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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대중교통 밸류체인 · 3편 / 9편

교통카드 회사는 운임을 만지지 않고 번다

버스도 지하철도 적자인 판에서 티머니는 모든 거래의 관문에 서서 수수료를 뗀다

홍정현·2026.09.18
12분 읽기

《대중교통 밸류체인》 시리즈의 3편이다. 2편에서 승객이 낸 요금이 정산사의 서버를 지나 회사들로 쪼개지는 것을 봤다. 이번 편은 그 서버의 주인을 다룬다.

버스회사는 재정지원으로 버티고 지하철은 태울수록 적자가 쌓인다. 그런데 이 판에 운송 원가를 한 푼도 지지 않으면서 모든 거래에 관여하는 회사가 하나 있다. 승객 3,000만 명이 매일 찍는 단말기를 만들어 팔고, 유지보수하고, 그 위를 지나는 돈을 세고 나누면서 수수료를 받는 회사. 한국스마트카드, 브랜드 이름으로는 티머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므로 승객 대부분은 이 회사의 존재를 모른다. 그러나 밸류체인의 눈으로 보면 이 회사의 자리가 이 판에서 가장 흥미로운 자리다. 운임을 정하는 정치 리스크도, 원가를 짊어지는 운송 리스크도 지지 않는 유일한 층이기 때문이다.

티머니의 자리는 모든 거래가 지나가는 관문이다

티머니는 2003년 서울시의 신교통카드시스템 민간투자사업에서 태어났다. 사업을 수주한 LG CNS와 서울시가 공동 출자해 특수목적법인을 세웠고, 그 회사가 지금의 한국스마트카드다. 지분 구조가 이 회사의 성격을 말해준다. 1대주주가 서울시(36.2%), 2대주주가 LG CNS(32.9%)다. 발주처가 최대주주인 회사가 발주처의 인프라를 독점 운영하는, 민간도 공공도 아닌 형태다.

이 회사가 서 있는 자리를 물리적으로 그려보면 이렇다. 서울의 버스, 지하철, 택시에 깔린 결제 단말기의 제작, 설치, 유지보수를 이 회사가 사실상 독점한다. 그 단말기 위로 하루 수천만 건의 승하차 기록이 지나가고, 기록은 이 회사의 정산 시스템에 모여 2편에서 본 배분 계산의 원천이 된다. 서울만이 아니라 경기도 시내버스의 운임 정산도 이 회사가 맡는다. 수도권 대중교통에서 현금이 아닌 모든 요금은, 어느 회사 소속 승객이든, 이 회사의 시스템을 통과한다.

관문의 힘은 통행량에서 나온다. 운송 사업은 승객을 놓고 노선끼리 경쟁하지만, 관문은 경쟁하지 않는다. 승객이 어느 버스를 타든 단말기는 같은 회사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이용량이 늘면 정산 건수가 늘고, 요금이 오르면 수수료 기반이 커진다. 운송사업자들의 손익과 무관하게 관문의 사업은 통행량만큼 자란다.

무엇으로 버는가

한국스마트카드의 수익은 크게 네 갈래다. 재무 분석 자료들을 종합하면 첫째가 결제·정산 과정의 수수료, 둘째가 단말기 판매·설치·유지보수 매출, 셋째가 교통카드 판매와 결제망(VAN) 사업, 넷째가 티머니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핵심은 앞의 둘이다. 하드웨어를 깔고, 그 위를 지나는 거래에서 수수료를 떼는 구조. 한 번 깔린 인프라는 갈아엎을 수 없으므로 매출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규모를 보면 매출은 2,000억원대다. 코로나 이전인 2018~2019년 매출이 약 2,500억원대에 영업이익 57억~80억원, 이동이 얼어붙은 2020년에는 매출 2,055억원에 영업손실 260억원으로 2006년 이후 14년 만의 적자를 기록했다. 거리두기가 풀리며 2022년 영업이익 9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최근 매출도 2,533억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이 숫자에서 두 가지가 보인다. 하나는 이 회사의 매출이 대중교통 이용량과 그대로 연동된다는 것, 승객이 사라지면 관문도 흔들린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의외로 마진이 얇다는 것이다. 독점 관문의 영업이익률이 2~3% 수준에 그친다.

