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빌딩은 지대가 오를 때마다 싸졌다
2008년 지분 75%가 8억 달러였던 건물이 2019년 통째로 1억 5,100만 달러에 팔렸다. 땅주인은 대학이고, 그 대학 예산의 절반이 이 건물에서 나온다
이 글은 《건물을 짓는 돈: 세계편》 1편이다. 세계의 건물 한 채를 잡아 그 돈이 왜 그런 모양인지 본다. 편마다 메커니즘 하나와 건물 하나. 첫 메커니즘은 지상권이고, 첫 건물은 뉴욕 42번가의 크라이슬러 빌딩이다. 국내 건물은 《건물을 짓는 돈: 국내편》에서 따로 다룬다.
8억 달러가 1억 5,100만 달러가 된 11년
2008년 7월, 아부다비투자위원회가 크라이슬러 빌딩 지분 75%를 8억 달러에 샀다. 건물 전체로 치면 10억 달러가 넘는 값이었다. 2019년 4월, 뉴욕의 RFR홀딩과 오스트리아의 시그나홀딩이 같은 건물을 통째로 1억 5,100만 달러에 샀다. 11년 사이에 건물이 무너진 것도, 층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1930년에 완공된 77층, 임대 가능 면적 119만 6,972평방피트(2001년 대출 투자설명서 기준)는 그대로였다.

사진: Jakub Hału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바뀐 것은 계약서의 한 줄이다. 이 건물은 자기 땅 위에 서 있지 않다. 땅은 대학 하나가 갖고 있고, 건물 주인은 매년 그 대학에 돈을 낸다. 그 돈이 2017년까지 연 750만 달러였다가 2019년부터 3,250만 달러가 됐다. 건물이 버는 돈에서 땅주인 몫이 네 배가 넘게 커졌고, 남는 돈으로 매기는 건물값은 그만큼 내려갔다.
이런 권리를 지상권이라고 부른다. 남의 땅 위에 건물을 짓고 정해진 기간 동안 쓰는 권리다. 건물은 내 것이고 땅은 남의 것이며, 매년 지대를 낸다. 기간이 끝나면 건물은 보통 땅주인에게 넘어간다. 파는 쪽은 땅을 팔지 않고도 돈을 받고, 사는 쪽은 땅값을 치르지 않고 건물을 세운다.
이 글은 그 한 줄이 어떻게 8억 달러를 1억 5,100만 달러로 만들었는지 따라간다. 순서는 넷이다. 누가 무엇이 필요해서 이 계약을 맺었나. 계약서에 지대가 어떻게 박혀 있었나. 아홉 번 주인이 바뀌는 동안 돈이 어디로 흘렀나. 그리고 2024년 지대가 밀렸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숫자는 땅주인이 뉴욕주 검찰의 명령으로 공개하는 재무감시인 보고서, 건물 대출의 증권 투자설명서, 그리고 법원 판결에서 가져온다.
대학은 땅을 팔 이유가 없었고 개발자는 살 이유가 없었다
크라이슬러 빌딩의 땅주인은 1902년부터 지금까지 쿠퍼유니언이라는 대학 하나다. 맨해튼 42번가와 렉싱턴가가 만나는 모퉁이 땅을 이 학교가 얻은 것이 1902년이고, 이듬해 길 건너에서 그랜드센트럴역 공사가 시작됐다. 학교를 세운 피터 쿠퍼의 사위이자 전 뉴욕시장인 애브람 휴잇이 개인적으로 사서 학교 기금에 넣었다는 기록과, 카네기와 쿠퍼·휴잇 가문이 기증했다는 기록이 갈린다. 어느 쪽이든 학교는 돈을 주고 산 게 아니거나, 산 뒤 곧바로 기금으로 돌렸다.
이 땅에는 다른 땅에 없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었다. 1859년 뉴욕주가 쿠퍼유니언을 세울 때 준 설립 헌장이 학교 소유 부동산의 재산세를 면제했다. 1905년 항소법원은 임대 수익용 부동산도 면제라고 판결했고, 크라이슬러 빌딩이 선 뒤인 1930년대에 뉴욕시가 건물에만 세금을 매기려 하자 법원이 다시 학교 손을 들어줬다. 학교가 이 땅을 팔면 목돈이 들어오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갖고 있으면 매년 돈이 들어오고 세금은 나가지 않는다. 팔 이유가 없었다.
