행 스타트업은 여는 자에게 붙는 길을 택하고 있다. Layla와 Mindtrip이 두 갈래를 보여준다.
| 항목 | Layla | Mindtrip |
|---|---|---|
| 창업 | 2023년, 베를린 | 2023년, 미국 |
| 조달 | 약 500만 유로 | 누적 2,250만 달러 |
| 현재 | 2026년 7월 익스피디아에 피인수 | 독립 운영 중. 2025년 Capital One·유나이티드항공 전략 투자 유치 |
| 출처 | Skift, 2026 | Tracxn·PhocusWire, 2025 |
Layla는 재고와 정산과 브랜드 신뢰를 가진 회사에 흡수됐고, Mindtrip은 결제망과 항공 좌석을 가진 회사들의 전략 투자를 받아 생존한다. 방향은 같다. 계획 능력만으로는 독립 사업이 되지 않으니 유통 권한 보유자와 결합한다. 익스피디아가 자체 AI 비서의 우선순위를 내리면서 Layla를 사들인 것은 반대편에서 그린 같은 그림이다. 재고를 가진 쪽은 계획 능력을 사면 되고, 계획 능력만 가진 쪽은 팔리는 것이 합리적 종착지가 된다.
계획에서 예약으로 넘어가는 비율은 아무도 모른다
AI로 계획한 사람이 실제 예약까지 간 전환율을 보여주는 공개 통계는 국내외 어디에도 없다. 올리버 와이먼의 2025년 조사는 계획과 예약 과정을 한 문항으로 묶어 사용 경험 41%를 물었을 뿐, 전환 단계를 분리해 잰 조사는 확인되지 않는다. 유엔관광청이 2026년까지 관광산업 고객 응대의 약 95%가 AI 기반이 된다는 수치를 낸 적이 있지만 이는 전망이지 실측이 아니다(여행신문 재인용, 2025).
이 공백 자체가 판단 재료다. AI 여행 사업의 수익 모델은 대부분 무료 계획 도구로 이용자를 모아 예약 수수료로 잇는다는 가정 위에 서 있는데, 그 연결 고리가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가 아직 없다. 계획 구간의 침투율 통계는 해마다 쌓이는데 전환율 통계만 비어 있다면, 그 가정은 현재로서는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 검증 전의 가설로 읽는 것이 정확하다.
하나투어는 AI로 팔지 않고 아꼈다
국내에서 AI가 여행사 손익을 실제로 움직인 자리는 매출이 아니라 비용이었다. 하나투어의 AI 채팅상담 이용자는 정식 출시 후 432% 늘었고(헤럴드경제, 2025), 삼성SDS와 협업한 챗GPT 도입은 상담·운영의 고정비 통제에 쓰였다. 온라인 판매 비중은 2019년 19%에서 2024년 43%로 올랐다(여행신문, 2025). 그 위에서 2025년 4분기 영업이익률 15.6%로 회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알파증류소, 2026). 상장 여행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4~6%대에 머무는 업계다(세계여행신문, 2026).
출국자가 사상 최대를 찍는 동안 패키지 송출객이 역성장한 시장에서 이익이 최대가 된 데는 중고가 상품 전환과 온라인 직판이 함께 작용했다. 다만 AI의 기여가 손익계산서에 잡힌 줄은 매출이 아니라 판매관리비다. 기존 여행사에게 AI는 아직 성장 동력이 아니라 상담과 운영의 비용 절감 장치이며, 그 절감만으로도 이익률이 움직인다는 것이 지금까지 확인된 실증이다.
병목의 이름은 유통 권한과 책임이다
AI는 여행 밸류체인에서 원래 마진이 없던 구간을 먹었다. 영감과 계획은 여행사도 무료로 해 주던 일이다. 돈이 걸리는 예약·정산·사후 책임 구간은 재고 접근권, 확정 발권, 법적 책임 인수라는 장벽 뒤에 남아 있고, 이 장벽은 모델이 좋아진다고 낮아지지 않는다. Layla의 피인수가 이 구조의 증명이고, 하나투어의 이익률이 이 구조 안에서 기존 사업자가 AI를 쓰는 방식의 실증이다.
그래서 결론은 AI 여행사가 불가능하다가 아니다. AI 여행사가 되려면 먼저 여행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업 등록, 보증보험, 공급 계약, 그리고 소비자 돈의 보증인 지위. 계획 능력 위에 이것을 얹은 사업자만 돈이 걸린 구간을 건널 수 있고, 그 구간을 건넌 AI가 아직 없을 뿐이다.
산업 하나를 통계로 추적하는 이런 기록은 뉴스레터로 계속 받아볼 수 있다. 자기 업의 구조 분석을 같은 방식으로 논의하고 싶은 사장의 연락은 문의로 환영한다.
출처
본문에 인용한 수치는 국내외 여행 전문지·조사기관 발표를 근거로 하며, 해외 매체 보도는 원문 기준으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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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보도·자료
- [Expedia Acquired AI Trip-Planner Layla: Exclusive — Skift, 2026]
- [OTAs Are Betting on Traveler Trust — Skift, 2026]
- [AI Travel Booking Has an Architecture Problem: Travelport Bets MCP Fixes It — Travelers Today, 2026]
- [AI Travel Booking Agents Cannot Confirm a Ticket — TechTimes, 2026]
- [Only 11% of Travel Companies Can Sell to an AI Agent — Gimmonix, 2026]
- [AI Agents Are Booking Travel: Enable Revenue & Minimize Risk — DataDome, 2026]
- [Mindtrip Company Profile — Tracxn·PhocusWire, 2025]
- [Booking.com and OpenAI personalize travel at scale — OpenAI, 2024]
국내 조사·보도
- [여행 계획 AI 활용률 조사(한국 45%·글로벌 32%) — 크리테오, 2025]
- [창간 34주년 해외여행 소비자 의식 조사 — 여행신문, 2026]
- ['여행계획 챗GPT에 맡겨봐' 마이리얼트립 AI 여행플래너 출시 — 머니투데이, 2023]
- [하나투어, 여행업계 AI 전환 이끈다 멀티 에이전트 'H-AI' 론칭 — 헤럴드경제, 2025]
- [하나투어, 챗GPT에 여행 추천 앱 탑재 — 인사이트코리아, 2026]
- ['티메프 사태' 집단 환불소송 첫 결론, 법원 "여행사가 대금 반환해야" — 서울경제, 2026]
- [일정·비용 최적화 인기, AI가 여행 판도 바꾼다(올리버 와이먼 조사) — 애틀랜타 중앙일보, 2025]
- [하나투어, 2024년 999억원 벌었다 — 여행신문, 2025]
- [하나투어(039130) 리포트 — 알파증류소, 2026]
- [2025년 상장여행사 연간실적 분석 — 세계여행신문(GTN),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