수수료 요율 자체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서울시와의 정산 계약, 각 운송기관과의 협약에 담겨 있고 외부로 상세히 나오지 않는다. 확인되는 것은 구조다. 요율이 몇이든, 그 요율을 적용받는 거래량이 수도권 대중교통 전체라는 사실이 이 사업의 본질이다.

독점인데 왜 마진이 얇은가

한국스마트카드의 마진이 얇은 이유는 최대주주가 요금의 규제자 본인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독점 관문은 요율을 올려 이윤을 키운다. 결제망 독점 기업들이 세계 어디서나 규제 당국과 싸우는 이유다. 그런데 이 회사의 1대주주는 서울시다. 정산 수수료를 올리면 그 부담은 운송기관과 시 재정으로 가고, 그 재정을 책임지는 주체가 바로 자기 최대주주다. 요율 인상의 이익과 손해가 한 주머니 안에서 상쇄된다.

그래서 이 회사는 이윤 극대화 기계가 아니라 공공 인프라의 운영 법인에 가깝게 움직인다. 서울시 입장에서 보면 이는 설계의 결과다. 요금 데이터와 정산이라는 밸류체인의 관문을 민간에 통째로 내주는 대신, 지분으로 관문을 잡아둔 것이다. 관문을 누가 쥐느냐는 단순한 사업권 문제가 아니다. 2편에서 본 것처럼 정산 데이터는 수천억 원대 재정지원금의 산정 근거이고, 이 데이터를 만드는 회사가 완전한 외부 민간이라면 검증 비용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

다만 지분 구조가 긴장을 없애지는 못한다. 2대주주 LG CNS를 비롯한 민간 주주에게 이 회사는 수익을 내야 하는 투자처다. 모바일 결제, 택시 호출 같은 신사업으로 뻗는 움직임은 교통 정산이라는 본업의 마진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성장을 찾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공공의 관문이면서 민간의 회사라는 이중성은 이 회사가 커질수록 다시 문제가 될 것이다.

정비업에도 같은 관문이 있다

요금을 만지지 않으면서 거래의 관문에서 돈을 버는 회사는 정비업에도 있다. 사고 수리의 견적과 청구가 오가는 보험 전산망이다. 공업사가 수리비를 받으려면 보험사가 지정한 시스템에 견적을 올리고 그 안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견적 시스템이 사실상 가격 결정권을 쥐는 구조는 정비업 시리즈에서 다뤘다. 수리비가 오르든 내리든, 어느 공업사가 일감을 가져가든, 거래가 그 관문을 지나는 한 관문의 주인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두 관문의 차이는 주인이 누구냐다. 대중교통의 관문은 규제자인 서울시가 지분으로 잡고 있어 요율이 눌려 있다. 정비업의 관문은 지불자인 보험사 쪽에 서 있다. 관문이 중립이냐, 지불자의 도구냐에 따라 그 아래 사업자들의 처지가 갈린다. 산업 하나를 볼 때 나는 요즘 이 질문부터 던진다. 이 판의 관문은 어디이고, 누구 편인가.

다음 편부터는 돈이 실제로 고이는 곳으로 간다. 버스회사의 수입을 결정하는 기준표, 표준운송원가다. 대당 하루 86만원짜리 이 표의 어느 칸에서 이윤이 자라는지, 정비공업사 사장의 눈으로 뜯어본다.

이 시리즈는 격주로 이어진다. 새 글은 뉴스레터로 받아볼 수 있고, 정비·검사 물량이나 제휴 논의는 운산 모빌리티 쪽으로 연락하면 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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