땅을 빌린 첫 사람은 코니아일랜드 개발업자 윌리엄 레이놀즈였다. 1921년 쿠퍼유니언에서 장기 지상권을 얻고 1927년 건축가 윌리엄 밴 앨런에게 설계를 맡겼다. 그리고 1928년 10월, 자동차 회사를 세운 월터 크라이슬러가 레이놀즈에게서 지상권과 설계를 200만 달러에 샀다. 공사비는 약 2,000만 달러로 여러 기록이 일치하지만 1차 회계 자료로 확인된 숫자는 아니다.
크라이슬러는 회사 돈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지었다. 회사 자산으로 잡히면 자녀에게 물려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는 설명이 여러 기록에 붙어 있다. 크라이슬러 자동차 회사는 1930년부터 이 건물에 본사를 뒀지만 소유한 적이 없다. 간판을 걸고 세를 들었을 뿐이다.
개발자 쪽에서 봐도 땅을 살 이유가 없었다. 살 수 있는 땅이 아니기도 했지만, 살 수 있었더라도 그 돈을 땅에 묶는 것보다 건물에 쓰는 편이 나았다. 2,000만 달러짜리 건물을 짓는 사람에게 땅값까지 앞에 얹으면 필요한 돈이 늘고 돌아오는 돈은 그대로다. 지대는 매년 조금씩 나가지만 목돈은 나가지 않는다. 팔지 않는 땅주인과 사고 싶지 않은 개발자가 만나면 계약은 한 가지 모양으로 떨어진다. 땅은 그대로 두고 쓰는 권리만 주고받는다.
여기에 재산세가 얹힌다. 학교 땅이라 이 건물은 뉴욕시에 재산세를 내지 않는다. 대신 건물 쪽이 재산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시청이 아니라 학교에 낸다. 이것을 세금 상당액이라고 부른다. 1969년 뉴욕주가 헌장을 손보면서 학교가 앞으로 사들이는 상업용 부동산은 과세하되, 크라이슬러 빌딩을 포함한 기존 세 곳의 면제는 남겨두었다. 2006년 빌리지보이스 보도 기준으로 그해 세금 상당액은 약 1,700만 달러였다. 지대와 별도로, 시에 갈 세금이 매년 학교로 간다.
지대는 계약서 안에 계단으로 박혀 있었다
지금 이 건물에 걸려 있는 지상권은 1997년에 새로 쓴 것이다. 그해 티시먼스파이어와 트래블러스보험이 건물을 사면서 쿠퍼유니언과 150년짜리 지상권을 다시 체결했다. 만기는 2147년이다. 뉴욕의 지상권 계약이 흔히 그렇듯, 이 계약에도 일정 시점마다 땅값을 다시 감정해 지대를 고치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2006년에 양쪽이 그 조항을 쓰지 않기로 했다. 미래에 감정을 받는 대신 앞으로 41년치 지대를 숫자로 미리 박았다. 감정평가사협회가 내는 학술지 2023년 4호와 2024년 10월 커머셜옵저버 보도가 정리한 스케줄은 이렇다.
| 구간 | 연간 지대 | 2006년 지대 대비 |
|---|---|---|
| 2006~2017년 | 750만 달러 | 1배 |
| 2018년 | 2,010만 달러 | 2.7배 |
| 2019~2027년 | 3,250만 달러 | 4.3배 |
| 2028~2037년 | 4,100만 달러 | 5.5배 |
| 2038~2047년 | 5,500만 달러 | 7.3배 |
2018년 2,010만 달러는 쿠퍼유니언이 뉴욕주 검찰의 명령에 따라 공개하는 재무감시인 보고서의 숫자이고, 나머지 구간은 보도와 학술지가 일치한다. 구간 경계는 출처에 따라 한 해씩 어긋나지만 금액은 같다. 배율은 계산한 값이다.
이 모양이 왜 나왔는지는 양쪽 자리에 서 보면 보인다. 땅주인은 감정을 다투는 대신 확정된 숫자를 받았다. 2006년 시점의 12년치는 싸게 주는 대신 그 뒤는 급하게 올렸다. 임차인은 12년 동안 낮은 지대를 확보했고, 계단이 오기 전에 팔면 그 12년의 값을 매매가로 챙길 수 있었다. 실제로 첫 계단이 오기 10년 전인 2008년에 지분 75%가 8억 달러에 팔렸다. 판 쪽은 2001년에 그 지분을 샀던 독일계 펀드를 이어받은 운용사였고, 산 쪽은 아부다비의 국부펀드 중 하나인 아부다비투자위원회였다. 계약서의 계단은 누가 언제 빠져나가느냐로 값이 옮겨 다니는 장치였다.
지대 위에 한 줄이 더 얹힌다. 재산세 자리에 들어가는 세금 상당액이다. 재무감시인 보고서는 지대와 세금 상당액을 합쳐서 공개한다. 2021회계연도 5,350만 달러, 2022회계연도 5,180만 달러, 2023회계연도 5,040만 달러다. 여기서 지대 3,250만 달러를 빼면 세금 상당액은 해마다 1,800만~2,100만 달러 사이로 계산된다. 보고서는 세금 상당액이 줄어든 이유를 공실 증가에 따른 감정가 하락이라고 적었다. 건물이 땅주인에게 내는 돈은 지대와 세금 상당액을 합쳐 연 5,000만 달러 안팎이다.
지상권 건물의 값은 어떻게 계산되는가
지상권 건물의 값은 건물이 버는 돈에서 지대를 뺀 나머지를 요구수익률로 나눈 숫자다. 순영업이익이 같아도 지대가 오르면 나머지가 줄고, 나머지가 줄면 값이 준다. 땅주인이 계약서로 가져가는 몫이 커질수록 건물 주인이 팔 수 있는 값은 작아진다.
2019년 매각가에 이 산식을 거꾸로 대면 지대가 무엇을 했는지 보인다. 계산하면, 매수자가 요구수익률 5%를 보고 1억 5,100만 달러를 냈다면 지대를 내고 남는 돈으로 기대한 것은 연 755만 달러다. 여기에 지대 3,250만 달러를 더하면 건물 전체가 버는 순영업이익은 약 4,000만 달러가 되고, 그중 81%가 땅으로 간다. 요구수익률을 4%로 두면 84%, 6%로 두면 78%다. 어느 쪽이든 건물이 버는 돈의 8할 안팎이 땅주인 몫이라는 계산이다. 이 숫자는 추정이다. 순영업이익과 공실률의 실측치는 대출 증권의 자산요약서에만 있고, 이 글은 그 원문을 열지 못했다.
같은 가정으로 2008년을 보면 대조가 선다. 지분 75%가 8억 달러였으니 건물 전체는 약 10억 7,000만 달러다. 요구수익률 5%면 남는 돈이 연 5,330만 달러이고, 지대 750만 달러를 더한 순영업이익은 약 6,100만 달러다. 땅주인 몫은 12%다. 11년 사이에 땅주인 몫이 순영업이익의 1할에서 8할로 바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사이 순영업이익 자체가 얼마나 줄었는지는 이 산식으로 알 수 없다. 공실이 늘고 임대료가 정체한 몫도 값을 깎았을 것이다. 다만 계약서에 박힌 계단만으로도 값의 대부분이 설명된다는 것이 이 계산이 보여주는 것이다.
아홉 번 주인이 바뀌는 동안 땅주인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1930년 완공부터 2019년까지 이 건물의 주인은, 지분 일부만 넘긴 거래까지 세면 아홉 번 바뀌었다. 땅주인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매매가는 오르고 내렸고, 그 사이에 압류가 한 번 끼어 있으며, 마지막 매수자 중 하나는 파산했다.
| 시점 | 매수자 | 값 | 비고 |
|---|---|---|---|
| 1928년 10월 | 월터 크라이슬러 | 지상권과 설계 200만 달러, 공사비 약 2,000만 달러 | 개인 자금. 회사는 임차인 |
| 1953년 | 윌리엄 젝켄도르프 | 기록마다 갈림 | 크라이슬러 유족 매각 |
| 1957년 | 로렌스 윈 신디케이트 | 별관·그레이바 빌딩 포함 6,600만 달러 | 당시 뉴욕 최대 부동산 거래로 보도 |
| 1960년 | 알렉스 디로렌조·솔 골드먼 | 미확인 | |
| 1975년 | 매사추세츠뮤추얼 | 3,500만 달러로 보도 | 대출 채무불이행, 보험사가 압류 |
| 1979년 | 잭 켄트 쿡 | 미확인 | LA 레이커스 매각 거래에 끼워 넣은 부동산 |
| 1997년 11월 | 티시먼스파이어·트래블러스 | 별관 포함 2억 2,000만~2억 2,500만 달러 | 쿡 사망 뒤 채권단 매각. 150년 지상권 새로 체결 |
| 2001년 7월 | TMW(독일계 펀드) 지분 75% | 대출 1억 8,000만 달러, 금리 6.910%, 감정가 4억 1,500만 달러 | 대출은 증권으로 팔려 투자설명서에 공개 |
| 2008년 7월 | 아부다비투자위원회 지분 75% | 8억 달러 | 당시 보도 기준. 뒤의 보도는 90%라고 쓴다 |
| 2017년 3월 | (리파이낸싱) | 3억 달러 | 아부다비국립은행 |
| 2019년 4월 | RFR홀딩·시그나홀딩 50대50 | 1억 5,100만 달러 | 3월 계약, 4월 종결 |
| 2023년 11~12월 | (시그나 파산) | 관재인이 지분 50% 매각 추진, 미성사 |
표에서 두 줄이 이 건물의 값을 위아래로 가른다. 2001년 감정가는 4억 1,500만 달러였고, 2008년에는 지분 75%만 8억 달러였으니 통째로는 10억 달러가 넘었다. 7년 사이에 두 배 넘게 뛴 값이 2019년에는 통째로 1억 5,100만 달러가 됐다. 7분의 1이다. 2001년의 숫자는 대출을 증권으로 묶어 팔 때 공개된 것이라 감정 기관이 찍은 값이다. 임대 가능 면적 119만 6,972평방피트, 주요 임차인으로 로펌 셋과 유엔 프로젝트서비스사무소, 프루덴셜증권이 그 문서에 적혀 있다.
이 기간 내내 땅주인이 받은 돈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지대, 하나는 세금 상당액. 2006년 재협상 뒤 지대는 연 750만 달러로 고정됐고 2018년까지 그 값이었다. 티시먼스파이어가 갖고 있던 1997~2008년에도, 아부다비가 갖고 있던 2008~2019년에도 그랬다. 이 고정 지대는 건물이 버는 돈에서 먼저 빠져나가는 작은 항목이었다. 8억 달러짜리 건물에 연 750만 달러 지대는 1%가 안 된다.
2019년의 매수자들은 다른 계약서를 들고 들어왔다. 지대는 2018년 2,010만 달러, 2019년부터 3,250만 달러였다. 1억 5,100만 달러에 산 건물에서 매년 3,250만 달러가 땅으로 나간다. 매입가의 21.5%다. 계산하면, 지대 3,250만 달러는 2001년 감정가 4억 1,500만 달러의 7.8%이고, 8억 달러 밸류에이션의 4.1%다. 땅주인 몫이 건물값의 1%에서 21.5%로 바뀌는 동안 건물은 한 층도 달라지지 않았다.
RFR과 시그나는 관찰 데크를 되살리고 옛 클라우드클럽 식당을 복원하고 호텔 전환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5월 뉴욕시 랜드마크보존위원회가 61~62층 관찰 데크 설계를 승인했다. 그리고 코로나가 왔다. 발표된 계획 중 실행된 것은 없다. 2023년 11월 시그나홀딩이 오스트리아에서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12월 관재인이 크라이슬러 빌딩 지분 50%를 팔겠다고 밝혔다. 그 매각은 성사되지 않았다.
주인이 아홉 번 바뀌는 동안 돈은 한 방향으로만 흘렀다. 건물을 산 사람은 앞사람에게 돈을 주고 땅주인에게 매년 돈을 냈다. 땅주인은 아무에게도 돈을 주지 않았다. 1902년에 얻은 땅 한 필지가 그 뒤로 120년 넘게 받기만 했다.
2,100만 달러가 밀리자 학교가 건물을 가져갔다
2024년 5월부터 RFR이 지대를 내지 않았다. 그 전에 계약을 고쳐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2020년과 2021년에 RFR이 쿠퍼유니언에 지대 재협상을 요청했지만 개정된 계약은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로 오피스 수요가 꺼진 시기였고, 관찰 데크와 호텔 전환 계획은 발표 상태로 멈춰 있었다.
쿠퍼유니언은 2024년 7월에 30일 유예를 주며 경고했다. 그 시점 체납액은 이자를 빼고 860만 달러였다. 9월 13일 계약 종료를 통지했고, 14일 뒤인 9월 27일 지상권이 끝났다. 이때 체납액은 약 2,100만 달러였다. 학교는 9월 27일 임시총장 명의 성명에서 장기 수탁자로서 관리회사를 고용해 건물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RFR은 법원으로 갔다. 사건번호 158973/2024, 뉴욕주 대법원 뉴욕카운티 상사부. 원고는 RFR의 특수목적법인 R&S 크라이슬러, 피고는 쿠퍼유니언과 학교가 관리사로 세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였다. RFR의 주장은 셋이었다. 종료 통지가 계약서에 적힌 주소가 아니라 현재 사무실로 왔으니 무효다. 학교가 캠퍼스 시위 대응에 매달려 건물 운영을 방치했다. 재협상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신의성실 위반이다.
제니퍼 셱터 판사는 2024년 10월 31일 먼저 가처분을 냈다. 건물 안 임차인들이 내는 임대료를 쿠퍼유니언이 직접 걷을 수 있고, RFR은 학교의 관리를 방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2025년 1월 29일과 30일에 걸친 최종 판결은 RFR에 건물을 비우라고 명령했고, 미납 지대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했으며, RFR의 청구는 전부 기각했다. 손해배상 금액은 어느 매체도 보도하지 않았다. 1월 하순 RFR이 건물에서 나갔다.
건물은 그 사이 낡아 있었다. 2024년 9월 말 임대율은 85.7%였고, 2025년 5월 보도에서는 공실 약 15%에 임대료가 평방피트당 100달러 아래였다. 인근의 원밴더빌트는 300달러대였다. 2024년에는 뉴욕타임스가 엘리베이터 고장과 쥐 출몰을 보도했고, 부동산 전문지들이 이를 인용했다.
학교 장부에서 이 건물은 무엇이었나
이 건물은 쿠퍼유니언 예산의 절반이 넘는다. 재무감시인 보고서에 따르면 지대와 세금 상당액을 합친 수입이 2021회계연도에 5,350만 달러였다. 예산상 총수입의 61.9%다. 이 비중은 2022회계연도 53.6%, 2023회계연도 54.9%였다. 학교 하나가 건물 하나에 이만큼 기대는 구조다.
그 구조는 등록금과 묶여 있다. 쿠퍼유니언은 100년 넘게 학부 등록금을 받지 않은 학교였다. 2006년 새 공대 건물을 짓기 위해 1억 7,500만 달러를 빌리면서 크라이슬러 빌딩 땅을 담보로 잡았고, 그 건물은 2009년 9월에 완공됐다. 2014년 가을 처음으로 등록금을 받기 시작했고, 학생과 동문이 소송을 냈고, 뉴욕주 검찰이 이사회 재정 운영을 조사했다. 2015년 세 당사자가 동의명령에 합의했다. 독립 재무감시인을 두고 재무 문서를 공개하며, 무상 등록금으로 돌아갈 길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이 글이 인용하는 보고서가 그 명령의 산물이다.
2018년 이사회는 2028년 무렵 전면 무상 등록금으로 복귀하는 계획을 냈다. 재무감시인은 2023년과 2024년 보고서에서 그 계획을 떠받치는 첫째 항목으로 크라이슬러 빌딩의 지대 인상을 적었다. 2018년 2,010만 달러에서 2019년 3,250만 달러로 오른 그 계단이다. 같은 보고서는 바로 다음 문단에서 이 수입의 존속이 계획의 가장 큰 위험이라고 적었다. 건물 주인이 바뀌었고 뉴욕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 문단이 쓰인 지 몇 달 뒤에 체납이 시작됐다. 2024년 9월 학교는 졸업반부터 무상 등록금을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지상권 종료를 통지했다.
2025년 5월 쿠퍼유니언은 세빌스를 통해 새 지상권 임차인을 찾기 시작했다. 파는 것이 아니라 다시 빌려주는 것이다. 2026년 1월 보도로는 1997년에 이 건물을 샀던 티시먼스파이어가 유력한 후보로 협상 중이고, 다른 입찰자들은 물러났다. 협상의 변수는 하나로 보도됐다. 얼마의 지대를 감당할 것인가.
지상권 건물은 시간이 갈수록 땅주인 것이 된다
지상권 건물의 값은 만기가 가까워질수록 0에 다가간다. 만기에 건물이 땅주인에게 넘어가는 계약이면, 남은 기간이 짧을수록 그 건물로 벌 수 있는 돈의 합이 줄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사협회 학술지 2023년 4호에 실린 지상권 논문은 남은 기간이 20~30년이면 재개발이나 재융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대출을 갚고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기간이 모자라서다. 크라이슬러 빌딩의 만기는 2147년이라 이 문제는 아직 멀다. 이 건물을 무너뜨린 것은 만기가 아니라 계단이었다.
지대를 다시 정하는 방식은 크게 셋이고, 맨해튼에 셋 다 있다.
| 방식 | 사례 | 지대 변화 | 결과 |
|---|---|---|---|
| 계약서에 숫자로 미리 확정 | 크라이슬러 빌딩, 2006년 합의 | 750만 → 3,250만 → 4,100만 → 5,500만 달러 | 확정된 인상분을 못 내고 2025년 퇴거 |
| 시점이 오면 땅값을 다시 감정 | 40월스트리트, 2033년부터 | 280만 달러 고정 → 토지가치의 6%와 순임대료의 85% 중 큰 값, 약 1,550만 달러로 추정 | 은행 감정은 미래 인상을 반영했고 소유주 재무제표는 빼놓았다는 것이 뉴욕주 검찰의 고발 |
| 시점이 오면 땅값을 다시 감정 | 레버하우스, 2023년 재조정 | 615만 달러 → 2,000만 달러 초과 | 2019년 대출 채권자가 6,830만 달러 손실, 2020년 임차인이 지상권을 넘김 |
| 시점이 오면 땅값을 다시 감정 | 625 매디슨가 | 460만 → 2,025만 달러 | 중재 판정 |
| 땅을 팔아 구조를 없앰 | 록펠러센터, 1985년 | 컬럼비아대가 땅을 4억 달러에 매도 | 지상권 소멸 |
레버하우스와 크라이슬러 빌딩은 임차인이 같다. 에이비 로젠의 RFR이다. 레버하우스에서는 대출이 먼저 무너졌다. 2019년 담보 대출의 채권자가 원금 1억 1,000만 달러짜리 채권을 헐값에 팔아 6,830만 달러를 잃었고, 이듬해 재조정이 오기 전에 지상권이 다른 회사로 넘어갔다. 크라이슬러에서는 이미 확정된 인상분을 내지 못해 쫓겨났다. 같은 회사가 지상권 계단 앞에서 두 가지 실패를 순서대로 보여줬다.
40월스트리트는 다른 것을 보여준다. 2033년부터 오를 지대는 아직 청구되지 않았는데, 은행이 의뢰한 감정가 2억 2,000만 달러와 소유주 재무제표의 5억 3,000만 달러가 두 배 넘게 갈렸다. 차이의 한 축이 2033년의 지대였다. 은행 쪽 감정은 아직 오지 않은 인상을 값에 미리 반영했고, 소유주 재무제표는 그것을 빼놓았다. 뉴욕주 검찰은 2022년 소장에서 바로 그 누락을 부풀리기의 근거로 들었다. 오지 않은 청구서를 오늘 가격표에 찍느냐 마느냐가 3억 달러의 차이를 만든 사례다.
록펠러센터의 땅주인 컬럼비아대는 반대편 길을 갔다. 1985년 반세기 넘게 지대를 받던 땅을 4억 달러에 팔았다. 쿠퍼유니언은 팔지 않았다. 1902년에 얻은 땅으로 120년 넘게 받았고, 2025년에는 건물을 통째로 돌려받았고, 지금 다시 빌려줄 사람을 고르고 있다. 두 대학이 같은 자산으로 다른 답을 냈고, 어느 쪽이 맞았는지는 앞으로 120년이 더 지나야 안다.
한국에서 같은 구조를 가장 크게 쓴 건물은 여의도 파크원이다. 그 계약은 지대를 계단이 아니라 토지 감정가의 연 5%로 정했고, 그 요율이 어디서 왔는지는 파크원 지상권의 요율을 국유재산 사용료와 나란히 놓은 글에서 따로 다뤘다.
출처
본문의 지대 스케줄과 학교 수입 비중은 쿠퍼유니언이 뉴욕주 검찰 동의명령에 따라 공개하는 재무감시인 보고서에서, 대출 조건과 임대 면적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등록된 2001년 대출 투자설명서에서 가져왔다. 매매가와 소송 경과는 당사자 공시가 없는 항목이라 부동산 전문지 보도를 교차해 썼고, 보도끼리 어긋나는 숫자는 본문에 그 사실을 적었다. 2013년 증권화 대출은 본관이 아니라 별관 담보라 본문에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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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주인 쿠퍼유니언: 공식 문서, 부지 취득, 등록금
- Kroll Annual Report, FY2023 — Cooper Union · 2024-02-15
- Kroll Annual Report, FY2022 — Cooper Union · 2023-02-15
- Update on the Chrysler Building — Cooper Union · 2024-09
- Judge approves consent decree — Cooper Union · 2015-12
- AG Schneiderman announces comprehensive reform package to resolve Cooper Union — New York State Attorney General · 2015-09-01
- Cooper Union, Form 990 — ProPublica Nonprofit Explorer
- Cooper Union college plans to bring back free tuition — CNBC · 2018-08-03
- Cooper Union restores free tuition for graduating seniors — CNBC · 2024-09-04
- Free as air and water — Places Journal
- Beyond the Village and back: the Chrysler Building — Village Preservation · 2020-05-04
- Spire Education: Cooper Union's towering tax break — The Village Voice · 2006
지대 스케줄, 체납과 소송, 재임대
- Cooper Union makes over $50M a year from the Chrysler Building, but is it enough? — Commercial Observer · 2019-02
- How the Chrysler Building fell on hard times — Commercial Observer · 2024-10
- Chrysler Building's future hinges on complicated land lease — Propmodo
- Chrysler Building faces loss by owner amid ground rent default — CRE Daily · 2024-09
- Chrysler Building could change hands after RFR-led ownership skips months of ground rent — Bisnow · 2024-09
- A judge just ruled Cooper Union can collect Chrysler Building rents — Bisnow · 2024-10-31
- RFR evicted from Chrysler Building — Bisnow · 2025-01
- RFR eviction, Chrysler Building — Commercial Observer · 2025-01
- R&S Chrysler LLC v. Cooper Union, Index No. 158973/2024 — Trellis
- Future of New York's iconic Chrysler Building in question after land owner makes claim — CoStar · 2024-09
- May buyer, Chrysler Building despite ground rent — Yahoo Finance
- Chrysler Building ownership is in limbo — Murray Hill Neighborhood Association · 2025
- Chrysler Building sale 2025 — Commercial Observer · 2025-05
- Collapsed investor wants to sell stake in Chrysler Building — Bisnow · 2023-12
- The Chrysler Building could once again become a Tishman Speyer property — Bisnow · 2026-01
건물 소유권 변천, 매매가, 대출
- Chrysler Building — The Skyscraper Museum
- History of New York City's Chrysler Building — Classic New York History
- Chrysler sells the Chrysler Building — Automotive History
- The Chrysler Building's role in building the NBA Lakers franchise — Propmodo
- Chrysler Building sold to Tishman — The Washington Post · 1997-11-25
- LB-UBS Commercial Mortgage Trust 2001-C3, Form 424B5 — SEC EDGAR · 2001
- Abu Dhabi buys stake in Chrysler Building — CNN Money · 2008-07-09
- Abu Dhabi buys into Chrysler tower — Al Jazeera · 2008-07-11
- Chrysler Building's owners lock down $300M refi — The Real Deal, Wayback Machine · 2017-03-23
- RFR Holding, Signa acquire New York City's Chrysler Building for $150M — REBusinessOnline · 2019
- RFR Realty, Signa Holding buy Chrysler Building — Commercial Observer · 2019-03
- Why the Chrysler Building sold for just $150M — Metro Manhattan
- Signa Holding selling 50% stake in Chrysler Building — Commercial Observer · 2023-12
- MSBAM 2013-C8 free writing prospectus, Chrysler East Building, 별관 담보 — SEC EDGAR · 2013
맨해튼 지상권 대조군과 법리
- The Problem of Ground Leases, Jerome D. Whalen — The Appraisal Journal · 2023
- From profit to peril on Park Avenue: Lever House faces a reckoning — Crain's New York Business · 2018-05-08
- Letitia James, Trump and the 40 Wall Street valuation — Newsweek · 2024
- Attorney General James sues Donald Trump for years of financial fraud — New York State Attorney General · 20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